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님께서 참으로 부활하셨도다. 알렐루야! 알렐루야!”
오늘 이 밤, 주님께서 부활하셨습니다!
십자가 위에서 처참히 돌아가신 예수님께서 오늘 이 밤 부활하셨습니다!
주님이 부활하신 이 밤, 가톨릭교회 모든 신자들은 주님 부활의 기쁨을 교회 전례 안에서 가장 성대하게 거행되는 부활 성야 미사로 표현합니다. 성주간의 핵심이자 성삼일 전례의 절정이라 할 수 있는 오늘 부활 성야 전례가 바로 그것으로서, 주님이 부활하셨다는 상징으로 부활초가 이렇게 제대 옆에 자리하게 됩니다.
총 4부로 구성되는 부활 성야의 예식 중, 제 1부인 빛의 예식은 어둠에 싸인 세상에 빛으로 오신 그 분께서 우리 삶의 어둠을 몰아내시고 그 분 빛으로 세상 모두를 환하게 비추어 주신다는 사실을 드러내며 우리 모두를 주님이 마련하신 영원한 빛의 축제로 초대합니다. 부활초 점화 예식 중에 주례 사제는 부활초에 불을 댕기면서 이렇게 기도합니다.
“영광스러이 부활하신 그리스도의 빛은 저희 마음과 세상의 어둠을 몰아내소서.”
세상의 어둠을 몰아내기 위해 빛으로 오신 분, 메시아 그리스도 예수님은 바로 우리 마음과 세상의 어둠을 몰아내는 빛이시며, 그 빛은 구약 시대부터 예고된 하느님 구원의 약속입니다. 바로 이 사실을 오늘 부활성야의 제 2부 // 말씀의 전례 안에서 읽은 독서 말씀들이 분명히 확인시켜 줍니다. 세상을 창조하신 하느님의 업적을 전하는 창세기의 말씀부터 이집트 종살이하던 이스라엘 백성을 구원한 탈출기의 이야기, 예언자들을 통해 이스라엘 백성을 올바른 길로 인도하신 하느님의 이끄심을 이야기하는 예언서의 말씀에 이어 마침내 새로운 계약을 완성할 구원자 예수 그리스도의 죽음과 부활을 통해 우리에게 구원의 빛을 비추어 주심을 우리가 읽은 독서의 말씀들이 분명히 전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처럼 사랑이신 하느님께서 당신 아들 예수님을 우리들의 빛으로 보내 주시고 그 빛으로 우리에게 구원을 주셨다는 사실을 오늘 전례의 빛의 예식과 말씀의 전례를 통해 기억하게 된 우리는 이제 곧 거행될 오늘 예식의 제 3부 // 세례 갱신 예식을 통해 그 구원의 사실을 다시금 확인하고 하느님께서 허락하시는 성령의 힘을 충만히 받아 부활하신 주님과 함께 새 생명으로 부활하는 특별한 은총을 받게 될 것입니다.
죽음을 이기고 참된 승리와 해방을 이루신 예수 그리스도의 부활. 그 부활이 이루어진 거룩한 이 밤, 그렇다면 예수님의 부활을 기념하는 성대한 부활 성야 전례에 참여한 여러분들은 예수님의 부활이 진정 여러분 각자에게 참된 기쁨으로 다가오십니까? 혹시나 이른 새벽 일찍이 주님이 묻히신 무덤을 보러갔던 여인들이 텅 빈 무덤을 보고 망연자실한 채, 하늘만 바라보고 있었던 것처럼 여러분도 혹시 예수님의 부활을 그저 나와는 상관없는 일 년에 한 번 있는 정기적 전례 행위로만 생각하고 계시지는 않으십니까?
만일 그러하시다면 오늘 복음에 등장하는 여인들의 모습을 눈여겨보십시오. 예수님의 시신이 무덤에 모셔진 바로 다음날 새벽, 마리아 막달레나와 야고보의 어머니 마리아 그리고 살로메는 무덤을 보러, 아니 너무 급하게 무덤에 모신 나머지 제대로 시신을 닦아드리지도 못한 예수님의 시신에 향유를 발라드리고자 그곳으로 달려갑니다. 그러나 그녀들은 그들이 보고자 했던 예수님의 시신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지고 흰 옷을 입은 주님의 천사가 무덤 안에 있는 것을 보고 깜짝 놀랍니다. 그리고 천사가 하는 말은 그런 그녀들을 더욱 놀랍게 만듭니다. 천사는 이렇게 말합니다.
“놀라지 마라. 너희가 십자가에 못 박히신 나자렛 사람 예수님을 찾고 있지만 그분께서는 되살아나셨다.”(마르 16,6ㄱ)
예수님이 부활하셨다는 사실을 알려주는 이 천사의 말 가운데, 제일 먼저 꺼낸 말은 다름 아닌 그녀들의 두려움 마음을 가라앉혀 주는 것이었습니다. 예수님의 시신이 사라졌다는 사실에 놀라고 있는 그녀들의 마음을, 주님의 무덤에 주님은 사라져버리고 천사가 나타났다는 사실에 두려워하고 있던 그녀들의 마음을, 죽음 이후의 부활을 알지 못하던 그녀들에게 예수님이 부활하셨다는 사실에 그저 놀라워만 하고 있던 그녀들의 마음을 천사는 진정시켜 줍니다.
“놀라지 마라.”
이처럼 부활의 첫 소식을 알게 된 여인들이 주님의 천사로부터 들은 첫 말은 바로 우리 마음 안의 두려움을 없애주시는 것이었습니다. 우리 마음 안에 존재하는 이런저런 두려움들, 죽음에 대한 두려움, 삶의 불안정함에서 비롯되는 두려움, 사랑받지 못하고 인정받지 못하는 데에서 오는 두려움, 우리 마음 안에 어둠과도 같이 존재하는 이 모든 두려움과 공포를 예수님은 당신이 주시는 평화로 모두 없애주십니다. 두려움이 사라지고 평화가 자리하는 삶, 그 삶이 바로 부활의 삶이며, 예수님은 바로 지금 이 순간, 우리를 이 부활의 삶으로 초대해 주십니다. 당신의 빛과 진리로 우리를 부활의 삶으로 초대해 주시는 주님을 맞이하는 이 부활의 잔치에 함께 하십시오. 바로 그것이 하느님이 우리에게 바라시는 유일한 한 가지이며, 그 잔치에 함께 하는 모든 이들은 하느님이 마련하신 부활의 삶으로 새롭게 변화될 것입니다. 예수님을 부활시키신 하느님 아버지께서 우리 역시 당신 아들 그리스도 안에서, 그리고 그리스도를 통하여 그리스도와 함께 부활시키시리라는 믿음, 그 믿음이 바로 그리스도교 신앙의 핵심, 부활신앙입니다. 여러분 모두가 참된 부활 신앙을 갖게 되시기를, 그리하여 그 믿음으로 여러분의 현재의 삶이 어둠에 싸인 죽음의 삶이 아닌 예수님의 빛으로 환하게 빛나는 부활의 삶이 되시기를 간절히 기도합니다.
잠시 조용한 침묵 가운데 빛으로 오신 그 분을 합당히 맞이하며 세례 갱신 예식을 준비하도록 합시다.
“영광스러이 부활하신 그리스도의 빛은 저희 마음과 세상의 어둠을 몰아내소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