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퉁이돌선교회 - 카타콤]
철의 장막으로 견고하게 둘러쳐져 있던 북한의 성벽은 굶주림에 죽어가는 사람들의 참담함을 알려 식량을 구걸하기 위하여 굳게 닫았던
문빗장을 열기 시작하였다. 아직도 끝나지 않은 식량난은 많은 사람들을 북한 땅에서 내몰고 있다. 오늘도 그 땅을 등지고 나와야만
했던 많은 탈북자들이 깊은 상처를 끌어안고 아파하고 있다. 이들의 가슴에 새겨진 아픔과 상처는 어떤 것이고
어떠한 마음을
가지고 하나님 앞에 나아가는 지를 알아보기 위하여 몇 사람의 기독교인 탈북자들을 만나보았다.
북한을 망쳐놓은 자들을 심판해 달라고
"저는 97년 말에 북한을 탈출했습니다. 제가
북한을 탈출하게 된 동기는 살기가 어렵거나 곤란한 사안이
아니라, 친척과 관련된 일 때문에 나오게 되었습니다. 그
당시에는 발생된 문제가 금방 해결될 줄
알았는데 결과는 이렇게 되었습니다."
현재 북한식 토끼 요리 전문 음식점을 운영하는 그녀의
목소리는 밝고 경쾌했다. 북한 탈출 동기가 식량난의
어려움이 아니라는 그녀??굶주림에 시달리는 사람들을 보았느냐고
물었다.
"왜요! 주변에서 죽어가는 사람들을 많이 보았지요.
사람들이 굶어 죽는 것을 보며 '나라의 끝이 어디인가…'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것을 보며 저의 미래도
걱정이 되는 정도였습니다. 북한에서 사람
들이 굶어 죽고 어려움에 처한 것이 모두 남한 때문인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남한에 와서 보니 제가 알고
있던 것과 사실이 너무 다르다는 것을 알고 충격을 받았습니다."
그것을 깨달았을 때 마음이 어떠했느냐고 물었다.
"가장 먼저 북한에 대한 배신감이었습니다. 한
나라를 그렇게 망쳐놓은 김정일과 그 일당에 대한 격분이
차고 올라왔습니다. 그 배신감은 세월이 흐른 지금에도
사라지지 않습니다."
그러한 아픔이 있는 그녀가 북한을 위해 어떻게 기도하는지
궁금했다.
"저는 북한을 망쳐놓은 자들을 심판해 달라고 기도합니다.
무턱대고 용서하는 것은 옳은 것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옳은 것은 그에 따른 상급을, 나쁜 것은 하나님이
심판해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선교 활동도 공식적으로
사람들에게 알리면서 퍼주는 방식은 옳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교회에서도 공식적으로 가서 퍼주는 식의 북한 선교하는
이야기를 들을 때면, '내가 하는 헌금도 김정일에게 갔다
주겠지.'하는 생각도 듭니다. 북한 선교는 비밀리에
지하 활동을 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합니다. 북한에서
태어났다는 이유만으로 어려움을 당하고 굶어죽는 평민들을
생각하면 안타깝고 가슴이 너무 아픕니다. 그들에게
직접하는 선교가 많이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그녀는 북한을 망쳐놓은 자들을 심판해야 된다는 부분에서
더욱 단호하였다.
하나님을 믿으며 생각이 바뀌어
다음은 남한에 온지 얼마되지 않는 한 자매를 만나기
위해 남한의 최남단 지역을 향하였다. 이른 아침
서울역에서 출발한 기차를 타고 그곳에 도착했을 때는 벌써
2시가 넘어서고 있었다. 바쁜 마음을 재촉하여 그녀가
말한 주소로 찾아가, 방안에 들어서니 새록새록 잠들어
있는 아기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일없습니다.(괜찮습니다) 너무 좋습니다."
이 곳, 저 곳 칼 자욱으로 갈라진 장판을 가리키며 말했더니
그 집에 들어온지 3일 밖에 되지 않은 그녀는 모든 것이
좋기만 하다고 하였다.
