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먹방인가?

[탁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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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래 선 아래에 글을 올리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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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오래전부터 이 어려운 주제에 대해 고민해왔다. 단 하루도 아무것도 먹지 않고 산 적이 거의 없었다. 두 끼만 먹지 않아도 정신과 의식에 영향이 미친다. 초조해지고 예민해지며 손이 떨리기도 하고 정신력은 음식을 상상하는데 사용된다. 빨리 음식을 섭취하라는 신호다. 그러나 나와 우리 사회가 중한 소재인 음식을 준비하고 소비하는 방식은 그 중함에 미치지 못하는 것 같다. 여기엔 뭔가 심각한 문제가 있는데, 그 문제점을 온전하게 적시하고 해결책을 고민하는 게 아주 고역이다. 오래되었다. 계속 미루다간 죽을 때까지 이걸 정리하지 못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에라 모르겠다. 던지고 보자.”는 심정으로 일단 들이 민다.

언제부터인가 TV를 켜면 어디서나 접할 수 있는 먹방들이 하나 둘 생겨났다. 태생이 먹방인 것도 있고 잘 나가다가 먹방으로 빠져버리는 것들도 수두룩하다. 건강 프로그램 하다가 먹방, 6시 내고향 하다가 먹방, 유투브 먹방, 그리고 어느덧 삼천리 강산은 골목골목 “000 방영 맛집”같은 현수막이 걸린 그저 그런 음식점들로 빼곡하다. 먹방이 없던 때에도 우리는 무언가를 먹었다. 그러면 지금은 과거보다 10배는 더 잘 먹는가? 잘 먹기는 한다. 무엇이 잘못된 것일까? 질문이 틀렸다. 잘 먹는 것과 건강을 분리한 게 잘못된 점이다. 이 둘은 어떤 경우에도 분리할 수 없는 소재다. 풍토, 식재료, 음식, 음식을 먹는 방식, 건강, 그리고 죽음은 일직선상에 위치해 있는 하나의 어떤 것이다. 통째로 하나다.

그래서 “우리는 건강식에 대한 다양한 정보 덕분에 이전보다 더 건강하게 살다 생을 마감하는가?”라고 질문을 고쳐야한다. 오십 줄 넘어서니 주변에서 상을 당한 경우를 종종 접한다. 매 번 “00병원 장례식장”을 찾는다. 대체로 사람들은 병을 치료하다가 생을 마감한다. 제 수명을 다 하고 조용히 자다가 생을 마감한 사람은 우리 할배가 마지막이셨다. 돌아가시기 전 기력이 다 하고 음식을 거의 못 드시다가 이틀 전 목욕을 하시고 주무시다가 눈을 감으셨다. 며칠 동안 우리집으로 문상객들이 모여들었다. 멀리서 온 친지들과 어깨를 다독이고 음식을 나누었다. 꽃 상여를 메고 가 땅 속으로 할배를 내려놓을 때 처음으로 아부지의 눈물을 보았다. 할배는 예전의 방식으로 드시고 예전의 방식으로 사시다가 예전의 방식으로 생을 마감하셨다.

요즘은 사람을 떠나보내는 그런 고귀한 방식을 경험하는 게 거의 불가능하다. 플라스틱 접시에, 종이 그릇에, 나무 젓가락에, 출처를 알 수 없는 주문 제작된 음식을 소비하고 자리를 뜬다. 이게 뭘까? 두 가지 풍경이 교차하는 가운데 무언가가 내 머리를 탁 하고 치는데 그게 뭔지 턱도 없이 모자란 언어로 규정짓는 게 어렵다. 실상은 이렇다. 할배는 사람으로 죽은 것이고 요즘 사람들은 상품으로 죽는다. 상주 상의 얼마, 하의 얼마, 두건 얼마, 허리끈 얼마, 식비 얼마, 얼마 얼마.... 빼곡하게 숫자가 더해진다. 욕이 속에서 치솟는 걸 참기 어렵다. 합리적이라고? 사람들은 변화가 자신들의 외곽(환경)으로부터 가해지면 그 변화에 대응하거나 적응하기 바쁘지 그것을 회의하거나 그것에 의문을 품기 어렵다. 외람되기도 하고 섬찟하기도 하지만 분명 내 머리엔 그 변화가 사람에서 상품으로 바뀐 듯하다. 무엇이 우리의 삶을 변화시키고 있는 걸까? 정론직필에 글을 쓰는 사람들이라면 그 원인이 무엇인지 다 알고 있을 것이다. 귀찮아도 다시 쓴다. 분단이다.

