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릉 유흥가 여성고객 속 고즈넉한 어울림

[제일송팀장.]

  선릉 유흥가 여성고객 속 고즈넉한 어울림

단일 입찰 건으로는 단군 이래 최대 규모라는 삼성동 한국전력 본사 부지가 지난10월 18일 10조5500억원을 써낸 현대자동차그룹에 낙찰됐다. 축구장 약 12배 크기의 이 부지는 입지 등 여러 면에서 강남에 남아있는 마지막 금싸라기 땅으로 평가받고 있다. 현대차는 이곳에 추가로 4조~5조원 투입해 통합 신사옥, 자동차 테마파크, 호텔, 컨벤션센터 등을 아우르는 글로벌 비즈니스센터를 준공한다는 계획이다. 여기에 더해 서울시가 지난 4월 코엑스~한전~한국감정원~서울의료원~잠실종합운동장 일대 약 72만㎡를 대규모 ‘국제교류복합지구’로 조성한다는 계획을 발표한 바 있어 삼성역 일대 상권은 그 어느 때보다 긍정적 변화에 대한 기대감이 높다. 삼릉공원(선·정릉) 바로 우측의 ‘봉은사로68길’을 일컫는 ‘삼성동 등기소길’도 향후 발전 가능성 면에서 주목받는 곳이다. 삼성동 등기소길이란 명칭은 강남등기소가 2011년 서초등기소로 통합되기 전까지 이 길에 위치해있었던 데서 유래됐다. 이곳은 대규모 녹지와 문화유산이 인접해있어 대로변인 테헤란로 오피스상권과는 달리 조용하고 쾌적한 분위기를 유지해왔다. 그러나 최근 번잡함을 싫어하는 직장인들을 타깃으로 삼은 각종 점포들이 들어서면서 신흥 골목상권으로 주목받고 있다. 스카이데일리가 서서히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는 ‘삼성동 등기소길’을 다녀왔다.

 ▲ 삼릉공원 옆에 위치한 삼성동 ‘등기소길’은 상가·사무실·원룸촌이 혼재돼 있다. 이곳은 한적한 분위기를 겨냥한 가게들이 자리 잡으면서 포스코 사거리와는 다른 골목상권을 조성하고 있다. ⓒ스카이데일리

포스코 사거리를 중심으로 2호선 선릉역과 삼성역 주변은 대형 오피스 단지가 위치해 있고 대로변으로 음식점·카페·화장품 매장 등 여러 브랜드 매장들이 들어서 있다. 선릉역과 삼성역 사이 테헤란로 일대는 아침·저녁으로는 출·퇴근하는 직장인들, 점심에는 삼삼오오 무리지어 식사를 하러 나오는 직장인들로 분위기가 활기차다.

 

반면 대로변 뒤로 원룸촌이 형성된 이면도로에는 한적한 분위기를 겨냥한 가게들이 자리 잡으면서 색다른 골목상권을 조성하고 있다. 특히 삼릉공원 옆에 위치한 삼성동 ‘등기소길’은 최근 들어 신흥 골목상권으로 주목받고 있다.

 

삼릉공원은 능이 3개 있는 선정릉(宣靖陵) 때문에 붙여졌다. 조선왕조 성종과 제2계비 정현왕후가 안장된 선릉(宣陵)과 중종이 묻힌 정릉(靖陵)을 합쳐 시민들은 통상 ‘선릉’이라고 부른다. 사적 제199호인 선릉은 지난 2009년 6월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됐다. 하지만 선능과 정릉은 모두 임진왜란 때 능이 파헤쳐져 시신이 없다. 우리 민족의 쓰라린 아픈 영혼을 담고 있는 곳이다.

   

지하철 2호선 선릉역 10번 출구로 나와 포스코사거리 방향으로 약 300m 직진해 좌측 테헤란로 69길로 걷다보면 삼릉공원이 눈에 들어온다. 

 

‘등기소길’은 삼릉공원과 삼성동 주택가 사이에 위치한 약 550m의 길로 도로 명칭은 ‘봉은사로 68길’이다. 상권은 등기소 길 주변 약 144.8㎡(약 4만3830평) 면적의 주택가 일대까지 퍼져있다.

  

‘등기소길’에는 주로 벤처·중소기업이 입주한 4~5층 크기의 빌딩이 늘어서 있고 건물 1층으로는 일반음식점, 레스토랑, 일본·이탈리아 음식점, 갤러리, 스튜디오 등이 분포해 있다. 옆으로 난 주택가 골목으로 들어가면 네일·뷰티·헤어샵과 개인이 운영하는 카페가 밀집해 있는 것이 특징이다.

