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룡산
조금씩 내려오는 실비를 걱정스럽게 바라보며 택시로 진남교를 건너기 전 고모산성휴게소 앞에서 내리니 맞은편으로 진남휴게소와 고모산성이 가깝게 보이고 어룡산자락은 짙은 비구름에 가려있다.
다리 옆으로 임도를 따라가 봄을 맞아 해맑게 비추이는 영강을 보며 팝송이 은은하게 들려오는 솔밭공원을 지나고 중기가 갈아엎은 산길을 올라가면 금방 땀이 배어나온다.
군전화선이 있는 254봉을 넘고 짓푸른 영강을 내려다 보며 좁은 암릉지대를 통과해 가은선 철도가 밑으로 지나가는 넓직한 임도를 가로지르니 본격적인 깔끄막이 시작되는데 어제의 늦은 음주로 컨디션이 좋지못해 걱정이 된다.
굵은 땀방울을 떨어뜨리며 지그재그로 이어지는 된비알을 숨가쁘게 올라가면 차소리와 개 짖는 소리 그리고 마을회관의 마이크소리 등 세속의 잡음들은 점차 멀어져 간다.
파란 봄풀을 갈구하는 듯 더욱 황폐해 보이는 무덤을 지나 한동안 된비알을 치고 511봉을 오른쪽 사면으로 우회하며 주능선으로 올라서니 찬바람이 땀에 젖은 몸을 말려준다.
줄줄이 나타나는 무덤들을 지나고 바위지대에 작은 정성석이 서있는 어룡산(617m)으로 올라가면 사방은 짙은 비안개로 덮혀있지만 간간이 거센 바람이 불면서 3번국도와 영강이 조금씩 보습을 보여준다.
▲ 산행 들머리에서 바라본 고모산성
▲ 들머리에서 바라본 어룡산
▲ 솔밭공원
▲ 어룡산 정상
- 조봉
미끄러운 낙엽길을 내려가 안부에서 나무들을 잡고 벽처럼 곧추선 584봉을 힘겹게 올라가니 가는 안개비가 내려오기 시작하고 냉랭한 한기에 젖은 몸이 떨려온다.
비에 젖은 임도를 만나고 앞에 있는 통신탑에 앉아 막걸리 한컵씩으로 목을 축이고 조금 되돌아 오른쪽으로 꺽이는 마루금으로 꺽어지면 한적한 산길이 이어진다.
임도고개를 건너 다시 검은 석탄들이 널려있는 가파른 능선을 치고 공터에 산불초소가 서있는 조봉(674m)으로 올라가니 비안개는 여전한데 헬기장 흔적인지 보도블록들만 널려있다.
험한 절벽을 오른쪽으로 우회해서 간혹 앞에 모습을 나타내는 은점봉을 보며 불정휴양림으로 이어지는 임도삼거리로 내려가 야유회때문에 올라왔다는 일단의 주민들을 만나 정자에 앉아 어묵과 북어무침에 맛갈나는 은척막걸리 한통을 얻어마신다.
조금씩 맑아지는 하늘을 바라보다 부른 배에 힘들어하며 느린 걸음으로 작약지맥상의 은점봉(639m)으로 올라가면 선답자들의 산행기에서 보았던 돌탑 한기가 반겨주고 작은 코팅판 하나만이 걸려있다.
조금 되돌아 지맥길을 찾아 급사면을 미끄러져 내려가 사거리안부를 건너고 힘을 내어 작약산자락으로 올라서니 시야가 트여 마주하듯 서있는 조봉과 은점봉이 가깝게 보인다.
▲ 조봉 정상
▲ 절벽
▲ 임도삼거리
▲ 은점봉 정상
- 작약산
봉우리들을 넘어 서낭당 흔적이 남아있는 은점치를 건너고 송림이 울창한, 푹신거리는 산길을 기분 좋게 따라가면 곳곳의 전망대에서는 암벽으로 치솟은 작약2봉과 뾰족한 갈미산이 잘 보인다.
