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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한다 말해줘] 14
S#1. 다비식장 앞
희수의 차가 와서 선다. 이나와 희수 내리고, 희수, 뒷자리 문을 열어주면 능옥이 내린다.
이나, 벌써 다비식장 안으로 들어가고 있고, 희수, 이모님을 모시고 다비식장으로 들어간다.
S#2. 다비식장
연화대가 타고 있다.
나무아미타불 나무아미타불 -
주지스님을 비롯한 스님과 신도들이 길고 단조로운 독경을 하고 있다. 간혹 우는 신도들도 있다.
능옥, 연화대 앞쪽으로 걸어오다 필상과 마주치고 예를 갖춘다.
주지스님 옆으로 오는 능옥, 연화대와 스님에게 예를 갖춘 후 나무아미타불... 독경하기 시작한다.
주지스님 옆자리에서 병수, 망연하게 연화대가 타는 것을 바라보고 있다.
영채, 병수 옆에서 병수를 걱정스런 얼굴로 바라보고 있다.
조금 떨어져서 필상이 그런 병수를 안쓰럽게 바라보고 그 옆의 영채를 보면, 또 안쓰럽고, 한숨 나오고...
필상, 돌아서는데, 이나와 희수, 서 있다.
이나와 희수, 필상에게 인사한다.
이나, 눈으로는 병수가 어디있는지 열심히 더듬어 찾는다.
이나, 두 아이가 나란히 앉아있는 것을 발견한다. 이나, 앞으로 가서 두 아이 옆에 앉는다.
병수는 누가 왔는지, 누가 갔는지 모르는 채로 연화대만 응시하고 있고,
영채는 그런 병수를 걱정하느라 누가 왔는지 모른다.
이나, 그런 두 아이를 보자 화도 나고 서럽고 그렇다.
이나 : (사람들의 시선을 생각해 작은 소리로) 둘이 내내 같이 있었던 거니?
영채가 먼저 돌아보고 놀라고, 병수, 천천히 고개 돌려 이나를 본다.
이나, 두 아이 얼굴을 정면으로 보니 더 서럽고 화가 난다.
이나 : 쭈욱... 같이 있었어?
병수 : 다비식장이에요. 나중에 얘기 해요.
이나 : 니들, 이러면 안되는거 아니니?
병수, 그런 이나를 아무 감정 없는 눈으로 보다가, 그냥 시선을 돌려 다시 연화대를 응시한다.
이나, 돌아버리겠다.
이나 : 니들 정말.. 이래야겠니? 이래야겠어?
능옥 : ?!
주지스님과 능옥이 시선으로 야단치고 있다.
이나 : (더 소리내지 못하고 입술을 잘근 무는데)
영채 : .... 일어나요.
이나, 휙 보면, 영채, 따라오라는 듯 그런 이나를 일별하고 일어나서 간다.
이나, 병수 쪽을 한번 노려보고 영채를 따라서 간다. 병수, 저쪽으로 가고 있는 두 여자를 본다.
뒤쪽에 있던 희수, 이나와 영채가 가고 있는 것을 본다. 심란한 희수.
희수, 이나와 영채가 비워놓은 자리 쪽으로 간다.
병수 옆에 와서 앉는 희수. 희수, 어색하게 연화대를 향해 예를 갖추고
희수 : 사...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병수 : (희수를 보면)
희수 : 어떻게 예를 갖추는 건지 몰라서 그냥... 아무말두 안할 순 없구.
병수 : .....(그마음의 진심을 본다)
희수 : 안됐어요....(상주에게 하는 말처럼)
병수 : ... 예.
희수 : 근데, 저 여자들. 아무래두 심상치가 않은데... 가 봐야 하는 거 아닐까?
병수 : ......
S#3. 다비식장 천막 부엌
천막 하나 쳐 놓고 임시부엌으로 쓰고 있다.
정숙, 몇몇 신도들과 함께 음식을 만들고 있고, 만든 음식을 상에 차려 상째 들고 나가는 정숙.
정숙, 많이 울었는지 눈가가 짓물러 있다.
S#4. 천막 부엌 앞
정숙이 밥상을 들고 나오면
부엌 앞에 다른 신도가 서 있다가 정숙에게서 밥상을 받아가지고 어디론다 간다.
정숙, 돌아서서 다시 부엌안으로 들어가려다 문득 어딘가를 보고 멈춘다.
저쪽 인적 없는 곳으로 이나와 영채가 가고 있다.
정숙 : .........?
S#5. 인적 드문 곳
영채, 이나를 데리고 와서 선다.
영채 : 이제 물어봐요.
이나 : ... 뭐?
영채 : 뭐든 물어보라구요. 궁금한 건 뭐든.. 대답해 줄 용의 있어요. (언젠가의 조이나가 하던 말투대로)
이나 : (그런 영채가 밉고, 기막히고)
영채 : 둘이 내내 같이 있었냐구요? 같이 있었어요.
이나 : (부들부들) 그러면... 안되잖아!!! ('그러면'은 한숨쉬듯 새나오고, '안되잖아!'에서 폭발)
영채 : 왜요? (대숲에서 이나가 왜? 왜 그래야 하니? 하던 말투 대로)
이나 : (숨이 점점 거칠어지고)
영채 : 무슨 상상을 하는 건데요?
이나 : 너........ 너....
영채 : 물론이에요. 같이 있었어요. 어디갔다가 우연히 거기서 만난게 절대 아니에요. 첨부터 작정하구 약속하구 거기서 만났어요.
큰스님 돌아가셨대서 어쩔수 없이 여기루 왔지만, 다비식 끝나는 대루, 보따리 꾸려서 야반도주 할 계획이에요. (하는데)
철썩! 이나, 영채를 갈기고.
S#6. 천막부엌 앞
정숙, 지켜보다가 놀라서 털썩 주저앉는다.
S#7. 인적 드문곳
이나에게 맞은 후, 천천히 고개 들어서 이나를 노려보는 영채. 철썩! 지지 않고 이나를 갈기고.
이나, 바로 고개 돌려 영채를 철썩! 영채도 지지 않고 팔을 치켜드는데
병수 : 무슨 짓이야!!
병수와 희수, 달려와서, 병수는 본능적으로 이나를 밀치듯 떼어내고,
희수는 본능적으로 영채를 밀치듯 떼어낸다.
이나, 온갖 미움과 서러움을 모아서 가방으로 병수를 철썩철썩 치기 시작한다.