 

한전부지 개발 영향에 골목 상권 들썩… 카페·네일샵 입점 증가 추세

 

 ▲ ‘등기소길’에서 문을 여는 카페가 늘어나고 있다. ‘DRACULA’와 ‘카페업’은 개점한지 1년이 안됐다. ‘카페업’ 대표는 “등기소길의 임대료가 주변 메인 거리에 비해 1/3 정도 수준으로 저렴한 편이다”고 말했다. 사진 위는 ‘DRACULA’, 사진 아래는 ‘카페업’ 모습 ⓒ스카이데일리

‘등기소길’이라 불리는 봉은사로 68길 인근의 주택가에는 원룸촌이 형성돼 있고 네일·헤어 등의 뷰티샵과 소규모 카페가 분포해 있다.

 

이자카야 일본 음식점인 ‘YUSURA’의 인근 골목길로 들어가면 커피와 와인을 함께 판매하는 ‘DRACULA’와 개인 카페인 ‘카페업’이 있다. 이 두 가게는 등기소길 골목에 들어선지 1년이 채 안됐다.

 

‘카페업’ 대표는 “이 주변 메인 상권 거리에 비해 임대료가 1/3 정도로 월세가 100만원 안팎이다”며 “평일에는 직장인이 많아 장사가 유지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맞은편으로 프랜차이즈 음식점인 ‘파리스치킨’이 있다. 이곳은 생긴지 1년이 넘었다. ‘파리스 치킨’ 대표는 “등기소길은 평일과 주말의 유동인구 편차가 심해 맛있게 음식을 만들고 홍보해서 단골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골목 안 원룸촌에는 주변 유흥업소의 여성들이 많이 살고 있다. 현재는 이전보다 유흥업소에 다니는 여성 거주자가 줄어들었다고 한다. 부동산 관계자의 말에 따르면 이곳 주변의 규모가 큰 술집·룸싸롱이 문을 닫으면서 여성이 많이 빠져나갔다. 그래도 상당수 유흥업소 여성이 거주하고 있다고 한다.

 

이들을 위해 골목에는 속눈썹·네일·헤어·피부샵들이 밀집해 있다. 골목 안쪽으로 들어가면 4년전 생긴 ‘브래뉴’ 상가가 위치해 있다. 1층으로 카페·네일샵·쥬얼리 매장·옷가게가 들어서 있다. 네일샵으로는 ‘NAIL 1MM’이 있다.

 

인근 부동산 관계자는 “삼성동 등기소길 골목 상권은 아직 확장해 나가는 단계로 업종이 변화하고 있다”며 “카페·네일샵이 증가하며 자리잡아 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등기소가 이전하면서 길가가 침체되는 분위기였으나 골목에 브래뉴 상가가 들어서면서 상권의 움직임이 나타났다”고 덧붙였다.

 

H 부동산 관계자에 따르면 ‘등기소길’ 길가에 최근에 문을 연 한 7~8평 크기의 네일샵은 권리금 4500만원, 보증금 2000만원, 월세 100만원이다.

  

 ▲ 원룸촌이 밀집해 있는 ‘등기소길’ 골목에는 네일·헤어·뷰티샵들이 모여 있었다. 최근 브래뉴 상가에 입점한 ‘NAIL 1MM’는 꾸준히 손님이 찾아오고 있었다. 사진 위는 골목가 네일샵 매장, 사진 아래는 4년 전 새로 생긴 브래뉴 상가 모습 ⓒ스카이데일리

이 골목을 중심으로 등기소길에는 4~5개 정도의 개인 커피숍이 있다. 테헤란로 대로변에 있는 브랜드 커피숍까지 합하면 총 10개가 넘어 이곳의 카페는 많은 편이다.

 

H 부동산 관계자에 따르면 브래뉴 상가를 중심으로 이 골목길에 있는 점포 시세는 상가 1층 5~10평 기준으로 보증금 1000만~2000만원에 월세는 100만원 안팎이다. 권리금은 1500만~2000만원이다.

 

T 부동산 관계자는 “8~10평 기준으로 보증금 1000만~2000만원, 월세 100만~130만원, 권리금 1000만~1500만원 선이다”며 “급하게 나오면 권리금 500만원 하는 곳도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카페가 포화상태이긴 하지만 아직도 삼릉공원 보이는 쪽으로 카페를 차리고자 하는 업주들이 많다”고 전했다.

 

P 부동산 관계자는 “아직은 한전부지 영향에 대한 상권 발달에 대해 판단하기 이른 시기다”며 “하지만 5~10년 정도 한전부지 공사가 이뤄지면 직장인 유입인구가 더 많아져 상권 전망은 좋다”고 언급했다. 또 그는 “원룸촌의 가격은 이전보다 하락했으나 앞으로 가격이 올라갈 것이다”고 내다봤다.