잘 먹고 잘 살아야 하는데, 잘 먹고 왜 못 사는 걸까? 뭔가가 잘못 되었다는 신호를 계속 보내고 있었다. 먹방은 삶의 질을 높이는 듯한 외양을 하고 있으나 지향점은 “맛있는 음식을 많이 먹어라.”에 있다. 먹방을 진행하는 누구도 시청자들을 향해서 “과식하라.”고 말하지 않지만, 수 많은 먹방은 잘 먹는 것과 많이 먹는 것을 구분하지 않으며 시청자들의 잠재된 식욕을 끊임없이 자극한다. 건강하지 않은 식재료를 사용한 음식을 먹는데 무신경하고 음식을 채우기만 할 뿐 배를 비우는데 인색하다. 너무 먹어서 탈이다. 사방이 ‘무언가 맛난 것을 즐겨라.‘는 신호를 보내고 있다. 사회관계망은 맛집에서 찍어 올린 따끈따끈한 음식들로 채워져 있다. 못 먹고 죽은 귀신 들린 것도 아닌데 바보상자는 24시간 음식을 소재로 화면을 채우고 있다. 이 거대한 사회적 규모의 허기는 도대체 어디서 온 것인가.

좋은 음식은 반드시 좋은 식재료를 필요로 하고, 좋은 식재료는 건강한 종자, 논밭, 바다, 그리고 건전한 재배방식을 필요로 한다. 먹방이 지향해야 할 것은 음식의 소비만이 아니다. 건강한 삶이다. 식재료는 그냥 마트에 가라고 한다. 그리고 음식을 맛나게 만들어내는 비법이 “레시피”라는 요상한 이름으로 오르내린다. GMO로 뒤범벅된 음식을 맛나게 먹으면 뭐 할 건가? 먹방은 혀 끝과 시청자의 눈에 머무르고 있다. 공시적으로 산별된 음식을 만들어낼 뿐 음식을 통시적으로 고찰하지 않는다. 그들은 식재료의 생산 과정과 역사를 도외시하고 있다. 이 문제는 매우 심각한 결과를 낳는다. 식품의 제조와 유통 그리고 판매 경로상에 커다란 구멍이 나 있다. 

한 달 전쯤 우리집 아이가 골랐다는 보리 건빵이 장바구니에 담겨있었다. 달작지근한 과자를 내가 먹지 않아서 우리집 아이가 어딘가 아재스러운 놈으로 하나 고른 모양이다. 그런데 재료 중 보리가 차지하는 비율은 채 2%가 안 된다. 그러나 이름은 보리건빵이다. 그렇다면 나머지 98%는 뭔가? 뒷면을 읽어보니 수입산 밀이라고 적혀 있다. 밀은 미국과 호주로부터 수입되었다. 또 열불이 난다. 왜 내가 두부를 사도 뒷면엔 꼭 수입처가 여러 개의 국가로 적혀 있냐는 거다. 미국, 중국, 호주거나, 미국, 캐나다, 호주다. 나는 내가 먹는 보리건빵 한 개에 들어 있는 밀의 재료가 어느 나라에서 재배된 것인지 특정할 수 없다. 의심스러운 건 미국산은 어디에도 빠지지 않는다는 점이다. 결국 나는 98% 미국산 밀로 만들어진 건빵을 먹은 셈이고 우리가 먹는 밀가루의 90% 이상이 미국산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물론 GMO 밀가루다. 이유는 너무 저렴해서다. 그렇다면 나는 GMO 건빵을 먹은 셈인데, 표지엔 보리건빵이라고 적혀 있다. 5%도 안 되는 원재료 함유 사기질은 검은콩 두유에도 있고, 현미와 각종 곡물이 든 차에도 있고, 홍삼 어쩌구에도 있고, 널리고 널렸다. 이들 대부분의 종착역도 GMO 원료다.