"올 봄에 김정일에 대한 군사 쿠테타가 북한에서
일어났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그 말을 들은 우리들이
얼마나 쾌재를 불렀는지 모릅니다. '아, 북한에도
제2의 김재규가 있어서 김정일의 뒤통수에 총을 박는 날이
오겠구나… 내가 김재규가 되어서 김정일을 총살시키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몇 가지 듣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고 하자 '어려운 것은
물어보지 말라'며 긴장된 표정을 지은 것과는 반대로 그녀는
대담하게 말을 시작하였다. 왜 그런 생각을 하게
되었느냐고 물었다.
"북한을 나오기 전에는 '미제와 괴뢰도당이 봉쇄
정책을 써서 우리가 어렵다'고 배웠기 때문에 그런 줄만
알았습니다. 그런데 중국에 나와 있으면서 그런 것이
모두 허위 책동이었고 우리가 너무나도 속아서 살았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북한에서는 댄스(텔레비젼)도
한 채널만 보게 하는데, 그것도 우리를 속이려는 책동이었습니다.
특히, 최종적으로 영도자가 인민들을 속인 것에 대해
반감이 생기고 괘씸한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런 생각을 지금도 가지고 있느냐고 물었을 때,
"하나님을 믿으면서 생각이 바뀌었습니다. 우선
복잡한 생각이 들지 않습니다. 저는 하나님이 김일성과
김정일을 이용해 북한을 징계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이제는 북한에 복음이 들어가게 해 달라고 기도합니다.
김정일이의 배후에서 역사하는 사단의 세력을 거두어
달라고 기도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동방의 예루살렘이라고
불렸던 평양에 다시 한번 복음의 부흥이 일어나 자유케
되는 기쁨을 맛볼 수 있기를 위해 기도하고 있습니다."
칭얼대는 아기를 안아 젖을 물린 그녀의 얼굴이 더없이
밝고 화사했다. 배를 먹으라며 내어와 서툴게 깎는
모습도 사랑스럽기만 하였다. 모든 말에 감사와 기쁨이
넘쳐 나는 그녀의 얼굴은 분명 용서하는 심령으로 인해
누리는 기쁨이 마주 앉은 내게도 전달되어오는 듯 하였다.
찾아가 복음을 전하는 것으로
탈북에 성공하여 남한에 와서 열심히 신앙 생활을 하고
있는 40대 남자 분을 만났다.
"그 때가 98년도였습니다. 양식을 구하느라
100리나 되는 산길을 가다가 맥없이 앉아 있는 아바이를
만났습니다. 그래 그 아바이가 양식을 구하려면 중국
땅으로 가야한다고 하여 김정일의 생일을 지나 2월 20일에
두만강에 숨어 형편을 살피고 있는데 갑자기 맑던 날씨가
흐려지면서 커다란 눈송이가 앞이 보이지 않게 휘몰아쳐
중국 쪽을 향해 얼음판을 내리 달았습니다. 정신없이
달려서 중국 쪽의 산 중턱까지 와서 숨을 돌릴 때에야 날씨가
또 맑게 개었습니다. 그러자 옆에 있던 아바이가
'야, 하늘이 도와줬다'라고 하더라 말입니다."
중국에 넘어왔을 때 북한에서 알고 있던 것하고 어떻게
다르더냐고 물었다.
"100%달랐습니다. 북한에서 한 말이 모두
거짓말이란 것을 알고 나서 수를 믿은 다음 제 생각에 콱
박힌 것이 있습니다. 지금까지 하나님께서 제가 기도할
때마다 응답해 주셨습니다. 한번은 300리 길을 차를
타고 가야했습니다. 이틀동안 굶다시피 하며 표를
구하려고 돈을 내밀었더니 중국 돈 50전이 부족하다고 표를
주지 않았습니다. 어떻게 할 수 없어 그 자리에서
눈을 감고 기도한 후 눈을 떴는데 바로 제 앞에 새
돈 50전이 떨어져 있었습니다. 이런 일을 겪으면서
'하나님 꼭, 한국을 보내주세요. 그리고 하나님의
일꾼으로 양육시켜 주시고, 북한 선교를 할 수 있도록 해주세요'라고
기도했는데, 지금까지 하나님께서 그대로 들어주셨습니다.
