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전력이 100% 출자해 만든 한성종합산업(1990년 설립/1996년에 한전산업개발로 회사명칭 변경)은 알짜 중의 알짜 기업이었다. 전기계기 검침, 전기요금 청구서 송달업무, 화력발전소 석탄회 재활용 등 한전으로부터 안정적인 일감을 받아 상당한 이익을 창출하며 전국 13곳의 석탄화력발전소 운영과 원자력 수처리 실비 운전 및 정비업무까지 사업영역을 확대해 왔다.
알짜 공기업인 한전 자회사, 왜 민영화 됐을까
어찌된 일인지 2002년 대선 직전 이 알짜 공기업에 대한 민영화 절차가 진행된다. 당시 한전산업개발에 대한 민영화 결정은 의외였다. 경영상 아무런 문제가 없을 뿐아니라 상당한 수익을 올리는 공기업을 강제로 민영화하겠는 결정에는 대선과 관련된 모종의 정치적 노림수가 있다는 얘기도 많았다.
다수의 기업들이 한전산업개발 인수에 뛰어들었다. 하지만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건 비영리 관변단체인 자유총연맹이었다. 자금력도 없어 인수전에 가장 불리할 것으로 전망되던 자유총연맹이 인수협상에 나설 수 있었던 것은 당시 총재였던 권정달씨의 탁월한(?) 수완 덕분이었다.
육사 15기 출신으로 민정당 초대 사무총장을 지낸 권정달은 5공 실세 중 한 명이었다. 그러나 하나회 멤버가 아니라는 이유로 권력의 핵심에서 밀리자 김영삼 정부의 ‘역사바로세우기’에 협조해 전두환의 쿠데타 과정을 상세히 진술하고 5공과 단절하는 길을 걷는다. 15대 총선에서 무소속으로 당선되며 신한국당에 입당했다. 언론통폐합을 주도한 혐의로 고소고발당했지만 김영삼 정부에 협조한 대가로 5공 인사들 중 유일하게 무혐의 처분을 받기도 했다.
<알짜 공기업을 인수하는 데 '탁월한' 수완을 보였던 권정달 전 자유총연맹총재>
‘봉이 김선달’ 수완과 권력 뒷배의 ‘합작품’
1998년 한나라당 총재 경선에서 이한동을 지지하다가 패배하자 말을 갈아탄다. 김대중의 새정치국민회의에 입당해 새천년민주당 공천으로 16대 총선에 출마했다가 낙선한 뒤 2001년 DJ정부의 배려로 관변단체인 자유총연맹 총재에 취임했다. 한전산업개발에 대한 민영화가 결정될 무렵 그는 자유총연맹 총재이자 민주당 고문이었다.
한전산업개발 지분 51%를 인수하려면 665억원이 필요했다. 돈이 없었던 자유총연맹이 거액의 인수자금을 만들어낸 데에는 권정달씨의 수완과 권력의 뒷배가 손잡은 ‘합작품’이었다.
인수자금 665억원 중 자유총연맹이 마련한 돈은 전체의 1%에 불과한 6억6000만원뿐이었다. 한전산업개발이 처리하는 석탄회(시멘트 대체제로 쓰임) 관련업체 두 곳으로부터 판매보증금 명목으로 미리 210억원을 받아 인수자금으로 사용했다. 석탄회를 싼 값으로 넘길 테니 먼저 돈을 내놓으라고 설득했고 이것이 먹힌 것이다. 나머지 인수자금은 재무적 투자와 은행 자금을 동원해 충당했다.
<자유총연맹 집회 현장. 대표적 보수 관변단체 다운 모습이다.>
6억6천만원 투자해 9년만에1000억원 챙겨
알짜 기업의 대주주(지분 51%)가 된 자유총연맹은 날개를 단다. 2003년 한전산업개발 인수 후 주식이 상장된 2010년까지 매년 40~60억원 가량을 배당 받았다. 또 2006년에는 흥인동 사옥을 1500억원에 매각해 임대인들에게 지불한 보증금 등을 제외한 차익을 배당받아 200억원을 챙긴다. 이렇게 9년 동안 챙긴 돈은 620억원 정도였다.
이뿐만이 아니다. 2010년 상장하면서 지분 20%를 매각해 358억원을 손에 넣었다. 이것까지 합하면 자유총연맹이 한전산업개발을 인수한 이후 챙긴 수익은 1000억원에 달한다. 6억6000만원을 투자해 9년만에 150배의 수익을 올린 셈이다.
탁월한 수완을 보이던 권정달씨는 결국 구속수감되고 만다. 자유총연맹의 공금 10억원을 횡령하고 50억원의 손해를 끼친 혐의다. 권씨가 석탄회를 싼 값에 주겠다는 조건으로 인수자금을 조달 받은 까닭에 수년간 석탄회를 저가에 공급할 수밖에 없어 회사가 35억원의 손해를 입었으며, 개인 빚(24억원)을 갚은데 자유총연맹과 한전산업개발을 활용했다는 게 당시 검찰의 주장이었다. 권씨는 개인 빚을 떠안는 조건으로 흥인동 건물과 부지를 시가보다 300억원 낮춰 친분이 있는 업자에게 수의계약으로 팔았다.
