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심리학사, 정신의학사에 길이 남을 10명의 학자들과 그들의 이론이 문학적문체로 쓰여진 뛰어난 책이다.
이 책은 심리학의 문외한들에게 심리학이 인간의 행동과 감정을 연구하는 과학이며 인간을 올바르게 이해하고자 하는 학문임을 알려주고, 심리학의 과거, 현재, 미래를 생각하게 해준다는데 커다란 의미가 있으며 천재들의 위대한 실험에서 ‘광기’와 더불어 ‘예술적 영감’마저 얻을 수 있도록 해주는 책이다.
아, 인간은 얼마나 복잡한 존재인가!
이 책을 읽고나서 제일먼저 떠오르는 생각은 ‘인간이란 얼마나 복잡하며, 사소하게 보이는 요인으로도 쉽게 변질(?)되는 존재인가 하는 생각이었다. 그리고 ’과연 인간이 인간 스스로를 완벽하게 이해 할 수 있는가 하는 의문도 생겼다. 아무리 천재적인 과학자라 하더라도 사람인 이상, 그가 설계한 실험으로는 100%의 데이터를 얻어 낼 수는 없는 것이다.
그 증거로, 이 책에 소개된 10개의 실험에서 실험자가 예측한 결과를 100% 충족하는 예는 단 한 건도 없었다.
그들은 자신들이 설계한 결과의 과반수 내지는 70% 정도의 데이터로 자신들의 이론을 펼쳐나갔다. 따라서 늘 동료 학자들에게 반박의 여지를 남겼다. 이는 여타 자연과학에서도 존재하는 일이긴 하지만 여타 자연과학에서 도저히 용납 될 수 없는 수준인 ‘데이터의 빈약함’은 대단히 놀랍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빈약한 70%의 데이터와 나머지 30%의 예외가 모두 중요한 것은 그 데이터들이 결국은 ‘인간’을 설명하는 작은 단편들이기 때문이다. 여기 소개 된 10개의 실험은 심리학발전의 중요한 고비 고비마다 등장해 현대 심리학, 정신의학의 세계를 형성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 비록 서로 적대적인 의견을 가진 과학자들도 있었지만 모두 심리학전당의 커다란 기둥들임은 그 누구도 부인할 수가 없다.
외적 타당성 혹은 일반화의 문제
쥐 혹은 원숭이, 심지어는 해삼에 대한 실험에서 얻은 결과로 인간을 설명하려는 것에 본능적인 거부감을 느낀다.
외적 타당성과 일반화의 문제는 의학과 생물학 연구에 있어서 필수적인 동물실험에서 얻어낸 결과를 인간의 경우에 바로 적용시킬 수 있는가, 또 100%가 아닌 데이터를 모두에게 적용시킬 수 있는가 하는 문제다.
나는 이 책의 저자가 과학자이면서 수필 문학가임에 주목한다. 그는 그가 선택한 10명의 과학자들의 심리학적 업적을 다루면서 지나칠 정도로 각 과학자들의 개인사 관찰에도 힘을 쏟고 있었으며 그러한 철저한 취재를 통해 과학자들의 과거와 그의 업적 사이에 어떤 연관성이 있다는 것을 역설하고 있다.
그리고 그 과학자들은 보통사람 보다 강렬한 욕망과 보다 강력한 트라우마와, 위대한 업적에도 불구하고 불행해 보이는 사람도 많았다. 광기에 가까운 열정으로 심리학을 연구했으며 그 결과 그들은 오히려 미궁과 비난 속에 빠져 들었다.
최소한 내 눈에는 그렇게 보였다.
영화적 영감과 캐릭터의 심층화에 도움
이 책을 읽는 동안 과거에 보았던 [뻐꾸기 둥지 위로 날아간 새] 최근에 읽은 파울로 코엘료의 [베로니카, 죽기를 결심하다]의 정신병동의 모습들이 생생하게 떠올랐다.
특히 집단 속에서 인간의 사고방식과 행동양식이 바뀔 수 있다는 사회심리학적 분야의 연구인 달리와 라타네의 연기실험과, 인간의 합리화 메커니즘을 밝힌 페스팅거의 인지부조화 실험, 부르스 알렉산더의 중독 실험은 영화적 설정과 소재로써 차용할 만하다.
영화 속의 캐릭터는 대개가 프로이드 적이다. 예를 들면 ‘어릴 적 이런 트라우마로 인해...’ 성 취향이 묘해졌다거나 살인자가 됐다거나 하는 것이다. 하지만 할로의 애착과 스킨십에 대한 실험과, 로프스터의 ‘기억의 부패’에 대한 실험은 작가들의 캐릭터 창조 작업에 프로이드를 대체할 새로운 이론을 제시해 준다.
여기에 나오는 10명의 과학자 한 사람 한 사람 역시 연구해 볼만한 캐릭터를 갖추고 있다는 것을 이 책의 작가 로렌 슬레이터는 간과하지 않았다. 독자에게도 그들은 과학자이기 이전에 흥미로운 한 인간들이다.
<출처 : http://cafe.naver.com/nataly/15 >
◇스키너의 심리상자 열기 / 로렌 슬레이터 지음· 조증열 옮김/344쪽·1만3500원·에코의 서재
1970년대 초반 미국의 무명 심리학자였던 데이비드 로젠한. 그는 정신과 의사들이 얼마나 정확하게 정신질환자를 가려낼 수 있는지 시험해 보기로 했다. 로젠한은 자신을 포함해 8명의 가짜 정신병 환자를 모집했다. 실험기간은 한 달. 가짜 환자들은 진정제를 삼키지 않고 혀 밑에 감춰두는 요령을 익힌 뒤 병원을 찾아가 거짓 증상을 호소했다. “목소리가 들립니다. ‘쿵’ 소리를 내요.” 그러나 병동에 들어가서는 정상인과 똑같이 행동했다.
결과는? 놀랍게도 단 한 명을 빼고 전원이 정신분열증 진단을 받았다. 대체 얼마나 많은 사람이 오진을 받고, 약물을 투여 받으며, 자신의 의지와 무관하게 정신병원에 수용되고 있는가. 로젠한은 “정신의학은 정신적으로 병들어 있다”고 선언했다.
이 책에는 20세기를 요동시켰던 천재적인 심리학자와 정신의학자 10명이 등장한다. 저자는 스키너의 ‘상자 실험’을 시작으로 혁신적이고 논쟁적이던 심리실험을 통해 인간본성에 대한 대담한 가설과 이론을 마치 한 편의 미스터리 극처럼 추궁한다.
심리학자이기도 한 저자는 논문에 갇혀 있던 인간에 관한 통찰을 ‘스토리’가 있는 에세이 형식에 녹여 인간의 자유 의지와 기억의 메커니즘, 군중심리와 같은 핵심 주제를 파고든다. 양식 있는 나치 정권의 독일 장교들은 왜 히틀러의 비이성적이고 잔인한 명령에 복종했을까? 가난한 사람이 부자에 비해 약물 중독에 잘 빠져드는 이유는? 왜 멀쩡하던 사람이 카지노에만 가면 미치는 걸까? 뇌물의 액수가 적을수록 약발이 잘 받는다? ….
일련의 쥐 실험을 통해 ‘보상이 행동을 강화한다’는 사실을 밝혀낸 스키너.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는 오늘의 유행어는 그에게 빚지고 있다. 고양이에게 피아노를 가르치고 돼지에게 진공청소기를 밀게 했던 그는 “조건반사를 이용해 시민들을 착한 로봇군단처럼 훈련해야 한다”고 주장해 물의를 빚기도 했다.
심리학 분야의 잔 다르크로 불렸던 엘리자베스 로프터스. 그는 어린 시절 강간당했다고 주장하는 여성들의 기억이 사실이 아닐 수 있음을 주장해 엄청난 사회적 파문을 불러일으켰다. 로프터스는 가짜 기억이식 실험을 통해 기억은 ‘왜곡’될 뿐만 아니라 한 인간의 두뇌 속에 완전히 잘못 이식되기도 한다는 것을 입증했다. “우리의 기억은 모래처럼 빠져나가기 쉽고, 쥐새끼처럼 간사하다….”
정신의학을 벼랑 끝으로 밀어 넣었던 로젠한 실험의 후일담. 실험결과에 분노한 한 정신병원에서 그에게 도전장을 냈다. “앞으로 석 달 내에 가짜 환자들을 보내시오. 우리가 그들을 모두 찾아낼 테니까!” 로젠한은 선선히 결투를 받아들였다. 그리고 석 달이 지난 뒤 병원 측은 “로젠한이 보낸 가짜 환자 41명을 찾아냈다”고 의기양양하게 발표했다.
그러나 로젠한은 단 한 명의 환자도 그 병원에 보내지 않았다. 경기 끝! 이렇게 해서 정신의학은 나락으로 추락한다. 원제 ‘Opening Skinner's Box’(2004년).
< 출처 : 단팥찐빵-weblog。 >
스키너의 심리상자 열기
로렌 슬레이터 지음
에코의서재 / 2005년 7월 / 341쪽 / 13,500원
차례
머리말
1. 인간은 주무르는 대로 만들어진다
B. F. 스키너의 보상과 처벌에 관한 행동주의 이론
2. 사람은 왜 불합리한 권위 앞에 복종하는가?
스탠리 밀그램의 충격 기계와 권위에 대한 복종
3. 엽기 살인 사건과 침묵한 38명의 증인들
달리와 라타네의 사회적 신호와 방관자 효과
4. 사랑의 본질에 관한 실험
해리 할로의 애착 심리학
5. 마음 잠재우는 법
레온 페스팅거의 인지 부조화 이론
6. 제정신으로 정신 병원 들어가기
데이비드 로젠한의 정신 진단 타당성에 관한 실험
7. 약물 중독은 약의 문제인가, 사회의 문제인가?
브루스 알렉산더의 마약 중독 실험
8. 우리가 기억하는 기억은 진짜 기억인가?
엘리자베스 로프터스의 가짜 기억 이식 실험
9. 기억력주식회사
기억 메커니즘을 밝혀낸 에릭 칸델의 해삼 실험
10. 드릴로 뇌를 뚫다
20세기의 가장 과격한 정신 치료
1장 인간은 주무르는 대로 만들어진다
- B.F. 스키너의 보상과 처벌에 관한 행동주의 이론
스키너의 실험이 있기까지 지대한 공헌을 한 러시아의 위대한 과학자 파블로프는 실제로 실험실에서 생활을 했고, 과학에 바친 헌신이 대단했다. 그는 개의 침샘을 연구하면서 수년을 보내다가, 마침내 개들에게 종소리만 들려줘도 침샘이 분비될 만큼 조건화될 수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스키너는 이러한 파블로프의 이론을 좋아했지만, 그가 원한 것은 작은 점막이 아닌 유기체 전체였다. 하버드 대학원에 입학하던 1928년 6월, 스키너는 학교를 떠나는 대학원생들에게서 쥐를 얻어 자신의 상자 안에 집어넣었다. 그리고 연구를 시작했다. 그로부터 몇 년이 지난 뒤에 그는 쥐에게 음식을 보상으로 줄 경우 지렛대를 누르는 방법을 얼른 배운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뿐만 아니라 그는 보상을 주지 않거나 그 횟수를 바꾸는 실험을 통해 오늘날까지 유효한, 반복 가능하고 보편적인 행동의 법칙을 발견했다.