이제 신학하는 것이 남아있는데, 그 일도 하나님께서
이루셔서 북한으로 보내실 날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이것이 북한을 위해 제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들을 찾아가 복음을 전할 수 있기를 위해 기도하며
준비하는 것이, 그 땅을 사랑하고 용서하는 것임을 어떻게
알았을까…하는 마음이 들었다.
하루에 야덜, 아홉 시간씩 북한을 위해 기도하고
다음은 부부가 한국에 온지 얼마 되지 않은 지방에 살고
있는 분과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 분은 우선 이야기를
함께 나눌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기뻐하였다.
"저는 북한의 신의주에서 예수님을 영접했습니다."
어떻게 예수를 믿기 시작했느냐는 질문에 북한에서부터
예수를 믿기 시작했다는 말에 놀랐다.
"2년 6개월 전에 연필로 쓴 주기도문과 사도신경을
가지고 있던 분들과 접촉했던 것이 발각되어 보위부의 추적을
피할 수 없어 중국으로 탈출했었습니다. 중국에 넘어와
십자가가 있는 곳을 찾아가 선교사님들을 만나 말씀을 배우고
성경책을 가지고 북한에 다시 넘어갔다가 발각되어 체포되었습니다."
감옥에 갇혀서 어떤 생각을 했느냐고 물었다.
"감옥에 있으면서 김정일에 대한 원망은 말로 다할
수 없었습니다. 감옥 안에서 '아버지 한번만 살려
주시라요. 제 아내의 기도를 봐서라도 살려 주시라요'라고
기도했습니다. 그런데 결정적인 사건이 일어났습니다.
2000년 3월 8일에 정치성이 없고, 전과도 없고, 죄를
짓지 않고, 중국에 갔다 온 이유로 감옥에 있는 사람들은
모두 풀어주라는 김정일의 지시가 내려졌습니다. 그
때 많은 사람들이 풀려 나왔습니다. 저는 그 때 풀려
난 사람들은 모두 저 때문에 나왔다고 생각합니다."
이 말을 듣고 있는데 무심코 웃음이 터져 나왔다. 웃으며
왜 그런 생각을 하느냐고 물었다.
"제 기도를 들으신 하나님께서 김정일의 마음을
감동시켰다고 믿기 때문입니다. 이것은 정말 기적입니다.
북한으로 봐서 저는 반역자인 제가 살아난 것이 기적이지요.
저는 고집도 세고, 환경적으로도 하나님을 믿을 수
없는데, 하나님이 살아 계시다는 것을 직접 보여주시는
것에 두 손 번쩍 들었습니다. 그 때 김정일을 원망하고
욕했던 것을 회개하였습니다."
회개한 후에 북한을 위해서 어떻게 기도하느냐고 물었다.
"은혜가 크신 하나님께서 김정일의 마음을 녹여서,
남북한이 함께 모여 하나님을 찬송하는 날이 속히 올 수
있기를 기도합니다. 그것을 위하여 제 아내는 지금도
하루에 야덜, 아홉(8-9)시간씩 기도하고 있습니다."
그를 만나고 뒤돌아 나오는데 그는 이런 말을 하였다.
"저는 중국에 나와 예수를 잘 믿고 있는 북한 사람들이
남한에 오는 것을 반대합니다. 그 사람들은 다시
북한에 들어가 예수를 전하는 일에 힘쓰도록 해야 합니다."
이렇게 말하는 그의 모습에서 남한에 오면서 북한에
복음을 전하지 못하는 것을 못내 안타까워하는 듯 하였다.
주의 말씀으로 북한 땅이 회복되어야 함을 그는 이미
알고 있었다.
고문했던 자들을 용서하고
다음은 개천 교화소에서 기적적으로 살아남아 95년 아들과
함께 남한에 귀순한 이순옥씨를 만나, 어떤 마음으로 북한을
떠나 왔느냐고 물었다.