점점 맑아오는 하늘을 반기며 노송들이 서있는 바위지대들을 지나 헬기장으로 되어있는 561봉에 오르고 마루금에서 왼쪽으로 700여미터 떨어져 있는 성산(508m)으로 가보지만 작은 플래카드 한장뿐 아무런 표식이 없다.
헬기장으로 돌아와 마가목주에 잠깐 점심을 먹고 588봉을 넘어 굵은 밧줄들이 걸려있는 바위지대들을 통과해 시루봉이라고도 하는 작약2봉으로 올라가니 작은 정상석이 서있으며 조망이 좋아 지나온 마루금이 한눈에 들어온다.
따사한 햇살을 맞으며 완만해진 산길을 한동안 따라가 땀을 흘리며 732봉을 넘고 밀양박씨묘가 있는 갈림길에서 오른쪽으로 조금 떨어진 760.5봉으로 올라가면 작약산에서는 유일한 2등삼각점(점촌24/1980재설)이 놓여있다.
갈림길로 돌아와 잔설이 쌓여있는 능선길 따라 지나온 능선이 잘 보이는 바위전망대들을 지나고 오늘의 최고봉인 작약산(774m)으로 올라가니 바위지대에 정상석이 서있고 조망이 좋다.
이정표대로 조금 떨어진 거북바위로 나아가면 시야가 확 트여 윗수예마을을 끼고 갈티재를 지나 칠봉산으로 이어지는 작약지맥의 마루금이 한눈에 들어오고 가은 일대가 시원하게 펼쳐지지만 희양산과 백화산 등 백두대간은 박무에 가려있어 아쉬워진다.
▲ 은점치
▲ 전망대에서 바라본 조봉과 은점봉
▲ 전망대에서 바라본 갈미봉
▲ 전망대에서 바라본 작약2봉
▲ 당겨본 작약2봉
▲ 561봉 정상
▲ 성산 정상
▲ 588봉에서 바라본 작약2봉
▲ 작약2봉 정상
▲ 732봉 오르며 바라본 작약2봉과 지나온 마루금
▲ 760.5봉 정상
▲ 작약산 오르며 바라본 지나온 산줄기와 오른쪽의 수정봉
▲ 작약산 정상
▲ 거북바위
▲ 거북바위에서 바라본, 지나온 산줄기
▲ 거북바위에서 바라본 윗수예마을과 칠봉산으로 이어지는 마루금
- 491.8봉
막걸리를 마시며 잠시 쉬고 남쪽으로 꺽어 약수터 갈림길을 지나서 산불 흔적이 남아있는 황폐한 산길을 이리저리 떨어져 내려가 569봉으로 이어지는 왼쪽 지능선을 확인하고 '작약산30분' 이정표를 만난다.
윗수에마을을 바라보며 잘못 시멘트도로로 떨어져 운치 있는 소나무를 구경하다 개구리 울음소리가 요란스러운 논과 과수원을 지나고 다시 낮으막한 마루금으로 복귀하니 '감마로드'의 표지기들이 길을 확인해준다.
가파른 절개지를 피해 포장도로가 지나가는 갈티재를 건너고 기운 없는 다리를 채근해서 가시덤불들을 헤치며 능선으로 올라서면 작약산에서 이어온 마루금이 한눈에 들어온다.
진흙에 쭉쭉 미끄러지며 나무들을 부여잡고 491.8봉으로 힘겹게 올라가니 낡은 삼각점(441복구/건설부74.10)이 놓여있고 박무속에 칠봉산이 가깝게 보이며 남산자락은 그저 흐릿하게만 시야에 들어온다.
왼쪽으로 나란히 뻗어가는 지능선에 헷갈렸하다가 거치장스러운 잡목가지들을 헤치며 뚜렸한 길이 갈라지는 무운고개를 건너서 이안면민들의 해돋이 전망대라는 396봉으로 올라가면 '무운봉' 정상석이 서있고 나무데크와 나무계단들이 만들어져 있다.
