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중순이었나 말순이었나...
철도동호회 게시판에 자유여행패스 신상품이 나왔다는 글을 보고 무작정 기차여행에 대한 생각을 하게 되었다.
내일로를 알게될 당시, 나이가 딱 걸릴 나이에 막상 떠날 형편은 되지 않았었던 아쉬움이 있었기에..
만 26세 이상이면 구입할 수 있는 이번 신상품은 듣던 중 반가운 소리.
뭐...비록 기간도 짧고(6박 7일 -> 2박 3일), 가격도 살짝 더 나왔지만(54,000원 -> 56,000원)..
평소에 기차를 좋아하고 많이 타고 싶었던 차에 잘 됐다 싶었는데...
예상치 못했던 알바 해고(?) 때문에 그냥 기분 전환 삼아 출발하게 되었다.
표를 사고나서 부모님께 말씀 드리니 무덤덤하게 알았다고 하셨다.
쓸데 없이 돈 쓴다고 뭐라 하실 줄 알았는데...
내가 알바해서 번 돈으로 가는 거라 별 말씀 안하셨다.
11월 17일 새벽.
알바할 때 하던 것처럼 4시 40분에 일어나 씻고 밥먹고 133번 첫 차 타고 태화강역으로 나왔다.
패스로 입석표를 따로 받아야 하는 줄 알았는데 역 직원이 그럴 필요 없이 패스 자체가 표라고 하더라.
부전으로 떠나는 첫 열차는 6시 50분께 있다고 했다.
역 도착한 게 5시 50분 쯤이었으니...음...한 시간?
스토리웨이도 안 열었고...그냥 자판커피 뽑아 먹으며 기차를 기다렸다.
(사진 2,3 - 도착 열차 시간표와 태화강역 대합실 전경)
3분 지연 먹고 6시 58분에 기차가 왔다.
경부선, 호남선 같은 광역노선이 아닌 로컬선에 주로 투입되는 RDC 기종이었는데,
입석인 내가 탈 자리는 카페차? ㅎㅎ
로컬선은 한 량 전체가 카페차는 아니고 한 켠에 미니 카페차로 이루어져 있는데
이런 자판기 하나랑 +@가 있다.
나중에 얘기하겠지만 노선마다 미니 카페차 구성도 조금 다르다.
동해남부선 미니카페차는 게임기 2대+자판기로 구성 되어있다.
(저 사진 반대편 창 쪽에 게임기 2대가 설치되어있음.)
로컬선이라 역 하나하나 다 서고 (부산 시내 간이역은 통과)
아침 8시 19분 부전역에 도착했다.
(동해남부선 기종점은 원래 부산진역이지만 여객 기종점은 부전역)
부전역 앞에는 부전시장이 있고 오른쪽을 보면 멀리 롯데백화점 서면점이 보인다.
역 왼쪽에는 내가 신검을 받았던 병무청이 있었는데 그건 다른 동네로 오래 전에 이전했다.
경전선 기차 시간이 너무 널널한 나머지...
부전시장을 지나 서면 롯데백화점 앞까지 갔다 왔는데 갔다 오고 나서도 시간이 남아 역 안에서 푹 썩었다.
피방을 가려니 여행 떠난 지 얼마나 됐다고 피방인가 싶어 안갔다.
*잡설 : 현재 동해남부선 부산-울산 구간 복선전철화가 '천천히' 진행 중인데
부산 구간에서 수도권 전철이 쓰는 고상홈을 다수 역에서 발견했다.(일반 기차는 저상홈을 씀) 울산 구간은 아직 없음.
10시 30분 부전발 순천행 1941 무궁화호를 타러 내려갔다.
역시나 카페차로 들어가서 출발을 기다렸다.
경전선 미니 카페차는 자판기+카페 테이블과 의자 로 구성되어있다.
한 시간쯤 가다 승무원이 옆 차에 자리 많다고 가서 앉으라고 하길래 뭔 소리가 싶어 옆 칸으로 옮겨 갔는데...
ㅋㅋㅋㅋㅋ 무궁화엔 자유석 없다고 했는데 경전선 RDC 무궁화는 자유석이 있었다.
아무리 의자가 있다고 해도 당시 카페차에서 3시간 앉아 가기엔 무리라고 생각했는데 예상 외 발견 ㅎㅎㅎ
경전선 시간표를 본 사람들은 알겠지만 그 옛날 비둘기호를 연상케 하는 전 역 정차에 버금가게 가고 서고 하는데
자유석은 정말 가뭄에 단비였다.
그렇게 창원, 마산을 지나....여러 간이역을 지나 진주에는 오후 1시 26분에 도착했다.
시간표를 보니 오후 3시 55분에 가는 게 있네? 흠...
원래 진주성과 그 주변을 둘러볼 생각이었으나...
시간이 촉박한지라...그냥 진주성만 둘러보기로 했다.
20분인가 30분인가 걸어서 진주성으로 이동...
진주성 촉석문. 여기서 표를 사고 들어감.
촉석루 오른쪽에서 본 모습.
진주의 상징. 영남 제일의 명승.
조선시대 평시엔 선비들의 놀이 장소, 전시엔 지휘소로 이용되었던 곳.
원래는 고려 시절 만들어졌으나 여러 차례 중건되었고,
현재의 촉석루는 한국전쟁 당시 소실되었던 것을 1960년 진주고적보존회가 시민의 성금으로 중건한 것.
신발 신고 들어가지 말래...