관변단체와 공기업의 잘못된 만남
주가조작 의혹도 있다. 2010년 12월 코스피에 상장되자 한전산업개발은 자신이 투자한 대한광물의 양양광업소의 철광석과 희토류 가치가 2조원을 넘을 거라는 전망을 내놓았다. 그러자 4000원대였던 주가가 1만7000원까지 급등했다. 이때 자유총연맹은 자신이 보유하고 있던 한전산업개발 주식 중 20%을 주당 1만4000원에 매각해 358억원의 차익을 챙겼다.
주가가 급등하자 증권거래소는 한전산업개발에 대한 조회공시를 요구했고, 한전산업개발 측은 대한광물이 일방적으로 낸 공시라며 주가조작 의혹을 부인했다. 하지만 설득력은 크게 떨어진다. 광물자원공사의 조사결과에 따르면 양양광업소의 경제적 가치는 2조원이 아니라 이에 1/10에 불과한 2000억원 규모인 것으로 밝혀졌기 때문이다.
자유총연맹은 한전산업개발 민영화에 뛰어들 당시 공기업을 인수하려는 이유로 “안정적인 재원 마련을 위해서”라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이후 보여준 행동은 크게 다르다. 한몫 톡톡히 챙기려고 권력의 뒷배를 이용해 잘나가던 공기업을 인수한 것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
<자유총연맹의 전작권 환수 반대 집회>
‘먹튀’ 비난 속에도 정부보조금 꼬박꼬박
이후 한전산업개발은 무리한 투자로 인한 손실, 노사 분쟁, 대주주인 자유총연맹과의 갈등으로 매출이 감소하고 영업이익이 대폭 줄어드는 등 어려움을 겪고 있다. 또 자유총연맹이 한전산업개발 주식 전량을 민간기업에게 매각하려는 움직임을 보이자 노조는 총연맹이 막대한 이득을 보고 손을 떼려 한다며 ‘먹튀’라고 비난하고 나섰다.
‘먹튀’라는 비난 받을 정도로 한몫 단단히 챙겨 자금력이 튼튼하다. 그런데도 자유총연맹은 ‘한국자유총연맹 육성에 관한 법률’에 의거해 매년 정부보조금을 지원받고 있다. 해마다 사업비 전액을 보조받는 것도 부족한지 정부 행사에 참여해 지원금을 받기도 한다. 이명박 정부의 ‘G20 시민의식 향상 및 국격제고’ 캠페인에 참여해 10억원의 사업비를 받은 바 있다.
<3개 관변단체 중 가장 많은 지원금 수령한 자유총연맹>
관변단체 지원·육성법이 폐지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없었던 건 아니다. 2005년 자유총연맹 등 관변 3단체 지원·육성법 폐지안이 당시 열린우리당 홍미영·조성래 의원과 민노당 이영순 의원에 의해 추진된 적이 있다. 하지만 어찌된 영문인지 해당 단체가 반발한다는 이유로 노무현 정부 안에서도 공론화되지도 못한 채 흐지부지되고 말았다.
관변단체 지원·육성법 폐지해야
우량 공기업 민영화에 뛰어들어 그간 자유총연맹이 얻은 수익은 1000억원에 달한다. 게다가 연 매출 2500억원에 달하는 한전산업개발의 대주주이기도 하다. 이런 단체에 국민 혈세를 연간 수십억씩 퍼붓는다는 건 형평성에도 크게 어긋나는 일이다.
“안정적인 재원 마련”은 이미 충분히 이뤄진 상태다. 자유총연맹 스스로 정부보조금 수령을 거절하는 게 백번 옳다.
아니면 정치권이 나서 국민혈세로 보조를 받는 단체의 재정상태를 파악해 지원 여부에 대한 합리적인 가이드라인을 책정해야 할 것이다. |
첫댓글 요즘 한전이 민간에 완전매각하겠다는 회사인데 여시에 옛날(2013년...)기사가 있길래 끌올...
이 회사는 IMF체제때 보수단체에 지분 51퍼 매각하며 민영화됐고, 대주주 보수단체는 비정규직 고용 자산매각등등 원가절감을 시켰고, 그게 누적된 결과 보수단체는 막대한 이득을 봤지만 비정규직 직원들은 열악한 환경과 급여를 받으며 일하며 산재사고에 노출됐어.
결국 2017~18년에 발전소 비정규직 노동자 24살 김용균씨 사망사고(태안화력발전소 비정규직노동자 사망으로 검색하면 나와)를 계기로 지분 모두 사들여서 공공기관으로 만든후 발전소 노동자들을 모두 정규직 고용하기로 했는데
지분매입하려는데 재공영화 이슈로 주가가 치솟음... 보수단체는 돈 더 많이 받으려고 실랑이함... 코로나 터지고 더 치솟음... 등등으로 미뤄지다가, 굥 당선으로 재공영화 물거품 & 완전 민간매각 프로세스 진행예상!
한번 민영화된 회사가 어떻게 망가지는지 또 재공영화가 얼마나 어려운지 보여주는 케이스라고 할수있음
아유 진짜 망하려고 안간힘을 쓰네 안간힘을 써ㅠㅠㅠㅠ 진짜 어떡하냐....ㅠㅠ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