직관적으로 보면 보상을 아무 때나 주거나 드물게 주면 좌절감이 생겨 행동이 소멸될 것 같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았다. 스키너는 음식이라는 보상을 간헐적으로 줄 때 쥐들이 그 결과와 무관하게 지렛대를 계속 누른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그것은 마치 마약 중독자가 마약을 찾는 것과 같았다. 또한 그는 보상이 비정기적으로 이루어질 때 행동이 소멸되기가 가장 어렵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아하! 그는 비로소 실험을 멈추었다. 그것은 파블로프의 침 흘리는 개만큼 엄청난 발견이었다. 비로소 그는 인간이 저지르는 어리석은 행동의 대부분을 체계적으로 설명할 수 있었다. 보상이 지속적으로 생기지 않는데도 어리석은 행동을 계속하는 이유가 무엇인지, 우리의 가장 친한 여자 친구가 기분이 내킬 때만 전화를 거는 못된 애인의 전화를 애달프게 기다리는 이유는 무엇이고, 왜 평소에 멀쩡한 남자가 연기 자욱한 카지노에만 가면 돈이 한 푼도 남지 않을 때까지 도박을 하다가 끔찍한 지경에 이르는지 말이다.
스키너의 명성은 서서히 올라가기 시작했다. 그는 조작적 조건화를 이용하여 언어 습득 이론을 꾸준히 만들었고, 제2차 세계 대전 때는 비둘기에게 미사일 유도 훈련을 시키는 등 여러 가지 학습 장치를 고안했다. 또한 긍정적 강화의 힘을 이용하여 인간을 과학적으로 통제할 수 있다며 ‘행동 공학’에 기초한 사회 건설을 제안하는 『월든 2』도 집필했다. 이상적인 사회란 정치인에 의해서가 아니라 막대 사탕과 파란 리본으로 무장한 선의의 행동주의자들에 의해 통치되어야 한다는 것이 그의 관점이었다. 스키너는 자신의 위대한 실험 안에 함축된 사회적 의미가 실현되기 전에 사망했다. 1990년에 백혈병으로 세상을 떠난 것이다. 과연 그는 임종의 순간 인생의 마지막 장인 죽음이 미리 학습되거나 극복될 수 없음을 깨달았을까?
하지만 스키너의 주장은 매우 실용적인 주제 속에 파묻혀 있었다. 스키너는 자신의 실험 결과에서 도출해낸 인간적인 사회 정책을 제안하고 있었다. 환경이 우리에게 가하는 엄청난 통제력 또는 영향력을 제대로 평가해야 하며, 따라서 모든 시민에게 ‘긍정적 강화’, 즉 창의적이고 적응력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어야 한다는 것이었다. 그는 우리에게 좌절감 대신 우리 안에서 가장 훌륭한 자아를 이끌어내는 신호를 달라고 사회에 요청하고 있었던 것이다. 즉 처벌을 중단하고, 더 이상의 굴욕감을 주지 말라는 주장이었다. 스키너는 책의 후반부에서 인간은 어떤 일이 있어도 환경과의 관계를 지속시킬 수밖에 없으며, 환경으로부터 결코 자유로울 수 없다고 썼다. 과연 그 관계라는 것이 대부분의 사람들이 해석하는 구속의 쇠사슬을 의미했을까? 스키너의 관점으로 보면 인간관계는 서로 얽혀 있고, 우리 스스로 자신을 옥죄는 끈에 대한 책임을 져야 했다.
2장 사람은 왜 불합리한 권위 앞에 복종하는가?
- 스탠리 밀그램의 충격 기계와 권위에 대한 복종
1961년, 스물일곱 살의 예일 대학 심리학과 조교수 스탠리 밀그램은 권위에 대한 복종을 연구하고 싶었다. 그는 사람들이 파괴적인 복종에 굴복하는 이유가 성격보다 상황에 있다고 믿었다. 대단히 설득력 있는 상황이 생기면 아무리 이성적인 사람도 도덕적인 규칙을 무시하고 명령에 따라 잔혹 행위를 저지를 수 있다는 관점을 견지했다. 밀그램은 그러한 자신의 가설을 시험하기 위해 심리학 역사상 가장 끔찍하고 위대한 실험을 계획했다. 실제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작동하지 않는 가짜 ‘충격 기계’를 만든 것이다. 그러고는 수백 명의 지원자들을 모아 한 사람에게 치명적일 정도로 강한 전기 충격을 가하라고 명령했다. 사람들은 이것을 모두 사실로 믿고 전기 충격을 가했다. 하지만 전기 충격을 받는 사람은 실제로 돈을 받고 고용된 배우로서 가짜 고통을 연기하고 심지어는 죽은 것처럼 가장했다. 과연 명령을 받은 사람들은 어느 정도까지 명령을 따랐을까? 신뢰할 만한 권위를 대면했을 때 62~65퍼센트의 사람들이 다른 사람에게 치명적인 해를 입힐 정도로 명령에 복종했다.
사회 심리학에서는 우리가 어떤 사람인가보다는 우리가 언제, 어느 장소에 있었는가를 더 중요시했다. 또한 밀그램은 아무리 정상적인 사람도 사람을 죽여야 할 상황에 놓이게 되면 그가 어떻게 살인자가 될 수 있는지 자신이 증명했다고 이야기했다. 밀그램이 실험을 한 이후 오랜 세월이 흘렀지만, 사회 심리학자들은 아직까지도 중요한 것이 영혼 그 자체보다는 맥락이라고 주장한다. 『인간과 상황: 사회 심리학의 전망』의 공저자인 리 로스 교수는 이렇게 이야기한다. “나는 한 개인의 도덕적이거나 비도덕적인 행동이 고정된 성격적 특성 때문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것은 그가 언제, 어디서, 누구와 함께 있는가가 훨씬 더 중요하다.” 이를 달리 표현하면, 우리의 행동이 내면화된 고정적 기호나 믿음보다는 기후나 바람처럼 변하는 외적 영향력에 의해 좌우된다는 것이었다.
스탠리 밀그램을 죽음으로 몰아간 것은 우리 모두를 죽음으로 몰아가는 것, 즉 인생 그 자체였다. 그는 살면서 너무나 많은 상실감을 겪었다. 어렸을 때는 매일 아침 두 개의 빵을 들고 집으로 오시던 자신과 똑같이 생긴 제빵사 아버지를 잃었다. 다음에는 아이비리그 대학의 종신 교수직이라는 영예로운 자리를 잃었다. 마지막으로 비인간적인 실험 때문에 연신 공격을 당하고, 마침내 완성되지 못한 명성까지 잃고 말았다. 그는 쉰한 살이 되던 해인 1984년에 자신의 박사 논문을 설명하는 한 학생의 이야기를 듣다가 구토가 밀려오는 것을 느꼈다. 그의 얼굴은 창백했으며, 손은 덜덜 떨렸다. 그가 간호 병동으로 가서 말했다. “내 이름은 스탠리 밀그램이요. 지금 50번째 심장 발작이 일어나고 있소.” 그리고는 무릎을 꿇고 바닥에 쓰러졌다. 그것이 그의 마지막이었다.
이제 우리에게 남은 것은 무엇인가? 피실험자들은 그 실험으로 인해 권위와 책임 사이의 관계에 대하여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되었다고 주장했다. 한 젊은이는 밀그램의 실험 덕분에 양심적 반전주의자가 되었다고 이야기했다. 이것이 밀그램의 실험이 우리에게 남겨준 것이다. 그것이 중요한 것은 수량화된 연구 결과라서가 아니라 교육적 효과가 뛰어나기 때문이다. 아이러니하게도 밀그램의 복종 실험은 피실험자들을, 적어도 그들 중 일부를 반항적으로 만드는 효과를 가져왔다. 그리고 그것은 아주 놀라운 것이다. 사회 심리학으로 본다면 그것은 원자 폭탄에 버금가는 폭발력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파괴가 아닌 창조적 측면에서 말이다. 밀그램 자신이 말한 것처럼, 이 실험을 통해 깨달음이 생겨났고, 그것은 변화로 가는 첫걸음일 것이었다.
3장 엽기 살인 사건과 침묵한 38명의 증인들
- 달리와 라타네의 사회적 신호와 방관자 효과
사건이 벌어진 것은 1964년 3월 13일 금요일, 그러니까 실제로 13일의 금요일이었다. 그날 새벽 키티라고 불리던 캐서린 제노비스라는 한 여성이 지배인으로 일하던 술집에서 야간 당번을 마치고 귀가하던 중이었다. 나중에 윈스턴 모즐리라고 신원이 밝혀진 남자가 그녀의 등에 칼을 깊숙이 찔렀던 것이다. “어머 세상에, 이 남자가 칼로 날 찔렀어요! 도와주세요! 도와주세요!” 그러자 동네 사람들 집에 불이 켜졌다. 그때 범인은 그 자리에서 도망을 쳤고, 몸의 여러 군데가 칼에 찔린 제노비스는 몸을 이끌고 어느 서점 문 앞에 가 드러누웠다. 범인은 거리가 조용해지고 창문이 어두워진 것을 보고서 범행을 마저 끝내기로 결심했다. 그는 칼로 다시 그녀를 난도질하기 시작했다. 몇 분이 흘렀다. 아파트에서 또 다시 불이 켜지기 시작했다. 모즐리는 다시 도망을 갔고, 제노비스는 간신히 몸을 이끌고 자신의 집이 있는 아파트 건물 복도 안으로 비틀거리며 걸어갔다. 하지만 몇 분 후에 또다시 모즐리가 뒤쫓아와 작업을 끝내기 시작했다.
살인 사건은 새벽 3시 15분에서 50분까지 약 35분 동안 일어났다. 한 여성이 칼에 찔리고 쓰러지는 것을 창가에서 구경만 한 사람들은 모두 38명이었다. <뉴욕 타임스> 지에서 이 방관자들의 기이한 행동을 시리즈 형태로 연속해서 보도하자 온 나라가 도덕성 문제로 들썩거렸다. 뉴욕 대학의 존 달리와 컬럼비아 대학의 빕 라타네 두 심리학자는 실험 계획을 짜기 시작했다. 하지만 살인을 모방할 수는 없었기 때문에 간질 발작으로 그것을 대신했다. 달리와 라타네의 실험에서 가짜 발작은 총 6분 동안 지속되었다. 그동안 학생들은 생각하고 행동할 기회가 충분히 있었다. 실험 결과, 대다수의 학생들이 아무런 행동도 취하지 않았다. 밀그램의 실험에서 불복종한 사람들의 비율이 32~35퍼센트였던 것처럼, 이번 실험에서도 그와 유사한 31퍼센트만이 행동을 취했다.
