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콧물로 약국을 찾는 환자에게 항히스타민제를 드리는 것은 일상적인 선택이다. 그런데 그 근거를 물으면 대답이 한결같지 않다. 알레르기 반응을 억제하기 때문인가, 아니면 다른 이유인가. 감기로 인한 콧물과 알레르기 반응으로 인한 콧물은 기전이 다르고, 같은 항히스타민제라도 1세대와 2세대가 하는 일이 다르다. 이 글은 그 구분을 다룬다.
1. 감기인가 알레르기인가
콧물 상담은 감별에서 시작한다. 국내 알레르기비염 진료지침은 맑은 콧물, 재채기, 코막힘, 코 가려움증 중 2개 이상의 증상이 지속적으로 반복되는 경우 알레르기비염을 의심할 수 있고(근거수준 A), 흔히 눈가려움과 충혈 같은 눈 증상이 양측성으로 동반된다고(근거수준 B) 기술한다.
반면 감기는 발열이나 인후통 같은 전신 증상을 동반하며, 1~3일째에 증상이 가장 심하고 7~10일 정도 지속되는 경과를 밟는다. 같은 자료는 알레르기비염과 혈관운동비염이 감기와 비슷한 증상을 보이지만 만성 경과를 밟고, 알레르기비염은 계절성이거나 특정 환경에 노출될 때 악화된다는 점을 감별점으로 제시한다.
약국에서는 네 가지만 물어도 방향이 잡힌다. 언제부터인지, 열이나 몸살이 있는지, 눈이 가렵거나 충혈이 동반되는지, 특정 장소나 계절에 반복되는지다.
2. 항히스타민제를 쓰는 진짜 이유
감기 콧물에 항히스타민제가 듣는다면 그것은 히스타민의 작용을 막아서가 아니다. 감기에서는 부교감신경 자극에 의한 분비 증가가 콧물과 코막힘에 크게 관여하는데, 1세대 항히스타민제는 히스타민 수용체와 무스카린 수용체를 함께 차단하고 혈액뇌장벽을 통과한다. 반면 2세대는 주로 히스타민 수용체만 차단하고 혈액뇌장벽을 통과하지 않는다.
그래서 결과가 달라진다. 1세대 항히스타민제는 실험적으로 유발한 감기와 실제 감기 모두에서 재채기, 콧물, 비점액량을 줄이는 것으로 보고되었으나, 2세대는 실제 감기 환자를 대상으로 한 시험에서 이런 증상에 효과를 보이지 못했다. 저자들은 1세대의 재채기 억제가 연수의 히스타민·무스카린 수용체에 대한 작용에서 비롯될 가능성을 제시했다.
국내 지침도 같은 방향이다. 알레르기비염 치료에는 2세대 항히스타민제를 강하게 권고하면서(근거수준 A), 경구 2세대 항히스타민제는 비알레르기비염이나 감기 때에는 별로 효과적이지 않으므로 이런 경우 처방을 지양하는 것이 좋다고 명시한다. 정리하면 감기 콧물에 1세대 항히스타민제를 쓰는 것은 항콜린 작용을 이용하는 것이고, 2세대 항히스타민제의 자리는 알레르기 반응이 관여하는 경우다.
다만 그 항콜린 작용이 곧 부담이기도 하다. 국가건강정보포털은 1세대 항히스타민제가 졸음 외에도 어지럼, 가래가 끈적해짐, 입마름, 속 불편감을 일으킬 수 있어 녹내장, 전립선 비대증, 천식 환자에게는 사용하지 않는다고 기술한다. 반대로 2세대는 감기 증상에 대한 치료 효과가 1세대보다 적지만 지속 시간이 길고 녹내장이나 전립선 비대증 환자에게도 안전하다. 효과 근거는 1세대 쪽에, 안전성 이점은 2세대 쪽에 있는 구조다.
3. 근거는 단독이 아니라 복합에 있다
그렇다면 1세대를 단독으로 드리면 되는가. 여기서 근거를 한 번 더 따져봐야 한다. 항히스타민제 단독요법을 다룬 Cochrane 리뷰는 RCT 18편 4,342명을 검토한 결과, 성인에서 치료 1~2일차에만 전체 증상 중증도에 작은 유익이 있었고(45% 대 38%, OR 0.74, 95% CI 0.60–0.92) 3~4일 이후에는 위약과 차이가 없었다고 보고했다. 코막힘·콧물·재채기 같은 개별 증상에는 임상적으로 유의한 효과가 확인되지 않았고, 소아에서는 효과 근거가 없었다.