영채, 갑자기 그런 두 사람에게 달려가 이나의 가방을 뺏고 이나를 세게 밀쳐버린다.
희수, 무의식적으로 달려가 그런 영채를 떼어내 세게 밀친다.
병수, 무의식적으로 달려가 그런 희수를 퍽 친다.
희수, 삥 돌아서 병수를 치고, 이나, 그런 희수의 정강이를 찬다.
그 때
필상 : (E) 느그들 이기 무슨 짓이고!!!
필상이 노여움이 가득해 네 아이를 보고 있다. 필상과 네 아이, 일제히 일자로 서서 정적.
그 정적을 깨고 저쪽에서 정숙이 손으로 입을 틀어막고 하얗게 질려 이쪽으로 비틀비틀 오고 있다.
네사람, 입을 다물고, 각자의 서러움으로 떨고 있는데,
서서히 공황상태로 접어드는 병수, 비척비척 다비식장 쪽으로 걸어간다.
이나, 가쁜 숨을 내 쉬며 뽀르르 병수를 쫓아서 가고,
정숙, 영채에게로 온다.
정숙 : 이.... 이기... 무... 무슨....
영채 : ....
희수 : ....
정숙 : (떨며) 영채야... 이기 무슨 짓이고, 으이? 느그들, 니랑 병수, 참말로 무슨 일이 있었던기가?
저 여자 말대로 참말로 같이 있었던 기가 느그들?
영채 : ....
정숙 : (영채의 등짝을 손바닥으로 철썩철썩 치며) 느그들 와 이카는데? 내가 니를 그래 가르칫나? 느그들 이랄라고 갤혼 했나?
누가 니를 그래 가르치드노!!
영채 : (엄마 앞이다, 서러움이 우아아아악 터지며) 왜 엄만 나만 갖구 그래!!!
정숙 : (영채의 큰 소리에 놀라는)
영채 : 엄만 알지두 못하면서!!! 알지두 못하면서!!! 아무것도 모르면서!!!
거의 발을 동동 구르는 영채.
정숙, 놀라서 그런 영채의 입을 틀어막으며 줄줄 운다. 야가 참말로....
영채, 정숙에게 입이 틀어막히자 더 큰 소리를 내며 엉엉 운다.
정숙, 눈물을 펑펑 쏟으면서 그런 영채의 팔을 잡아끌고 어디론가 간다.
영채, 끌려가며 더 큰 소리로 운다. 으아앙 애처럼 운다. 발 동동 구르며 끌려간다.
필상과 단 둘이 남은 희수. 정적.
희수 눈 앞에 잠깐 지나갔다 사라지는
S#8. 플래시 백
좀 전에 지가 병수를 팼더니 이나가 자기의 정강이를 찍던 장면
S#9. 동장소
필상, 사위 앞에선 약간 찔리는게 있기도 한 한편으로 분노를 다스릴 수 없는 기운도 있고, 어찌할 바를 모르는데,
희수 : 노엽게 해 드려... 죄송합니다.. 잘못했습니다.
필상 : (안으로 삭이는 소리로)... 나중에... 얘기하자.
희수 : 예...
필상도 비척비척, 병수가 간 쪽으로, 희수 혼자 불쌍하게 서서 오래 남아있다.
S#10. 다비식장 일각
서러움이 폭발하고 있는 영채의 울음소리. 울음소리 따라가면,
영채, 주저앉아서 울음꼭지를 다 풀어내고 있다.
정숙, 선채로, 그런 영채를 어쩌지도 못하고, 따라울며 안절부절 하고 있다.
주지스님, 지나가다가 보고는 영채에게 다가온다.
스님 : (영채의 머리를 쓰다듬어주며) 큰스님이 우리 영채를 아이때부터 많이 사랑해주셨지... 많이 슬프겠구나...
나두 그래. 큰 그늘을 잃었다.
영채 : (울음을 그치려고 끄윽끅 하면서 스님을 올려다본다)
스님 : 그래두 스님 다비식에 곡소리가 커서는 예가 아니란다...
주지스님, 정숙에게 인사하고 가던 길 가시고,
정숙, 스님이 가시는 것을 보고 영채 옆에 쭈그리고 앉는다.
정숙 : ....(눈물이 번들거리는 것 닦아주고, 자기도 닦고) 다 울었나...
영채 : (딸꾹질 한다. 울음 그치려고)
정숙 : (등 두들겨주며) 이제 말해바라. 니 대체 이기 무신 일이고?
영채 : (딸꾹질하며) 아무것두... (딸꾹)... 아니야...(딸꾹)
정숙 : ...?
영채 : 다... (딸꾹) 일러버릴꺼야...(딸꾹)
정숙 : ... 먼 소리를 하는 기고 참말로...
영채 : 근데... (딸꾹) 지금 말하면 안돼. (딸꾹) 지금 말하면 (딸꾹) 다비식장 난리나요...(딸꾹)
딸꾹거리는 영채와 가슴이 시커멓게 타들어가는 정숙.
S#11. 다비식장 (밤)
연화대의 철골이 다 드러나 있다. 밑불이 계속 타고 있다.
능옥이 그 밑불을 보며 계속 나무아미타불... 작은 소리로 읊조리고 있고,
병수, 능옥 옆에 앉아서 멍하게 그 밑불을 응시하고 있고,ㅡ
그런 병수를 포진하고 드문드문 앉아있는 이나와 영채와 희수.
능옥, 문득 독송을 멈추고 길게 한숨 쉰다.
병수, 천천히 고개 돌려 능옥을 보면, 능옥이 찔끔찔끔 울고 있다.
병수, 팔을 뻗어서 능옥의 안경을 벗겨낸다. 능옥, 본다.
병수, 소매깃을 잡아당겨 소매로 능옥의 눈물을 닦아주고, 다시 안경을 능옥에게 씌워준다.
그런 병수를 보던, 능옥 다시 연화대로 시선을 돌리며
능옥 : 회자정리라..만났으머넌 양중이(나중에) 헤어지는 것이 정헌 이치구.
거자필반이라..살다보며넌 헤진 사람두 또 만나게 돼 있구...
병수 : ....
능옥 : 나무아미타불.... 나무아미타불...
병수, 자기 뒤의 세 사람을 뒤꼭지로 본다. 네 사람이 앉은 방향과 시선이 포스터랑 닮게.
병수와 이나. 이나와 희수. 희수와 영채. 영채와 병수.
