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개가 조비광의 손을 잡고는 울음을 쏟으며 말했다.
"손견님. 손견님이 그때 죽은줄만 알고 저희는 너무도 깜깜하고 힘들게살아왔습니다. 왜 일찍이 저희를 찾아주지 않으셨습니까?"
"무슨 소리요? 나는 조비광이요. 손견인지 뭔지 하는 사람이 아니란 말이요!"
조비광이 말을 그렇게 하였으나 마음 한구석은 정말 자신이 손견이라는사람인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정작 황개는 손견의 너무나 당황스런 태도에 할말을 잃고 말았다.
"정말...손견이 아니란 말입니까?"
"물론이요."
조비광이 당당하게 말하자 황개도 포기한듯 풀이죽은 목소리로 말했다.
"죄송합니다. 손견님과 너무도 닮아서... 하긴...그 벼랑끝에서 떨어지고도 살아남았을리가 없지."
황개가 풀이죽은 목소리로 말하자 조비광도 약간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하지만 기억을 못하는 상황에서 기껏 조비광이라는 이름으로 인생을 출발했는데 금새 다른 사람이 되는것이 두려웠던 조비광은 황개에게 뭐라고 할말이 없었다.
그때 멀지않은곳에서 말발굽소리가 들려왔다.
황개는 몹시 놀란 표정으로 변하여서는 재빠르게 바위뒤에 몸을 숨겼다.
조비광도 황개를따라 바위에 몸을 숨겼다.
말발굽소리의 정체는 동탁군의 기병부대였다.
자신의 동료들을 죽인 범인들을 잡기위해 멀리까지 나온것이였다.
기병들의 수는 대략 30명정도였다.
"이런 젠장....이제 오나라로 돌아가는것이 힘들게 되었구나."
"오나라? 당신은 오나라 사람이요?"
"그렇습니다. 동탁의 마을에 갔었던것은 그쪽의 정치를 보기 위해서였습니다. 역시나 동탁의 횡포에 백성들이 괴로워 하고 있더군요."
그리고는 황개가 분노한 표정으로 눈동자를 이글거리며 말했다.
"역적 동탁놈을 죽일기회를 잡으려 했는데 막상 동탁이 성밖으로 나오지않아서 결국 포기하고 오나라로 돌아가려던 참에 그쪽분을 만난것입니다."
"그랬군요."
그때 황개의 두 눈이 휘둥그래지더니 떨리는 음성을 내뱉었다.
"저...저놈은 여포."
황개가 주먹을 부르르 떨며 누군가를 매섭게 째려보자 조비광도 그쪽을쳐다보았다.
그곳에는 번쩍이는 금빛도깨비 갑옷을 가슴과 어깨에 걸치고 장엄한 표정으로 붉은 적토마 위에 앉아있는 사내 여포가 있었다.
여포를 보자 조비광의 마음속에서 무언가가 꿈틀거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어서 머리가 터질듯한 통증이 찾아왔다.
"으으윽....머리가...머리가..."
조비광이 머리를 싸잡고 뒹굴자 황개가 걱정하며 물었다.
"괜찮으시요?"
그때 조비광은 자신의 모든 잃어버린 기억을 되찾았다.
"마...맞아. 나는 손견이다. 여포와 싸우다가 상처를입고는 벼랑끝에서 최후의 일격을 피하다가 떨어졌었지.."
손견이 그제서야 자신의 정체를 알고는 황개를 보며 웃음을 지었다.
"공복! 이제야 기억이 돌아왔소."
"그...그럼...역시 손견님이였군요!"
황개는 손견이 이제서야 정신까지 손견으로 돌아온것을 보고 기쁨을 참지못했다.
그때 동탁군의 기병들중 한명이 황개의 말을 가리키며 소리질렀다.
"저쪽에 수상한 말이 한마리있다!! 어서 가보자!"
황개와 손견은 그 외침에 정신이 아득했다.
기병 30명을 상대하는것도 무리인데 여포까지 있으니 싸워봤자 승패는 뻔한일이였다.
그때 황개가 무언가를 결심한듯 손견에게 소리쳤다.
