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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나가고 있는 '한국 산서회'의 회지 "山書 제33호"(2023.03.30. 발행)에 투고한 소설입니다. 이제 인생의 길도 얼마 남지 않은 듯한 생각이 들어, 인생을 정리하는 의미에서 써 본 것입니다. 즐겁게 감상하여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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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행소설 - 사람의 산을 평가하다
배를 타고 밤새 어두운 바다를 건너왔다. 배에서 내리니 땅에서는 이제 서서히 날이 밝아오고 있었다. 군중의 무리가 갈 곳을 찾아서 움직이는 것이 보였다. 공중에 걸린 스피커가 큰 소리로 알리고 있었다.
“안내 팻말을 잘 보고 목적지를 찾으시오.”라는 말을 반복하고 있었다. 첫 번째 팻말이 두 갈래로 사람들을 갈라놓았는데, ‘산에 다녔다’와 ‘산에 안 다녔다’로 구분되고 있었다. 그는 왼쪽, 산에 다닌 사람들이 가는 쪽으로 따라갔다.
조금 더 가니 두 번째 팻말이 나왔다. 여기선 ‘산에 다니며 글을 쓴 사람’과 ‘산에 다니며 글을 쓰지 않은 사람’으로 길이 갈라지고 있었다. 그는 주저하지 않고 산에 다니며 글을 쓴 사람이 가는 길로 들어섰다.
그 길은 어떤 건물의 현관으로 연결되었으므로 그 건물의 현관 안으로 들어가니 대기소가 있었고 안내자들이 사람들을 한 사람씩 호명하여 2층에 있는 조사실로 데리고 가고 있었다. 그도 다른 사람들과 같이 대기실의 소파에 앉아서 호명되기를 기다렸다.
시간이 한참 지나서 그의 이름이 불렸다. 그는 노란 윗도리를 입은 안내자를 따라서 2층으로 이어진 계단을 올라갔다. 201호실 앞에서 직원이 노크를 하자 ‘네’하고 들어오라는 신호가 떨어져 그는 혼자서 안으로 들어갔다.
“어서 오시오. 거기 앉으시오. 이름이 어떻게 됩니까?”
판정관이 의자에 앉은 채 물어 왔다. 긴 테이블의 한 편 앞 의자에 그가 앉고 반대편에 세 사람의 판정관이 앉아 있었다. 그들은 각각 손에 두꺼운 서류를 하나씩 들고 있었다.
“사람이라고 합니다.”
“좋소, 사람님, 잘 오셨소.”
수석 판정관인 듯한 사람이 인사를 했다.
“여기선 어떤 평가를 어떻게 합니까?”
“당신이 일생 어떤 산악활동을 했는지 조사하고 그에 대한 평가를 하게 됩니다. 평가방법은 먼저 당신의 진술을 들은 후 우리 측에서 더 알고 싶은 사항에 대하여 질문을 하여 당신의 답을 들어서 모호한 점을 확실히 하고 평가를 하게 됩니다. 평가의 결과는 점수로 하는데 100점 만점에 60점을 넘으면 합격이고 그 미만이면 불합격입니다. 합격의 경우에 당신을 위해 적절한 제안을 주어 당신이 갈 방향을 제시하게 됩니다. 우선 서면으로 선서문에 서명해야 합니다.”
“알겠습니다.”
그는 그 자리에서 행할 진술과 주어진 질문에 대한 답변이 진실에 입각할 것이라는 점을 서약하는 문안이 적힌 백지 선서문에 이름을 써서 서명하였다.
“좋소. 그럼 당신의 일생에 걸친 산행에 대해 개략적으로 서술해 보시오.”
“일생 산을 오르며 산행을 즐기고 대부분의 산행을 사진과 글로 기록해 왔습니다. 먼저 뒷동산에서 산을 알게 되었습니다. 제가 평야지대에서 태어난 관계로 제대로 된 산은 늦게 알았지만 그래도 뒷동산에는 소나무와 참나무가 있었고 나무에 올라가 놀기도 하고 상수리를 털기도 했습니다. 그러다가 고등학교 가을 소풍에서 도봉산 망월사의 단풍을 본 후로 산의 매력을 알게 되었지요. 븕은 단풍과 바위, 산사가 어우러지는 경치에 흠뻑 빠지게 되었습니다. 우이암에서 록클라이밍을 배우고 인수봉과 선인봉의 가파른 바위에도 올라가 보았습니다. 그러나 록클라이밍은 제게 안 맞아서 보류해 두고 전국의 산을 찾기 시작했습니다. 제일 먼저 전국에 걸쳐 있는 100대 명산을 하나하나 오르기 시작했습니다.”