반면 복합제는 다르다. 항히스타민제와 비충혈제거제 복합을 다룬 Cochrane 리뷰에서 치료실패 오즈비는 0.31(95% CI 0.20–0.48, 중등도 확실성)이었고 NNTB는 3.9였다. 최종 평가일에 위약군 55%가 호전된 데 비해 활성군은 70%였다. 다만 이상반응도 함께 늘어 활성군 31%, 대조군 13%였다.
즉 약국에서 복합제를 권하는 근거는 항히스타민제 단독의 효과가 아니라 복합제의 근거에 있다. 이 구분을 흐리면 "콧물약을 드렸는데 왜 안 듣느냐"는 질문에 답할 수 없다.
4. 그래서 무엇을 어떻게 드릴 것인가
선택은 두 축으로 달라진다. 전신 증상이 함께 있는가, 그리고 알레르기 요인이 있는가다. 열과 몸살이 동반되면 해열진통 성분이 포함된 코감기약이 맞고, 코 증상만 있다면 해열진통 성분이 빠진 항히스타민-비충혈제거제 복합제가 적절하다. 불필요한 성분을 얹지 않는 것 자체가 상담이다.
경구 비충혈제거제인 슈도에페드린은 「의약품 표준제조기준」상 배합한도가 감기약 1일 90mg, 비염용 경구제 1일 180mg으로 정확히 절반이다. 코막힘이 주증상이라면 종합감기약보다 코 증상 전용 제제가 유리하다는 뜻이기도 하다. 국소 비충혈제거제는 효과가 빠르지만 기간 안내가 반드시 따라야 한다.
허가사항엔 "7일 이상 계속 사용하지 말 것"과 함께 "과도하게 사용하면 오히려 코막힘을 일으킬 수 있다"고 기재되어 있으며, 국가건강정보포털엔 3~5일 이상 사용 시 반동 현상으로 비점막 충혈이 오히려 심해질 수 있다고 적혀있다. 두 기준이 다르므로 상담에서는 더 짧은 쪽을 기준으로 잡는 편이 안전하다.
5. 언제 병원 방문이 필요한가
감기 증상이 평소보다 오래 지속되고 맑았던 콧물이 누렇거나 연두색으로 변하며 발열과 오한이 나타나면 급성 세균성 부비동염을 의심한다. 안면부 통증이나 치통이 동반되기도 한다. 증상이 10일 이상 지속되거나 좋아지다 다시 악화되는 경우도 같은 신호다.
부비동염이 치료되지 않으면 만성으로 이행하고, 심한 경우 눈이나 뇌 쪽으로 염증이 번질 수 있다. 따라서 안구 통증이나 시야 이상, 눈 주위 부종이 있으면 병원 방문을 추천한다. 한쪽 콧구멍에서만 콧물이 지속되는 경우는 비강 내 이물질 가능성을 확인해야 하며, 소아에서 특히 그렇다. 고령자는 합병증이 생겨도 증상이 뚜렷하지 않은 경우가 많아 기준을 더 낮게 잡는다.
마무리
콧물약을 고르는 일은 성분표를 보는 일이 아니라 원인을 묻는 일이다. 감기로 인한 콧물인지 알레르기인지, 전신 증상이 함께 있는지를 확인하면 1세대와 2세대 중 무엇을 드릴지, 해열진통 성분이 필요한지를 알 수 있다.
참고문헌
1) 대한천식알레르기학회 비염 워크그룹. 임상의를 위한 알레르기비염 진료지침. J Korean Med Assoc. 2017;60(1):81-88.
2) 고영일. 내과의사를 위한 알레르기비염 진료지침. 대한내과학회지. 2017;92(5):429-436.
3) Muether PS, Gwaltney JM Jr. Variant effect of first- and second-generation antihistamines as clues to their mechanism of action on the sneeze reflex in the common cold. Clin Infect Dis. 2001;33(9):1483-1488.
4) De Sutter AI, Saraswat A, van Driel ML. Antihistamines for the common cold. Cochrane Database Syst Rev. 2015;(11):CD009345.
5) De Sutter AI, Eriksson L, van Driel ML. Oral antihistamine-decongestant-analgesic combinations for the common cold. Cochrane Database Syst Rev. 2022;1(1):CD004976.
6) 식약처. 자일로메타졸린염산염 비강 분무제 허가사항.
7) 식품의약품안전처. 의약품 표준제조기준 [별표 1] 제3장 감기약·제9장 비염용 경구제.
8) 질병관리청 국가건강정보포털. 감기. (2026.5.12. 갱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