병수와 이나와 희수와 영채.
병수, 다시 연화대의 밑불을 응시한다. 병수의 시야가 점차로 하얗게 흐려졌다, 밝아졌다 한다.
마침내 완전히 하얘지면, 병수, 천천히 능옥 쪽으로 몸이 기울다가 능옥의 무릎에 쿵하고 쓰러진다.
영채와 이나 동시에 병수야!!
희수 : !
능옥 : 아가! 아가!!
S#12. 대나무 숲 (밤)
집 쪽으로 달려가는 희수의 차
S#13. 차 안 (밤)
희수, 운전하고, 이나, 뒷자리에서 병수를 안고 철썩철썩 뺨을 치며 병수 이름 부른다.
영채, 앞에 앉았는데 고개 돌려 보면서
영채 : 치지마요! 좀 조용히 좀 해요!!
이나 : (휙 노려보는) ...
희수 : ....
S#14. 필상네 집 병수의 방
병수의 방문이 벌컥 열리고 불이 켜진다.
정숙이 화다닥 들어와 이불을 펴고, 물수건 가지러 나가고,
희수가 병수를 업고 들어와 이불위에 눕히고, 뒤이어 사색이 된 이나와 영채가 따라들어오는데
이나, 희수를 밀쳐내고 영채보다 먼저 병수를 차지해 팔다리를 주무른다.
영채, 어떻게 해 보려다가 끼어들 수가 없게 되자 멍청해지며 우뚝 선다.
그 뒤에서 필상이 보고 있고, 영채의 두 동생이 그 뒤에 보고 있고,
정숙, 물 수건을 만들어와서 병수 이마를 덮어주려는데,
이나, 정신없이 그 물수건을 나꿔채듯 받아서 병수야 병수야 하며 병수의 식은 땀을 닦아준다.
영채 : .....
희수 : ......
필상 : .....
정숙 : .....
S#15. 필상의 방 (밤)
전에 영채에게 왕진왔던 의사 친구랑 앉아있는 필상.
의사 : 디리 위어야 낫는다. 쇼크다. 스님 돌아가시가 정신적 쇼크를 받았는데, 안먹고 안자가 육체적 한계까지 동반했으이
생체기능이 급객히 저하댄기라. 낼 아침 출근길에 또 오께...(하며 왕진가방 들고 일어선다.)
필상 : (같이 일어나며) 밤 늦게 욕 봤다... 잘 가그래이.
S#16. 마루(밤)
영채가 병수의 방문을 노려보듯 보고 서 있다.
저 안에서 병수가 아픈데 영채가 들어가 볼 수가 없다.
S#17. 병수의 방 (밤)
병수, 링거를 꼽고 누워있고, 이나, 거의 울듯이 병수 앞을 지키고 앉아있다.
병수, 식은 땀을 뻘뻘 흘리고 있고, 이나, 방안을 둘러보다가 일어서서 방문을 여는데,
영채가 밖에 서 있다가 기다렸다는 듯이 물수건을 내민다.
이나, 물수건을 받고는 방문을 쾅 닫는다.
S#18. 마루 (밤)
닫힌 방문 앞에서
영채 : .....
S#19. 병수 방 (밤)
이나, 물수건을 갖고 병수앞에 앉는다. 병수의 식은 땀을 물수건으로 닦아주고는,
그제서야 방안을 둘러보는 이나. 아직도 남아있는 병수와 영채의 어린 시절의 흔적들...
병수는 아직도 이집의 식구인가... 이나, 속 상하다.
S#20. 필상의 방 (밤)
필상 부부 앞에 영채, 희수가 앉아있다.
필상 : 느그들고 다 큰 어른이니 부모가 나서서 이래라 저래라 칼 수 없지만서도,
낼 아침에 박군은 이모님 모시고 먼저 올라가드라.
희수 : ....
필상 : 영채는 메칠 더 데불고 이바구 좀 할라고 그란다.
희수 : ... 예.. 알겠습니다.
정숙 : ... 가 자그라...
희수 : ....
영채 : ....
S#21. 대숲 (밤)
희수와 영채, 나와서 서성이고 있다.
영채 : 우리 지금 꼴이 정말 이상해요... 그쵸...
희수 : ...
영채 : 우리 엄마아빠집에, 아저씨가 사랑했던 여자가... 내가 사랑했던 남자를 ... 간호하고 있어요.
희수 : ...
영채 : 근데 나는 그 방에 못들어가요. 우리집인데...
희수 : ...
영채 : ...
희수 : ... 꼬맹아
영채 : ...
희수 : 내가 미처 막지 못해서 일이 이렇게 흐르게 둬서... 미안하다.
영채 : ...
희수 : 너한테 이왕 들킬 만큼 다 들켜 버린거... 솔직하게 얘기할게...
영채 : ...
희수 : 우리들 네사람... 너무 치열해서... 참 힘들다..
영채 : ... 무슨 뜻이에요?
희수 : 평생 너한테 속죄하며, 용서를 구걸하며 살아라 하면... 그렇게 할께.
영채 : ....
희수 : 다신 꼴두 보기 싫으니 영원히 니 앞에서 사라져라 하면... 그렇게 할께.
영채 : ....
희수 : 근데 저 두 사람은 ... 놔둬주자.
영채 : ....
희수 : 싸워두 저 두사람이 싸우구, 화핼 하든, 헤어지든... 돼 가는 대루... 지켜봐주자...
영채 : ....
희수 : 이렇게 서로서로 일거수 일투족에 신경 곤두세우며, 이미 내 옆에 없는 사람 목말라하며... 그러지 말자.
영채 : ... 아저씨는 ... 그렇게 간단해요?
희수 : ....
영채 : 아무리 생각해두 나는 바본데, 아저씬 바보에다가.. 비겁하기까지 해요.
영채, 희수 혼자 남겨두고 집 쪽으로 가 버린다.
희수, 그냥 그대로 서 있다.
S#22. 병수의 방(밤)
이나, 꼼짝없이 앉아서 병수를 지키고 있다.
S#23. 필상의 집 외경 (아침)
인서트
S#24. 병수의 방
병수, 누워있고. 이나, 옷 다 갖춰입고 일어서 있고,
방문 열어놓고 마루에서 필상과 정숙이 들여다보고 있다.
이나 : 폐가 많았습니다. 데리구 올라가겠어요.
필상 : ... 아픈 아를 우예 데불고 갈라카는교? 의사가 곧 왕진을 올낀데.
