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프락치 사건'과 법제사법위원회
대한민국 건국 다음 해 국회에서 발각된 북한 간첩 때문에 온 나라가 발칵 뒤집혔습니다. 정보당국이 제헌 국회의원 200명 중 당시 한국민주당, 조선민족청년단, 대동청년당, 무소속 의원 등 13명을 북한 간첩으로 검거했습니다. 흔히 말하는 '국회 프락치 사건'입니다.
당시 국회 부의장도 포함돼 있었습니다. 현재 국내 의전 서열에 비추어 본다면 제9위에 해당하는 국회 부의장이 북한을 위한 간첩이었습니다. 그가 직위를 이용해 국가 기밀을 손쉽게 획득하고, 국회의 입법 행위에 어떤 영향을 미쳤을지는 추측만으로도 오싹합니다. 재판에서 모두 실형을 선고받았습니다. 바로 6.25가 발발했고, 일부는 월북했다 하고, 나머지는 어찌 되었는지 언론도 추적하지 못했습니다.
더불어민주당의 한 뿌리가 닿아 있는 평민당 소속 전 국회의원 서경원 씨가 1989년 밀입북, 김일성 등과 만나고 공작금도 받아 오는 등 국가보안법을 위반해 또 한 차례 국회에 소용돌이가 몰아쳤었습니다.
국가가 해야 할 가장 중요한 일은 나라를 공고하게 지키는 것입니다. 국방이 국민의 4대 의무 중 가장 먼저 거론되는 이유입니다. 그러려면 국가 정보 등이 외국이나 외국 기관, 단체, 개인 등에게 흘러가지 않게 단속해야 합니다. 우리 국회는 그러나 외국 간첩을 처벌하려는 공안당국의 손을 붙잡고 있습니다. 현행법상 간첩죄는 적에게만 해당돼 외국인의 간첩 행위가 설사 발각되어도 간첩죄보다 가벼운 처벌을 받았습니다.
그 결과 중국이 우리나라 1급 비밀을 빼나갔는데도 전달한 사람이나 수집해 간 사람을 간첩으로 처벌하지 못했습니다. 중국산의 휴전선 감시 장비는 어딘가로 발신되게 설치되었으며, 중국의 정보기관으로 누구나 의심할 수 있는 중국음식집이나 학원 등도 간첩혐의로 수사할 수 없습니다.
중국 공산당원은 한국에 와 떳떳하게 공산당원이라고 신분을 드러낸 채 활보합니다. 공산당원이라고 다 정보를 탈취하거나 수집·보고한다고는 말할 수 없습니다. 다만 공산당원은 의무로 당에 정기적으로 보고서를 보내는 것으로 널리 알려져 있습니다. 일본 자위대도 우리나라에서 정보기관을 운영했습니다. 러시아 미국 등도 예외는 아닙니다. 북한도 참 편해졌습니다. 중국을 비롯한 제3국 국적의 누구를 한국에 보내 간첩 활동을 시키다 체포되어도 우리는 그를 간첩으로 처벌할 수 없습니다.
지난달 국회 의원회관에서 '외국 간첩 전성시대 이대로 괜찮은가?'라는 세미나가 열렸습니다. 세미나 공동 주최자는 야당 몫 국회 부의장, 원내대표,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위원장입니다.
이들은 3년 전부터 외국 간첩을 근절해야 한다는 취지에서 외국 간첩 처벌과 관련한 법안을 제출했습니다. 발제와 토론에 나선 헌법학회장, 유명한 법무 법인 대표 변호사를 포함한 변호사들, 교수, 법무부 관계자, 반도체산업협회 임원 등은 한결같이 법안의 필요성을 말했습니다.
임기 말의 21대 국회에서도 외국 간첩 처벌 법안 등이 자동 폐기될 운명에 처했습니다. 이대로 진행된다면 국회가 아무리 심한 욕을 듣고, 비난을 받아도 할 말이 없을 것입니다. 특히 법사위 1소위 의원들은 ‘법안을 법사위 전체 회의를 거쳐 국회 본회의에 상정하는 절차’를 틀어쥐고, 막고 있습니다.
다른 법들과 상충될 수 있거나, 다른 법으로 처벌할 수 있다며, 심지어는 검찰의 힘이 더 세진다는 구차한 핑계도 댄답니다. 외환이나 간첩의 경우에는 어느 법보다 간첩 처벌법을 먼저 적용하는 것이 세계적인 추세입니다. 전 주한 중국 대사 이빈과 미 국방부에 근무하던 동포 로버트 김 등의 경우가 좋은 사례입니다.
우연의 일치라고 말하기에는 묘한 일이 벌어졌습니다. 외국 간첩 처벌 관련 법안을 제출한 여야 의원 4명 모두가 제22대 국회의원 공천 심사에서 세 명은 탈락, 한 명은 당선이 거의 불가능한 소위 험지로 보내졌습니다.
호주 찰스스터트 대학 클라이브 해밀턴 교수는 그의 저서 ‘중국의 조용한 침공’ 한국어판 서문에서 “베이징은 한국과 미국의 관계를 갈라놓기 위해 다양한 수단을 동원하고 있다.”고 말합니다. 그는 우리 국민을 향해 “이미 한국의 재계에는 베이징의 만족을 유일한 목표로 삼고 활동하는 강력한 이익집단들이 자리 잡고 있다.
베이징은 또 한국의 학계와 정계, 문화계, 언론계 지도층 전반에 걸쳐 베이징 옹호자와 유화론자들을 확보했다. 중공은 영향력 행사자는 물론 첩보 공작원들도 동원한다.”고 강한 경고 메시지를 보냈습니다.
늦지 않았습니다. 법제사법위원회의 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더불어민주당은 21대 국회에서 이 법안을 반드시 처리해야만 면목이 설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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