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디어이닝 오감도는 팬들의 진솔한 목소리를 Nate 스포츠Pub을 통해 전달하는 공간입니다. 이번 사연은 야구를 사랑하는 이제 고 3이 되어 대입 시험 준비를 하고 있을 LG팬 여고생이 보내준 이야기입니다.
To. LG Twins!
우선, 저는 내년에 고3이 되는 야구를 정말로 사랑하는 여고생입니다. 저와 아빠, 그리고 LG와 관련된 이야기를 풀어보려고 해요.
지금으로부터 19년 전, 저는 엄마 뱃속에 있을 때부터 야구장을 갔었어요. 부모님은 잠실 근처에 살았기 때문에 야구장에 자주 가셨대요. 엄마는 그 남산만한 배를 이끌고 아빠와 데이트를 하러 야구장으로 가셨답니다. 파울도, 안타도, 번트도 몰랐던 엄마는 붉은 색 방망이로 물든 야구장을 바라보면 스트레스가 모두 날아가는 것 같았데요.
LG팬들의 응원으로 잠실 구장은 온통 붉은 색으로 도배된 듯 하다. (사진=연합뉴스)
물론 시간이 지나서 하는 말이지만 그 당시에는 술 반입이 안됐었다고 해요. 주당이었던 아빠는 항상 팩으로 만든 술을 숨겨 들어가셨답니다. 그렇게 저는 뱃속에서 10개월 동안, 이미 태어나기도 전에 LG 트윈스 팬이었어요.
제가 태어난 다음부턴 아빠가 쉽게 야구장을 못가셨다고 해요. 갓난아이를 데리고 가기엔 주위사람들에게 미안했고, 엄마를 두고 가자니 더더욱 미안해서 말이에요. 시간이 지나고, 제가 이제 치킨의 맛을 알아갈 쯤부터 다시 저희 가족의 주말은 그냥 "LG트윈스" 이었어요.
저는 어려서 야구를 볼 줄도 몰랐었고, 그저 사람들이 멋쟁이 LG를 외칠 때마다 따라 외쳤던 기억이 나요. 더불어서 저는 항상 동생 손을 잡고 옐로우 좌석 맨 위로 올라가서, 그 위를 돌아 다녔어요. 야구장의 끝부터 끝까지 계속 왔다 갔다 했죠. 그때 당시에는 LG가 신바람야구로 대단한 성적을 거두고 있었던 때였어요. 아빠는 LG모자, 수건, 야구잠바까지 모조리 구입했어요. 정말 대단한 열정이었어요.
그런데, 제가 10살이 되던 해 아빠가 강직성 척추염이라는 난치병 판정을 받으셨어요. 제대로 걷질 못하셨어요. 절뚝절뚝 걸으시면 서도 LG트윈스 사랑은 계속됐답니다. 비록 야구장을 가진 못하셨지만 회사 다녀오셔서 항상 집에서 열렬히 응원하셨어요. 그때 당시 LG트윈스 성적이 너무 안 좋았던 게 생각이나요.
언젠가 아빠 친구 분은 이제 전성기가 지난 LG를 그만 응원하라고 하셨어요. 아빠는 그런 말에도 그저 미소만 지으셨어요. 그렇게 그렇게 계속... LG는 옛날의 영광을 재현하지 못했어요. LG와 같이 아빠의 병은 계속 악화되어갔고, 중학교에 올라간 저는 아빠와 점점 멀어져갔답니다.
그렇게 중학교를 졸업하고, 올해 제가 고2가 되었어요. 내년에 고3이 된다는 불안감에 떨고 있었던 저를 아빠가 많이 붙잡아 주셨어요. 아빠와 더욱 친해지고 싶었던 저는 아빠가 야구를 보고 있을 때, 소파에 가서 같이 보면서, 번트는 뭐야? 안타는 뭐야? 왜 쟤는 멀리 날아갔는데도 안 뛰어?(파울) 이런 초보자들의 질문을 했었어요. 점차 야구의 맛에 빠져들 때 쯤, 5월의 어린이날. 아빠와 드디어 8년 만에 야구장에 갔어요. 서울의 멋쟁이 LG트윈스는 팀워크와 근성의 LG트윈스가 되었더라고요. 그렇게 저는 다시 열렬한 LG팬이 되었답니다. 저는 LG의 오지환 선수가 가장 좋아요! 왠지, 친근한 오빠 같아요. 가끔 실수할 땐, 너무 아쉬워요.ㅠㅠ
다시 야구장을 찾은 2010년, LG에는 너무나 매력적인 오지환이 있었다. (사진=연합뉴스)
점차 아이들도 제가 좋아하는 야구가 스포츠신문에 뜨면 기사 났다고 보여주기도 해요. 어느 날, 제 친구들이 네가 응원하는 팀 5위라고, 왜 그렇게 못하는 팀 응원 하냐며, 못하는 팀 응원하면 재미없지 않냐며, 이렇게 이야기 하는 거예요. 막상 생각해보니 정말, 제가 응원하러 가는 날마다 LG는 지고, 이긴 경기보다 진 경기가 더 만나기 쉽고....