이나 : 앰뷸런스를 불렀습니다.
필상 : ...
정숙, 한숨 쉬며 돌아서서 가고, 정숙이 간 자리에 영채가 서 있다.
앰뷸런스 잉잉 대는 소리가 들리기 시작한다.
병수의 아픈 얼굴 C.U
S#25. 대나무 숲
희수가 능옥을 차에 태우고 떠나고 있다.
능옥, 뒤 돌아보면서 손 흔들어 인사한다.
정숙과 필상이 잘 가시라고 능옥에게 인사한다. 차 떠나면, 집 쪽을 바라보며 한숨을 쉬는 정숙.
정숙 : 출근 해야지예.....
필상, 주머니를 뒤져 담배를 꺼낸다. 정숙, 그런 필상을 보고는 먼저 집으로 간다.
필상, 담배에 불을 붙여 물고, 한숨을 쉰다.
S#26. 필상의 마당
정숙 들어서면, 영채가 다 준비하고 나와서 신발을 신고 있다.
정숙 : 니 어디 가는데?
영채 : 엄마. 나 아무래두 지금 가야겠어.
정숙 : 영채야.
영채 : 일두 많구... 너무 오래 자릴 비웠구... 이러다 욕 먹어요 나.
정숙 : (말은 저렇게 해도 병수를 걱정한다는 걸 안다) 영채야 니 와 이래 엄마 맘을 아프게 하노! 으이? 나 눈으로 안봤나?
우예 댔는 이제 뱅수는 니 사람이 아인기라! 살려도 저 여자가 살린다. 니가 그래 따라 움직일 기 아이라 이 말이다.
여 있그라. 이러다 니까지 쓰러진다. 니 이리 들어와 보그라.
정숙, 영채의 손을 잡고 집 안으로 들어간다.
영채, 안 끌려들어가려고 엄마아- 하는데, 정숙, 아랑곳없이 끌고 간다.
S#27. 필상의 방
정숙이 문 열고 영채를 끌고 들어와서 자리에 앉힌다.
정숙 : 누가 등 떠밀어 갤혼했나 니? 니는 알라가 아이다. 어른이다. 갤혼도 니가 선택한기다. 마음이 허전해가 홧김에 아무한테나
정을 줬드나? 그캤드라도 니가 책임지야 대는 기다. 내키는 대로 저질러뿌몬 니 짝은 우예 대노. 느그들 정이 중요하다꼬
다른 사람한테 상처를 주몬 안댄다. 엄마는 니가 이래 무책임한 안 줄은 몰랐다. 이래 정을 몬 끊을 것 같으몬
무신 일이 있더라고 헤어지지를 말든지, 헤어지고 남우 짝이 댔으몬 그 사람한테 부사지게 성실해야 안대겠나!
영채 : (울컥) 그게 첨부터 완전히 잘못 된거면 어떡해!
정숙 : 머라꼬?
영채 : 시작이 잘못 됐다구! 거짓말루 시작됐다구! 잘못 됐다는 거 알았는데 이미 시작됐다구 그냥 가?
정숙 : 야기 이기... 대체... 무신 말인지 통 모리겠다...
영채 : 그 여자가 임신했대서 보낸거란 말야. 근데 거짓말이었단 말야! 병수 잡을라구 거짓말 한거 였단 말야!
정숙 : ...
영채 : 순전히 그 거짓말땜에 나, 죽어두 놓기 싫은 병수 놔 버리구, 허공에 뜬 거처럼 발 붙일 데가 없어서 병수하구 이십년 세월
갑자기 도둑맞구 유령 처럼 돼 버려서! 나한테 다정하게 대해준 사람한테 의지하다가 결혼까지 했는데
엄마, 그 인간들이 엄마....
S#28. 마루
필상, 부들부들 떨며 듣고 있다.
영채 : (E) 병수를 훔쳐간 그 여자하구 내 남편이 된 그 남자하구 엄마! 틀림없이 둘이 결혼 했을꺼라구 생각할 만큼
가까운 사이였다구!! 그런데두 나 그 사람한테 성실해야 해?
S#29. 필상의 방
영채 : 한번 놓쳤으니 어쩔수 없다며 가는 대루 두구 봐? 못하겠어 엄마. 난 못하겠다구요오.........(하는데)
벌컥 방문을 여는 필상.
기가 탁 막혀서 아무말도 못하고 영채를 바라보고만 있는 정숙에서...(F.O)
S#30. 인서트
을채의 그림책 휘리릭 넘겨진다. 오빠야 웃고 살그래이. 하는 메모도 있고.
S#31. 이나네 침실
그림책을 테이블 위에 놓고 한숨 쉬는 이나. 병수, 링거 꼽고 누워있다.
이나. 가습기의 습도를 조절해 놓고. 링거액의 속도도 체크해 보고. 물수건으로 병수의 식은 땀도 닦아주고.
병수 옆에 가만히 앉는다.
이나 : (속삭이듯이) 병수야... 일어나라...
병수의 이마를 조심스럽게 짚어보는 이나. 이나, 가슴이 찢어지게 아프다.
이나의 얼굴도 병수의 얼굴 만큼이나 창백하다.
이나네 초인종 울린다. ? 하는 이나.
S#32. 거실
이나, 문 열어주면, 석관과 을채가 한 걱정인 얼굴로 서 있다.
석관 : 뱅수가 아프다캐서 뱅문안 왔심더.
이나 : 문안 왔더라구... 전할게요.
석관 : ?
을채 : ? 들어오지 말란 소린교?
이나 : 절대 안정 해야 된댔어요. 의사가. 미안합니다.
석관 : 얼굴만 보고 갈랍니다.
이나 : 친애하는 ... 병수네... 신사숙녀 여러분...
석관 : ?
을채 : ?
이나 : 제발 내게 맡겨둬요. 나한테두 오로지 병수만을 위해서 뭔가 해 줄수 있는 기회가 있어야 하지 않나요?
왜 병수는 여전히 댁들의 병수죠? 나 김병수씨 아내라구요! 알겠어요?
이나, 문을 쾅 닫고 거실로 온다. 속상해서 울음이 터지려고 하는데 다시 초인종이 울린다.
이나, 짜증이 확 솓아서 쿵쿵 걸어가 문을 확 여는데 뭔가를 싼 보자기가 쑥 들어온다.
이나 보면, 석관이 보자기를 내밀고 서 있다.
