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병매 (643)
제19장 백사자 2회
두 여인은 침실로 들어간다.
맹옥루는 침상에 반듯이 눕고, 반금련은 의자를 침상 가까이 가져다 놓고 앉아서 맹옥루의 한쪽 다리를 주무르기 시작한다.
서문경은 제형소의 부전옥이 된 뒤로는 여섯 부인들에게 누가 아들을 낳는가 경쟁을 시키기 위해서 닷새씩 순번을 정하여 차례차례 씨를 뿌려주던 그 일을 흐지부지 그만두고 말았다.
정실인 오월랑이 득남을 했고, 뜻하지 아니한 감투까지 쓰게 되었으니, 이제 마누라들과의 그런 구차스러운 약조를 지킬 필요도 없고, 흥미도 사라져 버렸던 것이다. 대감이 되어 기분이 들뜬 탓이기도 했다.
그래도 부인들 중에 어느 누구 하나 감히 입을 열어 불만을 털어놓질 못했다. 남편의 권위가 그전보다 월등히 높아졌으니 그럴 수밖에 없었다.
오일교대동침제(五日交代同寢制)라고 할까.
그 일이 실행되고 있는 동안에 용케 씨를 받아 잉태를 했던 맹옥루는 열 달 뒤에 딸을 낳았다.
그러나 며칠이 못가서 아기는 폐렴으로 죽고 말았다. 그러니까 오일교대동침제는 딸 하나도 제대로 건지지 못하고 만 셈이었다.
맹옥루는 그 뒤로 한동안 병석에 눕는 몸이 되었다. 산후에 몸이 제대로 회복되기 전에 아기를 여의는 비운이 닥쳤기 때문이었다.
평소에 맹옥루와 비교적 가까운 사이였던 반금련이 그때부터 거의 매일 맹옥루를 찾아 위로를 하고, 병 바라지를 했다. 그래서 두 사람은 여섯 부인들 가운데서 유난히 형님, 동생 하는 사이가 되어 친 자매처럼 지내게 된 것이었다.
“거기 거기, 거기가 제일 쑤신다구. 아야, 너무 세게 누르지 말고...”
“좀 아파도 참아요”
“아야야, 너무 아프다니까”
맹옥루는 잔뜩 이맛살을 찌푸린다.
“이렇게 맺혀가지고 어떻게 하우. 혈이 여기에 맺혔지 뭐유”
“정말 뭘 아는 것 같네”
“나도 좀 안다니까 그러네요”
반금련은 맹옥루의 허벅지를 눌렀다 주물렀다 하며 싱그레 미소를 짓는다.
반금련이 무대에게 시집가기 전 장대인의 집에서 그 늙은이의 시중을 들 무렵, 장노인은 곧잘 그녀에게 팔다리를 주무르게 하고, 허리와 등의 안마를 시켰었다. 그리고 노인은 때때로 집에 지압사를 불러서 전신의 지압을 받기도 했는데, 그럴 때면 으레 반금련을 옆에 앉혀놓고 어디를 어떻게 누르는지 보고 익히도록 했었다. 그래서 그녀는 말하자면 들은 풍월로 그런 방면에 전혀 생소하지는 않았던 것이다.
잠시 후 맹옥루는
“어머나, 왜 이래?”
하고 약간 놀란다.
“가만히 있어요. 히히히”
반금련은 재미있다는 듯이 킬킬거린다.
언제 들어왔는지 고양이가 한쪽에서 가만히 바라보고 있다.
“어머 어머, 얄궂어라. 왜 이러는 거야”
“형님의 다리를 낫게 하려고 그러잖아요”
“다리를 낫게 한다면서 거기는 왜”
“다리가 아픈 원인이 풀 것을 못 풀어서 그러니까, 아픈 데만 주물러서는 별 효험이 없다우. 근본 치료를 해야지”
“아이고, 어머나 ~ 기분 좋아”
“좋지요?”
“나 몰라. 그만해”
“기분 좋다면서 그만하긴... 히히히...”
“아아아...”
맹옥루는 약간 이맛살을 찌푸리며 지그시 두 눈을 감는다. 그리고 하얀 앞니를 드러내어 자그시 문다.
반금련은 맹옥루의 그런 표정이 몹시 보기 좋은 듯 혼자서 헤죽헤죽 미소를 흘리며 마치 사내가 계집을 다루듯 애무해 댄다.
잠시 후에는 의자에서 일어나더니 자기도 침상 위로 기어오른다.
“어머 어마, 하하하... 동생, 이게 무슨 짓이야”
“인제부터 내가 형님 남편이라구요. 알겠수”
“호호호...”
