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고거래 풍속도
중고거래가 뜨고 있다. 중고거래는 불필요한 소비를 줄이는 알뜰한 살림살이의 상징이지만, 요즘은 이런 개념을 넘어 새로운 문화로 자리 잡고 있다. 더욱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와 맞물려 ‘더 싸게’ ‘더 현명하게’ 물건을 구하려는 사람들의 관심이 뜨겁다. 1990년대 ‘아나바다 운동’부터 2020년대 “당근이세요?”까지 중고거래 풍속도를 살펴본다.
아나바다 운동
외환위기 때 자원 낭비 줄이려고 시작 아파트 단지 등에서 주로 의류·책 거래
온라인 중고거래
네이버카페 ‘중고나라’ 이용자 급증 판매·구매자 직거래 또는 택배 활용
동네 기반 직거래 앱
‘당근마켓’ 열풍에 “당근이세요?” 유행 사용자들끼리 소통하며 친분 형성도
① 아나바다 운동 : 1998년 강원 강릉 여성복지회관이 자원 재활용 운동을 위해 개설한 ‘아나바다 장터’. 방문객들이 다양한 물건을 살펴보고 있다. 연합뉴스
‘아나바다 운동’을 아시나요
‘아나바다’라고 들어는 봤나. 아나바다란 ‘아껴 쓰고 나눠 쓰고 바꿔 쓰고 다시 쓰기’의 줄임말로, 1990년대 시작된 대국민 캠페인이다. 이전에도 중고거래는 있었지만, 전국적으로 열풍이 분 것은 아나바다 운동이 처음이다. 아나바다 운동이 유행하게 된 배경에는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가 있다. 당시 ‘금 모으기 운동’과 더불어 불필요한 지출을 줄이고 절약하자는 공감대가 형성된 것이다.
아나바다 운동은 공터만 있으면 어디서든 열렸다. 아파트 단지, 주택가 공원, 구청 앞 공터 등이 주무대였다. 품목은 옷이나 책·가전제품 등이었다. 심지어 백화점에서도 시민들이 가져온 중고물품을 위탁 판매하며 아나바다 운동에 동참했다. 직장인 한승엽씨(57·인천 연수)는 “당시 대구 동아백화점에서 중고 텔레비전(TV)은 3만원, 중고 정장은 5000원, 중고 가죽지갑은 500원에 구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② 온라인 중고거래 : 온라인 중고거래 시대를 연 네이버카페 ‘중고나라’에 한 이용자가 올린 텐트 판매 게시물.
온라인 중고거래 열풍…가치소비로 확장
2000년대 들어 네이버카페 ‘중고나라’가 온라인 중고거래 시장을 열었다. 온라인 중고거래는 원하는 물건을 싸게, 쉽게, 빠르게 구하고자 하는 목적이 강하다. 중고거래 수익을 기부하는 ‘아름다운가게’나 벼룩시장 등 오프라인 중고거래 장터가 여전히 인기였지만, 온라인 중고거래의 영향력은 대단했다.
중고나라가 인기를 끌면서 ‘당근마켓’ ‘번개장터’ ‘헬로마켓’ 등 온라인 중고거래 플랫폼이 속속 생겨나고 시장규모도 급속도로 성장했다.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중고거래 시장 규모는 20조원으로 2008년 대비 5배 증가했다. 이는 단순히 남이 쓰던 물건을 다시 사용하는 것이 아닌 환경에 대한 관심, 젊은층 사이에서 번지는 ‘리셀(Resell, 중고품에 가치를 붙여 되파는 것) 문화’를 비롯해 새로운 소통의 장으로 중고거래의 개념이 확장됐기 때문이다.
특히 최근 환경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중고거래로 눈을 돌리는 사람이 늘고 있다. 물건의 생산·폐기 과정에서 많은 온실가스가 발생해 환경을 생각하는 가치소비로 중고거래를 택하는 것이다. 실제로 헬로마켓이 중고거래 이용자 4920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66.2%는 ‘환경보호와 자원 재활용이 중고거래를 하는 중요한 이유 중 하나’라고 답했다.
또 젊은층을 중심으로 한 인식 변화도 중고거래 활성화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남이 쓰던 물건에 대해 거부감을 갖기보다 다른 사람의 취향과 경험이 담긴 물건을 공유하며 즐기는 문화가 확산하고 있는 것이다. 젊은층에서 부는 ‘리셀 열풍’도 한몫하고 있다. 신발 수집이 취미인 황정민씨(31·서울 은평구)는 “한정판 신발을 구해 중고거래로 비싸게 팔거나 반대로 희귀한 신발도 중고거래를 통해 구한다”고 설명했다.
③ 동네 기반 직거래 앱 : 애플리케이션 ‘당근마켓’에 올라온 중고 물품들. 오른쪽 사진은 직장인 박태현씨가 ‘당근마켓’에서 직거래로 구매한 운동기구를 직접 짊어지고 가고 있다.
소통의 장으로 진화하는 중고장터
이제 중고거래 장터는 소통의 장으로 변하고 있다. 올해 유행어 중 하나는 “당근이세요?”다. 이는 당근마켓을 통해 직거래할 때 상대가 구매자·판매자인지를 묻는 말이다. 2015년 출시된 당근마켓은 뒤늦게 입소문이 나면서 중고거래 돌풍을 일으키며 현재 1000만회 이상 내려받은 ‘국민 애플리케이션(앱)’이 됐다.
당근마켓의 특징은 자신이 거주하는 지역에서만 중고거래를 할 수 있다는 것이다. 또 물품뿐 아니라 바퀴벌레 대신 잡기, 자기소개서 첨삭하기, 컴퓨터 조립하기 등 서비스도 거래하고, 무료로 물건을 나누거나 재능을 기부할 수도 있다.
당근마켓에서 운동기구를 산 박태현씨(28·대구 북구)는 “판매자가 동네 주민이라 5000원 에누리도 받았다”며 “직접 만나 눈으로 운동기구를 확인한 뒤 3㎞ 거리를 짊어지고 왔다”고 설명했다.
또 당근마켓을 비롯한 중고거래 플랫폼들은 지역에 기반한 다양한 서비스를 내놓으며 새로운 문화를 만들고 있다. 직거래 후 자유로운 게시글을 쓸 수 있는 당근마켓 ‘동네생활’을 통해 네트워크를 형성하는 사람들이 생겨난 것이다. 서울 마포구에 사는 직장인 김모씨(29)는 당근마켓으로 연애까지 하게 됐다. 김씨는 “동네생활에서 고양이 사진을 자랑하다가 댓글로 친해져 만나게 됐다”고 밝혔다.
윤영미 녹색소비자연대전국협의회 공동대표는 “최근 중고거래가 코로나19 사태와 환경에 대한 관심 증가 등에 힘입어 새로운 물물교환의 장으로 거듭나고 있다”며 “중고거래를 잘 활용하면 현명한 소비가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첫댓글 중고나라 가끔들어가 보는대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