대한민국은 GMO 수입 1위 국가다. 가공된 식재료 중 GMO 원료가 들어가지 않은 것을 찾으려면 머리에 쥐가 날 것이다. 찾다가 찾다가 이젠 포기했다. 그걸 알 수 있는 방법은 제조공장의 곡물 수송트럭을 직접 추적하는 수 밖에 없다. 이런 환경에서 사람들이 어떻게 건강하게 살 수 있겠는가? 사람들은 먹으면서 조금씩 병들어 가고 있다. 천박한 식문화가 이들을 애워싸고 있다. 그래서 한국민들은 음식 너머를 볼 수 없다. 내가 내 아이 그리고 미래의 손주들에게 독을 밀어 넣고 있다. 정부는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그러나 난감해하며 손사래를 치며 모른척 해달라고 한다. 그럼 내가 내 손으로 내 아이의 입속에 독을 집어넣을 사람을 뽑은 것이다. 이 보다 어이없는 일이 어디에 있는가? 왜 민이 주인이라는 나라에서 이런 일이 계속되고 있는가. 한국민은 세계에서 가장 저렴한 대접을 받고 있다. 차를 사도 그렇고, 집을 사도 그렇고, 음식을 먹어도 그렇고, 교육을 해도 그렇다. 난 겨우 1/n에 해당하는 불합리를 이야기했을 뿐이다. 분단을 극복하고 조국의 해방이 오기 전엔 매일 매일 내 입에 음식같은 음식을 넣어보기는 어려울 것이다. 

[와룡잠호]

공감합니다.
광우병 소고기만 피하면 되지 했더니
왜놈들의 방사능 범벅 생선에
유전자 조작 식품에
도대체 피해 살아가기가 쉽지 않습니다
그래서 전 결심만했습니다.





신선한 아침이슬만 먹고
살기로.

[와룡잠호]

참, 명박근혜때 적어도 먹거리에 관한한
이 남한은 무정부 상태라했는데
문가네 정부 역시 마찬가지인 것
같습디다.

[키호테]

여기서 문가 얘기 꺼내면 맞아 죽는 수가 있어요.

하늘같은 문재인 대통님을 거론 하시다니...^^

GMO식품의 무방비..정말 한심한 나라 입니다.

정권이 바뀌어도 대책을 내놓지 않고 있으니...

뭐, "쥐,닭년놈들이 싸질러놓은 똥을 문재인더러 치우란 말이냐?"

라고 하고싶은 사람 많겠지만...그럼 냅둬야 되는지...

[kbsns]

좋은 글
많이 공감합니다
감사합니다

[동녁]

100% 공감합니다...

[석림]

1/n 만큼 공감합니다.
어렷을때 동네 어른들께
'진지 드셨습니까'했지요
음식이란게
귀한 그 무엇이었는데
이젠 소비의 대상물로
바뀐것 같습니다.

[나는 요구한다 인민중심의 나라를]

좋은 글 고맙습니다...^^

[개굴이네 집]

꼭꼭 눌러쓴 글이라
모처럼 눈에 힘을 조금 주고 읽었습니다.

글이
오늘은
입맛에 더 맞네요.

잘 먹었습니다.

[희연]

"인민"이 아닌 개,돼지....사육법 중 한 가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