“여보, 마누라, 기분 좋지”
반금련은 일부러 남자 음성을 흉내내어 말한다.
“히히히... 예, 기분 좋아요. 여보-”
맹옥루도 한결 여자다운 목소리로 간드러지게 아양을 떨 듯 맞장구를 친다. 이제 그녀도 쑥스러움 같은게 날아가 버린 모양이다.
침상 위에서 놀아나고 있는 두 여자를 멀뚱히 지켜보고 앉았던 고양이가 별안간 “야웅 ~” 소리를 내지르며 두 앞발을 반짝 쳐들고 뒷발로 발딱 일어선다.
“야웅 야웅~ ”
날카롭게 세운 발톱으로 냅다 달려들어 할퀼 듯한 자세다. 파르스름한 빛을 띤 두 눈이 불을 켠 듯 매섭게 반짝인다.
“왜 그래? 백사자야, 저리 가! 밖에 나가 있어”
반금련이 돌아보며 큰소리로 꾸짖듯이 내뱉는다.
고양이는 들었던 두 앞발을 슬그머니 내린다. 그러나 그 자리에서 움직이지는 않는다.
“어서! 저쪽 거실에 가 있으라니까”
그러자 고양이는 마치 말을 알아듣기라도 하는 듯 꼬리를 사리며 슬금슬금 침실에서 나간다.
그렇게 맹옥루와 희한한 짓거리를 즐긴 다음 반금련이 고양이를 안고 자기 거처로 돌아갈 때였다.
회람을 걸어가고 있는데, 어디선지 어린애의 울음소리가 들려왔다.
이병아의 거처 쪽이었다. 관가의 울음소리에 틀림없었다. 반금련은 관가가 왜 저렇게 울고 있는가 싶어서 그쪽으로 걸음을 돌렸다.
이병아의 거처는 새로 증축을 한 뒤 한동안은 별채처럼 따로 떨어져 있었다.
서문경이 그곳으로 오가기가 불편해서 회랑을 거기까지 이어놓아 지금은 신을 신지 않고도 오갈 수가 있었다.
아기의 울음소리가 들리는 내실의 문을 열고 들어가 보니 뜻밖에도 관가가 혼자서 자다가 깬 듯 침상의 포대기 위에 앉아 울고 있었다.
“아이고 이거 우리 관가가 혼자 있구나. 모두 어디 갔지?”
반금련은 약간 놀라며 안고 있던 고양이를 얼른 방바닥에 내려놓고 침상으로 다가가 대신 관가를 안는다.
그런데도 관가는 여전히 울음을 그치지 않는다.
“울지 말어. 관가야 나 몰라? 나 큰엄마라구. 큰엄마가 안아주는데 울다니...”
반금련이 얼러대자 관가는 잠시 울음을 그치고 눈물이 흥건한 까만 눈으로 가만히 바라보더니 다시 울기 시작한다. 돌이 멀지 않은 관가는 이제 사람을 곧잘 알아보는 듯하다.
“아이고 관가야, 참 고운 옷을 입었네. 이렇게 빨간 옷을 입은 사람이 울다니... 울지 말라니까”
반금련은 관가가 입고 있는 진홍색 담으로 지은 아기 옷을 정말 곱다는 듯이 눈여겨 들여다본다.
그녀의 곁에 서있는 고양이도 그 빨간 옷이 눈에 인상적으로 비쳐 들어오는 듯 유난히 두 눈을 반질거리며 빤히 쳐다본다.
이병아가 관가에게 그런 진홍색 담으로 옷을 지어 입힌 것은 무당의 말을 듣고서였다. 이병아는 자기의 귀한 아들일 뿐 아니라, 서문가의 대를 이을 유일한 사내아이인 관가가 아무쪼록 병 없이 잘 자라도록 한 달에 두 차례 초하루와 보름이면 으레 단골무당을 찾아가 축원 드리기를 잊지 않는다.
그런데 겨울이 가까워지는 지난달 초하루에 찾아갔을 때 무당이,
“아기에게 붉은 빛깔의 옷을 지어 입히도록 하는 게 좋겠수”
하고 말했던 것이다.
“왜요?”
“다가오는 겨울에 아무래도 아기에게 마귀가 근접할 조짐이 보이니, 액막이로 붉은 옷을 입히는 거라우. 붉은 빛깔을 보면 마귀도 겁이 나서 근접을 못하는 법 이거든요”
그 말을 들은 이병아는 그날 돌아오는 길에 곧바로 저자 거리를 찾아가 진홍색 담을 떠가지고 와서 아기의 옷을 지었던 것이다.
金甁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