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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금병매(53회) 보물상자 4
벌건 알몸을 내려다보며 서문경은 히죽히죽 혼자서 웃는다.
자기가 생각해도 기발한 행동이라는 생각이 드는 것이다.
어쩌면 유혹의 방법으로는 그만이 아닐까 싶다.
한마디의 말도 필요없을 것 같다.
그저 벌건 몸뚱어리만으로 족한 것이다.
지금까지 수없이 많은 여자를 유혹해 봤지만,
이런 방법을 쓰기는 처음이다.
생각할수록 짓궂고 희한하면서 재미도 있다.
이병아가 과연 어떤 반응을 보일지도 흥미롭다.
십중팔구 틀림없이 그녀도 절로 흥분이 되어 기분 좋게 무너지리라 싶다.
서문경은 가만히 침실 문을 연다. 그리고, “어험!”
헛기침을 한 번 하며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벌건 알몸으로 성큼 걸어나간다.
부지런히 뜨개바늘을 놀리고 있던 이병아가
무심히 고개를 든다.
“어머나!”
깜짝 놀라 입이 딱 벌어지고 만다.
뚜벅뚜벅 몇 걸음 그녀 쪽으로 걸어가서 서문경은 우뚝 멈춰선다. 그저 말없이 번들거리는 시선으로 그녀를 바라보고만 있다.
마치 낮에 나온 도깨비 같다.
“이게 무슨 일이에요? 당신 돌았나요?”
“응, 나 좀 돌았다구”
말은 한마디도 안하려다가 금새 입이 열려버렸다.
이병아는 온통 얼굴이 발그레 홍당무가 되어 어찌할 바를 모른다.
서문경은 다시 뚜벅뚜벅 몇 걸음 그녀 앞으로 다가선다.
아랫도리의 욕망은 어느덧 벌겋게 열이 올라 빳빳하게 고개를 쳐들었다.
“어머 어머, 아이고 난 몰라-”
그만 이병아는 살짝 야릇하게 이맛살을 찡그리며 뜨개질하던 것을 그 자리에 떨어뜨리고는 의자에서 벌떡 일어난다.
서문경은 번들거리는 두 눈에 짓궂은 웃음을 닝글닝글하게 떠올리며 열이 오른 빳빳한 욕망을 불쑥 앞세우고 그녀에게로 바짝 다가선다.
마치 이 벌겋고 거창한 대장부의 욕망을 좀 보라는 듯이.
“아이고 징그러워-”
이병아는 후다닥 도망을 치듯 방문 쪽으로 내닫는다.
방밖으로 달아나려는 듯하자 서문경이 소리친다.
“만약 달아나면 이대로 뒤쫓아갈테니 알아서 하라구”
“어머, 당신 정말 정신이 어떻게 됐나요? 왜 이러죠?”
“당신이 내 말을 안들으니까 좀 돌았다니까 그러네”
어처구니가 없는 듯 가만히 서문경의 벌건 몸뚱어리를 지켜보고 있던 이병아는 그만 자기도 모르게, “히히히” 웃음이 나와 버린다.
서문경의 빳빳한 욕망이 마치 이리 오라고 손짓을 하듯 끄덕거렸던 것이다.
밖으로 도망치려던 이병아는 도리어 방문 고리를 안으로 걸어 버린다. 훤한 대낮이라 언제 수춘이가 거실로 불쑥 들어올지 모르니 두려운 모양이다.
그리고 어느새 그녀의 눈빛이 야릇하게 달라져 있기도 했다.
그녀는 부끄러운 듯 멋쩍은 듯, 그러면서도 헤죽헤죽 조금 웃음을 띤 그런 눈길로 서문경의 아랫도리를 가만히 지켜보고 있다가 후루룩 야릇한 숨을 몰아쉰다.
그리고 그만 옷을 벗기 시작한다.
웃옷을 홀랑홀랑 모조리 벗어 하얀 두 봉우리를 드러낸 다음 아랫도리도 하나하나 벗어낸다. 그녀는 부끄러운 곳을 가린 마지막 속옷까지 거침없이 벗어 버린다.
마치 살짝 정신이 몽롱해진 여자 같다.
남편에 대한 괴로움도, 아내의 의리도 이미 어디론지 흔적도 없이 사라져 버린 모양이다. 말하자면 서문경이 연출한 나체의 최면술에 깨끗이 걸려버린 셈이다.