 

‘등기소길’에 있는 원룸의 시세는 최근 나온 매물 기준, 보증금 500만원·월세 40만원 또는 보증금 1000만원에 월세 50만~70만원이었다.

 

등기소길 최근 업종 바뀐 점포 있어… 일부 상인들 “아직은 두고봐야”

 

봉은사로 68길에 이르기 전 삼성로 95길에는 추어탕, 순대국 집 등 일반음식점들이 분포해 있고, 이 길에서 왼쪽으로 들어가면 ‘하모니 마트’를 시작으로 ‘등기소길’ 전경이 눈에 들어온다.

 

4~5층의 빌딩이 늘어서 있는 ‘등기소길’에는 주로 중소 및 벤처기업이 들어서 있고 건물 1층으로는 대부분 일반 음식점, 레스토랑, 호프, 카페 등이 위치해 있다. 건물 일부는 임대를 받거나 인테리어 공사가 진행 중이고 빌딩 사이로 갤러리 및 스튜디오 등의 세련된 건물이 눈에 띄었다.

 

길 입구 쪽에는 최근 새로 생긴 ‘아베크 부티’ 네일샵과 ‘커피볶는집’이 있고, 옛 등기소 건물을 지나면 일본식 음식점인 ‘YUSURA’, 크고 세련된 건물의 ‘That's Coffe’, 점심에도 운영을 하고 있는 ‘통치킨’이 위치해 있다. ‘커피볶는집’이나 ‘That's Coffe’는 점심을 먹은 뒤 휴식을 즐기러 온 직장인들이 있었다.

 

더 들어가면 파스타·피자·와인·커피 등을 판매하는 ‘PUISTO’가 있고, 이탈리아 및 스페인 요리를 선보이는 ‘모로&부엔까미노’가 있다. 1층은 ‘모로’로 정통 이탈리아 요리를 내놓고, 2층은 한국의 제철 재료로 만든 타파스, 파에야 등 스페인 요리를 선보이고 있다.

 

거리 끝 부근에 도달하면 유럽정통 에스프레소 커피전문점인 ‘NESCAFE’가 보이고 그 옆으로 철판요리 레스토랑인 ‘트램타고’가 위치해 있다. 맞은편으로는 현대유럽식 레스토랑인 ‘다이닝 텐트’가 있다.

 

H 부동산 관계자에 따르면 ‘등기소길’ 에 최근에 문을 연 7~8평 크기의 네일샵은 권리금 4500만원, 보증금 2000만원, 월세 100만원이다. 

 

 ▲ ‘다이닝텐트 레스토랑’ 대표는 “레스토랑을 찾는 주요 고객층은 한적한 분위기를 좋아하는 30~40대 손님들이다”고 말했다. ‘통치킨’ 대표는 “평일 고객의 70~80%가 직장인이고, 주말에는 손님이 없다”고 말했다. 사진 위는 ‘다이닝텐트 레스토랑’, 사진 아래는 ‘통치킨’ 모습 ⓒ스카이데일리

길가에서 매장을 운영 하는 일부 상인들은 ‘뜨고 있다’는 상권 전망에 대해 의문을 갖기도 했다. 상인들 사이에서는 한적한 분위기에 직장인 유동인구가 많아 평일에만 장사가 되는 편이고 주말에는 잘 되지 않아 이 곳 상권은 더 두고봐야한다는 의견이 있었다.

 

예전 등기소가 있던 건물을 지나 길가 끝부분에 위치한 ‘다이닝 텐트’ 레스토랑 대표는 “아직은 등기소길의 상권 형태가 뚜렷하지 않고 음식점들 사이에서는 특정한 변화가 없다”며 “한적한 분위기를 좋아하는 30~40대 손님들이 우리 레스토랑을 많이 찾는다”고 말했다.

 

등기소길 중간쯤에 위치한 ‘통치킨’ 대표는 “평일 고객의 70~80%가 직장인이고, 주말에는 손님이 없다”고 말했다.

 

한 가게 주인은 “상권에 대한 전망은 아직 더 두고 봐야 한다”며 “이곳은 최근 카페가 늘어나면서 포화상태이고, 일부 회사는 내부에서 싼 가격으로 판매하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이곳에서 10년간 살아온 주민은 “등기소길에 있는 가게들은 업종이 자주 바뀌고 있다”며 “통치킨도 이전에는 샌드위치 가게였는데 장사가 되지 않아 접은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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