석관 : 우리 이모님이, 스님 다비식에서 뱅수 쓰러지는 거 보시고 서울 올라오시가 내내 한잠도 몬 주무시고 걱정하싯소.,
이모님이 낄이주신 죽인데. 우리는 기양 돌아갈 수 있어도 이모님 마음은 도저히 도로 몬 가지가겠심더. 받으소.
이나 : ...
석관 : (엄하게) 받으소 퍼뜩!
이나, 어쩔수 없이 받는데
을채, 뱅수 오빠야아아아 하며 울음 터뜨린다.
석관, 그런 을채의 손을 잡고 울지마라! 하며 사라진다.
이나, 보자기를 안고 뽀르르 주방으로 간다.
싱크대 안에 콱 쳐박으려다가 차마 못하는 이나. 보자기를 신경질적으로 풀어서 그릇을 냉장고를 가지고 간다.
냉동실 문을 열고 그 안에 그릇을 집어넣고 냉동실 문을 쾅 닫는
이나 : ........(속상한)
S#32. 이나네 침실
앓고 있는 병수, 반수(半睡)상태에서 뭐라고 뭐라고 안들리게 중얼거린다.
자세히 들어보면 읏채야... 처럼 들린다. 영채야... 영채야...
S#33. 고속버스 터미널 주차장
희수가 영채의 캐리어를 들고 자기 차로 가고 있다.
영채, 그런 희수를 지켜보다가 어쩔 수 없이 따라간다.
희수, 트렁크에 캐리어 넣는다.
S#34. 달리는 희수의 차
영채 : 어떻게 알았어요? (지금 도착하는 걸 어떻게 알았느냐는 말)
희수 : 울진에 전화했었어. 막내 처제가 가르쳐 주더라. 병수... 걱정돼서 빨리 올라온거지?
영채 : ....
희수 : 일 때문에 회사에 갔더니 오선배가 그러더라. 조이나가 오선배한테 다 맡겨놓구 병수한테만 붙어있대.
영채 : ...
희수 : 곧 나을거야. 너무 걱정하지 마...
영채 : 어떻게 할래요... 우리..
희수 : 내가 나갈께.
영채 : (끄덕)
희수 : ....
영채 : 지금... 여기서 헤어져요 우리.
희수 : .....
영채 : 짐은, 나중에, 나 없을때 ... 가져가요.
희수 : ....
영채 : 아무리 그래두 헤어지는 순간은 너무.... 힘이 들어요.
희수 : ... 그래 알았어. 집에 데려다 줄게. 데이트 끝난 담에 너 내려주구 차 돌려 작업실 가는 것 처럼 갈꼐.
영채 : ... 고마워요.
희수 : ...
영채 : 어른들은...
희수 : 너한테 이점 무지 미안하구 한편 챙피하기두 하지만, 우리집 어른들이라면 별루 걱정할 거 없어.
알다시피 나한텐 별루 관심 없어하니까, 니가 따루 겪어야 할 일은 없을꺼야. 있더라두 없게 해 줄께.
영채 : (본다. 가여워서...)
희수 : 나는... 겪을께...
영채 : ....
희수 : 울진 부모님, 여기 이모님, 그리구 처제들이랑, 하숙집 친구들... 겪어야 하면 다 겪을게.
영채 : 나두요. 겪어야 한다면 다 겪을게요.
희수 : ....
영채 : ....
S#35. 하숙집 앞 (밤)
희수의 차가 와서 서고, 희수, 내려서 트렁크의 캐리어를 꺼내고, 영채, 내린다.
대문 앞에 서는 두사람.
희수, 캐리어를 바닥에 내려놓고 손을 내민다. 희수가 내민 손을 보고 있는 영채.
희수 : 악수두 안할래? 악수는 하자.
영채 : (희수의 손을 잡는다)
희수 : (잡은 채로) 이렇게 만들어.. 미안하다... 미안해...
영채 : ....
손을 놓는 두 사람.
희수 : ....
영채 : 어떤 기분이에요?
희수 : 뭐가?
영채 : 조이나씨가 병술 간호하느라 일까지 다 남한테 맡겨놨다... 이런 얘길 나한테 전해야 하는 기분 말예요.
희수 : 그런 얘길 들어야 하는 기분은 어때? 먼저 말해봐라 꼬맹아.
영채 : 몰라서 물어요? 부글부글 끓죠.
희수 : 나두 그래. 부글부글 끓어.
영채 : ... 나 아저씨 좋아했어요. 믿구.. 의지했어요.
희수, 사과하듯 위로하듯 영채의 어깨를 당겨 안는다.
영채, 눈물이 나올 것 같다.
희수 : (안은 채로) 시작이 우습긴 했지만, 내 의도가 결백했단건 믿어주라.
영채 : 그렇게 안했으면 좋았잖아요...
희수 : 그러게 말이다...
영채 : ....
S#36. 하숙집 거실 (밤)
이층으로 올라가는 계단에 앉아 영채의 울음소리를 듣고 있는 석관과 을채.
석관 : ....
을채 : ....
S#37. 하숙집 이층 신방 (밤)
영채, 그래도 이별은 힘들다. 혼자 남아서 운다...
S#38. 몽타주 (2회)
반짝반짝 작은 별 부르며 쉬야하는 영채 위로 반짝반짝하는 라이트
우씨 뭐야 하며 돌아보는 술취한 영채
차 안에서 희수가 두리번두리번 하는데 영채가 반대쪽 창문을 쾅쾅 치고.
덤벼 이 변태! 하며 부웅- 헛주먹을 휘두르는 영채
제주도 식당에서 젓가락으로 드럼을 두들기는 희수
달리는 차 안에서 <돌의 노래>를 휘파람으로 부는 희수,
"지금 벌써 다 만든거예요? 돌이 노래하는거예요? "하는 영채.
S#39. 성곽길 (밤)
달리는 희수의 차. 하숙집 멀어지고,
희수, 쓸쓸하게 <돌의 노래> 휘파람 불고 있다.
S#40. 이나네 침실 (다른 날 밤)
새 링거병을 거는 이나. 창백하고 지친 모습이다.
꼼짝없이 앓고만 있는 병수를 보는 이나.
(시간 경과) 이나, 병수가 누워있는 침대에 머리를 기대로 깜빡 잠들어있고.
병수, 읏채야 읏채야 하는데 그 위로
S#42. 필상의 집 마당 (밤/회상/7회)
지붕 위의 어린 병수.