피실험자들이 자신 말고 도와줄 학생이 몇 명 더 있다고 믿었을 때는 희생자를 위해 도움을 청하려고 하지 않았다. 반면에 자신과 간질 발작을 일으키는 학생 단 둘이 있다고 믿었을 때는 피실험자의 85퍼센트가 수수방관하지 않고 도움을 청했고, 그것도 발작이 일어난 지 3분 안에 조치를 취했다. 달리와 라타네의 실험은 무리의 수가 많을수록 안전감이 커진다는 진화설에 이의를 제기한다. 방관하는 집단으로 인해 도움을 주는 행위가 억제된다는 것이다. 달리와 라타네는 피실험자들이 무관심 때문에 대응을 하지 않기로 했던 것이 아니라고 가정했다. 오히려 그들은 대응을 할 것인가 말 것인가 사이에서 갈등하고 우유부단해하는 상태였다. 사람들의 반응이 집단 크기와 밀접한 관계에 있음을 발견한 달리와 라타네는 자신들이 ‘책임감 분산’이라고 이름 붙인 현상을 비로소 이해하기 시작했다. 즉 사건을 목격한 사람이 많을수록 개인이 느끼는 책임감은 적어진다는 것이었다. 군중들 사이에서 책임감이 공평하게 나누어지기 때문이었다. 책임감 분산이 사회적 예절과 결합하게 되면 그것이 더욱 강력한 힘을 발휘하여 생사가 걸린 상황도 무시하게 된다.
몬태나 대학의 사회과학자인 아서 비먼 교수는 대학생 집단을 모집하여 그들에게 달리와 라타네의 간질과 연기 실험을 녹화한 필름을 틀어주었다. 그 녹화 테이프에는 남을 돕는 행위가 다음의 다섯 단계로 뚜렷하게 구분되어 있었다.
1. 사건의 목격 단계 : 도움을 줄 사람은 사건을 목격해야 한다.
2. 도움의 인식 단계 : 도움을 줄 사람은 그 사건에도 도움이 필요하다고 해석해야 한다.
3. 책임 인식 단계 : 도움을 줄 사람은 개인적인 책임 의식을 느껴야 한다.
4. 행동 결정 단계 : 도움을 줄 사람은 취해야 할 행동을 결정해야 한다.
5. 행동 단계 : 도움을 줄 사람은 이제 행동을 취해야 한다.
만일 우리가 교육을 통해 남을 돕고 위기를 관리하는 능력을 효과적으로 기를 수 있다면 왜 국가 차원에서 그런 교육을 지속적으로 시키지 않는가 하는 의문이 들지 않을 수 없다.
5장 마음 잠재우는 법
- 레온 페스팅거의 인지 부조화 이론
광활한 풍경 속에서 살던 평범한 주부 매리언 키치는 어느 날 사난다라는 이름의 한 사람에게서 한 통의 편지를 받았다. 편지 내용은 다음과 같았다. “대서양 바닥이 융기하여 해안선이 모두 물에 잠길 것이다. 프랑스는 가라앉을 것이며 …… 러시아는 거대한 대양이 될 것이다. 로키 산맥 위로는 엄청난 물살이 밀어닥치리라 …… 모든 것은 세상을 정화시키고 새로운 질서를 창조하기 위함이다.” 매리언 키치는 편지 내용을 믿었다. 인근 대학에서 의대 교수라는 영예로운 직위를 가지고 있으며, 비행접시 동호회에서 키치 여사를 알게 된 외과의사 암스트롱 박사도 그 편지를 믿었다. 그 밖에 베르사, 돈, 앤드루 같은 사람들도 마찬가지였다. 그들은 하나의 교를 만들어 종말을 준비했다. 가까운 미네소타 대학에서 심리학자로 활동하던 서른한 살의 레온 페스팅거는 그 교도에 관한 이야기를 듣고 몰래 잠입하기로 결심했다. 그는 12월 21일 자정 때 우주선이 착륙하지 않고 비도 내리지 않으면 어떻게 될지 궁금했다. 과연 그들은 믿음을 저버릴 것인가? 사람들의 반응은 어떠할 것인가? 페스팅거는 예언이 실패할 경우 벌어질 일들이 궁금했다.
밤이 느릿느릿 지나가고 하늘에서 빗방울 하나 떨어지지 않자 페스팅거는 이상한 일을 목격했다. 태도를 180도 바꾼 키치 여사는 ABC 방송국과 CBS 방송국, <뉴욕 타임스> 지에 전화를 걸어 이야기하고 싶다고 밝혔다. 신도들은 <라이프> 지, <타임> 지, <뉴스위크> 지에 전화를 걸어 몇 날 며칠에 걸쳐 수십 건의 인터뷰에 응해 주었다. 전부 대중들에게 자신의 행동과 믿음이 헛되지 않았음을 알리기 위해 한 일이었다. 페스팅거와 그의 동료들은 광신도 연구 이후에 다양한 차원에서 인지 부조화의 사례를 찾아보기 시작했다. 한 실험에서는 거짓말을 하는 대가로 어떤 사람에게는 20달러를, 어떤 사람에게는 1달러를 주었다. 그 결과는 1달러에 거짓말을 한 사람이 20달러에 거짓말을 한 사람보다 거짓말을 진실이라고 주장하는 경향이 훨씬 강하다는 것이었다. 이유가 무엇이었을까? 페스팅거는 그들이 고작 1달러로 거짓말을 하는 자신의 행동을 정당화시키기가 힘들기 때문이라는 가설을 세웠다. 즉 20달러를 받은 피실험자들이 인지 부조화를 더 적게 경험한 것은 자신들이 사소한 거짓말을 할 수밖에 없는 정당한 이유를 찾을 수 있어서였다. 그 정당한 이유란 괜찮은 보수였고, 그것은 달콤한 간식과 같았다.
페스팅거와 그의 지도 학생들은 인지 부조화를 다양한 형식으로 찾아냈다. 그들은 이교도 집단 안에서 발견한 것을 ‘믿음/불일치 패러다임’이라고 불렀으며, 돈 때문에 거짓말을 하는 사람들의 경우는 ‘불충분한 보상 패러다임’이라고 칭했다. 그와는 또 다른 ‘유도된 순종 패러다임’은 대학 신입생들이 친목을 돈독히 하려는 의도에서 체벌 의식을 강요하는 실험으로 설명될 수 있었다. 그 결과 체벌을 심하게 당한 학생일수록 그렇지 못한 집단보다 굳건한 충성심을 맹세했다. 페스팅거는 이러한 단순한 실험을 통해 심리학 전체를 혼란에 빠뜨렸다. 그 중에서도 특히 스키너를 혼란스럽게 했다. 보상이 행동을 강화하고 처벌은 소멸시킨다는 것이 스키너의 주장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페스팅거는 실험을 통해 행동주의가 잘못된 것임을 보여주었다.
6장 제정신으로 정신병원에 들어가기
- 데이비드 로젠한의 정신 진단 타당성에 관한 실험
1970년대 초반에 데이비드 로젠한은 정신과 의사들이 정신병 환자와 정상인 사람들을 얼마나 잘 구별하는지 실험해보기로 했다. 정신 분석의들의 사회적 통제력이 지나치다고 인식한 로젠한은, 그들의 실제 능력이 그들이 행사하는 영향력에 걸맞는가를 판단하기 위해 한 가지 실험을 고안했다. 그는 여덞 명의 사람을 모집하여 정신병 환자처럼 가장시킨 후 여러 곳의 정신병원에 나누어 들여보냈다. 물론 그 자신도 함께였다. 그리고 정신 병동에 일단 들어가고 나면 정상인과 똑같이 행동했다. 그들의 목표는 그들이 제정신인지 아닌지를 정신 분석의들이 알아볼 것인가, 아니면 의사들의 판단이 애초에 내려진 전제 조건에 의해 흐려져 있는가를 살펴보는 것이었다. 로젠한의 실험은 우리가 투과하는 렌즈에 따라 세상이 언제나 왜곡된다는 사실을 훌륭히 보여주었다. 또한 인간이 얼마나 복잡한 내면을 가진 존재이고 주관성에 사로잡혀 있는지도 암시해주었다. 이러한 그의 발견은 심리학이나 정신 의학뿐만 아니라 철학에도 지대한 영향을 끼쳤다.
어느 날, 그는 입원할 때만큼이나 아무런 근거 없이 퇴원 조치를 받았다. 그곳에서 그는 혹독한 것을 배웠다. 그는 보호 시설이 얼마나 비인간적인 곳인가를 배웠다. 정신 의학이 정신적으로 병들어 있음을 배웠다. 그는 이 나라의 얼마나 많은 병원들에서 수많은 사람들이 자신처럼 오진을 받고, 약물을 투여 받으며, 자신의 의지와 무관하게 수용되는지 궁금했다. 모든 실험이 끝나고 전국에 흩어졌던 가짜 환자들이 한자리에 모였을 때 로젠한은 단 한 명을 빼놓은 전원이 정신 분열증 진단을 받았음을 발견했다. 로젠한은 그 환자들이 병원에 체류한 기간이 길게는 52일, 짧게는 7일로 평균 19일이었음을 발견했다. 또한 가짜 환자들의 몸 상태가 병원에서 더 나빠졌다는 것도 알아냈다. 또한 그들 전원이 일시적인 증세 회복으로 퇴원되었음을 알게 되었다. 이는 곧, 그들의 정신 상태가 원래 정상이었음을 감지하지 못했고, 현재의 온전한 정신은 언제든지 재발 가능한 일시적 현상에 불과하다는 것을 의미했다.
그는 자신의 논문 <정신병원에서 제정신으로 지내기>를 권위 있는 과학 잡지 <사이언스>지에 발표하였다. 실험은 분노를 일으켰다. 그리고 도전을 받았다. 한 병원에서 당당하게 도전장을 내민 것이다. “좋습니다. 우리가 진단을 제대로 못한다고요? 그렇다면 한번 해 봅시다. 앞으로 석 달 동안 가짜 환자들을 우리 응급실로 보내보시오. 우리가 그들을 찾아낼 테니까요. 자, 어서요.” 결투 장갑이 내던져진 것이었다. 로젠한은 당연히 결투를 받아들였다. 이번 실험은 지난번과 반대로 누가 미쳤는가가 아니라 누가 제정신인가를 밝히기 위한 것이었다. 한 달이 지났다. 두 달이 지났다. 마지막 석 달째가 되자 병원 측은 로젠한이 보낸 가짜 환자를 마흔한 명 찾아냈다며 확신에 차서 보고했다. 하지만 로젠한은 단 한명의 환자도 보내지 않았다. 시험 종료. 상황은 끝났다. 정신 의학은 교수형에 처해졌다.