그녀가 하얀 알몸이 되자,
서문경은 그 자리에 우뚝 선채 번들거리는 두 눈에 야릇한 웃음을 떠울리며 활짝 두 팔을 벌려 보인다.
어서 이리 와서 안기라는 시늉이다.
하얀 알몸이 휘적휘적 걸음을 옮겨 벌건 몸뚱어리를 향해 다가간다. 하얀 알몸이 다가오자 벌건 몸뚱어리는 두 팔을 내리고 빳빳한 욕망을 쑥 내밀며 중얼거린다.
“피리를 불어주었으면 좋겠어. 당신의 피리 부는 솜씨가 보고 싶단 말이야”
그러자 하얀 알몸은 말없이 벌건 몸뚱어리 앞에 다소곳이 무릎을 꿇고 피리를 두 손으로 받들어 가만가만 불기 시작한다. 영락없이 최면에 걸린 상태다.
“음-”
벌건 몸뚱어리는 가벼운 신음소리와 함께 지그시 눈을 감는다.
피리 부는 솜씨가 차츰 거세어지자, “어어어, 그만-”
벌건 몸뚱어리는 하얀 알몸을 아랫도리에서 떼어낸다.
“침실로 가요”
하얀 알몸이 말한다.
“침실로 가기는... 여기가 더 좋다구”
벌건 몸뚱어리가 하얀 알몸을 그 자리에 눕힌다.
하얀 알몸은 역시 최면상태인 듯 다소곳이 거실 바닥에 드러눕는다.
하얀 알몸 위로 벌건 몸뚱어리가 무너진다.
서서히 물결이 일기 시작한다. 차츰 물결이 거칠어진다.
감미롭게 흘러나오던 비음(鼻音)이 그만 쾌감과 통증을 함께 내뱉는 듯한 그런 야릇하면서도 뻑뻑한 소리로 바뀐다.
서문경이 이병아를 가학적인 방법으로 짓이기기 시작한 것이다. 행위 도중에 문득 화자허 생각이 났고, 이병아가 그의 내의를 뜨개질하던 일이 머리에 떠올랐던 것이다.
마구 이리 잡아 젖히고 저리 뒤집으며 사정없이 짓뭉개고 있는 광경을 창변에 즐비하게 놓인 화분의 국화꽃들이 일제히 숨을 죽이고 지켜보고 있다.
정사가 끝난 뒤에도 이병아는 하얀 알몸 그대로
옆으로 돌아누운 채 잠시 꼼짝을 하지 않았다.
그러다가 그만 주르르 눈물을 흘리며 훌쩍훌쩍 조용히 흐느끼는 것이었다. 이제 최면에서 깨어나 제 정신이 돌아온 사람 같았다.
옷을 주워 입은 서문경은 의자에 가서 비스듬히 기대앉아 있다가 그녀가 흐느끼자 뜻밖이라는 듯이 입을 연다.
“아니, 당신 우는거야?”
이병아는 아무 대답 없이 잠시 훌쩍거린 다음 가만히 일어나 앉아 원망스러운 듯한 눈길로 서문경을 바라보며 말한다.
“당신 정말 너무해요”
“너무하다니, 뭐가?”
서문경은 그 말의 뜻을 모르는 바 아니면서도 짐짓 멀뚱한 표정을 짓는다.
“기어이 나를 이렇게...... 정말 지독한 사람이라구요”
“뭐 이번이 처음인가. 당신이 너무 좋아서 화자허가 돌아올 때까지 참고 기다릴 수가 없어서 그런거지 뭐”
“여자의 마음을 그렇게도 몰라주다니...
난 이제 몹쓸 여자가 돼버렸지 뭐예요”
“몹쓸 여자가 아니라구.
사랑은 모든 것을 불태운다니까 그러네”
“듣기 싫다구요”
그녀는 살짝 곱게 눈을 흘겨주고는 살그머니 몸을 일으켜 옷을 벗어놓은 곳으로 간다. 그리고 흩어진 옷가지 중에서 부끄러운 곳을 가리는 속옷을 찾아 그것부터 얼른 다리에 꿴다.
새삼스럽게 부끄러운 생각이 드는 모양이다.
“인제 낮잠이 잘 올 것 같은데... 한숨 자볼까. 아으윽-”
서문경은 커다랗게 기지개를 켜며 의자에서 일어나 침실 쪽으로 건들건들 걸어간다.
이병아는 옷을 주워입으며 가만히 그의 뒷모습을 바라본다.
