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아씨, 우리는 살면서 화, 짜증, 분노와 같은 부정적인 감정을 시시각각 마주하게 되지요. 그리고 이런 감정을 표현할 때 보통 '그러니까 내가 당연히 기분이 나쁘지', '그러니까 내가 당연히 화가 났지'와 같은 말을 많이 하거든요. 그런데 지아씨 사전에는 '당연히'라는 게 없어요. 자기 감정은 말 그대로 '자기 것'인데, 지아씨는 이조차 다른 사람의 잣대와 평가와 기준에 따라 결정하고 있어요.
당신은 자기 감정에 대한 확신이 상당히 부족해 보여요. 감정은 지극히 주관적인 것이지요. 틀린 마음이라는 것은 없습니다. 옳고 그름을 따지는 영역이 아니에요. 물론 감정도 상식에 기초해 표현해야 하겠지요. 그러나 내 입장(기준)에서 화를 내는 게 당연하다면 상대방이 기분 나빠도 어쩔 수 없어요. 상대방이 느낀 감정은 상대방이 처리해야 할 몫인 겁니다. 이건 내 감정'만'을 생각하는 게 아니라, 내 감정을 소중하게 생각하고 우선순위에 두는 것이지요. 우리가 살면서 느끼는 감정을 어떻게 있는 그대로 다 표현하고 살 수 있겠습니까. 감정은 상식의 선에서 참기도 하고 거르기도 해야 하지요. 그런데 당신은 자기 감정에 대한 확신이 없으니 상대방을 조금이라도 기분 나쁘게 한 것 같을 때나 내가 화가 났을 때 그 이유가 타당한지를 먼저 염려합니다.
이런 성향은 부모님과의 관계에서 비롯된 것 같습니다. 당신은 자라면서 자기 감정에 대한 정당성을 인정받는 경험을 많이 못했어요. 특히 아버지는 본래 삶의 태도와 방식에서 의심이 많은 사람이었던 것 같아요. '상품권을 누가 가져갔냐?'는 말에서 드러나듯이 정말 가족이 훔쳐갔다고 생각했다기보다는 문제의 원인을 상대에게 돌리고, 언제나 자기의 말이 옳고 이를 따르도록 강요하는 면이 많았던 것 같아요.
(중략)
저는 당신에게 '감정 일지'를 써보라고 권하고 싶어요. 사람의 마음을 스스로 배워 나가 보라는 의미에서요. 자기가 어떤 상황에서 화가 났다면 그 상황을 자세하게 기술하고, 그때 본인이 느꼈던 감정을 적어보고, 그 감정을 점수로 매겨 보세요. 화가 난 정도를 0~10으로 나눌 때, 오늘 A가 나한테 이렇게 해서 6만큼 화가 났다고 적는 식이죠. 계속 그렇게 자기 마음을 들여다보세요. 시간이 지나서 다시 읽어 보면, 한 발짝 떨어져 자기 감정을 보게 되고 당시에 느꼈던 감정과는 다른 감정을 느끼기도 할 거예요.
전문가와의 상담도 많은 도움이 될 것 같아요. 당신이 온라인에 물어보고, 칼럼도 신청하는 건 자기 감정에 대해 제대로 느끼고 표현하고 싶은 욕구가 있기 때문이거든요. 나와 내 상황을 잘 모르는 타인에게 물어봤자 결국 타인은 그의 감정을 이야기할 뿐입니다. 그게 지아씨의 감정이 될 수는 없어요. 중립적이고 객관적으로, 책임감 있게 당신의 상황과 마음, 생각을 바라볼 수 있는 사람과 의논하는 게 필요해 보입니다.
첫댓글 제목보고 내얘기같아서바로들어옴 ㅠㅠ
고마워 잘보고가..
아씨 이거 울엄마야 ㅋㅋㅋㅋ
넘좋아..박사닌..ㅠ
ㅁㅈ 나도 전에 이런글보고 띵했음 그 뒤로 화나는거 있으면 화낼 상황인가? 고찰하지 않고 남이 화낼 상황이 아니라고 해도 내가 싫으면 맞는거다 생각해서 할말 다 하게 됨
가족이랑 말다툼하고 아직도 화나있었는데.. 이 글 보니까 뭔가 가라앉는다ㅜ 글잘봤어 여시야 고마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