나는 이 글을 쓰는 지금 이 순간에도 온몸이 마비된 채 웨스트코스트 병원에 누워 있는 로젠한 박사를 돕고 싶은 심정이 간절하다. 그의 친구 플로렌스 켈러는 내게 이렇게 말했다. “그는 너무 많은 비극을 겪었어요. 3년 전에는 아내가 폐암으로 죽었고, 2년 전에는 딸 니나가 영국에서 자동차 추돌 사고로 목숨을 잃었죠. 정말 그에게 너무 심한 일이었어요.” 이제 일흔아홉으로 임종을 눈앞에 두고 있는 그는 새로운 세상을 향해 발을 내딛는 가장 위대한 실험을 하게 될 것이다. 두 번 다시 결과를 되돌릴 수 없는 실험을 말이다. 나는 그를 알지 못하지만 그를 지나칠 정도로 좋아한다. 나는 재담꾼을, 모험을, 고통에 빠진 사람들을 유별나게 좋아한다. 나 또한 정신 장애를 앓아본 적이 있기 때문에 그 아득한 세상의 복잡성을 이해하는 사람에게 감동을 느끼는 것이다.
7장 약물 중독은 약의 문제인가, 사회의 문제인가?
- 브루스 알렉산더의 마약 중독 실험
우리 조상들은 아편을 만병통치약으로 생각했는지 모르지만, 오늘날의 우리는 더 많은 것을 알고 있다. 그 맛에 들릴수록 둔감해지고, 콧구멍이 무너져 내린다는 것 그리고 약에 중독성이 있다는 것을 말이다. 하지만 캐나다의 밴쿠버에 살고 있는 브루스 알렉산더 심리학 박사의 의견은 이렇다. 평생 중독의 본질을 연구한 결과, 중독 현상이 생기는 것은 약물의 약리적 문제가 아니라 냉정한 사회의 복잡한 조직 때문이라는 것이다. 오히려 그는 다음의 주장을 강력하게 내세운다. 첫째, 어떤 약물도 ‘본질적으로’ 중독성이 없다. 둘째, 유혹이 강한 약물에 반복 노출되어도 일반적으로는 문제가 생기지 않는다. “아무리 많은 사람들이 중독성이 강한 물질을 복용하고 반복 사용해도 지옥에 가거나 하는 일은 ‘결코’ 없습니다.”
역사는 그의 정당성을 입증해줄지 모른다. 아편이 법적으로 허용될 당시에도 마약 중독자의 비율은 전 인구의 1퍼센트 수준으로 꾸준히 유지되었다. 15년 전의 한 연구에 따르면 다량의 모르핀을 복용해야 했던 입원 환자들이 고통이 해결되자 자연스럽게 약물을 끊을 수 있었다. 그 중에서 알렉산더 박사가 가장 즐겨 인용하는 사례는 자연적인 마약 중독 실험이 이루어진 베트남 전쟁이다. 베트남 전쟁 때 헤로인에 ‘중독’된 군인의 90퍼센트가 집으로 돌아오고 나서 조용하고 간단하게 약의 복용을 중단하였고, 그 이후로 다시는 강박적으로 헤로인을 복용한 적이 없었다. 또한 1990년에 미국 젊은이를 대상으로 크랙 코카인 통계 조사를 실시한 결과 5.1퍼센트의 응답자가 평생 단 한 번 코카인을 해보았다고 답변했고, 조사를 실시한 그달 코카인을 했다고 밝힌 응답자는 0.4퍼센트, 20일 이상 사용했다고 밝힌 응답자는 0.05퍼센트 미만이었다.
좀더 행복한 환경에서도 똑같은 약물 중독 현상이 나타날까? 그는 미소를 지으며 ‘쥐 공원’이라는 아이디어를 떠올렸다. 이 놀라운 연구 결과는 쥐들이 ‘쾌적한’ 공간에 있을 때 정상적인 사회 활동을 방해하는 헤로인이 든 음식을 실제로 피한다는 사실을 분명하게 보여주었다. 쥐들은 단물(마약성분이 들어간)을 좋아했지만 마약에 취할 정도까지는 아니었다. 적어도 우호적인 환경에 있는 쥐들에게 아편은 달갑지 않은 존재인 것이 분명했다. 그것은 약물이 본질적으로 유혹적이라고 알고 있었던 우리의 생각과는 너무나 다른 결과였다. 그가 쥐 공원 실험을 통해 얻게 된 결과는 이렇다. 금단 증상이 존재한다 하더라도 언론 보도처럼 강하지 않으며, 위험한 바이러스나 심각한 조직 손상을 가져오지 않는다는 것이다. 더욱더 중요한 것은 금단 증상을 겪는다고 해서 약물의 반복 복용을 유도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알렉산더 박사는 이따금씩 화가 난다. 그리고 정치적인 목적으로 마약 복용에 관한 중요한 과학 지식을 억압하는 기존의 생의학계를 비난한다. 만일 그의 쥐 공원 연구 결과가 올바른 대접을 받았더라면, 지금쯤 도심의 빈민가가 정비되고 마약 치료보다 교육 기금 조성에 힘쓰는 정책이 수립되었을 것이다. 하지만 알렉산더 박사를 비난하는 이들은 그가 대중적인 논쟁을 촉발하고 스타처럼 그 중심에 서고 싶어 정보를 왜곡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만일 접근 가능성 때문에 중독이 늘어난다면 음식 때문에 비만에 걸린다는 것과 똑같은 논리가 아닌가. 하지만 대다수 사람들은 분명히 비만에 걸리지 않는다. 그 실험은 섬세하지만 강렬한 광채를 발산하는 작은 보석이다. 그리고 더욱 중요한 것은 그것이 나중에 더 유명해진 문헌들을 탄생시킨 비공식적인 실험 모델이라는 점이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그의 실험이 인체 생리학에 미치는 환경 효과를 추적하는 흥미로운 연구를 부분적으로 가능케 했다는 것이다. 1996년 이란에서 실시된 한 연구는 핵가족 여성의 출산율이 대가족 여성보다 높다는 결과를 보여주었다. 즉 사람들이 많을수록 임신 가능성이 낮다는 의미이다. 감옥에서 실시된 한 연구는 감방의 밀도가 높을수록 자살이나 살인, 질병 발병률이 높다는 결과를 보여주었다. 뿐만 아니라 좁은 공간에서 생활하는 사람이 넓은 환경에서 지내는 사람보다 문제 해결 능력이 크게 떨어졌다.
알렉산더 박사가 마지막 분석을 내놓을 즈음에는 거의 전통주의자 입장에 서 있었다. 오랜 세월 급진적 연구에 몰두한 결과 다음과 같은 보수적인 결론에 이르게 된 것이다. 그는 유대감, 사랑, 애정과 그것에서 비롯되는 우정, 가족, 일의 계획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어려운 환경이 중독을 이끈다고 믿고 있었다. 반면에 클레버 박사는 약물에 노출되었기 때문에 중독이 생긴다고 믿었다. 하지만 입장이 서로 다른 과학자들이 궁극적으로 요구하는 것은 비슷했다. 사회 조직망들이 아름답고 의미 있어야 하며 동료들의 자리에 가족이 위치해야 한다는 것 그리고 소비문화가 판치는 가운데 전통이 방향을 제시해야 한다는 것이 그것이다. 결국 결론은 존엄성 문제로 모아졌고, 두 학자 모두 그것을 믿고 있었던 것이다.
8장 우리가 기억하는 기억은 진짜 기억인가?
- 엘리자베스 로프터스의 가짜 기억 이식 실험
기억은 우리가 인생에 남기는 지문이다. 만일 우리에게 기억이 없었다면 뒤를 돌아보았을 때 아무것도 없는 텅 빈 공백만 펼쳐지거나 다른 누군가가 남긴 자국만 보게 될 것이다. 만일 하나의 종으로서 우리를 만드는 어떤 것이 있다면, 일관된 진정성을 느끼게 하는 그 어떤 것이 있다면 그것은 우리의 기억이다. 플라톤은 절대적이고 이상적인 형태의 기억, 우리의 모든 과거가 완벽하게 보존되는 도달 가능한 영역이 있다고 믿었다. 프로이트는 꿈과 현실이 뒤죽박죽된 것이 기억이라고 주장하면서 애매모호한 태도를 취했지만, 마치 영화 필름이 돌아가듯 자유 연상을 통해 두뇌의 일부분이 재생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우리가 기억에 관해 가지고 있는 개념은 거의 프로이트와 플라톤, 이 두 남자의 사상을 토대로 형성된 것이다. 하지만 심리학자 엘리자베스 로프터스는 위대한 사상가들에게 도전할 결심을 했다.
심리학 분야에서 가장 혁신적인 여성 실험 심리학자였던 그녀는 우리의 기억이 사실인지 허구인지를 밝히는 철학적으로 심오하고 놀라운 실험을 고안했다. 그리고 그 결과는 일대 혼란을 불러일으켰다. 그녀는 먼저 교통 신호등과 수염, 헛간, 칼을 가지고 연구를 시작했다. 피실험자들에게 “아까 교통 신호등이 노란색이 아니었나요?”라는 질문으로 신호등이 노란색일 것이라는 가능성을 심어주었다. 그러자 신호등이 실제로 빨간 불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은 그것이 노란 불이었다고 기억했다. 또한 텅 빈 거리에 복면을 한 남자가 등장하는 영화를 보여주고는 “그 남자의 얼굴에 수염이 있었던 것을 기억하십니까?”라고 물었다. 대부분의 피실험자들은 남자의 얼굴에 수염이 있었다고 기억했지만, 실제로 그는 복면을 하고 있었다. 실제로 교수는 우리의 기억이 포착하기 힘든 미묘한 힌트에 의해 어떻게 오염될 수 있는가를 실험을 통해 훌륭히 입증하였다.
로프터스 교수와 그녀의 지도 학생들은 개인의 불합리성뿐만 아니라 국가적인 불합리성을 밝혀내는 ‘쇼핑몰에서 길을 잃다’ 실험을 고안했다. 로프터스 교수는 정식 실험을 하기 위해 조수 재클린 픽렐과 함께 24명의 피실험자를 모집했다. 그리고는 피실험자의 가족에게서 들은 실제 있었던 그들의 어린 시절에 관한 추억 세 가지와 그들이 쇼핑몰에서 길을 잃었다는 가짜 기억 한 가지를 적은 작은 소책자를 준비했다. 실험에 참가하겠다고 동의한 가족 구성원들이 만들어낸 가짜 기억은 단 한 문단밖에 되지 않았다. 실험실에 온 피실험자들은 소책자를 읽은 후에 자신이 직접 기억하는 내용을 상세히 적어보라는 지시를 받았다. 아무런 기억이 나지 않으면 기억나지 않는다고 적으면 되었다. 실험 결과 중에서 교수를 가장 놀라게 한 것은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수치가 아니라 가짜 기억과 관련된 너무나 상세한 묘사였다. 정식 실험에서는 피실험자의 25퍼센트가 쇼핑몰에서 길을 잃은 기억을 갑자기 떠올렸으며, 나중에 그것이 거짓말임을 밝혔을 때 모두 깜짝 놀라거나 충격을 받았다.