"손견님! 제가 저놈들을 막아보겠습니다. 제 말을타고 오나라로 급히 달려가십시요!"
황개의 말에 손견은 얼굴이 붉어지며 성난 목소리로 소리쳤다.
"닥쳐라 황개. 그대는 내 성격을 잘 알고 있으면서 그런 말을 하는가?!"
"손견님! 사사로운 정에 얽매여서는 대의를 이루지 못합니다! 손견님은어서 오나라로 돌아가 강동호랑이가 죽지 않았다는것을 보여주고 책,권 두아드님과 동탁을 무찌르 십시요!"
황개의 말이 모두 옳은 말이였지만 손견은 차마 황개를 버릴수 없었다.
그동안 자신을 따라다니던 장수들중 가장 믿고 아끼던 황개이기에 손견은더욱 그를 선뜻 놔두고 갈수 없었다.
그러는 동안 어느새 동탁의 기병은 50미터도 안되는 거리로 다가와 있었다.
마음이 다급해진 황개는 손견에게 고함을치며 강요했다.
"어서!! 어서 가십시요!! 손견님~~"
결국 손견은 황개의 말을타고 재빠르게 반대쪽으로 달아났다.
그 모습을 본 여포가 부하들에게 소리쳤다.
"너희는 저 머리를 땋은놈을 잡아라! 나는 말을타고 도망치는 놈을 잡겠다!"
여포는 외침과함께 손견을 향해 달려갔다.
그러나 황개가 그것을 미리 간파하고는 여포의 앞을 막아섰다.
"여포야!! 이 황공복이 상대해주마! 어서 덤벼봐라!"
황개의 외침에 여포가 가소롭다는듯이 방천화극을 휘둘러 내질렀다.
황개가 철편으로 재빠르게 방천화극을 막아냈지만 힘의 차이 때문인지 황개는 공중으로 떠서 땅에 곤두박질쳐버렸다.
그러나 곧바로 일어선후 다시 여포에게 달려들어 철편을 휘둘렀다.
여포도 황개의 기세에 조금 눌렸던지 약간 뒷걸음질을 치며 방어를 하더니 이윽고 자신의 힘을 과시하듯 함성을 질러댔다.
"히야아아압!!!!!"
여포의 외침이 얼마나 우렁찬지 황개는 고막이 터지는듯한 통증을 느꼈다.
그리고 그 한순간의 허점을 놓칠 여포가 아니였다.
방천화극으로 황개의 배를 찌르고는 공중에 뛰운후 다시 땅바닥으로 강하게 내동댕이쳤다.
그 일격으로 황개는 다시는 일어나지 못하고 눈을 감았다.
여포가 손견을 바라보았으나 이미 잡을수 없을정도로 손견은 멀어져 있었다.
결국 황개의 목숨이 손견을 살려낸 샘이였다.
손견은 계속해서 말을타고 달려가 2일후에 오나라의 성에 도착할수 있었다.
손견이 성문앞에 멈춰서자 성벽위에서 병사들이 소리쳤다.
"누구냐?"
"나는 손책의 아비인 손견이다! 냉큼 문을 열어라!"
손견이 당당하게 외쳤으나 병사들이 그 말을 믿어줄리 없었다.
"입닥치고 꺼져라. 그렇지 않으면 화살을 쏘겠다."
병사들의 건방진 태도에 손견이 손찌검을 하며 소리쳤다.
"네놈!!! 감히 오나라의 왕인 이 손견에게 입닥치라는 말을 하다니!!"
그때였다.
갑자기 성벽위에서 화살이 날아왔다.
손견은 너무도 황당하고 분하였으나 화살이 날아오지 못할정도로 물러선후 계속해서 성벽을향해 소리쳤다.
"나는 손견이다! 어서 문을 열어라!"
그러나 병사들은 들은척도 하지 않았다.
그때 때마침 성벽을 순찰하던 손책이 병사들에게 다가가 물었다.
"무슨일이냐?"
"예. 어떤 미친놈이 계속해서 자신이 손견이니 성문을 열라고 외치고 있습니다요. 벌써 몇시간째인지 원..."