아이들 말에 풀이 죽은 저는 아빠한테 가서, 왜 그렇게 못하는 팀을 응원 하냐고. 아이들이 나 8년 동안 가을잔치에도 못 올라간 팀 응원한다고 놀린다고 이야기 했더니. 아빠가 웃으며. 한마디 하시더라고요. "넌 네가 그렇게 좋아하는 동방신기가 만날 1위해야 응원할거니?" 라며. 말로는 풀지 못하겠지만, 깨달음을 얻은 저는 그 이후로 즐겁게 , 아직도, 19년 째 LG를 응원하고 있어요.
여고생들 중에서 야구에 대해 잘 아는 친구가 많이 드물어요. 국대 축구팀 명단은 잘 알면서, 국대 야구팀 명단은 잘 모르더라고요. 그래서 이참에, 우리반 애들한테 야구를 알려줘야 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스포츠신문을 보면서, 류현진, 이대호, 추신수... 유명한 선수들부터 알려줬어요.
그런데, 어느 날 김광현 선수가 신문에 났더니, 애들이 너무너무 잘생겼다면서. 어느 팀이냐며, 관심을 갖는 거예요. 그래서 얼굴뿐만이 아니라 야구도 정말로 잘하는 오빠라고 알려줬지요. 그렇게 7월 달에는 애들과 우르르 몰려가 야구장에 갔어요. 야구응원이 너무너무 재밌다면서, 또 가자고 또 가자며.
지난번에 했던 아시안게임에도 왜 1루에 가만있다가 2루로 도망가냐는 거예요. 도루를 묻는 거였어요. 제 짧은 지식으로 몇 가지 질문을 대충 알려줬더니, 야구 어려운줄 알았더니 발야구랑 다를 게 없다며. 재밌어했어요. 앞으로도 제 친구들뿐만 아니라 여고생들이 야구를 많이 좋아 했으면 좋겠어요.
이제 저는 내년에 고3이 되어요. 앞으로 제가 매일매일 보던 야구하이라이트도, 한 달에 꼭 한번 씩 가던 야구장도.. 1년 동안은 잠깐 멈춰야겠죠? 그렇게 참고 참아서 치열한 고3을 보내고, 제가 원하던 대학에 가, 잠실야구장에서 꼭! 야구아르바이트를 할거에요! 공이 관중으로 날아오면 호루라기를 부는 그 알바요.^^
그동안 LG트윈스, 방안에 걸려있는 유니폼과 빨간 방망이를 바라보며 가지는 못하겠지만, 마음속으로 변함없이 응원할거에요! 제가 치열한 고3을 보내는 동안, LG트윈스도 또 다시 신바람야구를 보여주었으면 좋겠어요. 말도 많고 힘들었던 LG. 그 곁에는 저희 아빠와 저 같은 변함없는 LG트윈스 팬이 있다는 걸 잊지 마세요. 사랑해요 LG트윈스.
From. 야구를 사랑하는 여고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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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명필이다!! 당신은 진정한 모태LG!!
감동입니다~
그냥 ... 성적으로 보답해줬음 합니다!!! 포시도 못가는 엘지를 왜 응원하냐는 친구들 말에 전 그냥 ... "LG니까" .. 이말 합니다~ 글쓰신분도 항상 엘지 응원하시고 힘내세요~ 아버님도 힘내시고 ㅎ
나도 결혼하면 애데리고 자주가야지. 부모랑 아이랑 같은취미를 갖는거만큼 가까워 지는게 없는거 같아요 ㅋㅋ
동급생입니다.. 우리 수능 같이 잘보고 내년에 잠실에서 뵈요~
태클은 아니구요. 예전엔 노란방망이 아니였나요?^^;
옛날엔 노란색이었죠 ㅋ
처음 2 ~ 3년은 노란방망이.. 95년인가..(?!) 플레이오프때 처음 등장하고 이듬해 부터는 일찍가면 공짜로 받았던기억이...ㅎㅎ
넌 네가 그렇게 좋아하는 동방신기가 만날 1위해야 응원할거니?" 참 맘에 와 닿네요 제발 올해는 더더욱 열심히 해주길바래요
진정한 무적엘지팬으로 인정해 해드리겠습니다^^남들이 놀리는 그런 엘지이지만...저에게도 전신 MBC청룡부터 제 맘속 그자리에 항상 있는 그런 존재라는거...무젝엘지 올해는 가을잔치에 꼭 초대 받을실수 있길 간절히 원하고 기도합니다^^무적엘지 아자아자!!!
저도 90년대에 나눠줬던 깃발이 아직도 있네요~~~~
예전엔 깃발을 내야 이곳저곳에서 나눠줬었는데.........그 때는 신나게 야구장 다녔는데.....나이먹구 결혼하구 직장생활하니 야구장 가기도 힘드네요~~~~~
올핸 꼭 깃발들고 야구장 갈랍니다......ㅎㅎㅎ
너무 참아도 병 나니까.. 열심히 공부하고 스트레스는 야구장에서 날려버리면 좋겠네요..
어릴 때 볼링핀 같은 응원 도구로 응원했던 기억이 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