로프터스 교수는 20세기의 심리학자들 가운데서 전문 영역과 대중 영역의 경계를 넘은 과학자이다. 로프터스 교수는 우리에게 기억 이상의 것을 이야기해준다. 진정성에 관하여 그리고 우리 인간에게 그것이 있는지에 대해서도 이야기한다. 그녀는 어떤 포스트모더니스트 학자들도 하지 못했던 방식으로 대중들에게 지적해주었다. 우리의 과거가 얼마나 짜깁기된 모방물인지, 또 우리 모두가 얼마나 현실과 막연한 관계밖에 나눌 수 없는 이미지의 예술가들인지 말이다. 그녀는 우리를 존재론적인 심연 속에 던져 넣었고, 우리는 그 속에 있는 것을 좋아하지 않았다. 교수는 뇌가 퇴화를 시작하기 오래전부터 우리를 치매 환자로 만들어버렸다. 그녀의 세상에서는 기억이 부패하고 흔적도 없이 사라진다. 사건이 뇌의 해마를 건드리자마자 기억은 붕괴하기 시작한다.
로프터스 교수의 동료들은 챌린저호 폭발 사건에 관한 기억 연구를 실시했다. 챌린저호가 폭발한 다음 날, 에모리 대학의 울리히 나이저 교수는 사람들에게 우주선이 폭발했을 때 어디에 있었느냐는 질문을 던졌다. 그리고는 “전화박스 앞에 서 있었어요.”, “부엌에서 계란 프라이를 하고 있었어요. 라디오는 우리 집 창턱에 놓여 있었죠.” 등의 진술들을 상세히 기록했다. 나중에 교수는 다시 폭발 다음 날에 있었던 일을 설명해달라고 부탁했다. 하지만 거의 모든 응답자가 처음 것과 다른 답변을 했다. 사람들의 기억은 상당 부분 달라져 있었다. 달걀은 고기 덩어리로, 고기 덩어리는 해변으로 변했고, 전화박스는 마치 달리의 그림처럼 형체가 녹고 늘어져 박물관으로 변했다. 피실험자들에게 폭발 직후 그들이 진술한 내용을 보여주자 아무도 그것을 믿으려 하지 않았다. 그들은 자신이 지금 설명한 것이 옳다고 너무나 확신했다. 우리가 확신하는 것과 실제로 옳은 것 사이의 관계가 얼마나 허술한가가 잘 드러나는 대목이다. 거짓 기억이 주관적 진실에 스며들어 혼돈의 세상에서 허구가 진실처럼 되어버린 것이다.
9장 기억력 주식회사
- 기억 메커니즘을 밝혀낸 에릭 칸델의 해삼 실험
수술이 있던 그날은 여전히 무더웠고, 하트퍼드의 상공은 하얗고 푸르고 빛났다. 헨리는 간질 발작이 너무 잦아 인생이 거의 망가질 지경에 있었다. 아들의 병을 안 그의 아버지는 기겁을 했고, 어머니는 입에 거품을 물고 발작하는 아들을 잡아주려고 했다. 그러자 하트퍼드 병원의 스코빌 박사가 헨리의 가족에게 실험 치료를 받아보라는 제안을 했다. 그들은 제안을 받아들였다. 그는 헨리의 발작이 대뇌 측두엽의 깊고 축축한 곳에서 열을 받아 일어나는 것인지도 모른다고 추측했다. 당시 불필요하다고 알려진 두뇌의 한 부위인 해마 안에서 작은 불꽃이 확 붙으면서 생기는 것이라고 말이다. 이에 스코빌 박사는 헨리의 해마를 잘라보자는 제안을 했다. 그는 맥박이 고동치는 헨리의 두뇌 속으로 빨대를 천천히 집어넣은 후, 양측에 있는 해마 모양의 거무스름한 분홍 빛 형체를 빨아올렸다. 해마가 완전히 제거된 것이었다! 그러자 헨리의 머릿속에 커다란 구멍이 생겼다.
수술 후 며칠 동안 헨리의 발작은 예전보다 확실히 줄어들었다. 하지만 그의 기억이 사라졌다는 것도 분명해졌다. 그는 간호사가 자신을 소개하고 떠난 지 5분 후면 그녀가 누구라는 것을 잊어버렸다. 그는 자신의 어머니는 알아보았다. 하지만 수술을 받은 날부터 어떤 사람을 만나든, 무엇을 알게 되든 간에 아무것도 기억하지 못했다. 그로부터 50년이 지난 지금도 그는 여전히 그 상태이다. 헨리의 수술이 끝나고 몇 주가 지나도 그의 정신적 혼란이 사라지지 않자 스코빌 박사는 자신의 부주의로 발작이 일어나는 부분뿐만 아니라 기억을 생성시키는 부위까지 사라졌음을 발견했다. 스코빌 박사는 엄청나지만 실패로 끝난 자신의 수술 경험을 토대로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우리의 과거는 바로 그곳에 살고 있었다. 그리고 우리의 미래도 그곳에 살았다. 해마 안에서, 산호 모양의 대뇌 피질 안에서, 한 남자의 은빛 빨대 안에서.
밀너는 헨리에 관한 이야기를 듣자마자 기억력 테스트 도구 몇 가지를 집어 들고 첫 기차를 잡아탔다. 수년 동안 실험과 관찰의 나날을 보낸 브렌다 밀너는 헨리를 증거로 기억 메커니즘에 관한 중요한 몇 가지 사실을 찾아낼 수 있었다. 실제로 해마는 자신에 관한 세부 사항을 기억하는 데 대단히 중요한 역할을 했다. 하지만 두뇌의 다른 부위에도 새로운 기억 시스템이 존재했다. 밀너는 이것에 절차적 기억 또는 무의식적 기억이라는 이름을 붙였다. 밀너에 의해 영감을 받은 과학자들은, 운동 능력처럼 거의 무의식에 가까운 절차적 기억, 사실을 기억하는 의미론적 기억, 우리가 어떤 사람인가를 기억하는 서술적 기억 등, 우리의 두뇌 속에 독립적인 기억 시스템이 다수 존재한다는 것을 알아냈다. 심지어 일부 과학자들은 각 범주별 기억 엔진이 따로 존재한다고 생각했다.
에릭 칸델은 원시 기억의 분자 모델을 실제로 제공한 최초의 사람 중 한 명이다. 이제 그는 다른 문제를 고민하고 있다. 두뇌가 어떻게 단기 기억을 장기 기억으로 바꾸는가에 관한 것이다. 그는 아마 헨리를 떠올렸을 것이다. 해마가 없어진 헨리가 어머니의 얼굴을 기억할 수 있었다는 사실은 수술을 받기 오래전에 어머니의 얼굴이 해마에서 가공 처리되어 포장된 후 칼이 닿을 수 없는 어딘가에 보관된 것이 틀림없었다. 칸델은 기억을 단기 저장 상태에서 장기 저장 상태로 전환시키는 메커니즘이 있다고 믿었다. 세포들 사이를 영원히 연결시키는 크렙의 발견은 심리학계에 엄청난 파문을 일으켰다. 칸델은 크렙뿐 아니라 크렙의 억제 인자 또한 찾아냈다. 쥐가 금세 터득한 새로운 임무를 배우자마자 잊게 만드는 분자를 발견한 것이다.
칸델은 메모리 파머슈티컬즈에서 개발하기 시작한 자신의 기억력 강화제 약이 10년 안에 대중화될 것이라고 믿고 있다. 20세기의 어떤 심리 실험도 그것이 상품화되어 히트 쳤을 때 이처럼 엄청난 파장을 불러일으키는 실질적인 치료약을 만들지 못했다. 하지만 이 약은 제품으로 출시되기도 전에 윤리적인 문제에 빠졌다. 칸델은 지나친 기억이 가져올 위험성과 그와 반대로 인간의 두뇌에 망각의 필요성도 있음을 알아야 한다. 그는 순전히 학문적 애정에서 그리고 발견이 주는 순수한 전율 때문에 이 약품을 개발하게 되었다고 이야기할 것이다. 하지만 과연 그럴까? 결국 칸델은 기억력의 엄청난 힘과 중요성에 자신의 운명을 던진 것처럼 보인다.
10장 드릴로 뇌를 뚫다
- 20세기의 가장 과격한 정신 치료
그의 얼굴은 포르투갈 우표에 찍혀 있다. 그것은 뇌엽 절제술을 만들어낸 사람에게 걸맞은 대우인 듯싶다. 매일 수천 명의 사람들이 우표를 붙이기 위해 그의 얼굴에 침을 묻히고, 우체통 구멍 속에 집어넣고, 그의 대뇌 피질이 정렬 기계와 절단기를 통과하고, 산처럼 쌓인 흰 편지봉투 속에 묻혀 있다가 며칠 후 목적지에 도착했을 때는 그의 머리 위에 검은 선들이 찍혀 있고, 날짜가 낙인처럼 찍혀 나오니 말이다. 포르투갈 우표의 주인공이자 1949년 정신과 수술을 개발하여 노벨상을 수상한 안토니오 에가스 모니즈는 19세기에서 20세기로 바뀔 무렵 리스본에서 몇 마일 떨어진 작은 해안가 어촌에서 태어났다. 그는 대학 2년 때 의학을 공부할 결심을 한다.
모니즈는 프랑스의 저명한 신경학자 샤르코 교수의 지도 학생인 피에르마리와 쥘 데제린과 연구 생활을 함께했다. 그는 살페트리에르 병원의 병동을 돌아다니다가 사람들이 거품을 물고 쓰러져 몸을 떠는 모습을 지켜보게 되었다. 아마도 그는 사람이 얼마나 이상해질 수 있는지 그리고 그들의 영혼이 얼마나 병들어 있는지 보고 무척 놀랐을 것이다. 그런 그에게 마음과 육체는 분리된 것이 아니라는 사실이 뚜렷하게 보였을 것이다. 처음부터 그에게 정신병은 순전히 생체 조직적인 문제이며 신경망이 엉킨 결과로 보여졌다. 다시 포르투갈로 돌아간 그는 어떻게 하면 인간의 두뇌를 볼 수 있을지에 관하여 연구했다. 하지만 그 중요한 인체 기관은 사람의 손이 닿지 않는 곳인 뼛속에 감싸여 있었다. 결국 그는 그것을 해냈다. 목의 혈관 속으로 주사기를 직접 투여하여 위로 퍼지게 하는 염료를 개발한 것이다.
하지만 성공에는 대가가 있었다. 그는 처음에 시체를 대상으로 실험을 시작했다. 하지만 점차 자신이 치료하는 신경증 환자 가운데 실험 대상을 고르게 되었다. 그는 환자에게 주사를 놓았고, 그 중 한 환자는 머리에 불이 붙어 후면에 파란색과 은색 불꽃이 후드득 튀는 가운데 목숨을 잃었다. 모니즈는 환자의 죽음으로 자신도 ‘고통을 받았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그는 환자들에게 염료를 주입하는 일을 그만두지 않았다. 모니즈가 혈관조영법이라고 이름 붙인 그 기술은 당시 널리 사용되었으며, 이제는 기술적으로 좀더 정교해진 없어서는 안 될 진단 도구가 되었다. 모니즈는 사람들의 생명이 숨쉬는 풍경 속으로 성큼 들어가 가져서는 안 될 것을 손에 넣었다. 그리고 그것 때문에 지금까지도 비난을 받고 있다. 하지만 그는 언제나 유용한 것을 뒤에 둔 채 새로운 길을 찾아 떠난다. 우리는 정신과 수술을 창시한 그를 미워할 수 있지만, 그는 다방면으로 우리의 두뇌를 구제한 사람이었다.
