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르웨이 수도 오슬로 여행기
트롤 요정의 길을 따라 게이랑하르 피요르드를 건너 릴레함메르로
오는 길에는 위대한 트롤의 벽도 있고 잘 생긴 전나무 숲도 있었다.
트롤의 벽은 어느것 하나 버릴 것없이 웅장했고 전나무 숲 길은 금방
화폭에서 튀어 나온 것 처럼 환상적이었다. 이번 여행길은 모든 것이
다 좋았다.비가 오면 촉촉한 풍경이 무드가 있어 좋고 해가 반짝 나면
그 환한 빛에 생기를 발하는 풍광이 좋았다.길을 잘 못 들면 보너스로
경치를 보게되 좋고 배를 놓치면 여분의 자유시간을 갖게 되 좋았다.
한국에서 출발해 러시아와 핀란드와 스웨덴과 노르웨이까지 숨가쁘게
달려 온 긴 여정 마지막 밤은 동계올림픽 개최지였던 릴레함메르에서
맞게 되었다.이제 하룻밤만 자고나면 우리는 떠나왔던 곳을 향해 다시
발길을 돌릴 것이다.릴레함메르에 도착한 것은 밤 10시가 넘어서였다.
여행지의 마지막 밤을 와인을 곁들인 랍스터를 먹으며 마무리 하였다.
이제 남은 여정은 내일 아침 오슬로로 이동해 바이킹 박물관과 비겔란
조각공원을 구경하는 것이다.우리는 되도록 예정된 일정을 서둘러서
소화하고 국립 미술관에 소장되있는 뭉크 작품들을보고 떠나기로했다.
잘 생긴 전나무 사이로 난 길
노르웨이의 수도 해안 도시 오슬로
비겔란 조각공원
우리는 쉽게 잠들지 못했다. 그건 단지 밤 12시가 넘도록 여전히 하늘을
벌겋게 물들이고 있는 노을 탓 만은 아니었다. 숨 가쁘게 달려왔던 모든
여정이 끝나고 있다는 사실이 아쉽기도 하면서 두고 온 사람들에게로
돌아간다는 사실이 설레기도 해서 빛이 새 들어오지 못하게 커튼을 단
단히 쳐놓고도 밤새 뒤척였다.아침이 되자 여행 가방을 다시 한번 단단
히 잘 챙겨쌌다.오늘 오슬로 공항에서 비행기를 타고 런던을 경유하여
서울로 돌아간다. 그래서 비행기에 부칠 가방을 미리 단도리 해 버스에
올랐다.버스는 평소보다 조금 빨리 오슬로를 향해 출발했다. 오슬로는
<주의 광장>,<주의 세계>라는 뜻을 가진 말이다.현재 노르웨이 인구는
약 480 만 ~ 490 만 명 정도인데 그 중에 약 50만 명이 오슬로에 산다.
붉은 벽돌로 지은 시청사 건물에서 노벨 평화상 시상식을 한다. 다른
모든 상은 스웨덴에서 시상을하고 오직 평화상만 노르웨이에서 주관
하는데 오슬로의 왕궁 앞거리에 있는 그랜드 호텔에는 노벨 평화상을
받는 사람이 묵는 노벨 스위트가있다.호텔은 외양으로 보아서는 화려
하지도 웅장하지도 않은 수수하고 낡은 건물이었다. 노르웨이가 낳은
세계적인 인물을 꼽으라면 작곡가 그리그와 화가 뭉크,극작가 입센과
조각가 비겔란, 그리고 탐험가 아문젠이 있다.이번 방문 길에 우리는
이미 베르겐에서 그리그를 만났고 이곳 오슬로에서 비겔란과 뭉크를
만날 것이다.만나러 가기 전에 우선 바이킹 박물관을 들렀다.오슬로의
바이킹 박물관은 왕족들이 사는 동네에 있었다. 겉보기에는 그리 호화
롭지않은 동네인데 박물관 바로 앞에있는 집들은 평당 2억원이 넘는다.
우리나라에서 최고로 비싸다는 강남 집값은 감히 명함도 못 내밀 가격
이다.노르웨이의 물가는 살인적으로 비쌌다. 우리도 이번 여행 경비의
절반 이상을 3박 4일간 머무른 노르웨이에서썼다.보통 500원짜리 생수
한 병이 여기서는 5000원이었다.숙박비는 물론이고 음식 가격도 아주
비쌌다. 집값도 비싼 것은 당연하지만 박물관 주변은 해도 너무했다.
박물관은 크지도 화려하지도 않은 수수하고 단단히 지은 건물이었다.
땅에 묻혀있는 어느 왕과 왕비가 탓던 배 발굴 당시 모습
오슬로 바이킹 박물관에 발굴해 원형을 복원시켜 전시한 배
옛날 옛적에 살았던 바이킹들은 사후 세계가 있다고 굳게 믿었다.
그들은 바이킹이 죽으면 생전에 타던 배를 시신과 함께 땅에다 묻어
주었다.신분이 높은 사람들은 배 뿐만이 아니라 그들이 가지고 있던
보물이며 집기,심지어 부리던 종까지 그 배에 가득 담아 갖고 무덤 속
으로 들어갔다.바이킹은 죽은 후의 세상에서도 배를 타고 다녀야 한다
고 믿었던 것이다.죽음이후에 대한 의문은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모든
인간들이 공통으로 지닌 화두인 모양이다.박물관 안에 전시된 것이라
고는 달랑 배 두 척과 약간의 소품들 뿐이었다.이 배는 1000여년 전에
살았던 어느 왕과 왕비의 배였다.바이킹의 장례 풍습을 근거로 고고학
자들이 땅에 묻혀 있던 배를 발굴하였고 묻을 당시의 원형을 복원시켜
박물관에 전시를 하였다.박물관에서 나와 오슬로 시내에 있는 한국 식
당으로 점심을 먹으러 갔다.원래 오슬로에는 한국 식당이 하나밖에 없
었는데 그곳 주방에서 일을 하던 대만 사람이 따로 식당을차려 가지고
나온 바람에 지금은 두 군데란다. 마침 원조 한국 식당은 지금 휴가를
떠나느라 문을 닫았단다.우리는 대만 사람 Mr. Tang 의 식당으로 갔다.