“100대 명산이라는 게 무언지요?”
”한국, 한국이라지만 결국 남한을 얘기할 수밖에 없지요. 2002년에 산림청에서 선정하여 공표한 한국의 산 100개를 말하는 것인데 우리들이 알고 있던 명산은 거의 다 포함된다고 볼 수 있지요.“
“직장에 다니면서 열심히 산행하는 게 무리는 아니었소?”
“솔직히 무리였습니다. 그러나 절대로 업무에 지장을 주지는 않게 하였고 다만 직장이 요구하는 플러스 알파를 하지 못한 점은 인정합니다. 대신 그 점 때문에 진급이 늦어지는 일도 있었지요.”
“다음엔 어떤 산행을 했소?”
“백두대간과 정맥산행입니다. 1대간 9정맥을 뛰느라 많은 정력과 시간을 바쳐야 했습니다. 원거리 산행인지라 상업산악회의 버스를 타기도 하고 홀로 현지에 가서 찜질방이나 민박, 또는 여관에서 일박하며 산행을 하기도 했지요. 물론 토요일이나 일요일 날이었습니다.”
“백두대간과 정맥에 대해서 더 설명해 보시오.”
“백두대간이라 하면 백두산에서 금강산을 지나 지리산까지 뻗은 한국의 척추가 되는 산줄기로 선인들이 산경표라는 책에서 이미 기록해 놓은 바 있지요. 정맥은 그 백두대간 줄기에서 가지를 쳐서 다시 바다를 향하여 뻗어나간 산줄기로 대개 강어귀에서 끝나는데 남한에는 아홉 개가 있습니다. 비슷한 개념으로 기맥이있는데 정맥과 같이 대간즐기에서 시작하지만 그 끝이 바다까지 가지 못하는 산줄기입니다. 그 정맥이나 기맥에서 다시 뻗은 작은 산줄기를 지맥이라 하여 많은 사람들이 오르고 있습니다.”
“산줄기라는 게 어떤 개념이오? 보통 산이나 산맥이라고 부르지 않소?”
“그렇습니다. 산줄기라는 개념은 우리 조상들이 발견한 개념인데 한국의 산은 모두 연결되어 줄기를 이루고 있다는 뜻입니다. 백두대간은 정맥으로 정맥은 지맥으로 지맥은 단맥으로 연결되어 국토에 산재한 모든 산들이 하나의 나무를 이루는 가지처럼 연결되어서 파악된다는 점입니다. 물론 이들 산줄기는 위계를 이루어 백두대간이 가장 상위 체계이고 다음이 정맥(기맥), 지맥, 단맥으로 내려가는 이런 체계입니다. 한국의 산꾼이라면 대개는 이 체계를 수긍하고 산줄기를 따라서 산행하게 됩니다.”
“잘 알겠소. 그렇다면 그 산줄기의 개수와 길이는 얼마나 되겠소?”
“남한만 보아 대간에서 시작하여 단맥까지 세어 본다면 줄기의 개수로는 약 삼천 개, 길이로는 삼만 킬로는 될 것입니다. 십 킬로 이상 되는 것들만 그렇고 그 보다 짧은 여맥은 헤아릴 수 없이 많지요. 저에게는 불가능한 일이지만 이를 다 밟아 보겠다는 사람도 있습니다.”
“어쩌다 산을 알게 되었소?”
“자연스러운 일이지요. 초등학교 때 소풍부터 산으로 가고 뒷동산에서 친구들과 뛰어 놀았지요. 산은 우리 주변에 의식하지 않은 채 스며들어 있어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 교가에도 산이 등장하고 심지어 S대학교를 상징하는 것이 관악산이기도 합니다. 누군가 쓰기를 ‘누가 조국의 앞날을 묻거든 고개를 들어 관악을 보게 하라’하고 말하였지요. 주변에서 얼마든지 만날 수 있는 산에 가다 보니까 중독이 되게 되었나 봅니다.”
