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한 지 내년이면 어언 20주년!
대학동문인 우리부부는
8년여의 연애 끝에 결혼했다.
전공에는 별 취미를 못 느껴,
군대를 마친 뒤 복학한 나는
그 당시 공부보단 연극과 습작에 몰입했었다.
학교도서실의 문학관련 서적들을 탐독하던 중에,
책의 뒤쪽에 꽂힌 ‘도서대출증’에 유난히 자주 보이던 이름.
남들과는 별다르지만
내 이름 끝자와 같은 ‘외자 이름’에
‘김’씨 성을 가진 그녀가 바로
내 시선을 잡아끈 여학생이라는 것을 뒤 늦게 알았다.
굵은 웨이브에 긴 머리를 휘날리면서
검은 옷을 즐겨 입던 그녀의 신상을 파악한뒤,
난 졸업할 때까지
무려 2년 동안 그녀의 수업에 따라 들어갔다.
공대생인 내게는 전혀 어울리지 않을 듯한
교수법, 교육학, 교육매체, 심리학 등의 문과과목을 수강하였다.
수업이라기 보단 그녀의 뒷자리에 앉아
머릿결에서 풍기는
‘레브롱샴푸’의 내음을 즐겼을 뿐이지만
골치 아픈 전공과목과는 달리
강의내용은 머릿속에 ‘쏙쏙(?)’ 잘 들어왔다.
‘카사블랑카여 다시 한 번’의 연습과 공연도 끝나고
연극반 후배인 최용민 군이 연출한 영어연극마저 끝나던 날!
쫑파티를 마치면서
우리 둘만의 ‘결혼 예행연습(?)’은 시작되었다.
그렇게 결혼한 우린 1녀 1남의 2세를 맞았다.
첫딸을 낳고 18개월 뒤에 얻은 아들놈은
여러 차례 우리부부의 가슴을 놀래켰다.
남들은 두 개씩인 알토란을 달랑 하나만 달고서,
아니 하나는 뱃속에 간직한 채 삐쭘이 세상에 나왔다.
두 돌이 지난 뒤에
삼성병원소아비뇨기과에서 수술로 끌어 내린 후에도
자주 병원을 다니며 계속 치료를 받았다.
난 아침, 저녁으로
녀석의 팬티를 내려가며
붕알은 안녕하신지?,
꼬추는 잘 영그는지?,
살펴보고 또 살펴보았다.
그러던 녀석이 18개월째 어느 날,
집사람이 목욕을 시키려다
그만 큰 사고가 터졌다.
끓는 물을 먼저 붓고 나서 찬물을 준비하던 중에 ......
그 짧고도 짧은 순간에
꼬마의 왼발에 잇달아 왼손도 텀벙!
아!
아이는 자지러지고
아내는 놀라 아이와 함께 울부짖으며
동네 정형외과에서 부랴부랴 응급처치를 마쳤고
내게 연락이 와서 달려 가보니......
손과 발은 퉁퉁 부어서 권투글러브를 낀 형상이었고
동네 의사에게 알아보니 어찌될지 모른다는
시원찮은 대답이 더욱 울화를 치밀게 했다.
뒤 늦게 정신 차려
화상전문병원인 한강성심병원 응급실로 내달았지만
상황은 또 다시 캄캄 절벽!
입원실이 없다고
무작정 기다려야만 한다는 야속한 말뿐이고.
수술의 시기를 놓치면
손발이 모두 붙어서 불구가 되므로,
2차 수술도 해야 한단다.
아무리 직업상 냉정한 사람들이라지만
속 타는 가슴은 동동거리는 부모들만의 것이고,
그들의 일상은 잘 돌아가는 기계속의 부품일 뿐이었다.
이리저리 산지사방으로 수소문해
아는 후배의 도움으로 겨우 입원 수속을 마친 뒤,
성형외과 주임교수의 집도로 수술도 만족스럽게 잘 마쳤다.
뒤에 입원실에서 들은 바로는
다른 애들은 예약하고나서
자그마치 18개월이나 기다려서
담당 전문 의사한테 수술을 받았다고들 한다.
지금도 절대 잊히지 않는 그때의 상황을,
나는 두 눈을 똑바로 뜨고 그 모습을 가슴 속 깊이 담았다.
아들의 왼팔을 꼭 쥔 채
손의 가죽을 벗겨내졌고,
다시 한 번 더 그렇게
왼 발의 가죽마저도 벗겨냈다.
아이의 울음과 범벅된 수술실
내 얼굴에선 눈물만이 주르륵!
난 단지 아이의 고통을 눈곱만치 느낄 뿐이었다.
그렇게 수술이 끝나고
아이의 손발은 제 모습을 찾아갔고,
그 후로 녀석은
김이 모락모락 하는 음식의 근처는
얼씬도 하지 않았고
아직도 뜨거운 음식은 꺼린다.
겨우 고등학교 1학년인 그 녀석이
이제는 훌쩍 자라
지아비보다 머리하나는 더 큰 186센티미터!
재작년까지만 해도 노리끼리하던
고추뿌리 주위의 터럭이 이젠 제법 시커뭇하다.
튼실한 붕알을 덜렁이면서
등을 밀어 달라는 녀석을 보고 빙그레 웃음 지어본다.
녀석도 멋쩍은지 씨익 웃으며 나를 본다.
짜식!
첫댓글 와 지난이야기라 소설갗이 글을잘썼네 나는 결혼을 35살에해서 그래도 바로생긴 아들놈이 2살때 전기코드에 젓가락 두개를 그대로 꽂잤으니 어쩠겠나 으아~앙 소리를 지르며 순간 아이는 자지러지고 살타는냄새에 다행이 손에 화상만 입었지만 십년감수한 생각을하면 지금도 아득하단다 왜냐고 아들을 난뒤 2달만에 정관 수술을 했었거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