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님을 생각케 하는 노래 / 릴리스 미
험퍼딩크의 노래로 애창되는
‘플리스 릴리스 미(Please release Me)’는
나는 더 이상 당신을 사랑하지 않으니
그만 놓아달라는 노랫말에 실려 흐른다.
이를 반어법으로 해석하는 이들도 있는데
사랑한다는 말을 깊게 하다 보니
오히려 떠나고 싶다는 말이 되어버렸다는 것이다.
여하튼 사랑은 너무 집착하면 구속에 다름 아니고
너무 놓아버리면 무관심이 되어버린다.
그래서 사랑은 구심력과 원심력이 맛서는 팽팽한 줄 위에 놓여야 한다.
영어에는 릴리스(Release) 말고 다른 릴리스(Lilith)도 있다.
이사야서에 밤의 미녀(올빼미)로 기록된 릴리스(Lilith)는
인류 최초의 남성 아담의 아내였다 한다.
그러니까 최초의 남녀 커플은 아담과 릴리스가 되는 셈이다.
그런데 그들의 관계는 평등하지 않았다 한다.
관계를 맺음에 있어 언제나 아담이 상위였으니,
이에 릴리스는 늘 불평이 많았다 한다.
아담 역시 릴리스에 양보하지 않고 항상 상위를 고집하자
화가 난 릴리스는 아담 곁을 떠나 홍해 근처로 도망쳐
악령 다이몬의 우두머리격인 루시퍼의 품에 안겼다 한다.
이건 고대 유대교의 전승 카발라(Kabbalha)에 근거한 건데
이 신화를 바탕으로 아담의 갈비뼈를 취해 최초의 여성 이브를 창조했다는
성경의 이야기가 나오지 않았을까?
물론 나의 미숙한 상상일 뿐이다.
짝을 이룬 남녀는 위가 아래였다 아래가 위였다 하며
연신 바꿔대는 모습도 괜찮지 않을까 해서 신화의 여성을 끄집어내봤다.
나는 내 부친도 모친도 똑같이 사랑한다.
그러나 부친과 모친이 부부로 만난 것에 대해선
무언가 아쉽다는 생각도 해본다.
부친은 매사 앞장서셨다.
모친은 항상 뒤에서 순응할 뿐이었다.
그런 중에 부친은 문맹인 모친의 눈을 뜨게 해드렸다.
두 분이 처음으로 해외여행 떠나던 날
부친은 모친이 1918년도부터 길러 쪽진 머리를 자르자 했고
모친은 그대로 따랐다.
서울에서 공부한 부친은 조모님이 간택한 대로 시골처녀와 결혼했으니
그걸 숙명으로 알고 가정을 이끌어갔다.
조모님 심사는 아마도 오로지 순응하는 며느리 상을 바랐을 것이다.
모친 역시 조모님이 간택한 대로 시집 와 그 맵다는 시집살이를 견뎠다.
두 분 모두 선택의 여지가 없었던 것이다.
나도 부모님을 닮았는지 내 아내를 내가 간택한 게 아니었다.
시골에서 자란 나를 내 장모님이 간택해 서울여자와 결혼했다.
그런 결과로 내 의지와는 상관없이 부부생활을 해왔다.
다른 선택을 생각하지 않았다.
장모님의 심사는 온실에서 키운 딸을 잘 가꿔달라는 것이었을 게다.
그러나 나는 물이나 줬지 비료도 제대로 주지 못했다.
나는 가끔 험퍼딩크의 릴리스 미를 부른다.
그러면서 내 부친을 떠올려 본다.
마치 내 부친이 이 노래를 좋아하셨을 것처럼 말이다.
그러나 이미자의 동백아가씨는 절대 부르지 않는다.
모든 게 내 부모님의 책임이요 내 책임인고로.
그럼에도 험퍼딩크의 릴리스 미를 즐겨 부르는 심사는 무언지 모르겠다.
나의 부친은 가끔 울타리 너머로 하늘을 응시하곤 하셨다.
나도 가끔 산에 올라 하늘을 쳐다보곤 한다.
오늘도 나는 험퍼딩크의 릴리스 미를 불러보며
내 부모님을 떠올려보고 나를 돌아본다.
첫댓글 부모님이 정해주신 배필과 순응하며
해로 하시는 모습은 대물림 이시군요
순종이 제사 보다 낫다 라는
성경말씀이 아니더라도
어질고 너그러운 심성으로 표양이 됩니다
요즘은 뻑하면 이혼이다 재혼이다
무책임한 시대 더라고요
내 부모님이서로 만니신게 80년이 지났고
나도 50년이 지났는데
세상 많이 변했지요~
나를 놓아줘~~~
그 심정 압니다. ㅎㅎ
논 호 레타
이건 나이도 어린데란 노래인데
안다보다 이해한다가 맞지 않나요?
안다면 아는거지만..
멋진 석촌님.
박수 짝짝짝~~~
저도 이 노래 연습 드갑니다. ㅎㅎ
페이지여사가 부르면?
감칠맛 나겠지요.
그런데 감정 살리려면 어려울 텐데..
그 당시는 중매결혼이 많았지요.
제나이때만 해도 연애결혼을 많이 했고 저역시 3년정도 연애하다 결혼했습니다.
아내는 내가 기타치며 노래하는 모습에 반했다나 어쨌다나...ㅎ
하긴 멋쟁이니까 그랬을겁니다.
꼭 붙들고 잘 가요.
Release me 이 가사를 들으면 저는 나 보기가 역겨워
가실 때에는 말없이 고이 보내드리오리다.. 가 자연스래
연상이 됩니다..
스무살 청춘에 듣던 오랜 노래를 중늙은이가 되어 다시
접하니 이 노래에 묻은 몇몇 규수가 생각나고요ㅎ
예수설화는 중동지역에 무려 수백개가 있다는데 릴리스
는 처음 듣는 설이라 흥미롭습니다
하늘 응시의 아버님과 하늘을 쳐다보는 선배님의 모습이
오버랩되어 아들은 아버지를 닮는다는 옛시인의 말이
새삼스럽습니다
닮을 수밖에 없지요.
그런데 유전적으로는 뒤죽박죽이 된다고도 하데요.
저는 Ten Guitars 부를께요 ㅎ
https://youtu.be/T0_-gEOuQuY
PLAY
네에 잘 듣고 갑니다.
이 글을 보노라니 옛날에 즐겨보던 연속극이 생각 나는건 왜 일까요
노래 잘 듣고 갑니다
그렇군요.
고마워요.
70년도 중반에 한밤에 음악 편지에서 듣던 생각이 나네요
잘 하셨습니다
그랬군요.
처녀시절? 이었을 것 같기도 하고요..
@석촌 네 그때는 결혼 전이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