"억울한 누명을 쓰고 말할 수 없는 고문을 당하면서
제 자신과 가정 모두 만신창이가 되어 북한을 처음 나올
때는 '꼭 남쪽의 자유 세상에 가서 나를 그렇게 만든 자들,
특히 김정일에게 복수하겠다. 통일이 되면 누구보다
내가 먼저 가서 가슴에 비수를 꼽아야지...' 오로지
그 생각만을 하였습니다. 그런 마음을 한 가슴 품고
남한에 와서 예수를 믿게 되었습니다. 구원받았어도
용서라는 말을 받아들이기는 참으로 힘들었습니다. 하나님의
은혜를 구하며 몸부림치는 기도를 하면서도 용서할 수 있게
해 달라고는 기도하지 못했습니다."
이렇게 말하는 그녀의 음성이 떨렸다. 그리고
간간이 그 때를 회상하듯 신음소리가 터져 나왔다.
"'하나님, 무고한 사람들을 불에 태워 죽이는 저
자들을 왜 그냥 두는가? 물에 빠지던지, 불에 태우던지
저들이 멸망하는 것을 내 눈으로 확실하게 보여 달라'고
기도했습니다. '어떻게 하든 내 가슴이 시원하게
복수해 달라'고 기도했습니다. 그런데 작년(2000년)에
미국의 로렌하이트 교회에 가서 북한의 실상에 대하여 간증을
할 때, '나의 죄를 대신해서 예수님이 십자가에 못 박혀
죽으셨는데, 나나 그나 똑같은 죄인이구나…'하는 생각이
들면서 처음으로 나를 고문했던 자들과 김정일에 대하여
용서하는 기도를 할 수 있었습니다. 그 때부터 복수하겠다는
기도가 아니라 내가 어떻게 하든 그들을 받아들이고 용서하게
해 달라고 기도했습니다."
그런 기도를 하면서 지금은 어떻게 달라졌느냐고 물었다.
"복수심에 불 탈 때는 몸이 아프고 삶이 고달파
모든 것이 짜증나고 신경이 날카로웠습니다. 그런데
용서로 그들을 품고 나니까 마음이 편안하였습니다. 그리고
놀라운 것은 예수님의 사랑에 대한 깊이가 생기고, 그 사랑을
제 삶에서 실감 나게 깨닫게 되는 것을 많이 느낍니다.
지금은 간증하는 곳마다 가서 김정일과 그 주변 사람들의
마음이 변화되게 해 달라고 용서할 수 있기를 위해 기도
제목을 나눕니다.
인간적인 제 마음으로는 찢어 죽여도 시원치 않은데
"하나님의 그 사랑으로 사랑하고 용서할 수 있는
마음을 주시니 감사할 뿐입니다. 그리고 북한의 감옥에서
탄압을 받는 성도들과 사람들을 생각하면 이렇게 자유한
곳에서 예수를 증거하는 축복된 제 삶이 얼마나 감사한지
모릅니다."
이렇게 감격 어린 고백을 들으면서 아들은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느냐고 물어보았다.
"아들은 억울하게 가족을 생이별시키고, 파탄에
빠지게 만들고, 어머니와 아버지가 당한 것을 생각하면,
그들에 대한 분노는 말로 표현하는 것 자체를 어려워합니다.
이 곳에서 예수님을 믿으며 그들을 용서해야 된다는 것은
아는데, 그러나 아직은 처참하게 당했던 가족의 일을 생각하면
용서한다는 말이 나오지 않는다고 합니다."
어쩌면 대다수의 탈북자들이 이러한 마음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 봤다. 그렇기 때문에 이곳에 나와있는
상처받은 탈북자들이 성령의 능력으로 치유함을 받고, 예수님이
이 땅에 오셔서 죄인된 우리를 용서하셨던 것처럼, 탈북자들도
북한 땅과 그 땅의 영혼들 그리고 지도자들을 위하여 진정으로
용서의 기도를 통해 심령이 회복되고, 북한 땅이 회복되는
날이 속히 임하도록 우리 모두 기도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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