영채가 내려가자고, 할아버지 한테 다녀오자고 말하며 운다...
S#43. 하숙집 이층 (밤)
영채, 자다가 벌떡 일어난다. 병수가 걱정되는 영채.
영채, 전화기를 찾아든다. 차마 번호 못누른다. 그 위로 (E) 병수가 흐느끼는 소리
S#44. 이나네 침실 (밤)
이나, 침대에 기대고 있던 머리를 번쩍 든다. 병수, 흐느끼고 있다.
병수, 눈꼬리로 눈물이 길게 흘러내린다. 자기가 우는지도 모르고 울고 있는 병수.
이나, 어찌할 바를 몰라 손바닥으로 눈물을 닦아주고.
이나 : 병수야... 병수야...
흐느낌이 멈추지를 않는 병수...
S#45. 성곽길 (밤)
달려 내려가는 영채.
S#46. 이나네 욕실 (다른 날 밤)
세면대에 수도꼭지에서 더운 물이 쏟아진다. 뜨거운 김이 뿌옇게 뿜어지고,
이나, 수건을 더운 물에 적시고 있다.
이나 : (E) 병수, 자다가, 가끔 흐느끼더구나...
S#47. 레스토랑 (9회 #36)
네 사람이 모였다가 병수가 잠시 화장실에 가고, 희수 앞에서 이나와 영채의 대화
영채 : ... 같이 살구 있요?
이나 : 응.
영채 : ....
희수 : ....
이나 : 어떡하면 되지 그럴땐? 속수무책이야. 자기가 우는 지두 모르구 우는 거 같아.
영채 : 환경이 변하면 잠시 그래요. 울진 떠나 하숙집 들어갔을 때두 그랬구, 암튼 적응할 만큼 시간이 지나면...괜찮아 질 거예요...
이나 : 그렇구나....
희수, 묻는 이나에게도, 대답하는 영채에게도 화가 난다.
희수, 의자를 뒤로 빼서 다리를 길게 꼬고 깊게 앉는다.
이나도 영채도 그런 희수를 눈치채지 못한다.
영채 : 심한 날은... 수건 따뜻하게 적셔서 얼굴 닦아주구...
S#48. 이나네 침실 (밤)
이나, 따뜻한 수건으로 병수의 얼굴을 닦아준다.
병수, 그래도 계속 흐느끼고 있다.
영채 : (E) 토닥토닥... 옆에서 안구 토닥토닥 하면... 다시 잠들어요.. 아기처럼...
이나, 토닥토닥 한다. 그래도 흐느낌이 멈추지 않는다.
이나 : (토닥이며) 울지마...
병수, 운다.
이나 : (토닥이며) 울지마...
병수, 안그친다...
이나 : (벌떡 일어나서) 울지마!! 울지 말란 말야!!!
병수, 그저 운다..
이나 : 알았으니까 울지 말란 말야 이 자식야!!!
병수, 운다...
이나 : 지독해! 너 정말 지독한 놈이야! 니들 정말 지독한 애들이야! 보내줄께. 그렇게 사무치게 그리운 영채한테 너! 보내줄게.
보내줄테니까.... 울지말구 얼른 나으란 말야! 얼른 일어나란 말야 이 자식아!!
병수.... 운다... 이나, 털썩 주저앉아 저도 운다...
이나 : 보내줄 테니까 나으란 말야.....
병수..... 운다..
이나 : 근데 이대로는 보내구 싶어두 못 보내잖아... 내가 널 이렇게 장작개비처럼 바짝 말려서 보낼 순 없잖니....
내가 너한테 해 준게 없잖니...
병수는 누워서 제 슬픔으로 흐느끼고 있고, 이나는 주저앉아서 억울해서 울고 있고...
S#49. 이나네 집 앞 (밤)
희수가 서 있다. 희수, 쓸쓸하게 돌아서다 멈춘다. 저쪽에 영채도 서 있다.
영채도 창백하다. 영채, 이나네 창 쯤을 열심히 노려보고 있다.
그쪽을 행해서 움직이는 영채.
희수, 영채 앞으로 가서 영채를 막아선다. 영채, 놀란다.
영채 : ....
희수 : ....
영채 : 아저씨.. 병수가 울어요...
희수 : ....
영채 : 병수가 우는 데 나는 , 왜 아무것두 못해야 해요?
희수 : 꼬맹아...
영채 : 왜 아무것두 못해야 해요? 아무리 이해하려구 생각하구 또 생각해봐두... 너무너무 이해가 안가요...
희수 : 영채야.. 병수가 우는 동안... 이나두 울거야...
영채 : ...
희수 : 이나두 지금 운다구...
영채 : 무슨 상관이야!
희수 : 꼬맹야...
영채 : 무슨 상관이야! 대체 무슨 상관야!! 그러니 어쩌라구요! 그 여자가 우니까 난 꺼지라구요?
희수 : (가여워서 끌어안는다)
영채 : (밀쳐내며) 왜요! 왜요! 대체 왜요!
희수 : (안밀쳐지고 더 깊게 끌어안는)
영채 : 놔, 놔보란 말예요!
희수 : (안놓는다)
영채 : 그러는 아저씬 왜 여기 서 있었는데요? 들어가보지두 못할 거면서 왜 여기 서 있었는데요?
희수 : (안놓는다)
영채 : 이 바보! 이 겁쟁이!
희수 : (안놓는다)
영채 : (포기하고 운다)
희수 : (토닥토닥)
영채 : (점점 진정하고)
희수 : (영채를 놓아주고) 놔두자.. 놔두자구...
영채 : ... 나한테 그 말 하려구 여기 서 있었어요?
희수 : ....
영채 : 바보...
희수 : ....
영채 : .... 용서해 줄게요.
희수 : ... (본다)
영채 : 놔두자는 말 말구, 아저씨가 지금 저기 들어가서, 아저씨가 사랑하는 저 여자한테, 널 사랑했다... 사랑한다..
그렇게 말 할 수 있으면... 아저씨가 지은 죌 다 용서할게요.
희수 : ...
영채 : 그립구 보구싶구 걱정돼서 이집앞을 서성거리다 돌아가는 대신에, 불러내서, 아저씨 맘을 고백할수 있으면..용서한다구요..
희수 : ... 꼬맹아... 나는...
영채 : 그럴 수 없으면 지금 날.. 막지 마요...
희수 : ...
영채 : 아저씨가 고백하면... 나두 ... 그냥 놔두구.. 돌아갈게요..
