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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책을 읽습니다.
그것도 글빚에 사로잡혀 책을 읽습니다.
책을 읽으면서, “나는 왜 독후감을 써준다 했을까?” 후회를 하고 있습니다.
그만큼, 요즘 저는 삶에 대해 무감각해지고, 지금까지 해왔던 저의 일들에 대해 무감각해져 있기 때문입니다.
요즘 저는 백수입니다.
하릴없이 시간을 죽이고 있는 백수입니다.
처음 백수생활을 할 땐,
딱 눈감고 ‘3달은 두문불출하며 쟝르 불문하고 오로지 책만 읽으리라!’ 결심을 했습니다.
결심을 하고,
제가 살고 있는 천장산 너머(그래봐야 바로 옆동네입니다) 성북정보도서관에 회원등록을 한 다음, 1주일에 2권씩 무작정 읽어 내려갑니다.
쟝르 불문, 성분 불능, 국적과 이념 불문, 제목만 특이하면 무조건 읽어보자 입니다.
제가 주로 읽는 책들은 인문학 책들입니다.
간간이 저의 본시 출신성분인 공순이에 걸맞게 이공계 서적도 포함됩니다.
아시다시피 독서라는 것은, 그 개개인의 취향을 따라 넘나드는 것,
그런데 제 취향이라는 것은 특정하지가 않습니다.
어느 날은 김치찌개가 끌리고, 또 어느 날은 불고기 패티 1장 더 추가해서 느글느글한 버거킹이 끌립니다. 또 어느날은 칼칼한 라면에 목을 매다가도, “아니지! 라면에 치즈는 한장 넣어 먹어야지!”라는 생각에 갓 끓인 라면 위에 치즈 한 장을 넣고 젓가락으로 살살 녹여 라면의 본래 향기 속에 사라진 치즈를 음미하며 먹고 있는 것을 발견합니다. 그리고 가끔은 그 라면 속에 마살라 가루를 풀어넣습니다.
그런데 요며칠간,
작년 말에 김호성 교수님과 약속한 ‘글빚’이 자꾸만 생각납니다.
‘좋은 글’은 읽고 독후감을 쓰면, ‘글빛’이 나야 하는데, 자꾸만 ‘글빚’이 나니 벌써부터 걱정입니다.
하긴, 인터넷 서점에서 저 책을 구입한 지도 벌써 3개월에 접어들었습니다.
백수 생활 시작한 지도 3달인데, 오늘에사 이 책을 겨우 다 읽다니….
그것도 집에 박혀 소일삼아 하는 편집일로 면컴시 쳐다도 안 보다, 요 며칠 간 집 구한다는 구실로 서울서 인천으로 전철로 왕래하며 읽었습니다.
약간씩 흔들림, 규칙적으로 레일 위를 부딪히는 바퀴의 소리 속에 일종의 수식관을 하듯, 제가 사는 외대 역에서 인천의 부평 역까지, 김호성 교수님의 ‘일본불교의 빛과 그림자’를 끌어안고 다녔습니다. 아니, 정확하게는 그저 가방 속에 넣고 다녔습니다. 그러다 글빚이 생각나면, 화들짝 놀라 다시 꺼내봅니다.
이거, 제대로 읽어야 하는데…. 나름의 부담을 가지며, 교수님의 책을 읽으면서, 이 책의 의미를 찾아봅니다. 과연 교수님은 이 책을 통해 무엇을 전하려고 했나?
저는 이 책을 보면서 그러한 것을 느낍니다.
‘내가 경험한 것’, ‘내가 느낀 어떠한 것’을 내 후인들에게 알려주자!
그런데 우리네 일상에서
본인이 느끼고 경험하고 성취한 것을 남에게 잘 알려주려고 하지 않습니다.
그것은, 거개의 사람들이
“야! 내가 이거 익히려고 얼마나 고생했는데, 이걸 쉽게 알려줄 것 같아?”라는 생각을 하기 때문입니다.
김호성 교수님은 ‘일본불교의 빛과 그림자’에서
일본에서 2002년 8월 26일부터 2003년 8월 23일까지, 당신이 체류한 기간 동안 일본 불교에서 느꼈던 점, 일본 불교를 통해 본 한국 불교, 한국 불교와 일본불교의 차이점, 두 나라 불교학 연구의 차이점과 공통점을 본인의 경험으로 담담하게 풀어놓습니다.
책 중간중간을 살펴보면,
한편으로 우리 불교의 우월성을 논하다가
또 다른 부분에서는 일본 불교와 한국 불교의 차이점 속에, 우리 불교의 모자라는 점, 우리 불교계의 개선할 점을 담담하게 풀어놓습니다.
자칫, 일본 불교에 경도된 듯 하다, 어느 순간 ‘종파적’인 일본불교와 달리, ‘회통적’이며 더 불교적 정신에 순수한 이 땅의 불교에 자랑스러움을 드러냅니다. 가능성을 드러냅니다.
또한 양국 학계간의 현안을 서로 비교합니다. 그리고 그 비교 속에서, 당신이 직접 참여한 학회나, 당신이 직접 대면한 논문 속에서 ‘나름’의 느낀 점을 책 속에 적어놓고 있습니다.
그의 느낌 속에서, 그가 접한 ‘세계’를 일말이나 접할 수 있습니다.
그 세계의 해석이 비록 각자등명이라 할 지라도, 이 인연으로 우리 각자 학문의 등불을 밝힐 수 있다면 더할 나위 없겠지요.
그러한 점에서,
이러한 책을 통해
교수님의 경험을 나눠주신다는 것,
그저 감사하고 고마울 따름입니다.
이 책을 통해,
제가 갖고 있는 여러 창문 중 하나라도
제대로 볼 수 있는 시야가 열렸으면 좋겠습니다.
그건, 여러분들도 마찬가지입니다.
여러분이 갖고 있는 수많은 창문 중에
이 책과 맺어진 여러분의 인연으로, 새로운 시야가 열리고
새로운 인연이 열려,
드넓은 세계가 있는 저 밖으로 나갈 수 있는 길잡이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교수님의 ‘일본불교의 빛과 그림자’가 ‘교수님’이라는 ‘타력(他力)’으로 우리에게 창문을 열어주듯, 그 열어진 창문으로 시야를 확장할 수 있는 우리 스스로의 자력(自力)이, 한국불교의 성취로 이어졌으면 좋겠습니다.
첫댓글 신위현 님은 월간 붓다(구룡사 사보)의 기자를 했고, 그 당시 우리 학교 불교대학원 사회곱지학과 석사를 하였습니다. 지금은 어떻게 지내시는지 ---. 공부방 제4호에 실린 글입니다. 나무아미타불
안녕하세요, 교수님!
건강하시고, 잘 지내시는지요?
저는, 여전히 편집일 하며
잘 지내고 있습니다.
늘, 건강하세요!!! ^^
아, 신기자님, 오랜만이네요. 어떻게 오랜만에 오셔서, 자기가 쓴 글을 읽으시고는 댓글을 다시다니요. 놀랍습니다. 늘 편집일을 하신다니, 천직인가 봅니다. 건강하시고, 열심히 하세요. 나무아미타불
요즘은, 대학원 때 전공 살려서
사회복지 분야의 책을 만들고 있어요.
편집일이란 것이 천직이긴 천직인가 봅니다.
질리지도 않고,
이 안에서 어떤 재미도 느끼고 스릴도 느끼니 말입니다.
그래도,
여러 교수님 지도 아래
학교에서 공부하던 때가 제일 재미있었던 듯 해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