“외국의 산은 어땠소?”
“동남아에서 가장 높다는 산에도 올랐고 히말라야 산맥의 베이스 캠프 두 곳에도 가 보았고 유럽의 알프스에서 트레킹도 하였습니다.”
“감상이 어땠소?”
“역시 산은 높아야 한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어떤 시인이 쓰기를 진리는 높고 추운 곳에 자리한다고 하였는데 그 말이 사실로 다가왔습니다. 그러나 한국의 산은 그 나름 매력이 있었습니다. 휴먼 스케일이라 할까 규모는 외국 큰 산들에 비해 작지만 인간의 활동에 적당한 크기여서 하루에 올라갔다가 내려올 수 있는 이점이 있었습니다. 숲이 있고 계류가 흘러 다양한 경치를 보여주고 아기자기한 맛이 있다고 할 수 있었습니다.”
“그렇다면 당신은 산악인이오?”
“그렇다고 생각합니다. 산악인이라면 보통은 해발 삼천 미터 이상의 고산에서 활동하는 산행자를 말한다고 봅니다. 한국에는 그런 고산이 없기 때문에 동남아의 사천 미터에 달하는 산에 올라보았고 히말라야와 알프스에서 고산지대를 트레킹하고 베이스 캠프까지 가 보았으니 부족하지만 산악인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해발이 삼천 미터 이상 되는 곳에서 여러 날 먹고 자고 산행하며 보낼 수 있었으니까요.”
“좋소. 다음 질문이요. 산악인생의 기회비용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시오?”
“기회비용이란 무슨 말씀인지요?”
“아, 이건 경제학 용어이긴 한데 쉬운 개념이요. 어떤 일에 몰두하느라 할 수는 있었지만 동시에 할 수가 없어 하지 못한 일에서 얻을 수 있는 이익을 말하는 것인데, 몰두하는 일 때문에 치러야 하는 대가 즉, 비용이라고 할 수 있지요. 능력이 큰 사람일수록 그가 치러야 하는 기회비용은 크다는 것이 학계의 정설입니다.”
“그런 뜻이었군요. 산에 가는 대신 다른 일을 못 하였으니 그에 대한 비용이 얼마나 되겠느냐고 물으시는군요. 저도 상당한 비용을 치렀습니다. 어렸을 때의 꿈은 과학자였으니 노벨상을 타는 과학자가 될 수도 있었고요, 열심히 연구하고 잘 가르쳐서 명교수의 반열에 오를 수도 있었겠지요. 또 모르지요. IT의 원리를 터득하여 벤처기업을 세워서 엄청난 부를 쌓았을 수도 있었습니다. 여하튼 저는 상당한 기회비용을 치렀다고 말씀드려야겠네요.”
“그래서 후회한다는 말씀이오?”
“그렇지는 않습니다. 어떤 비용을 치루더라도 산에 가고 싶었고 산행을 즐겼기 때문이지요. 다만 산행을 좀 더 계획적이고 입체적으로 하지 못 하고 산악문화에 공헌하지 못 한 것 같아 회한이 남긴 합니다.”
“좀 더 자세히 설명해 보시오.”
“말 그대로입니다. 산행을 함에 있어 인생의 어떤 시기에 어떤 산에 갈 것인가를 체계적으로 계획하고 실행하며 다녀온 후에는 정확한 기록을 남기고 산악인들과 공유하여 해석해 보며 한국 산의 실체와 매력에 대해 더 연구하고 홍보할 필요가 있었습니다.”
“한 번 더 생이 주어진다면 그대로 할 수 있겠소?”
“욕심이 나지만 사양해야 할 것 같습니다. 그 길고 험한 길을 다시 걸을 생각을 하니 정신이 아득합니다. 물론 산행 중에 많은 기쁨이 있긴 했지요.”
“위기는 없었소?”
“몇 번 있었습니다. 한 번은 바위 절벽에 매달렸다가 힘이 소진되어 떨어졌는데 앞 사람의 앵커는 실패하고 뒷사람 앵커 때문에 정지가 되어 십여 미터를 낙하하다 정지했는데 그때 죽는 줄 알았습니다.”