오늘날의 프로작을 생각해보라. 이 우울증 치료제는 그것이 가진 전문성 때문에 환호를 받고 있다. 그리고 우리는 그 약을 매우 좋아한다. 약을 복용하면서 우리 스스로 무슨 행동을 하고 있는지 잘 알고 있는 듯한 기분이 든다. 칼을 들고 무식하게 뛰어드는 것이 아니라 조준이 잘 된 미사일을 우리의 마음속에 제대로 겨누고 있는 것처럼 느껴진다. 하지만 실은 프로작이 두뇌의 어느 부위에서 어떻게 작용하는지 아무도 모른다. 어느 누구도 프로작의 메커니즘을 이해하고 있지 않다. 프로작을 처방하는 의사들의 행동은 모니즈와 다르지 않다. 병을 고치겠다는 엄청난 욕망과 믿음 그리고 사실 못지않은 소망을 가지고 맹목적으로 달려든다.
사람들은 돌이킬 수 없다는 이유에서 뇌엽 절제술을 비난한다. 하지만 지금 우리가 복용하는 정신 질환제가 아직 발견되지 못한 씻을 수 없는 심각한 손상을 일으키지 않는다고 누가 장담할 수 있는가? 오늘날의 정신과 수술처럼 문제의 조직에만 효능을 발휘하는 약을 만들 수 없었다. 어떠한 약이라도 대상회(우리의 두뇌에서 불안을 중재한다고 알려진 부위) 위에 있는 1밀리미터 크기의 조직에만 약효를 발휘할 수는 없었다. 진실이 무엇이든 간에, 정신과 수술의 효능과 약물 치료의 비효율성을 그들이 아무리 지적한다 하더라도 우리의 뇌 속에는 아직 성스러운 무엇인가가 남아 있다. 어쩌면 의사들이 더욱더 직접적으로 두뇌 속으로 들어갈수록 우리는 머리 안에 구멍이 뚫리는 것에 익숙해질지도 모른다. 그리고 다른 수술 상처를 보여주듯 그 구멍을 보여줄지도 모른다. 유방 축소나 뇌 축소나 차이가 없는 것이다. 하지만 나는 의심이 든다.
모니즈는 우리가 약물이 아닌 다른 방법을 찾을 수 있게 해주었다. 그는 마이크로칩만큼이나 작고 깔끔한 수술에게 우리를 인도해주었다. 고맙다. 그에게 감사한다. 하지만 나는 그것이 그가 우리에게 해준 전부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것이 무엇인지는 아직 분명하지 않다. 하지만 20세기의 위대한 실험 가운데 그는 우리로 하여금 소중한 저항을 하게 만들었다. 그것이 우리의 수술 여행을 중단하게 만들지는 않겠지만 그래도 그 저항은 두뇌의 성스러움을 우리가 얼마나 믿고 있는가를 두고두고 증명해주리라고 나는 생각한다.
<출처 : http://blog.naver.com/junamos/70000444502 >
로렌 슬레이터라는 여인이 쓴 인문교양서적인 스키너의 심리상자 열기는 정신분석, 심리학 분야에서 굉장히 영향력있는 연구를 10장면 모아서 독자들이 읽기 쉽게 풀어 썼다.
굉장히 따분할 거라는 생각은 큰 오해이다.
이 책은 처음부터 끝까지 순서대로 읽어야 한다는 고정관념을 버리자~
자기가 읽고 싶은 부분, 호기심을 충분히 끌만한 부분부터 읽어가도 무방하다.
첫 장면인 스키너 박사의 연구 부분을 읽기 전, 나는 스키너의 보상과 강화 실험을 행동주의, 무심론의 입장에서만 생각하고 비판적이었는데, 작가는 이에 대해 다른 시각으로 접근해서 흥미로웠다.
그가 자신의 딸을 실험대상으로 사용하여, 2년동안 갑갑한 상자에 가두고 보상과 처벌의 실험을 했다는 비판을 받자, 실제로 그녀는 그의 딸 데보라를 찾아 취재하는 열성을 보인다.
스키너가 실제로는 상당히 다정다감하였고, 인간주의자였다는 사실은 새롭게 안 사실이다.
그리고 그녀는 약물 중독이 약물 자체의 중독 성분인지, 아니면 암울한 사회적 상황 때문인지 확인하기 위해, 직접 마약도 투여해 본다.
보통 사람들에게 정신병원의 편력은 숨기고 싶은 과거일 뿐이지만, 그녀는 당당하게 밝히고 정신병원에서 의사의 정신병 진단이 과연 타당한지 풀어간다.
이 책으로 각각의 심리실험, 논문에 대해서 완벽하게 이해할 수 없겠지만,
나처럼 기본지식없는 사람들에게 호기심을 채워주기에는 충분하다.
덕분에 인간의 뇌에 대해서 호기심이 생겼다.
아직도 미지의 부분인 인간의 뇌, 너무나 복잡해서 과학자들도 정확한 기능을 파악하지 못하는 조심스러운 뇌...
정신병을 치료하기 위해 인간의 뇌를 소량 없애는 실험을 해서 노벨상을 받았다는 모니즈 의사에 대한 얘기는 충격적이고도 끔찍하였다.
인간을 동물처럼 실험대상으로 삼는다는게, 그리고 자신의 실험이 실패했을 경우 그 사람의 인생은 누가 책임지는가에 대해서 말이다.
그러나 당시엔 감히 건드려보지 못할 그런 부분도 천재적인 직감으로 남들과는 다르게 시도해보았다는 것에서 대단하다고 볼 수 있다.
이 책을 읽고 교육 심리학에 대해서 공부해보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스키너가 고정적 보상보다는 간헐적 보상이 더 행동을 끊기 힘들다는 것을 실험을 통해 알아냈다.
교실에서 아이들을 교육할 때 보상은 상당히 중요하다.
보상에는 물질적인 보상도 있지만, 정신적인 즉 사회적인 보상도 있다.
어떠한 아동이 일정한 행동을 했을 때마다 스티커를 준다면, 그 옳은 행동은 시간이 지남에 따라서 소멸될 수도 있다. 그렇지만, 교사가 간헐적으로 칭찬을 해주고 스티커를 준다면 아동은 옳은 행동을 항상 해야 할 것같은 생각이 들것이다.
잘은 모르겠지만, 인간의 뇌, 심리, 마음을 잘 살펴볼 수 있는 사람이었으면 좋겠다.
내가.......
<출처 : 바라보기 >
집에서 뒹굴거리면서 '스키너의 심리상자 열기'라는 책을 다 읽었다.
상담소의 호빵이 추천해준 책이었는데 나도 강추.
세상을 바꾼 위대한 심리실험 10장면이라는 부제가 붙어있는 책.
사랑의 본질에 관한 실험은 네번째 이야기이다.
"해리 할로의 가짜 원숭이 실험은 애착심리학에서 가장 중요한 것을 입증했다. 유아기의 원숭이들은 우유를 든 금속재질의 가짜 어미보다 부드러운 천으로 만든 가짜 어미를 더 선호한다는 것을 보여준 것이다. 그리고 이 연구결과를 토대로 스킨쉽과 관련된 모든 과학이 탄생했다. 수많은 장면이 촬영된 그의 섬뜩한 살험은 우리의 인생에서 근접성의 힘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강조한다."
"우리는 감촉이 주는 편안함이 애정과 사랑의 중요한 기본변수라는 사실에 놀라지 않았다. 하지만 그것이 영양이라는 변수를 완전히 뛰어넘을 정도로 강하리라고는 기대하지 못했다... 실제로 그 격차는 젖을 주는 일차적 기능이 어미와의 친밀하고 빈번한 몸의 접촉을 위한 것이라고 제시할 수 있을 정도로 컸다."
이 책을 읽으면서 심리실험과 관련해서 두가지 점이 공통된다는 것을 느꼈다.
첫번째는 모든 실험은 그 시대 및 사회와 관련해서 보아야 한다는 것. 1930년대에서 1950년대는 애착에 대해 충동을 감소시키려는 행동으로 인식하고 이러한 충동이론이 애정과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다고 믿었다고 한다. 또한 당시는 자녀를 매우 냉정하게 키우던 시대였다고 한다. 할로의 실험은 스킨쉽의 중요성과 사랑의 의미를 보여줌으로써 자녀교육과 고아원, 사회봉사기관들의 정책, 출산업계의 방향들을 바꾸었다.
둘째는 모든 실험이 인간이라는 존재에 대한 물음에서 출발하여 심오한 성찰을 전달하지만, 한계가 있다는 점이다. 할로의 실험에 동원된 아기원숭이들은 나중에 폭력적이고 반사회적인 반응을 보이는 등 심각한 문제를 보였다. 그러한 결과는 사랑에 작용하는 변수에 스킨쉽 외에도 움직임이나 놀이 등이 필요하다는 인식으로 이어지게 되었지만, 사랑에 대한 실험이 동물을 희생시키는 잔인함에서 비롯되었다는 모순성과 동물권리운동의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심리학에는 거의 관심이 없었는데, 독창적인 실험을 창조하고 그 결과를 가지고 인간의 본질에 대해 접근하는 모습에 대해 큰 흥미가 생겼다. 그리고 그런 위대한 실험들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모호하기 짝이 없는 인간의 모습에 대해서도.
더 흥미로운 다른 실험과 감상은 앞으로 계속~^^
<출처 : http://blog.naver.com/buddha97/150000530797 >
강간 살인을 목격한 38명의 증인들은 왜 신고조차 하지 않았나?
" 1964년 3월 13일 새벽 세시. 뉴욕에서 아주 끔찍한 범죄가 발생했다. 제노비스라는 20대 후반의 한 여성이 집 앞 도로에서 칼로 난자 당하는 사건이 벌어진 것이다. 범인은 어떤 동기나 이유도 없이 이 여성의 목과 성기를 칼로 난자했다. 그녀는 필사적으로 소리치며 도움을 요청했다. 비명소리에 도로 옆 아파트 창문에는 하나 둘씩 불이 켜졌다. 이렇게 해서 당시 이 잔혹한 살인의 광경을 자신들의 집 창가에서 직접 목격한 증인들은 모두 서른 여덟 명이었다. 끔찍하고 충격적인 사건이었다. 곧 수사가 시작되자 사건 자체보다 더욱 충격적인 사실이 드러났다. 그녀가 칼로 온몸이 난자 당하는 동안, 그리고 그녀가 죽는 순간까지 터뜨렸을 그 끔찍한 비명소리를 들으면서도 서른 여덟 명의 목격자들 모두가 그 광경을 철저히 외면해 버렸다는 것이다. 도움을 주기는커녕 그녀가 완전히 절명할 때까지 신고조차 하지 않았다. 도대체 왜 이 날의 목격자들은 자신의 신변에 직접적인 위협이 없는 상황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어떠한 대응도 하지 않았던 것일까? 목격자들의 기이한 행동을 해석하기 위해 두 명의 심리학자는 곧바로 조사를 시작했다."
