표고목 40개.
자오쉼터 외부 화장실 앞에는 향나무 몇 그루와 소나무 두 그루가 자리를 지키고 있습니다. 향나무 기둥에 표고목 두 그루가 향나무에 기대어 가끔 표고버섯을 생산해 주고 있었습니다. 덕분에 우리도 표고버섯을 따다가 요리해 먹곤 했습니다. 전에 살던 분이 가져다 놓고 버섯이 열리면 따다가 사용했던 것이 아닐까? 생각했었습니다.
개인적으로 표고버섯 된장찌개를 좋아합니다. 특별히 표고버섯을 말렸다가 된장찌개를 끓이면 버섯은 고기 맛이 났습니다. 영양도 만점이라 그래서 더 좋아했습니다. 표고버섯을 키우고 싶었습니다. 표고버섯을 몇 개 사들여 키우고 싶었는데, 몇 개씩 파는 곳은 찾기 어려웠습니다. 그래도 항상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다 지리산 십이월의 항구 김병욱 사장님께서 표고목을 사들여 작업하고 있다는 포스팅을 읽었습니다. 문자로 문의를 전라도 지방에서 사들여 왔다는 걸 알았습니다. 인터넷 검색을 다시 해 보니 파주에서도 판매하고 있었습니다. 균사를 접종하지 않은 표고목은 7천 원이고, 균사를 접종해 놓은 1년짜리는 1만 5천 원이고, 2년짜리는 바로 수확을 할 수 있는데 2만 원이라는 정보를 얻었습니다.
2년짜리 표고목 20개만 사다가 잘 키워서 자오쉼터서 사용하자고 했습니다. 표고목 사장님 전화번호를 적어놨다가 전화를 드렸습니다. 통화를 하다 보니 은퇴하신 목사님이셨습니다. 파주로 가지 마시고 충북 보은으로 오라고 하셨습니다. 작은아들과 가기로 하고 작은아들 휴무일 25일 오후에 보은에 있는 표고목 농장으로 갔습니다.
전형적인 시골 농장, 여기저기 균사를 접종한 표고목이 쌓여서 차광망으로 덮여있었습니다. 한쪽에서는 포고목에 구멍을 뚫는 작업이 한창입니다. 주차하고 나니 목사님께서 작업복 차림으로 마중을 나오십니다. 창고로 안내하시더니 플라스틱 상자 엎어 놓고 앉으라고 하십니다. 너무나 자연스러운 모습입니다.
표고목 사장님 이철희 목사님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표고목에 관해 설명해 주십니다. 그리고 65세에 은퇴하시고 현재 71세인데 베트남 30가정과 함께 표고목 사업을 하여 해외 선교도 하시고, 베트남 가정도 돌보는 사역을 하고 계셨습니다. 젊어서는 교도소 사역도 하시면서 목사님의 사역을 모토로 한 영화 ‘하모니’가 탄생한 이야기도 해 주십니다. 내 이야기도 궁금해하기에 사역을 간단히 설명해 드렸습니다.
차를 표고목 앞으로 대도록 하더니 아들에게 차광망을 걷도록 합니다. 보기에 좋은 것을 고르라고 하십니다. 며칠 전에 목사님과 통화하며 처음엔 20개만 사려고 했는데 목사님 말씀이, 버섯이 그렇게 많이 생산되는 것이 아니니 25명이 먹으려면 표고목 40개는 있어야 꾸준하게 먹을 수 있도록 생산된다고 하시면서, “양 목사님이 10개를 더 사고 내가 10개를 후원하는 걸로 하면 어떨까요?” 하셨습니다. 그렇게 해서 표고목 40개를 싣고 올라왔습니다. 표고목을 싣느라 수고한 이철희 목사님과 작은아들에게 감사를 드립니다. 이제 적당한 장소에 표고목 세우고 물주며 잘 키워서 가족들 밥상에 오르게 하고 나누기도 해야겠습니다. 이렇게 자오쉼터에서 할 일거리를 또 한 개 만들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