“여기도 그런 기록이 있군요. 당신은 그 때 상당한 충격을 받은 걸로 되어 있네요.”
“그렇습니까? 어떻게 그런 기록을 구하셨지요?”
“우리 평가원은 모든 산악인에 대한 행동을 자동으로 기록하여 저장하고 있습니다. 마지막 평가에선 그 자료를 꺼내서 대조하게 되지요. 사실 그때 당신은 이쪽으로 건너오기엔 너무 경험이 없었기에 우리가 손을 썼지요.”
“손을 썼다고요? 그런 도움이 작동했다고요? 그럼 고상돈이나 유재원 같은 산악인은 왜 그렇게 빨리 데려간 거지요? 얼마든지 당신들이 도와서 살려줄 수 있지 않았나요?”
“글쎄요. 내 소관은 아니었지만 아마도 그 때 우리의 모니터링이 잘 안 된 것 같소. 그분들의 재능은 이 쪽 세계에서도 꼭 필요하니 지금 잘 쓰이고 싶지 않나 싶소.”
“무서운 일이군요. 당신들이 산악인의 운명에 손을 댈 수 있다는 것이.....”
“너무 걱정하지 마시오. 우린 우리의 간섭이 최소한에 그치도록 늘 노력하고 있다오. 이제 득의의 순간에 대해 말해 주시오.”
“득의라니요?”
“당신이 산에 올랐기에 경험했던 좋은 추억들을 말하는 겁니다.”
“아내를 산 때문에 얻었지요. 얻었다기 보다 산이 중개해 준거지요. 연애감정이 싹트는 계기가 산에서였지요. 겨울철 한 날 백운대에 산을 좋아하는 남자 둘, 여자 하나 셋이서 올라갔지요. 정상은 조금 미끄러웠답니다. 여자가 갑자기 뒤뚱하며 바위에서 살얼음에 미끄러져 넘어지려고 할 때 제가 날쌔게 팔을 잡았지요. 놀라는 순간 둘의 눈이 마주쳤답니다. 그 눈들은 사방으로 낮게 펼쳐져 있는 사바세계를 천천히 돌아보는 동안 두 사람의 마음은 천상세계에서 어우러지고 있었지요.”
“리즈 시절이었군요.”
“그렇습니다. 힘들여서 정상에 오르면 산은 언제나 좋은 경치로 보상을 해주었지요. 정상에서 산 아래를 내려다보는 순간이 저의 득의의 순간이라고 해야겠지요. 다음엔 해맞이 산행을 들어야겠습니다. 태백산 정상에서 추위에 떨며 해가 뜨기를 기다렸지요. 붉은 해가 앞 산봉우리 사이로 솟아오를 때의 희열은 말 할 수 없었지요. 남들은 다 잠들었을 새벽에 산 위에 올라서 떠오르는 해를 보며 이 밝은 해와 내 인생은 서로 동조하고 있구나 하는 감정을 느꼈습니다. 해맞이를 위해 남해 금산에도, 여수 항일암에도, 울진 백암산에도 갔었습니다. 인왕산 옆 안산의 해돋이에선 늦게 뜨는 해 밑에 깔린 스모그에 놀라기도 했습니다만...”
“술은 어땠소?”
“산행 후의 술은 언제나 달고 시원했지요. 산행은 제 몸을 튼튼하게 했지요. 몸이 산행으로 단련된 만큼 술은 세어졌지요. 그러나 이제 나이가 들었으니 자제해야겠습니다.”
“당신의 산행 패턴에 대해서 말씀해 주시오.”
“패턴이라 하면 어떤.....?”
“당신의 산행이 자주 반복하는 어떤 규칙이 있다면 그걸 서술하라는 말씀이오.”
“알겠습니다. 보통 토요일이면 산행을 합니다. 아침에 일어나서 동료들과 9시 반이나 열시 쯤 산 아래 역에서 만납니다. 원정 산행 때는 아침 7시에 양재역에서 전세 버스를 탑니다. 그리고 산에 오르지요. 2시간 정도면 정상에 도착합니다. 정상에 도착하면 가지고 간 알코올로 정상주를 하는데 보통 수입산 와인으로 합니다. 점심은 컵라면에 가지고 간 뜨거운 물을 부어서 해결합니다. 물론 간식도 여러 가지 섭취합니다. 내려오면 근처의 유명 맛집을 찾아서 또 한 번 이른 저녁 식사를 합니다. 술이 과할 때도 있는데 이제 자제하려고 합니다. 집에 와서는 산행시 찍었던 사진을 정리하고 산행기를 써서 블로그나 다른 SNS에 올립니다.”