이 책에서는 인간 본성에 대한 기존의 개념을 완전히 뒤엎었던 20세기의 가장 놀라운 심리실험과 그 연구 결과를 정리하고 있다. 미국의 심리학자인 이 책의 저자는 20세기 심리학 발전에 지대한 공헌을 한 천재적인 심리학자, 정신의학자 10사람의 이야기를 통해 자신의 인간 심리와 본성에 관한 대담한 가설과 이론을 소개하면서 독자들을 흥미진진한 심리학의 세계로 안내한다.
이 책에 소개된 심리 실험들은 대개 처음에는 작은 의문점으로부터 출발했다.
지성과 교양을 갖췄던 나치 정권의 독일 장교들은 어떤 이유로 히틀러의 비이성적이고 잔인한 명령에 복종했을까?(3장 스탠리 밀그램의 전기충격 실험), 사람들은 왜 20달러를 주었을 때보다 1달러를 주었을 때 설득이 더 잘 되는가?(5장 페스팅거의 인지부조화 연구), 가난한 사람이 부자에 비해 약물 중독에 잘 빠져드는 이유는 무엇일까? (7장 브루스 알렉산더의 마약중독 실험), 인간의 기억은 왜 선택적으로 저장되는가?(9장 에릭 칸델의 기억 실험)....
의문은 이렇게 사소한 궁금증에서 시작되었으나 사실 이것은 인간의 본성을 묻는 대담한 질문이기도 했다. 결과적으로 이 간단한 질문들은 인간의 심리와 행동 사이의 인과 관계를 밝혀내는 중대한 실험이 되었으며, 나아가 '인간이란 도대체 무엇인가'에 대한 물음에 접근해 가는 위대한 도전이 되었다.
인간에 대한 기존 개념을 180도 뒤엎는 위대한 실험 10가지 저자는 인간의 행동은 보상과 처벌에 의해 결정된다는 사실을 최초로 증명한 스키너의 실험을 시작으로 심리학 역사상 가장 혁신적이고 논쟁적이었던 10가지 실험들을 펼쳐 보인다.
사람에게 가혹 행위를 시켰을 때 얼마나 잔인해질 수 있는가를 실험한 스탠리 밀그램의 전기 충격 실험, 군중 속에 있을 때 개인의 책임 의식이 개체 수만큼 분산된다는 것을 최초로 증명한 달리와 라타네의 방관자 효과 연구, 유아기의 원숭이가 먹이를 주는 어미보다 포근하게 안아주는 어미에게 더 큰 모성애를 느낀다는 사실을 발견하고 스킨십이 사랑에 미치는 지대한 힘을 최초로 증명한 해리 할로의 철사 원숭이 실험, 자신의 믿음과 행동이 서로 갈등을 일으킬 때 사람들이 어떻게 갈등을 해결하는가를 연구한 페스팅거의 인지 부조화 연구, 정신 진단이 얼마나 타당한가를 실험하기 위해 가짜 정신병 행세를 한 데이비드 로젠한의 가짜 정신병 환자 실험, 유복한 환경의 쥐와 비참한 환경의 쥐에게 물과 마약을 탄 음료수를 똑같이 주었을 때 비참한 환경의 쥐만이 마약 중독에 걸린다는 것을 발견하고 마약 중독이 약의 문제가 아니라 환경의 문제임을 밝힌 브루스 알렉산더의 쥐 실험, 우리가 진실이라고 믿는 기억이 거짓일 수 있음을 증명한 로프터스의 가짜 기억 이식 실험, 인간의 기억이 어떻게 저장되고 망각되는가를 연구한 에릭 칸델의 기억력 연구 등이 그것이다.
인간 심리에 관한 예리하고 놀라운 진실들. 왜? 라는 작은 의문에서 시작되어 인간의 자유 의지와 복종 문제, 사랑의 본질, 군중 심리와 방관자 효과, 기억의 메커니즘, 스킨십의 힘 등 인간 심리와 관련된 핵심 주제를 심도 있게 파헤치는 10편의 실험들은 20세기 심리학사는 물론이고 인접 학문 (교육학, 철학, 광고학, 경영학, 의약학 등)에 뚜렷한 족적을 남길 정도로 인간에 관한 예리하고 중요한 통찰력을 전달하고 있다.
수상에 빛나는 탁월한 스토리 구성력 하지만 이 책의 장점은 단지 실험 내용에 있지 않다. 저자가 이 책을 쓰면서 가장 중요시했던 것은 딱딱하고 단조로운 논문에 갇혀 있는 인간에 관한 통찰력을 어떻게 하면 독자에게 생생하게 전달할 것인가였기 때문이다. 자신이 전달하고자 하는 내용을 독자에게 어떤 식으로 표현해야 가장 효과적인가를 고민한 저자는 결국 '사람'과 '줄거리'와 '역사'가 있는 이야기체 서술 방식을 선택한다. 실험을 실시한 심리학자들의 성격과 최종 연구 결과가 나오기까지 일어난 일련의 사건들, 그리고 실험이 초래한 결과 등을 탁월한 스토리 구성력으로 흥미진진하게 추적한 것이다. 실험자라는 한 인간이 자신의 이론을 발견하기까지 겪었던 일련의 과정을 생생한 필체와 맥락으로 전개함으로써 저자는 각 이야기에 역사성과 필연성, 극적인 생명력을 부여하였다.
상자 안에서 길러졌다는 스키너 박사의 딸을 수소문하여 찾아다니고, 마약의 중독성을 실험하기 위해 직접 복용해보는 등 저자의 개인적 체험이 생생하게 살아 있어 현장감이 더욱 생생하다. 1994년과 1997년 을 두차례 수상하고, 1993년 논픽션 부문 창작상 1993 New Letters Literary Award in creative non-fiction을 수여한 저자의 유려하고 서정성 넘치는 문체 또한 글의 수준을 한층 높여주고 있다.
<출처 : http://cafe.naver.com/yakultbook/1721 >
1. 인간은 주무르는 대로 만들어진다
B. F. 스키너의 보상과 처벌에 관한 행동주의 이론
2. 사람은 왜 불합리한 권위 앞에 복종하는가?
스탠리 밀그램의 충격 기계와 권위에 대한 복종
3. 엽기 살인 사건과 침묵한 38명의 증인들
달리와 라타네의 사회적 신호와 방관자 효과
4. 사랑의 본질에 관한 실험
해리 할로의 애착 심리학
5. 마음 잠재우는 법
레온 페스팅거의 인지 부조화 이론
6. 제정신으로 정신 병원 들어가기
데이비드 로젠한의 정신 진단 타당성에 관한 실험
7. 약물 중독은 약의 문제인가, 사회의 문제인가?
브루스 알렉산더의 마약 중독 실험
8. 우리가 기억하는 기억은 진짜 기억인가?
엘리자베스 로프터스의 가짜 기억 이식 실험
9. 기억력주식회사
기억 메커니즘을 밝혀낸 에릭 칸델의 해삼 실험
10. 드릴로 뇌를 뚫다
20세기의 가장 과격한 정신 치료
이 책 나왔을 때부터 굉장히 읽고싶었었는데 드뎌 시작~
아직 끝까지 다 읽지는 못했지만.. 꽤 읽었다..^^
사람들은 "심리학" 이라고 하면 그 범위를 너무 축소시켜 알고 있는 경향이 많다
주로 사람의 마음.. 심리학을 무슨 독심술 정도로 이해하는 사람도 많고..
하지만 심리학은 그분야가 너무나 방대한, 그리고 그 무엇보다 과학적인 학문이다
하긴, 나도 심리학 전공하기 전까진 심리학이 이런 학문인 줄 몰랐으니깐..
정말 자신이 직접 겪지 않고선 이해할 수 없는 것들이 너무나 많다
학문은 더더욱 그렇겠지..
또, 대학 들어와서 사회학을 전공하기 시작했을 때
( 난 복수전공을 했다.. 덕분에 너무 힘들었당 ㅋㅋ)
교수님께서 많은 사람들이 사회학이라하면 많은 편견을 가지고 있다고 말씀하셨던 기억이 난다
사회학이라 하면 사람들은 이렇게 생각한다
사회주의? 공산주의? 사회복지? ... 사회학도로써 답답할 따름이다 ㅋㅋ
또 삼천포로 빠졌군... ㅡ.ㅡ
암튼 이 책 제목이 "스키너의 심리상자 열기" 인 것에 약간 불만은 있지만..
스키너는 분명 역사상 가장 위대한 학자이다, 행동주의의 거장..
그의 이론에 입각하여 많은 분야에서 실제로 대단한 성과를 거두고 있고..
학교 다닐 때 지겹도록 보고 듣고.. 정말 지겹도록 공부한 학자이기도 하고..
(-> 너무나 재밌고 하고싶은 공부였음엔 틀림없으나, 성적은 개판이었다..ㅠㅠ)
하지만 이 책에선 스키너의 상자실험 이외에도 9가지의 위대한 실험을 소개하면서
왜 제목은 그들은 다 안지 못하고 스키너만.. --> 불만쟁이 ^^;;
불만이라기 보단 처음 제목만 보곤 스키너 얘기만 나오는 줄 알았다는 거다..^^
그만큼 스키너가 위대하단 거겠지..?
시중에는 많은 심리학 서적들이 나와있다
하지만 사람들이 주로 관심있어하는 건 심리학의 어느 특정 분야에 지나지 않는 것 같다
이 책을 보고, "심리학" 이라는 문구만 보고 그런 걸 기대했다면 큰 오산..
이 책은 그야말로 심리학의 위대한 실험장면을 적어놓은
(심리학은 무엇보다 실험의 비중이 아주아주 큰 학문이다)
어쩌면 전문서적에 가까운 책인 것 같다 ( 좀 오반가..^^;;)
우선 심리학을 전공하지 않은 사람이 보기엔 사용되는 그 용어부터가 지극히 비대중적이다
물론 대충 이해는 할 수 있겠지만..
하지만 보면 워낙 위대한 실험들이라, 책에서건 TV에서건 한번쯤 다들 보긴 했을 것이다
밀그램의 실험 같은 경우엔, 예전에 서프라이즈라는 TV프로에서 하는 걸 나도 봤으니깐..
아무튼 나도 심리학을 전공하긴 했지만, 솔직히 학부공부로 얼마나 알겠냐..
이 책을 통해서 나도 잘 몰랐던 것에 대해 조금은 더 쉽게 다가갈 수 있어 좋았다
심리학에 나름대로 애착이 있는 나로선 이런 책들이 반갑다
그냥 읽어도 재미있는 책이니 한번쯤 읽어보시는 것도 좋을 듯..^^
<출처 : 맑음℃ >
스키너의 심리상자 열기
로렌 슬레이터 지음, 조증열 옮김, 에코의서재
과학논문의 명성은 그 인용 횟수에 있죠.