그래서 신발 벗고 들어감.
촉석루 왼쪽에서 본 남강 물줄기와 진주 시내 일부 모습
촉석루 옆에 바로 붙어있는 의기사.
임진왜란 때 왜장을 끌어안고 강으로 뛰어든 논개의 넋을 기리기 위한 사당.
가면 논개를 위해 묵념을 하도록 해 놓음.
논개가 왜장을 끌어안고 뛰어내렸던 의암.
난 그냥 촉석루에서 바로 남강으로 뛰어내린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었군.
진주성 공북문. 진주성의 정문.
공손히 손을 모아 가슴까지 들어올려 왕이 계신 북쪽을 바라본다는 뜻이라고 함.(자체해석)
2002년 복원.
김시민 장군 동상
김시민 장군이 뉘신지 모르는 사람 없지?
현자총통, 지자총통........저 오른쪽 끝에 이름 뭐였더라...
진주성 안에 있는 국립진주박물관.
임진왜란 당시 세계 정세와 임진왜란, 정유재란, 진주를 비롯한 서부경남의 역사 유물을 다루고 있음.
박물관 안에서는 사진 안 찍음. 원래 못 찍는 건 알고 있지?
국립진주박물관 위쪽으로 올라오면 만나게 되는 북장대. 진남루라고도 한다.
조선 중기의 다락집형으로 후대의 군사건물의 모범이 되었다고 함.
내성 북쪽 끝에 있어 성 밖은 물론 성내와 외성에 있는 군사들까지 통제가 가능했다고 한다.
저 북장대를 끝으로 진주성을 나와 버스로 진주역으로 이동했다.
더 있지만 더 보면 점심도 못 먹고 기차를 타게될 것 같아 그냥 나왔다.
진주역 앞 어느 허름한 중국집에서 짬뽕을 시켜 먹었다.
먹다가 거기 단골인 듯한 아저씨가 주인 아줌마 뒷땅을 까는데
줄담배 뻑뻑 피고 화장실 청소도 제대로 안한다고...저래서 누가 데려 가겠냐고..(뭐?)
그 말 듣고 식욕 일부 저하..........;;;;;;;;
오후 3시 55분 부전발 순천행 1953 무궁화호 기차를 타려고 승강장으로 나왔다.
완전 옛날 시골역 분위기라 LED 전광판 하나도 없었다.
진주까지 KTX 돌린다고 하는데 증축은 하긴 하는 건가?
뭐 암튼..기차 타고 시간을 계산해 봤는데 순천 도착은 오후 5시 25분이고 용산으로 올라가는 전라선 열차는 28분?
지연 1~2분만 먹어도 못 탈 가능성이 많았는데...
다행히도 일찍 도착하는 바람에 약간의 운동으로 환승에 성공했다.
그런데 타고 보니....카페차가 수리 중이라 없다고?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어쩔 수 없이 빈 자리에 앉아 가는데 익산까지 두 번 정도 비켜줬다.
그러다 도저히 뻘쭘하고 그래서 다음 열차로 갈아 타기로 하고 익산에서 내림.
익산역이 공사중이라 그런지 오고 가는 기차는 산더미인데 역 구내가 이 모양........
1시간 정도 기다려 광주에서 올라오는 새마을호를 잡아타고 수원으로 올라왔다.
자유석에 편하게 앉아서 오니 무궁화호는 다신 안 타고 싶었....(으나 뒤에 계속 타게 됨...;;;)
수원역에 도착해 밖으로 나와보니 이거 뭐....
유흥가..에 게이사우나 홍등가 암암리에 성행 중....;;;
그래서 성대 앞에 괜찮은 사우나 찜질방이 있다는 정보를 입수하고 전철 막차타고 성대 앞으로 올라옴.
이것으로 17일 여정 종료.
아......진짜 하루치 쓰는 것도 두 시간이 걸리는 구나.
<11월 17일 이용한 열차 목록>
#1761 무궁화 태화강 06:55 -> 부전 08:19 좌석 4100원 입석 3500원
#1941 무궁화 부전 10:30 -> 진주 13:26 좌석 8700원 입석 7400원
#1953 무궁화 진주 15:55 -> 순천 17:25 좌석 4600원 입석 3900원
#1516 무궁화 순천 17:28 -> 익산 19:20 좌석 8700원 입석 7400원
#1116 새마을 익산 20:17 -> 수원 22:45 좌석 18500원 자유석 17600원
<경유역 간판 모음& 경유역 간단 정리>
수원역 간판은 주변이 워낙 정신 사나워서 못 찍음.
순천역을 3분 환승으로, 익산역은 글자가 안 보여 못 찍음.
<17일 지출>
자판커피 300*3 = 900
토스트 1500
진주성 관람 1000
점심(짬뽕) 4500
진주 시내버스 1100
피방 3번 총 3000
물 1000
타행 ATM 수수료 1300
찜질방 9000
총 23300원
첫댓글 지금 익산역 선상역사 만든다고 뒤엎어놨어요..ㅋㅋㅋ 아 익산이셨으면 저를 부르셨더라면...
잠깐 거쳐 간 동네라서 ㅎㅎㅎ..;;;
두 번 갔는데 다 짧아.
호오.. 카페차라는건 처음 보네요 ㅋ;;
나도 이번 여행하면서 처음 본 거...
우오 ~ 부산에왓었구나 .. 폰번만알면 형 만나러 가보는건데 ㅠㅠ
고 때가 딱 이른 아침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