희수 : 어떻게 하니, 이미 늦어버렸는걸.
영채 : 늦었더라두... 해요...
희수 : ....
영채 : 말해버리라구요. 말이라두 해 버리라구요. 왜 못해요?
희수 : 몰라..
영채 : ....
희수 : 어떻게 말 해야 하는지... 한번두... 해 본적이 없어...
희수를 가엽게 보는 영채.
그런 영채를, 쓸쓸히 웃으며 보고 있는 희수.
S#50. 하숙집 앞 (다른날 아침)
한준, 영채의 창을 향해 아리아를 부른다.
을채, 학원 가려고 나오다가 한준을 올려다본다.
을채, 한준에게로 뛰어나온다.
한준, 노래 다 부르고, 목에 걸쳤던 헤드셋 끼고 건들건들 춤추며 학원에 간다.
을채 : 박한주이. 니 내 부탁 하나만 들어줄래?
한준 : (헤드셋 때문에 못 듣고 가고)
을채 : (뛰어가서 붙든다) 박한주이.
한준 : (헤드셋 빼고) ?
을채 : 니 노래 하나만 불러줄래?
한준 : ??
S#51. 희수 작업실
을채가 내민 종이를 보고 있는 희수.
희수 앞에 서 있는 을채와 석관과 한준.
희수 : 이걸... 뭘 어떻게 해 달라구?
을채 : 만들어 달라고예. 작곡료는 드릴게예.
희수 : ?
을채 : 슥가이 오빠야가 그따문에 소주방 알바 하고 있다 아입니꺼.
석관 : ???? 그 무신 말도 아인 소리!!
을채 : 가사 직이지예? 그기 영채 언니야가 초등학교 때 지은 동시 아잉교...
희수 : .......(다시 본다)
S#52. 인서트
을채의 첫번째 그림책.
달 위를 지나가는 자전거.
S#53. 이나네 침실
중년의 여자 의사가 병수를 돌아보고는 가방을 챙겨서 돌아선다.
이나, 보고 있다가 의사에게 간다.
의사 : 내일 까지만 지켜보구, 나아지지 않으면 입원 시키자.
이나 : 왜요, 고모? 쟤... 죽어요?
의사 : 뭐?
이나 : ...(파들파들 떤다)
의사 : 시간이 너무 길어지면 들물게 중추신경계에 이상이 올 수두 있으니까 만의 하날 대비하잔 뜻이야.
뭐 그렇게 무서운 생각을 하니?
이나 : ....
의사 : (나가며) 내 보기엔 니가 더 문제다. 쓰러질라. 뭘 좀 먹긴 하니?
이나 : ...(따라나간다)
S#54. 이나네 거실
의사 : (현관으로 가며) 이런 일이나 있어야 깍쟁이 얼굴 볼 수 있구나.
이나 : ... 미안해, 고모.
의사 : 체온이나 자주 체크해. 갑자기 열이 오르거나 갑자기 체온이 떨어지거나 하면 연락하구. 내일 올께.
이나 : 저 못나가요...
의사, 손 젓고 나간다.
이나, 소파에 털썩 앉는다.
S#55. 이나네 거실 (밤)
이나, 소파위에 쓰러져 잠들어있다.
S#56. 이나네 침실 (밤)
앓고 있는 병수.
S#57. 할아버지 무덤 (과거면서, 병수의 꿈)
멀리 바다 보이고. 필상 부부와 어린 영채와 어린 병수, 할아버지 무덤 앞에 와 선다.
병수, 왜 이런 곳에 왔냐는 듯 필상 부부를 바라보면
정숙, 병수를 품에 꼬옥 안고 병수 키 높이에 맞춰 앉는다.
정숙 : 아가, 할아버지는 여서 주무시고 계신다. 이 안은 따뜻하고 편안할끼다... 걱정 말그라..
병수 : ...
필상 : (같이 앉아서) 바다에 뿌리드릴라고도 했었다마는, 언제라도 니가 커서 할밸르 찾아뵈야 안대겠나 해서,
스님들캉 의논해라 이래 모싯다.
병수 : 샘요, 이거는 무덤 아입니꺼...
필상 : 맞다...
병수 : 그라모 우리 할배가 ... 돌아가신 깁니꺼...
필상 : ... 절해라.
병수 : 와 나는 몰랐십니꺼...
필상 : 니가 너무 어려가 몰랐다.
병수 : 와 나는 어렸십니꺼....
필상 : 지금 이래 컸으이 댔다...
병수 : 지가 할배 다리를 주물러 드리는 거를 잊아뿌고 그냥 잤는데, 그캐가 이래 대신 깁니꺼... (운다)
정숙 : (먼 바다를 본다, 눈물 감추느라)
영채 : 뱅수야 울지 마라... 울지말고 절 해라...
병수, 울며 절 한다...
그런 병수를 영채가 보고 있다.
S#58. 이나네 침실 (밤)
병수 : (앓는. 흐느끼는) 영채야... 영채야...
S#59. 이나넨 거실 (밤)
이나, 자다가 벌떡 일어난다. 방으로 가는 이나.
S#60. 이나네 침실 (밤)
이나 들어오면
병수 : 영채야.... 영채야..
이나 : .....
병수 : 영채야...
이나 : 병수야...
병수 : 영채야...
이나 : 병수야...
병수 : 영채야...
이나 : 이나야... 나는 조이나라구!
병수 : 영채야... 영채야... 영채야...
이나 : (달려가 병수를 붙들고 마구 흔들며) 나는 조이나야. 나는 조이나라구! 일어나! 정신차려! 나는 조이나라구 이 자식아!!
병수 : ....
이나 : .... 병수야?
병수의 눈꼬리로 길게 흐르는 눈물.
이나, 천천히 병수를 놓고, 일어선다. 흔들흔들, 비틀비틀, 거실로 나가는 이나.
S#61. 이나네 거실 (밤)
이나, 나와서 전화기로 간다. 수화기를 드는 이나.
떨리는 손가락으로 버튼을 하나하나 누른다. 기다리다가.
영채 : (F) 예...
이나 : 니가해...
S#62. 하숙집 (밤)
이나 : (F) 니가 하라구!! 병수를 살려내보라구!!
영채 : ......
S#63. 하숙집 앞 (밤)
을채, 악보 하나를 가슴에 안고 고맙습니데이- 소리 지르고 있다.
희수의 차가 떠나고 있다.