유명한 실험일수록 여기저기에 자주 언급되기 마련이고 따라서 과학에 무지한 일반인도 무슨무슨 실험 하면 적어도 어디서 들어본 듯한 인상은 갖게 됩니다.
독서를 해오며 저 또한 이러한 경험을 합니다.
저는 마치 풍문에 들은 것처럼 아련하게나마 이런 과학 실험들을 기억합니다.
아기 원숭이에게 철사로 만든 어미 원숭이와 천으로 만든 어미 원숭이를 주었더니 후자에게 집착하더라는 실험. 미국 어디서 심야에 살인사건이 벌어졌는데 많은 사람들이 그 현장을 목격하고도 아무도 신고를 하지 않더라는 얘기. 어떻게 그럴 수가 있는가! 대중은 분노했고 이것이 사회문제화 되자 심리학자들이 실험에 착수했다는 얘기. 문제를 내고 답을 맞추지 못했을 때 상대에게 전기충격을 가하라는 실험에 참여자 대부분이 실제로 그렇게 하더라는 얘기. 등등...
알고 보니 이 실험들은 '인간 본성'을 파헤친 세기의 실험들이었습니다. 정확히 이 실험들의 결과가 무엇을 말하고 있는가! 실험의 의의는 커녕 파편화된 기억만 안고 있던 제게 이 책 <스키너의 심리상자 열기>는 깔끔한 마무리 한 방을 선사합니다. 이 한 방으로 인해 제 머릿속을 떠돌던 풍문들을 완전한 지식으로 굳어졌습니다.
저자 로렌 슬레이터는 심리학자이면서 동시에 소설을 쓰는 작가이기도 합니다. 그의 문체가 어떠하리라는 상상이 가지요. 인간본성을 규명한 20세기 최고의 심리실험들이 문학의 옷을 걸치고 새롭게 태어났습니다. 그 모습이 어찌나 휘황한지 과학을 이렇게 문학적으로 설명해도 되는 거야? 하는 의구심이 들 정도랍니다.
철사로 만든 어미 원숭이의 가슴엔 우유병이 장착되어 있습니다. 천으로 만든 어미 원숭이에겐 우유가 나오지 않습니다. 먹이냐? 사랑이냐? 과연 아기 원숭이는 어떤 선택을 할까요. 아기는 우유를 먹을때만 철사 어미를 찾았다가 우유를 먹기가 무섭게 천 어미에게로 되돌아갔습니다. 그리고 그 빈 가슴에 매달려 하루종일을 보냅니다. 하물며 원숭이가 이럴진데... 당시 서구는 자식을 엄하게 기를 것을 장려하는 분위기였습니다. 스킨쉽이 사랑에 미치는 영향을 설명한 해리 할로의 철사 원숭이 실험이 당시 사회에 던진 파장이 짐작되시지요.
38명이나 되는 사람들이 야밤에 베란다로 나와 바로 아래서 벌어지는 살인사건을 '관람'했습니다. 살인이 끝나자 그들은 불을 끄고 침대로 돌아갔습니다. 달리와 라테네어는 방관자 효과 연구를 통해 군중 속에 있을 때 개인이 느끼는 책임감은 그 군중수에 반비례한다는 사실을 밝혀냈습니다. 슬프지만 이것이 인간의 본성입니다. 우리는 어떤 위급한 상황에 처했을 때 군중을 향해 도움을 외치기보단 거기 단 한사람을 지목해 도움을 청해야 합니다. 그래야 살 수 있습니다.
쥐실험을 통해 약물중독은 과연 약의 문제인가 환경의 문제인가를 밝혀낸 브루스 알렉산더의 실험. 가짜 정신병자가 되어 정신병원에 들어간 데이비드 로젠한의 정신병 진단 타탕성에 관한 실험. 어째서 선량한 사람들이 나치에 협력했는가 하는 문제에 대한 해답을 제시한 스탠리 밀그램의 전기충격 실험.
아, 인간이란 겨우 이런 건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만일 내가 이런 실험에 참여했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생각해 봅니다.
나는 과연 스탠리 밀그램의 실험실을 뛰쳐나올 수 있었을까요. 문제를 맞추지 못했다고 전기충격을 가하다니! 이건 미친 짓이야! 당당히 외치면서 말입니다. 베란다에서 침대로 돌아온 나는 수화기를 집어들고 경찰에 신고했을까요. 아니면 다른 사람들처럼 설마 누군가가 이미 신고했겠지, 하며 이불 속으로 기어들어갔을까요.
허리케인으로 폐허가 된 뉴올리언스의 사정을 접하면서 또 한번 이런 생각을 합니다.
정말이지 인간이란 겨우 이런 건가!
어제까지만 해도 선진국 시민의 일원이었던 사람들이 하루 아침에 약탈범이 되고 강간범이 됩니다.
며칠 전 아침 신문을 집어들 때의 충격이 아직도 생생합니다.
1면을 장식하고 있는 사진.
시체 한구가 엎어진 채 강을 따라 떠내려가고 있습니다. 다리 위에는 개가 한마리 있고, 그 옆에서 한 여자가 개밥에 물을 부어주고 있습니다. 시체 따위는 아랑곳없이 마치 이것이 뉴올리언스의 일상이라도 된다는 듯 지극히 무심한 얼굴로 말이죠.
이 글을 쓰고 있는 저 역시 아마도 '저 상황'에선 그렇게 행동했을 겁니다. 인간의 심연엔 동물의 본성이 자리하고 있는 건지도 모르겠습니다. 인간은 권위에 복종하고 보상과 처벌에 의해 행동을 결정합니다. 부인하고 싶지만 이 책속의 심리실험들이 그 점을 말해주고 있습니다. 진정한 의미에서 '인간'이란 화두에 매달리고 계신 여러분께 일독을 권합니다.
<출처 : 케이의 독서 >
현대 정신의학의 토대를 마련한, 혹은 발표 당시 일대 센세이션을 불러온 10가지 실험에 관한 이야기를 취재하여 쓴 책이다.
젖을 주지만 철로 만들어진 엄마보다는 보송보송한 수건을 뒤집어쓴 엄마를 더 좋아하는 원숭이 실험, 질문에 대해 틀린 답을 하면 전기충격을 주는 실험에서 80%의 사람들이 저항하지 않고 명령에 복종했다는 실험, 몇번의 이야기 반복으로 자신의 기억을 바꿔버리는 사람들, 여자가 칼에 찔리고 있는 장면을 목격하고도 신고하지 않은 38명의 사람들, 우울증 치료를 위해 전두엽 절제 수술을 실시한 의사 등.
[설득의 심리학]에서 봤던 이야기가 3개 정도 들어가 있었고, 영화의 소재가 되었던 실험도 들어가 있었다. 지은이는 여의사인데 무척 주관적인 관점에서 이 실험들을 서술하고 있다. 처음 읽을 때는 그 부분이 못내 거슬렸다. 그냥 실험 과정과 결과만 알려주면 좋겠는데, 자꾸 스스로 되묻거나 윤리적인 질문을 던지니까 말이다. 그런데 읽어나갈수록 그 주관적인 부분에서 배우는 것이 많아졌다.
어린 딸을 상자 속에 가둬놓고 밥과 물만 주며 키워서, 결국 그 딸이 나중에 자살했다는 소문이 정설로 굳어진 스키너 박사의 경우, 지은이가 취재를 통하여 그 딸이 아직 잘 살고 있다는 걸 확인해 준다. 복종에 관한 전기충격 실험에서 저항을 했던 피실험자와 복종을 했던 피실험자가 그 실험의 진실을 알고난 뒤 인생을 어떻게 살았나 취재한 부분은 쇼킹했다. 그 실험을 통해 자의식을 가지고 사회에 저항하게 된 사람도 있었던 것이다. 사람의 자의식이 정신의학보다 더 세다는 것을 알게 됐다.
흥미진진하고, 재밌는 내용이 정말 많다. 심리학이라기 보단 정신의학이므로 좀 더 전문적이고, 좀 더 쇼킹하다. 사람의 뇌, 심리, 정신병에 관심있는 분들은 읽어보면 좋겠다.
* 책에 실린 10가지 실험.
1. B.F.스키너의 보상과 처벌에 관한 행동주의 이론
인간은 처벌보다는 보상에 의해 변화한다. 비난이나 처벌은 사람을 바꾸어놓지 못한다.
2. 스탠리 밀그램의 충격 기계와 권위에 대한 복종
밀그램의 실험 자체보다, 그 실험에 참가했던 사람들의 인터뷰가 더 흥미진진했다.
아마 나도 그 실험에 참가했다면 꽤 많은 볼트까지 올렸을 거라는 생각이 들어 더 무서웠다.
나찌의 유대인 대량학살에는 이런 배후가 있었던 것이다.
3.달리와 라타네의 사회적 신호와 방관자 효과
살인을 목격한 38명의 사람들. [설득의 심리학]에서 본 내용이지만, 당시의 정황이 훨씬 더 잘 드러나 있다. 나라면 분명히 신고했을 것이다. (작년 여름의 경험에 비추어볼 때)
4. 해리 할로의 애착 심리학
불쌍한 원숭이들. 애들은 많이 만져주고, 품어주고, 안아줘야 된다. 그래야 제대로 큰다.
5. 레온 페스팅거의 인지 부조화 이론
[설득의 심리학]에서 봤던 내용. 세상의 종말을 예고하는 사이비 종교들이 왜 흥하는가에 대한 이론. 기름을 흘리는 성모상에 관한 취재는 마음을 짠하게 만들었다. 인간이란 정말 복잡한 동물이다.
6.데이비드 로젠한의 정신 진단 타당성에 관한 실험
정신과 의사들이 거의 정신병자라는 소문은 아마도 이 실험에서 나온 듯 하다.
정신이상과 정상의 경계는 종이 한장 차이일 것이다. 이런 실험 하는 의사들 존경한다.
7. 브루스 알렉산더의 마약 중독 실험
마약은 우리가 알고 있는 것보다 훨씬 안전하다.
마약 사범을 잡아넣기 보단, 마약을 할 수 밖에 없는 주변 환경의 개선이 먼저 이루어져야 한다.
8. 엘리자베스 로프터스의 가짜 기억 이식 실험
이 실험도 읽는 순간 쩌르르 했다. 어린 시절의 기억에 대해 내가 생생히 기억하는 건지, 엄마가 말해줘서 기억한다고 생각하는지 모르는 부분이 너무 많다. 심리치료가 발달하면서 어린시절 성폭력에 대한 소송이 많아진 것이 이렇게 연관되어 있는지 몰랐다. 생각해볼만한 사안이다.
9. 기억 메커니즘을 밝혀낸 에릭 칸델의 해삼 실험
기억은 심리가 아니라, 물질에 가깝다. 기억은 뇌에 기록되어 있는 것이다.
10. 20세기의 가장 과격한 정신 치료
뇌의 어떤 부분을 제거하면 우울증이 사라진다.
기억이나 기분이나 성격이 사실은 뇌의 지배를 받는다는 것. 슬프지만 진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