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3세 난 맨날 청춘

[반석 이영석]

93세 송해 “난 맨날 청춘,

드라마도 해보고 싶어”

              

'송해길' 흉상 곁에서 웃고 있는 송해.

아픔이란 당해보지 않은 분은 모르죠. 눈물도 마를 때가 됐고

한숨도 굳을 때가 됐는데 하염없는 게 눈물인가 봐요.”  
  

"정주영 회장이 내게 그랬지
사람 많이 아는 내가 제일 부자라고

그것보다 더 소중한 게 가족이야
먼저 떠난 아들 자작곡 듣고 울었지"

다큐 '송해 1927' 부산영화제 초청
소탈한 웃음 뒤 질곡의 개인사 담겨

1927년생 최고령 전국노래자랑을 33년째 MC 송해.

34년 전 떠나보낸 아들을 눈물로 회고했다.

그는 자신의 삶을 담은 첫 다큐멘터리 ‘송해 1927을 찍으며

아들의 자작곡을 처음 들었다. 

다큐 제안을 받았을 땐 가족 얘기라고 아픈 것밖에 없고,

주저 내 속에 담았던 걸 얘기할 때도 있어야 할 게 아니냐”

생각에 마음을 돌려 만든 이 다큐는 부산국제영화제

경쟁부문에도 초청돼 26일 상영된다.  
     

1986년 오토바이를 타다 사고를 당한 고 송창진 씨는

가수의 길을 반대하던 아버지 몰래 자작곡 4집 남겼다.

라디오 방송 ‘가로수를 누비며 큰 인기를 누리던 송해는

아들의 죽음 충격에 진행 자리에서 하차.

내가 왜 이해를 못 했는가” 한탄했다. 음악 욕심에 고향

예술학교 성악과 나온 그가 아들 마음을 왜 몰라줬을까.

나도 딴따라 한다고 아버지한테 쫓겨나도 봤고 내가 너무

어렵게 넘어온 길이라 더 말렸다 눈시울을 적셨다.

“전국~ 노래자랑!” 일요일 안방극장 활력소가 됐던

목소리가 떨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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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황해도 재령에서 삼남매 중 둘째로 태어난 그는 1ㆍ4후퇴

피란 통에 홀로 월남, 부모님·형·여동생과 생이별했다.

송해’란 이름을 얻은 것도 피란길에서다.  
피란길은 미어지지, ‘쌕쌕이가 막 갈겨서 옆에서

사람들은 넘어지지. 얼마나 끔찍합니까. 연평도에서 3000명이

화물선을 탔는데, 그런 생각이 언뜻 들었어요.

부산항에 내리자마자 이름이 뭐야, 하기에 ‘바다 해를 붙여

송해’. 지금까지 내 이름이 됐어요.”  
 

휴전 이후 유랑 악극단을 시작 라디오ㆍTV 무대를 넘나들며

만능 엔터테이너로 활약했다. 

자신을 38 따라지, 딴따라, 세상에서 제일 센 애주가”

익살꾼  웃음 뒤엔 가슴 아픈 개인사도 쌓였다.

아들을 잃곤 청소하다 걔 양말 짝 하나 나오면 또 붙들고

한나절 울곤 했다

아내는 2018년 독감으로 부부가 나란히 입원했다가

홀로 세상을 떠났다.  

     

부부란 같이 맺어도 떠나는 건 같이 못 떠나는 것.

알면서 야속한 거지. 햐, 이런 아픔이 있나.

부모님도 원망해봤어. 하소연도 해보고. 그러고 혼자 껄껄 웃고

또 내가 갈 길이 있다,

애들이 있다, 손주놈이 있다. 이러곤 정신 차리고 그럽니다.” 

2018년 독감으로 입원 홀로 세상을 떠난 아내

갈 때도 의논이 좀 됐으면 했지"

   
두 딸과 5~20분 거리에 산다. 그런 숨결이 아니면

숨이 막힐 것 같다”가족의 의미를 강조했다. 

“이 세상 제일 부자가 사람 많이 아는 송해라고 돌아가신

정주영씨가 말했지만, 그것보다 더 소중한 게 가족”이라며

그래서 ‘전국노래자랑’ 에서도 ‘전국노래자랑 가족 여러분

안녕하셨습니까’ 라고 인사한다.  
     

 
88년 성주 편부터 전국노래자랑을 두고 내 평생의 소중한

교과서”라고 했다.

아무리 나이 먹어도 세 살짜리한테도 배울 게 있다는 걸

실제로 느낀다”면서 “참 많이 배웠다”고 말했다.

올 초 감기로 입원 ‘전국노래자랑’ 녹화를 건너뛰었을 땐

그의 이름이 인터넷 검색어를 점령하기도 했다.

그는  “건강이란 것도 내가 하는 일이 즐거워야 한다”며

건강 비법을 전했다.
 

 종로 '송해길' 흉상과 함께 활짝 웃은 송해.

       

그는 이루고픈 꿈으로 두 가지를 꼽았다.

첫째는 고향 황해도에서 ‘전국노래자랑’을 찍는 것. 

2003년 평양 모란봉 야외무대에서 북한 진행자 전성희와

공동 사회를 본 평양노래자랑’ 이야기를 꺼내며

개성·원산 등을 다 돌자고 약속하고 왔는데 무산됐다. 

올해 계획이 있다가 하노이 회담 가면서 깨졌다”.

  

내 고향 재령이 곡창. 구월산 앞에 큼직하게 차려놓고

고향 계신 여러분 송해가 왔습니다’ 하는 게 소원.

1000만 이산가족 중 3만 명도 안 남았다. 나머지라도

가족하고 솥에 밥 해 먹는 날이 오면 좋겠어요.”

 
그의 또 하나의 꿈은 드라마 배우다. “드라마 보면서

내가 하면 이렇게 한번 해볼 텐데, 해요.

늦긴 했지만. 나이라는 게 숫자에 불과한 거 아니오?

나이야 가라, 하면 간 거야.

나는 맨날 청춘이요. 그런 마음을 갖는 게 아주 편안해요.

마음이 편안하면 잘 안 늙어.”
 
그는 코로나에 대해 “참 답답하고 어려운데 지나가고 나면

큰 게 올 때 이길 수 있다. 그런 자신감을 가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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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큐 '송해 1927'는 내년초 개봉할 계획

 중앙일보

[금종 김종규]

몸도 마음도 건강한 사람. 참 존경스럽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