여기 주방장은 이라크 사람이라는데 웬만한 한국 사람보다 한국 음식을
더 잘했다.김치 찌개, 제육 볶음,무 생채, 오이 무침, 숙주 나물 등 입맛
이 확 돌아오게 칼칼한 토속적인 한국 음식에다가 싱싱한 연어회가 같
이 나왔다. 특히 손수 반찬을 들고 다니면서 일일이 챙겨 주는 주인의
서비스 매너가 아주 정중하고 친절해서 좋았다.비겔란 조각공원은 해
마다 200만명이상 국내외 관광객이 찾아오는 오슬로 관광명소다.연중
매일 24시간 동안 방문객에게 무료로 개방을 하는데 조각을 구경하러
오는 관광객은 물론 운동과 휴식을취하러 오는 시민들도많다. 이 공원
안에 구스타프 비겔란의 조각 작품 212점이 전시되어 있는데 비겔란은
조각품의 배치는 물론 가로수와 화단의 위치까지 모두 기획을 하였다.
이 조각공원의 가장 두드러진 특징은 한 사람의 조각가가 한 가지 주제
에 집중을 하고 있다는 것이었다.구스타프 비겔란은<인간의 삶>에대해
골똘히 연구한 작가로 공원 가득 전시되 있는 모든 작품 속에는 인생의
사이클이 담겨 있었다. 하나의 작은 씨앗이 잉태 되어 사람으로 태어나
자라고, 때가되면 적당한 짝을찾아 자식 낳아기르고,행복하고 불행하고
오슬로 야경
조각 공원 중앙에있는 분수대
모노리스 석탑 한개의 돌에다 121명을 새겼다
사랑을 나누는 아이의 부모
화가 난 아이
분수대 테두리의 조각들..나무와 인간
고백
기쁘고 슬픈 순간들을 겪으며 늙어가고,그러다 결국엔 유골이 되어 땅에
묻히는 인생.하지만 그게 끝은 아니라고 그는 믿고있었다.그 유골에서 다시
생명이 움트고 싹이 돋아나 새로운 태어남의 사이클이 시작된다고 믿었다.
그래서 그의 작품은 대개 처음과 끝이 맞닿게 배열되어 있었다.그의 모든
작품에는 삶의 이야기가 담겨 있는데 기독교적인 사상과 불교의 윤회사상이
합쳐진 듯한 내용이었다.나는 그의 작품 <삶의 수레바퀴> 앞에 한참 서 있
었다.그 작품은 이 공원에 있는 모든 작품의 주제를 함축하고 있는 듯했다..
이 작품은 굳이 설명을 듣지 않아도 무슨 의미를 지닌 것인지 알 것 같았다.
내 영혼이 본능적으로 작가의 의도 를 파악했다고나 할까..이것은 네 명의
어른과 세 명의 어린이가 한데 뒤엉켜 있는 모습의 직경 3미터 짜리 원형
조각품이었다.이 바퀴와 원의 형상은 인간이 함께 살아가는 공존의 의미와
삶의 영원성,요람에서 무덤까지 연결되는 인간의 삶과 계속 돌고 돌아 이
어지는 윤회사상까지 내포하는 듯했다.이런 삶의 수레바퀴는 중앙에 위치
한 청동 분수대에도 있었다.이 분수대는 공원에서 제일 오래된 작품이며
비겔란이 가장 심혈을 기울인 역작이라고했다.분수대 중앙엔 6명의 건장
한 남자가 거대한 물쟁반을 받치고 있는데 모두들 하나같이 온 힘을 다하
고 있는 표정이었다.그는 분수대 테두리위에다 20여개의 사람과 나무가
어우러진 조각상도 세워 놓았는데 이 또한 인간의 탄생에서 죽음까지의
삶의 여정을 나타내고 있었다. 테두리 옆면은 칸을 나누어 작은 액자를
만들고 조상들의 유골을 줍는 어린아이부터 청장년기를 거쳐 노년을 지
나 죽음에 이르러 유골로 돌아가는 과정을 새겨 넣었다.그림을 따라 한
바퀴를 빙돌면 인생이 끝나는데 끝나는 지점은 출발점으로 이어진다.
완벽한 순환이었다.조각 공원에서의 첫 작품인 이 분수대를 만들면서 그
는 공원에 전시할 모든 작품의 주제를 <인생의 행로>로 설정한 듯했다.
그의 작품 속에 나오는 삶의 수레바퀴들 덕분에 나도 사색에 잠겼다.산다
는 것이 무엇이며 죽는다는 것은 또 무엇일까. 우리의 삶은 결국 죽음을
향해 가는 여정에 불과한 것이 아닌가?그렇다면 희노애락의 소용돌이는
왜 항상 따라오는 것인가?잘 모르겠다. 내 생각의 수레바퀴도 계속 돌고
돌 뿐 답을 찾을 수가 없었다. (후배님 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