‘저 색골 중의 색골... 발가벗고 나타나다니, 정말 도리가 없었지 뭐야. 좌우간 지독하게 멋있는 남자임에는 틀림없다구’
속으로 이렇게 중얼거리면서.
그뒤로 서문경은 마음이 내키면 낮이건 밤이건 무상출입을 하며 이병아와 즐겼다. 마치 옆집에다가 여섯 번째의 마누라를 둔 것과 다를 바가 없었다.
이병아 역시 속으로는 붙들려가 고생하고 있는 남편에게 미안하다는 생각을 문득문득 가지면서도 나쁜 남자를 만나 도리 없이 나쁜 여자가 되었다고 체념을 하며 서문경을 기꺼이 받아들이곤 했다.
결국 두 사람의 관계를 천복이도 알게 되었으나,
서문경은 수춘이에게 했던 대로 그에게도 금품으로 유혹을 하고, 목에다가 칼을 들이대듯이 협박을 곁들여서 나중에 화자허가 돌아온 뒤에도 결코 입을 열수 없도록 조치를 했다.
두어달 가량 지난 어느 눈이 내리는 날 동경에서 양제독의 사자가 서찰을 가지고 서문경을 찾아왔다. 희소식이었다.
서문경은 그 서찰을 가지고 밤에 이병아를 찾아가 거실의 탁자에 그녀와 마주앉자마자 불쑥 입을 열었다.
“기쁜 소식이 왔다구”
‘기쁜 소식’이라는 말에 이병아는 대뜸 무슨 뜻인지 알아차리고 활짝 기쁜 표정을 지으면서 묻는다.
“동경에서 소식이 왔나요?”
“응, 오늘 해질 녘에 양제독의 심부름꾼이 서찰을 가지고 왔지 뭐야”
서문경은 품안에서 서찰을 꺼내어 펼친다.
“아직 끝난 건 아니고... 좌우간 이미 판결이 난 거나 마찬가지라니까. 자, 읽어 보라구”
서문경이 서찰을 이병아에게 내밀자,
그녀는 그것을 받아 잠시 들여다보다가 도로 건네주며 말한다.
“글씨를 너무 흘려 써서 무슨 잔지 잘 못 알아보겠다구요. 당신이 읽어봐 줘요”
“나도 어떤 글자는 잘 분간을 못하겠다니까”
그러면서 서문경은 서찰을 더듬더듬 읽기 시작한다.
어제 개봉부(開封府)의 왕지사(王知事)를 만나 확실한 대답을 듣고서 이 붓을 들었다는 말을 시작으로해서,
형제들의 고소장에는 피고가 화태감의 재산을 마치 횡령을 한 것처럼 되어 있으나, 심문을 해본 결과 그런 것은 아닌듯해서 횡령죄는 적용을 하지 않고
다만 법적으로 양자도 아니면서 유산을 혼자서 독차지한 것은 잘못이니, 원고의 청원을 받아들여 가옥과 전답을 경매에 붙여서 형제간에 공평히 분배를 하는 것으로 재판을 매듭짓기로 했다는 그런 내용이었다.
서문경이 다 읽고서 서찰을 접어 탁자 위에 놓자 이병아는,
“후유-”
크게 한숨을 내쉬었다.
그녀의 표정은 기쁜 듯하면서도 한편 짙은 근심이 와서 덮이는 것 같은 그런 착잡한 것이었다.
횡령죄가 적용되지 않았으니 화자허가 석방되어 나오는 게 확실해서 그 점은 기쁜 일이었으나, 가옥과 전답을 경매에 붙여 형제간에 분배를 하게 되었으니 이제 자기네는 망한것과 다름이 없어 근심이 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녀의 착잡한 표정을 보고서 서문경이 묻는다.
“왜, 화자허가 돌아오게 됐는데, 기분이 안좋소?”
“그게 아니라구요. 그이가 돌아오는데 기분이 안좋을 턱이 있어요. 이제 우리는 망하게 됐으니까 그러는 거죠”
“가옥과 전답을 경매에 붙여서 형제간에 공평하게 분배한다니까, 완전히 망하는 것은 아니지. 화자허 몫으로도 어느정도 돌아올 게 아닌가 말이오”
“돌아오면 얼마나 돌아오겠어요.
고소를 당한 몸인데 다른 형제들보다 많이 차지할 수가 있겠어요. 기껏해야 사분의 일을 건질거 아니예요.