▲ 윗수예마을
▲ 과수원에서 바라본 작약산
▲ 무덤지대에서 바라본 작약산과 작약지맥
▲ 갈티재
▲ 491.8봉 오르며 바라본 작약산과 작약지맥의 산줄기
▲ 무운고개
▲ 396봉 정상
▲ 396봉에서 바라본 이안면 일대와 작약지맥의 산줄기
- 297.9봉
앞에 펼쳐지는 남산자락과 작약지맥의 산줄기를 바라보다 뚜렸한 산길 따라 밭이 가까운 32번도로상의 뭉우리고개로 내려가니 화단이 만들어져 있고 차량통행이 빈번하다.
다시 산으로 들어 도로와 가깝게 지나가는 낮은 산줄기를 한동안 따라가 서낭당 흔적이 크게 남아있는 임도고개를 건너면 도로가 가까운 듯 차소리가 크게 들려온다.
낡은 삼각점(1978)이 땅속에 묻혀있는 297.9봉을 넘어 한적하고 깨끗한 산길 따라 901번 지방도로상의 바고지재로 내려가 앞으로도 7-8km 이상은 더 가야 할 칠봉산은 포기하고 산행을 접는다.
바로 밑의 바고지마을 사현승강장에서 칠봉산자락을 바라보며 오지않는 버스를 마냥 기다리다 근처 농가에 다니러온 분의 트럭을 얻어타고 농암으로 나가 술만 급하게 사서 금방 도착한 서울행 버스를 탄다.
킬문님하고 산에 가면 하루종일 쫄쫄 굶고 다녀야 한다는 무시무시한 소문이 있습니다. 윗글에서 정말 그런지 확인해 보니 과연 헛소문이 아니네요. 동서울에서 아침 6시 출발이니 아침 제대로 챙겨 먹었을 리 없습니다. 잠깐 마가목주 곁들인 점심 때웠고(빵이나 김밥일 가능성이 높지요) 산행마치고는 차시간에 쫒겨 급하게 술만 사서(아마 막걸리나 맥주에 과자 부스러기인듯) 서울행 버스에 올랐네요. 동서울에 밤 9시 도착. 보나마나 그시간에 각자 집에 가기 바빳을테니 10시간 이상 하루종일 중노동하고 제대로 된 한끼식사는 고사하고 술한잔 여유있게 마시지 못하였네요. 산행이라기 보다는 순전히 극기훈련입니다.
첫댓글 한 4주동안 빤한데를 열심히 돌아 다녔더니
하도 사람많은대를 다녔대니 좀 질력이 나는데
멀리 가기도 그렇고 요즈음은 그러네요
좀 멀어도 한적한 곳이 더 낫지...
킬문님하고 산에 가면 하루종일 쫄쫄 굶고 다녀야 한다는 무시무시한 소문이 있습니다.
윗글에서 정말 그런지 확인해 보니 과연 헛소문이 아니네요.
동서울에서 아침 6시 출발이니 아침 제대로 챙겨 먹었을 리 없습니다.
잠깐 마가목주 곁들인 점심 때웠고(빵이나 김밥일 가능성이 높지요)
산행마치고는 차시간에 쫒겨 급하게 술만 사서(아마 막걸리나 맥주에 과자 부스러기인듯)
서울행 버스에 올랐네요. 동서울에 밤 9시 도착. 보나마나 그시간에 각자 집에 가기 바빳을테니
10시간 이상 하루종일 중노동하고 제대로 된 한끼식사는 고사하고
술한잔 여유있게 마시지 못하였네요.
산행이라기 보다는 순전히 극기훈련입니다.
ㅋㅋㅋ 음해성^^
ㅎㅎ 잘 지내시지요? 가능하면 일정을 꽉 채우다 보니 먹는 게 부실하기는 합니다.^^ 그저 욕심만 많아서 그래요...
모처럼 킬문님과 하루 소일 잘 했습니다.
집에와서 밥 달라고 하니 마누라가 뭐하느라 아직 못먹었냐구..ㅎㅎ
저도 산에서는 조금 먹지만 하산해서는 잘 먹거든요~^^
즐거운 하루였습니다. 좀 더 서둘렀으면 칠봉산을 넘었을텐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