병사의 말에 손책이 화를내며 소리쳤다.
"감히 어느 건방진놈이 나의 아버님을 자칭한단 말이냐?! 너희는 냉큼 성밖으로 나가서 그 미친놈을 잡아오너라!"
손책의 명이 떨어지자 병사 5명이 말을타고 성밖으로 나갔다.
손견은 자신을 마중나오는 것인줄알았으나 그들의 손에 검과 밧줄이 들려있는것을 보고는 금세 상황을 파악했다.
그러나 성안으로 들어가기위해 아무 저항없이 밧줄에 꽁꽁묶여 잡혀갔다.
천하의 손꼽히는 맹장인 손견이 참기에는 너무나 큰 치욕이였으나 지금은 참을수밖에 없는 상황이였다.
이윽고 성의 안까지 손견을 끌고 들어온 병사들이 손책에게 무릎꿇고 말했다.
"손책님! 그 미친놈을 잡아왔습니다."
그러자 손책이 호통을치며 손견에게 외쳤다.
"감히 나의 자랑스러운 아버님을 자칭하다니!! 네놈을 살려둘수없다! 고개를 들어라!"
손책의 외침에 손견이 고개를 들며 말했다.
"책아. 어서 이 밧줄을 풀어라."
손견의 얼굴을본 손책은 너무도 놀라고 기가 막혀서 뒤로 고꾸라질 지경이였다.
1년전에 절벽으로 떨어져 죽은줄만 알았던 자신의 아버지가 바로 코앞에 근엄한 얼굴로 앉아있으니 놀랄수밖에 없는일이였다.
손책이 당황하여 목소리를 떨며 말했다.
"네...네가 정녕 나의 ...아버지란 말이냐?"
손책의 말에 손견이 호랑이같은 두눈을 부릅뜨며 호통을 쳤다.
"이놈~!! 네놈까지 이 애비를 몰라 보느냐?! 게다가 네놈이라니!! 그게 아비에게 할 소리란 말이냐!!"
손견의 호통을 듣고서야 손책은 자신의 아버지임을 확신하고는 직접 바닥으로 내려가 손견의 묶인 끈을 풀고 땅에 이마를박으며 눈물을 흘렸다.
"아버님! 차마 살아 계신줄 몰랐습니다. 아버님을 알아뵙지못한 이 못난자식을 죽여주십시요!"
손책이 그렇게 울부짖자 그 자리에있던 모든 병사들도 무릎을 꿇고 손견에게 절을했다.
손견이 그런 손책에게 다가가 일으켜세우며 말했다.
"그동안 네가 고생이 많았겠구나. 이제 내가 돌아왔으니 걱정할것 없다."
그리고 손견이 다시 오나라로 돌아온 소식은 어느새 전국에 퍼졌다.
그 말에 가장 놀란것은 역시 동탁과 여포였다.
동탁이 여포를 보며 놀란 표정으로 물었다.
"여포야. 네가 손견이 죽는것을 직접 봤다고 하지 않았더냐?"
"물....물론입니다. 30미터도 더 되는 절벽에서 떨어지는것을 분명히 봤습니다. 게다가 떨어질 당시의 손견은 이미 상처가 심각한 상태였습니다."
여포의 말에 동탁이 혀를끌며 말했다.
"이....그럼 정말 손견은 죽지않는 불사신이란 말이가?"
동탁이 걱정되는 표정으로 혼자말을 지껄이자 여포가 당당하게 말했다.
"주군! 제게 군사 5만을 내려주십시요. 당장 오나라로 쳐들어가 그 말이과연 사실인지 확인하겠습니다."
여포의 자신있는 태도에 동탁이 만족해하며 말했다.
"음....과연 여포 너는 나의 자식이다!! 군사 5만으로 오나라를 쓸어버리고 만약 손견이 살아있다면 그 목을 내게 가져와야 한다!!"
"예! 맏겨주십시요."
여포가 자신있게 대답한후 군사를 정돈하여 성을 나섰다.
이제 본격적으로 손견과 동탁이 부딪히는 순간이였다.
(2부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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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랑이의 부활-2
강동호랑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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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08.10 06: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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