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지 중 스위스의 알프스도 기대감이 많았지만
난 고흐가 사랑한 빛의 도시 '아를'에 가장 관심과 기대감이 많았다.
물론 마지막 살던 마을인 '오베르 쉬르 우아즈' 에 가면
내가 좋아하는 그림인 '오베르교회'도 있고
마지막 기거지였던 '라부여인숙' 까마귀가 날고 있을 밀밭도 볼 수 있어 좋을 테지만
거긴 북프랑스 쪽이니까 다음에....
거리 곳곳에 고흐가 화구통을 메고 그림을 그리러 떠나는 모습을
바닥에 새겨놓았다.
그림자까지 선명하게.....
아마도 고흐가 다녔음직한 거리 곳곳 동선을 생각해서
설치한 것일게다.
역시 고흐의 마을임을 실감한다.
고흐가 입원했던 병원의 정원그림
고흐가 그 당시 노란색을 주로 사용해 그렸는데
아마도 이 병원도 그림처럼 노란색을 덧칠해놨을 것 같다는 가이드 설명
아무렴 어떤가요
오히려 고흐의 그림속의 모습을 그대로 재연해준 게 고맙다.
병원 정원엔 고흐의 작품으로 만든 기념품들이 넘쳐나고 있었다.
보고만 있어도 행복해지는 그림들
단돈 30센트에 팔리는 엽서들이 가득하고
쟁반 캘린더 등 각종 생활용품이 넘쳐난다.
생전에 이런 영광은 어느 화가도 기대하긴 어렵겠다.
'앤디워홀'이나 몇몇 현대의 작가들 외엔.
모두 욕심이 나는데
미니쟁반, 캘린더 하나 집어들었다.
-고흐의' 밤의 카페테라스' - (사진출처-다음 이미지 검색)
낮의 카페테리아에선 고흐의 그림 속 색감은 느껴지지 않았지만
상상은 충분히 되고도 남음이다
짧은 시간에 사진 각도를 맞추기도 어려워 시도하지도 않고
그냥 내가 이 자리에 있다는 게 좋아서
마구 셔터를 눌렀다.
나중에 사진을 꼼꼼히 살펴보니
저 손님들이 앉아있는 탁자와 의자는 그래도 조금 격이 있어보이고
관광객들이 와서 사진만 찍고 가는 끝자락에 있는 의자는
그야말로 작품 속처럼 하얀 탁자에 싸구려 플라스틱 의자를 갖다놨다.
그러고보니 경계도 분명히 해놨다
'사진만 찍고 가는 너희들은 여기까지만 들어올 수 있어'
라고 말하는 듯
왜 아니겠는가 하루면 수십명 수백명이 몰려와
음료도 안팔아주면서
사진만 찍고 가니.....
이렇게 까지 배려해줘서 고마워요 하고
뒤늦은 인사라도 건네고 싶다
시간만 충분했더라면
카페에 앉아 시원한 음료를 마시고 싶었건만.
'압생트' 한잔 앞에 놓고 밤하늘을 바라다보았을
고흐의 쓸쓸한 모습을 그려보면서.
고흐의 그림처럼
거리의 가로등 빛, 밤하늘의 별빛, 그리고 사람들마저도
모두 노란 빛으로 빛날때 까지 그렇게 앉아볼 수 있다면 얼마나 좋겠는가.
내 사진은 부심이 선배님이 거의 찍어주셨는데
증말 마음에 든다.
아를엔 로마의 유적도 많이 남아있다
주로 투우경기가 열렸다는 원형경기장도 제법 완벽한 모습으로 남아있다.
지금도 음악회가 열리고 경기가 열린다고 한다.
하지만 고흐는 투우경기 모습보다는 구경하는 사람들의 모습에 촛점을 맞춘 듯하다
-고흐의 아를경기장의 투우 - (사진출처 다음 이미지 검색)
이 그림엔 투우의 모습은 전혀 보이지 않는다.
고흐가 살았던 노란 집도 궁금한데
2차대전 때 폭격으로 모두 사라졌다고 한다.
지금은 흔적만 남았다고
버스타고 휘익 지나가며 손가락을 가리킨다.
잠깐 천천히 달려주세요 기사님 하고 외치고 싶었지만....
-아를의 노란 집- ( 사진출처 다음 이미지 검색)
집을 복원하지 않고
집터만 덩그러니 남아있는 모습이
더 고흐스럽다고 잠깐 생각했다.
집터에 노랗게 피어있는 작은 꽃들까지도
고흐의 빛깔을 완벽히 이해했는가.
저 집엔 고흐의 방이 그림처럼 존재했을 텐데.
기념품으로 사온 니미 쟁반에도 고흐의 방이 이렇게 생생하게 남아있는데.
고흐의 방 그림도 역시 몇가지 버전이 있는데
언젠가 비교해서 찾아본 적이 있다.
이 쟁반의 그림처럼
바닥에 초록이 많이 들어간 작품은 네덜란드에 있는 고흐박물관에 있다고 한다.
이 건물은 아를의 유명한 미술학교라고 들었던 것 같다.
미술학교 하나쯤 있어줘야 아를답지.
그런데 건물 벽에 포토그래피 어쩌구 써있는걸 보니
사진학교였었나? 하는 자신감 없어지는.....
이렇게 소박하고 예쁜 골목길을 빠져나온다
그리고 론강가에서 출발해 마르세이유로 향한다
오늘밤 우리가 잠잘 항구도시 마르세이유.
아비뇽다리 밑을 흐르던 론강이
이 곳 아를까지 따라왔다.
론강은 여기서 끝이 아니다
내일 관광할 항구도시 마르세이유까지 따라와 지중해로 흘러들어간다.
-고흐의 '론강의 별이 빛나는 밤에'-(사진출처 다음 이미지 검색)
내가 찍은 론강의 모습도 밤이 되면 저 불빛이 강에 흘러넘치게 될까
강변의 집들에서 분명 불빛이 흘러나오겠지.
동생 테오에게 보낸 편지 중에
'밤은 낮 보다 더 풍부한 색깔을 갖고 있는 것 같다.
더 강렬한 보라색들과 푸른 색들로 밤은 물들어 있는거야'
캄캄한 밤에도 더 풍부한 색을 볼 수 있는 화가의 능력으로
우린 감탄을 하며 이 그림을 감상할 수 있는 게지.
우리 일행 모두가 오르세에서 만난 작품이다
버스를 기다리며 론강가에 서 있는데 바람이 시원하다.
이곳 프로방스지역에서 몇년간 살았던 우리 현지 가이드가
미스트랄바람이라고 알려준다.
가끔은
알퐁스도데의 스테파니아가씨가 집으로 돌아가지 못할만큼
심술을 부리기도 하지만
이렇게 더운 날엔 상큼하고 시원함을 주는 바람이 미스트랄이란다.
지리교과시간에 배웠던 여러 종류의 바람
허리케인, 토네이도, 타이푼, 제트기류, 등등의 이름 중
미스트랄이 제일 낭만적으로 다가온다.
그러고 보니 태양의 도시 아를에서는
하루종일 미스트랄과 함께 했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