“독자는 많소?”
“사실 별로 없습니다. 현대에 다른 사람의 활동에 관심을 갖는 사람이 많지 않은 것 같습니다. 그러나 저로서는 블로그에 올리는 것이 기록을 저장해 둔다는 개념으로 위안을 받고 있습니다. 언젠가 누군가는 읽어 주리라고 생각하면서 말입니다.”
“지금껏 산에 대해 진슬하고 질문에 답하느라 수고 많았소. 이제 결론을 내릴 때가 됐소. 잠깐 밖에 나갔다 오시오.”
사람은 문 밖으로 나가 복도에 놓여 있는 긴 의자에 앉아서 한참을 기다렸다. 드디어 안으로 들어오라는 소리가 들렸다.
“이제 우리가 결론을 내렸소. 당신의 산악인생 점수는 80점이오, 산에 열심히 다닌 점수가 60점, 산에 관한 글을 써 온 것이 20점이오. 우수한 성적이니 축하합니다.”
“아니 평가가 그렇게 박합니까? 제 예상은 90점 이상이었는데요.”
“다들 자기 자신을 과대평가하는 경향이 있지요. 우리의 평가는 정확합니다. 당신의 산에 대한 열정과 헌신은 받아들여졌으나 용의주도한 계획이 없었던 점이 마이너스 요인이었소. 또한 당신의 산행이 아직 미완성인 점도 반영했지요.”
“미완성이라니요? 저는 이제 생을 마감할 단계인데요.”
“그렇소! 2% 부족이요. 당신의 산행은 정밀하게 기록되고 상상력이 가미되어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이는 작품이 되어야 했소, 산행은 안전하게 내려오면 끝이 아니라 정리하는 글로서 끝나야 한다는 점은 잘 알고 있지 않소?”
“그걸 채우려면 어떻게 해야 합니까?”
“돌아가시오. 가서 산행기를 쓰고 시와 소설을 쓰시오.”
“지금껏 써 놓은 것들이 있습니다만.....”
“당신의 시는 더 뜨거워야 하오. 감정의 나열이 좋은 시는 아니오. 다른 이들의 심금을 울리는 뜨거운 시를 더 쓰시오.”
“소설은 어떻습니까?”
“소설도 부족함이 많소.”
“소설은 허구인지라 거짓말이 들어나지 않도록 조심해서 쓰고 있습니다.”
“소설이 허구라고요? 잘 못된 해석이오. 소설은 상상력이오. 당신의 상상력을 극한으로 끌어 올리도록 하시오. 지금의 빈약한 상상력으론 사람들에게 감동을 주기엔 약하오. 사실보다 더 리얼하고 허구라고 할 수 없는 상상력으로 소설을 전개하도록 하시오.”
“저에겐 과분한 작업입니다. 그 고단한 길을 또 가라고 하십니까?”
“우리도 최대한 도와주겠소. 이제 가시오. 곧 배가 떠날 거요.”
사람은 이제 거부할 수 없는 운명의 명령에 따라 어두운 바다를 되짚어 건널 참이었다. 그 때 낯익은 목소리가 들려왔다.
“여보, 이제 일어나요. 웬 낮잠을 그리 주무세요? 그리고 잠꼬대로 ‘사람 사람’하는데 당신한테 무슨 일 있었어요? 나 당신이 빨리 데려다 줘야 되요. 동창회 모임에 늦겠어요.”
한낮이었다. 사람의 아내가 그를 흔들어 깨우고 있었다.
- 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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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잘 읽었습니다
구구절절 옳으신 말씀입니다
벙개 한번 해야지요^^
만나야지요. 세월이 유수처럼 흐릅니다.
저는
후하게57~8점
가다보면
5년후쯤
간당간당 60점 넘을 수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희망 사항입니다😄
교수님
잘보았습니다 ^-^
힘든 산행 자주 하시니 80점 넘을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