효사정은 흑석동 한강변의 자그마한 언덕에 자리잡은 정자이다. 산책로를 따라 100m 채
못되게 오르면 효사정에 이르게 된다.
효사정은 세종 때 우의정을 지낸 恭肅公 盧한(1376-1443)의 정자이다. 노한은 모친이
돌아가시자 흑석동 한강변에 있는 선영에 모시고 지극한 효성 무덤 옆에 초막을 치고
3년간 시묘살이를 하고도 서러워 이곳을 떠나지 못했다는 효심이 깃든 곳이다.
지금의 이건물은 일본신사가 있던 자리에 1993년에 신축한 것이다. 그런데 부지가 옆으로만
길고 넓지 못하여 정면에서는 사진으로 전체의 정자를 잡기 어려운 위치였다.
노한의 정자에 당시 이조판서 강석덕이 효사정이라는 이름을 붙였다. 노한은 좌의정 민제의
사위로 태종과는 동서간이었다. 16세에 음서로 등용되어 경기관찰사, 한성부윤에 올랐고
세종 15년 대사헌을 걸쳐 우의정을 지낸 인물이었다.
노한은 선영에 묻힌 모친의 묘 북쪽 깎아지른 듯한 언덕위에 별장을 짓고 남은 일생동안
하루도 빠지지않고 등불을 밝혀 추모하고 자신도 이곳에 묻어달라고 유언했다.
이곳은 우수경관 조망소인데, 예로부터 한강을 끼고 있는 정자 중 경관이 가장
뛰어났다고 한다. '하이 서울 축제'기간에는 '한강정자문화제'가 열리는 장소이다.
현재 한강변에는 정자와 정자터가 12곳 이상 있는데, 올해 한강정자문화제는, 강서구
소악루, 마포구 망원정, 동작구 효사정을 무대로 펼쳐졌다. 지난 10월 23일
효사정에서는 글짓기대회와 성균관 교학처장으로부터 '효'를 주제로 한 강의가
있었다.
효사정이란 이름을 지은 강석덕 이조판서도 노한과 동서지간이었다.
그의 아들 강희맹(姜希孟, 1424년 ~ 1483년, 조선초기 문장가. 화가)이 노한의
손자인 노자반의 간청으로 정자의 내력인 記文을 지어 효사의 참 뜻을 밝혔다.
이 기문은 <신증동국여지승람> 제10권 금천련 누정조에 기록되어 있다.
'무릇 한수를 끼고 지은 정자가 그 몇인지 모르거니와 경치가 온전하고
또 요긴한 지역은 실상 이 정자를 첫째로 친다. 그런데 선자께서 명명하면서
형승은 제외하고, 반드시 孝思라 하였음은 뜻이 있음이라. 일찍이 下武詩를 보니,
오래도록 효사하고 효사를 법한다 하였다. 이것은 武王이 길이 효사하면서
잊지 못했다는 것을 말한 것이다....'
...대개 효란 것은 감싸두면 한 마음의 덕이되고, 발하면 온갖 행실의 근원이 된다.
天子로부터 庶人에 이르기까지 효하는 바가 비록 크고 작고, 멀고 가까움이
같지 않음은 있으나, 그 효는 같다.... -신증동국여지승람 中
효사정 마루에서 보는 한강과 동부이촌동의 조망
현존의 효사정은 넓이 46.98 평방미터의 정면 3칸, 측면 2칸 규모로, 온돌방 1칸을
들인 규모이다. 민도리집 구조의 5량집이라 적혀있다.
난간을 두르고 팔각 지붕을 얹었다. 일제시대 '한강신사' 혹은 웅진신사라고도 했던 터에
지었다. 효사정에 관한 기록이 남아있는 신증동국여지승람과 여러 시문을 참고하여
원래의 효사정이 있었던 터를 찾았으나 주변 환경의 변화로 찾지를 못했다고 한다.
비교적 옛 터와 가깝다고 생각되는 이 터에 1993년에 정자를 세웠다.
그런데 효사정 안내판 옆에는 치우지 못한 쓰레기 더미가 잔뜩 쌓여 있었다.
<옛 詩에 나타난 효사정>
효사정이 노량 나룻머리에 있다.
풍수를 생각한 마음, 어느날에 그치랴
무덤엔 송추가 합쳐져서 霜露가 느껴졌고
시골은 상제가 무성한데 세월이 흘렀다
감호에 주인 되어 사람이 길이 있고
盤谷을 전해받아 지역이 그윽하다
벼슬에서 물러나 여가가 많아서 난간에 기대니
산과 물 푸른 것 둥실하네
-서거정의 시
思亭이 높이 큰 강 위에 임했는데,
효성스런 아들 착한 손자 갖추어 아름답다
世德은 이미 산같이 무겁고
家聲은 길이 물과 함께 흐른다
봄바람이 살랑거리는데 개오동나무 늙었고
가을날이 쌀쌀하니 골짜기가 그윽하다
굽어보고 쳐다보는 정회를 누가 알아주리.
때때로 북궐을 보나 瑞氣띤 연기가 떴네
-정인지의 시
산세가 큰 들머리에 꿈틀거리며
靈秀한 기운을 잉태하여 어느 때나 아름답다
세 봉우리는 하늘 밖에 솟아 화산이 푸르고
한줄기는 뜰앞에 돌아 한강수가 흐른다
착함을 쌓아 先世부터 간단이 없었고,
효성은 대마다 전해 幽明에 통했네
잇달은 경서가 다하지 않으리
아름다운 기운이 밤낮으로 떴구나
-신숙주의 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