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젯 밤 한일전을 보며 쏟아냈던 의씨.... 아휴 아유..... 저런 저런.....
단순한 아쉬움이 아닌, 그야말로 아무 생각없이 '오직 승리만'에 사로 잡힌,
내 자신의 뇌 속에 틀어박혀 벗어나지 못하는 '수인(囚人)의 모습만을 보았다.
어젯밤은 승리(왕의 귀환) 외에는 아무것도 알지 못하는 단세포 식물이었다.
누가 이기고 싶지 않았을까?
마지막 승부차기에서 골 넣고 짜릿한 역전승의 쾌감을 맛보며
결승에 진출하고 싶은 마음이 어느 선수에게는 없었겠는가?
많은 게임을 아쉽게 져 본 경험이 그리도 많으면서, 주님이 그렇게 혹독하게 훈련을 시켰음에도 불구하고
그런데도 나는 ............
누적된 피로속에서도 혈투를 벌이다, 연장 후반 1분전, 다진 경기에 동점골...
짜릿한 동점상황을 만드는 결코 쉽게 물러설 수 없는 한일 전 등 최선을 다한 선수들을 두시간이 넘게 만났는데도.....
단지 승부차기에서 졌다는 생각에 사로잡혀......
과거를 생각한다. 감독은 어이없는 문전 앞 반칙으로 패널틱 킥으로 점수를 내줘, 실수한 수비수들의 경험이 몇번인데
이 중요한 한일전, 4강전에서도 똑같은 실수를 반복하게 만들다니......
뛰지도 않은 감독에게, 비슷한 실수의 상황을 만들어 낸다고 비난하고, 짜증내고, 신경질 부리고.....
또 젊은 킥커들이 실수하니까 그 전까지는 아무 생각도 없다(?)가 왜 경험많은 선수들을 기용하지 않았나?
불만의 쓰나미가 몰려온다. 감독과 코치진에 엄청난 문제가 있다고......ㅠㅠ
연장 마지막에서 극적인 동점골을 넣어 분위기는 완전히 우리 선수들의 것이었다.
하지만 일본 감독은 경기 중에 패널틱 킥을 성공시키지 못한 혼다 선수를 페널티킥 첫번 킥커로 낙점했다.
일본 감독의 배짱에 한국 감독의 새가슴(박지성 같은 친구들이 실수하면 그 여파가 엄청나다는 말)의 비교,
혼다가 골을 넣으니 분위기는 완전 일본의 것으로 반전되어 버렸다.
결국 그의 첫 골에 기가 눌려 그랬나 그렇게 잘하던 구자철부터 줄줄이 실축....
결국 패배........
귀환하지 못한 비운의 왕, 수많은 생각들..........
경기 중에 난 내 생각만 했다. 객관적인 분석이 아닌, 결과를 가지고 과거를 끄집어 내는 분석, 아니 불만만 했다. 즐기지 못했다.
아쉽게 분패한 선수들과 한 마음이 된다는 것은 아예 생각조차 못했다.
골 못 넣어 머리를 쥐어 짤듯 감싸고, 실망하고, 자괴하던 그들의 모습을
내 가슴으로 담아, 쓰다듬어 주고 위로해 주지 못했다.
왜?
내 생각에 사로잡혀서. 그 이후론 승리 이외엔 아무 것도 볼 수 없는 시각장애인이었다.
한국인 어느 누구도 관심갖지 않은 2부 리그를 사랑하는 파란 눈의 외국인,
그처럼 진짜 가슴으로 축구를 사랑할 때 단세포적이고, 장애인인, 어두웠던 내 눈도 떠 지겠지요.
사실 3,4위전 볼려는 생각도 없었는데....
이젠 봐야겠다고 결심한다.(함께 보실 분 모십니다 ㅎㅎ)
그래도 축구를 좋아하는 사람으로 어두운 눈 뜨고, 선수들의 마음이 되어 관람을 해 보아야지.
어젠 '글러브'라는 영활 보았다.
야구를 진심으로 사랑한 청각장애인 성심학교 친구들처럼 축구를 대해야지 결심한다.
GLOVE 는 G(glove)-LOVE 다. 야구를 하는 글러브를 사랑하는 것이 진짜 야구사랑이다.
선수, 감독, 공, 심판, 관중, 시청자 등 축구를 축구되게 하는 모든 것을 사랑하는 것이 진짜 축구 사랑이다.
진짜 축구 사랑은 진짜 삶이 되고, 진짜 삶 속엔 진짜 신앙이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