네 형제가 똑같이 분배 받는다 하더라도 말이에요.
그럼 망한 거나 다름없지 뭐예요”
“살다가 액운이 닥쳤다고 생각해야지 도리가 없잖소.
그나마 화자허가 징역살이를 면하고 놓여나오는 것만도 다행이라고 생각하는 수밖에...
만약 징역을 살게 되고 재산까지 모조리 압수당했을 경우를 생각해 보구려. 그렇게 되면 정말 망한거지.
사람은 언제나 불행한 일이 닥치면 그보다 더한 최악의 경우를 생각해보고서 불행중 다행이라고 자위를 하는 것이 현명한 일이라구”
“옳은 말씀이에요. 그러나 어디 사람의 마음이 쉽게 그렇게 되나요”
“자, 그러지 말고, 술이나 가져오오.
둘이서 국화주나 마시고 기분 좋게 침실로 가자구.
내가 오늘밤은 특별히 당신을 잘 사랑해 줄테니까”
서문경의 그런 말도 별로 흥미가 없는 듯 이병아는 무겁게 몸을 일으켜 주방으로 간다.
술이 들어가자 서문경은 얼굴이 한결 훤해지며 기분 좋은 그런 어조로 말한다.
“나는 혹시 일이 잘되지 않으면 어쩌나 하고 속으로 은근히 걱정을 했었다구. 만약 잘 맞아들어가지 않아서 화자허가 징역살이라도 하게 되면 그런 낭패가 어디 있느냐 말이야. 양제독이 고맙지 뭐야.
물론 뇌물을 잔뜩 안기기는 했지만, 그렇다고 일이 다 잘 풀리는 것은 아니거든. 화자허와 당신의 운도 좋았던 거라구”
“당신 운도 좋았다고 봐야죠. 잘 안됐더라면 중간에서 입장만 곤란하잖아요. 동경으로 보낸 돈을 도로 찾아 올 수도 없을 것이고...”
“맞다구. 나도 운이 좋은 셈이지. 허허허...”
서문경은 기분 좋게 껄걸 웃는다. 자기가 할일은 다했고, 또 그 결과가 좋게 되었으니, 별 큰 힘 안들이고 이천냥이라는 엄청난 돈을 깨끗이 꿀컥 삼키게 되었으니 말이다.
서문경이 권하는 잔을 받아 이병아도 두어 잔 마셨다.
그녀의 얼굴에서 근심의 그늘이 사라지고, 발그스름하게 술기운이 피어오르는 것을 보자 서문경은 화제를 재미있는 쪽으로 돌렸다.
“여보, 화자허가 돌아오면 다시 당신은 호두나무에 등불을 내걸어야 하고, 나는 그걸 보고서 담을 넘어야 하는건가?”
“호호호...”
이병아는 그저 나직이 웃기만 한다.
그런 건 지금 당장 아무 걱정거리가 아니라는 그런 반응이다.
그대신 그녀는 불쑥 엉뚱한 말을 꺼낸다.
“여보, 내가 한 가지 당신한테 부탁이 있어요. 들어주시겠어요?”
난데없이 부탁이라니, 또 무슨 일인가 싶어 서문경은
술기운에 혼혼히 젖어가는 눈길로 그녀를 가만히 바라본다.
“무슨 부탁인데? 들어줄만한 일이면 누구라고 안들어 주겠어. 어디 무슨 일인지 말해보오”
“저... 다름이 아니라, 보물상잔데요...”
“뭐, 보물상자?”
서문경은 절로 두 눈에 번쩍 호기심이 어린다.
* 계속 54회~~
첫댓글 에구야,
이 병아가 이담을 생각해서
보물든 상자를 서 문경한태 맡기는 것이 아닌지?
서 문경 팔자가 늘어졌구먼 ㅎ
아주 예전 읽었던 소설이라
전체적인 줄거리는 알지만
세세한 것은 기억이 안 나서...
추천 꾸욱~
다시 옛기억을 되살려 보시옵소서
재미있게 읽고
추천합니다 ㅎ
재미있었다니 감사합니다
본인이 즐겨쓰는방법, 여기서 배웠어요? ㅋㅋㅋ
택도없는 소릴 하시네요 ㅎㅎ
@골드훅 택 있어요.ㅋㅋㅋ
@골드훅 택 있어요.ㅋㅋㅋ
이병아,
끝까지 지조를
지키지도 못하고..
추천 꾸~욱..
그러게 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