영채, 마당을 허둥지둥 가로질러 대문 밖으로 나와, 을채를 밀치고 막 뛰어간다.
을채 : 어? 언니야! 니 어디 가나!!
S#64. 성곽길 (밤)
희수, 운전해 가고 있는데, 룸미러로 영채가 마구 달려오는 모습 보인다.
희수 : ?
S#65. 이나네 집 앞 (밤)
희수의 차 도착하면, 영채, 문 열고 나와서 이나네 집으로 뛰어들어간다.
희수, 그런 영채를 보고 있다.
S#66. 이나네 거실 (밤)
이나, 문 열어주면, 영채, 총알처럼 튀어들어와 열려있는 침실로 들어간다.
이나 : ....
S#67. 이나네 침실 (밤)
영채, 앓고 있는 병수에게로 간다.
병수, 흐느끼며 영채야...
영채, 병수 앞에 앉는다.
이나, 방문 앞에 서서 본다.
영채, 주륵주륵 눈물 흘리며 병수 이마의 식은 땀을 손바닥으로 닦는다.
영채 : (병수 귀에 대고) 병수야... 나야... 영채야...
병수 : 영채야...
영채 : 응... 나 영채야...
이나, 돌아서서 문 닫고 사라진다.
S#68. 거실 (밤)
비틀비틀 소파로 가는 이나.
S#69. 희수의 차 안 (밤)
희수, 전화하고 있다.
희수 : 잠깐..... 얼굴 보여주지 않을래?
S#70. 이나네 침실 (밤)
영채, 토닥토닥 하면서 병수의 귓가에 대고 병수야... 하고 있다.
병수는 영채야... 하고 있다.
두 아이의 병수야... 영채야... 병수야... 영채야...
S#71. 이나네 집 앞 (밤)
희수와 이나, 적당히 앉아있다.
이나, 창백한 유령 같고,
희수, 그런 이나를 보며 속 상하고, 가슴 아프고.......
이나 : 희수씨...
희수 : ...
이나 : 기억나? 뉴옥에서 같이 봤던 영화... 관객이 우리 둘 하구, 술 주정뱅이 몇명 밖에 없었던 ... 냄새나는 영화관에서 본 거...
희수 : 응...
이나 : 거기서 말코비치가 너무 힘이 세서.. 자기가 사랑하는 것들을 다 죽이잖아... 사랑하는 여자를 안았는데
너무 세게 안은 나머지 여자가 숨 막혀 죽구, 너무나 예쁜 쥐를 손으루 쥐었는데 너무세게 쥔 나머지 쥐가 죽구...
말코비치는 사랑한 것 뿐이었는데... 사랑 받은 것들은 다 죽게 되잖아...
희수 : ...
이나 : 희수씨 나는... 병수를 사랑한거였는데... 병수는... 나한테서... 말라죽구 있어...
희수 : ...
이나 : 그만 해야 할까봐 나...병수가 죽을까봐..... 무서워졌어...
희수 : ... 혹시 말야.
이나 : .....
희수 : 내가 지중해루 여행 떠나기 전에.. 우리가 무슨 말을 주구받았었는지, 기억나?
이나 : .... 무리야 희수씨... 나한테 그 먼 옛날의 일을 기억해내라구?
희수 : 그렇게 먼 옛날인가? 고작 지난 겨울 일인걸?
이나 : 나한테, 병수 만나기 전의 일들은 다 까마득한 과거야...
희수 : ... 그렇구나...
이나 : ....
희수 : ... 조이나.. 그래두 말이야... 틈틈이 생각해 봐 줄래?
이나 : ....
희수 : 그때 무슨 말을 주구받았었는지.. 생각해 봐줘.
이나 : ....
희수 : ....
S#72. 이나네 침실 (밤)
이나, 저쪽 구석에 늘어지듯 앉아서 영채를 보고 있고
영채, 병수를 토닥토닥 하고 있다. 병수의 울음이 점점 잦아든다. 병수, 잠 든다.
영채, 그런 병수를 본다. 이마를 만져본다.
영채, 다소 안도하는 얼굴. 물수건을 들고 일어서는데, 늘어져있는 이나를 본다.
영채, 이나를 가만히 본다. 이나, 초점없이 영채를 올려다 본다. 저런 이나가 가여운
영채 : ....
S#73. 이나네 침실 (아침)
이나, 구석에 늘어져 잠들어있다.
영채 : (E) 일어나요 조대표님.
이나, 눈뜨면, 영채, 조그만 찻상에 죽 한그릇을 끓여가지고 와 있다.
영채, 이나 앞에 찻상을 놓는다.
영채 : (딱딱한) 냉동실에 죽이 있길래 데핀 거 뿐이에요.
이나 : ...
영채 : 먹어요. 그러다 죽겠어요.
이나 : ....
영채 : 조대표님 걱정해서 이러는 거 아니에요. 얼른 먹어요.
영채, 숟가락을 억지로 이나에게 쥐어주고 나간다.
이나, 이게 무슨 일인가.. 가만 생각하다가, 숟가락을 든 채로 죽사발을 가만히 본다. 이나, 눈물이 주르륵 흐른다.
이나, 울면서 죽을 먹는다. 두어숫가락 쯤 먹고 삼켰는데
병수 : (E 힘없는) 오늘이....
이나 : (숟가락질 멈추고) ?
병수 : (E) 며칠이에요?
이나 : (보면)
병수, 깨어서 이쪽으로 고개를 돌리고, 울며 죽을 먹는 이나를 망연하게 바라보고 있다.
이나, 숟가락을 팽개치고 병수에게로 간다.
이나 : 병수야...
병수 : 나는 ... 얼마나 이러구 있었던 거예요?
이나 : 병수야...
병수 : 내가 이러는 동안... 계속... 그러구 있었... 어요?
이나 : 병수야...
병수 : ....
이나 : 병수야아....
이나, 병수에게 엎어져서 운다.
병수, 저쪽에 팽개쳐진 가여운 죽사발을 본다. 병수, 이나를 본다.
이나, 들먹거리며 울고 있다.
병수, 힘겹게 팔을 들어 그런 이나의 어깨를 만진다.
이나, 서러움의 꼭지를 틀고 울어버린다...
병수, 미안한 듯... 이나의 어깨에 손을 대고 있다.
S#74. 이나네 거실
영채, 물 수건을 들고 있다가 방안의 두 사람을 본다. 돌아서는 영채에서. (엔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