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뉴스1) 오경묵 기자 = 유병언(73) 전 세모그룹 회장을 쫓는 검찰이 연일 총력전을 펼치고 있다. 그러나 기독교복음침례회(세칭 구원파) 내부의 조력으로 인해 검거가 쉽지 않은 상태다.
검찰은 유 전회장의 도피를 돕는 구원파 신도들을 잇따라 체포했다. 그러나 정작 유 전회장과 장남 대균(44)씨의 검거작업은 지지부진한 상황이다.
9일 검찰과 구원파 등에 따르면 인천지검 특별수사팀(팀장 김회종 차장검사)은 8일 구원파 신도 5명을 범인은닉·도피 혐의로 체포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기 안성 소재 농장의 양계장 관리인인 이모씨와 전남 순천 교회 소속 신도 최모씨 부부, 해남 소재 매실농장 관리자 이모씨, 세모그룹 계열 방문판매업체인 '다판다' 순천 소재 지점장 서모씨 등이다.
이에 따라 유 전회장의 도피를 도운 혐의로 체포된 이들은 11명으로 늘었다.
구원파 신도들은 동료들의 연이은 체포에도 불구하고 유 전회장을 지원하고 있다.
특히 유 전회장의 도피를 총괄하는 것으로 알려진 '김엄마(58)'나 신엄마는 구원파 본산인 금수원에 머물며 여전히 유 전회장의 도피작전을 지휘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구원파 내부사정을 잘 아는 이들과 일부 종교 전문가들은 구원파가 유 전회장에게 조력하며 충성심을 보이는 것에는 종교적 이유 외에 경제적 예속 등이 배경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설명한다.
전직 구원파 신도 A씨는 "구원파 신도들은 대부분이 유 전회장의 기업에 취직한 사람들"이라며 "때문에 구원파 내부에서 유 전회장이 사법처리 당했을 때 회사가 부도나면 (교인 모두) 실직자가 된다고 설득하는 것을 믿기 때문일 것"이라고 강조했다.
A씨는 또 "단정적으로 말할 수는 없지만 도피를 도와줄 경우 유 전회장이 금품을 약속했을 가능성도 있다"고 지적했다.
유 전회장이 막대한 재산을 차명으로 가지고 있는 만큼 명의자에게 재산 일부를 넘기는 대신 도피를 도와달라고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같은 주장은 '신앙심'만으로 유 전회장을 돕는 것이 아니라는 얘기다. 도피에 협력했던 이들이 잇달아 체포되는 상황에서 무려 5억원이나 되는 현상금이 걸려있지만 내부 제보가 보잘 것 없는 것은 유 전회장의 동선을 알 수 있는 핵심 측근들에게 그만한 대가가 기대되기 때문일 가능성을 전혀 배제할 수 없는 것이다.
전직 신도 B씨는 "유 전회장이 도피를 돕는 핵심 측근에게 거액을 약속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정동섭 사이비종교피해대책연맹 총재는 일단 "(구원파는) 영적 가족으로서 소속감과 결속력을 강조한다"며 "(집단 내부에) 우상화·신격화·교주화가 잘 돼있고 자기들의 교주니까 어떻게든 보호하려고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경기 안성 금수원 앞에 걸려있는 '10만 성도가 잡혀가도 유병언은 안 내놓는다'는 플래카드도 이 같은 내용을 반영한 것이라는 얘기다.
정 총재는 그러면서 "구원파는 교회가 기업이고 기업이 곧 교회인 곳"이라며 "유 전회장은 자신들의 생활을 책임져주는 사람이기 때문에 지키는 것"이라고 경제적 예속에 무게를 실었다.
이에 대해 구원파 신도들은 유 전회장에 대한 충성심의 주요 이유를 '신앙심'으로 설명하며 경제적 배경을 반박한다.
이태종 구원파 대변인은 "저희(구원파)는 서로를 형제자매처럼, 한 가족처럼 생각하는 경향이 크다"며 "유 전회장을 평상시에 존경하는 분들이 많다보니 도와주는 이들도 많은 것"이라고 강조했다.
경제적 이유에 대해서도 "(도피를 돕는 이들이) 금품 등 경제적 대가를 바라는 건 아닐 것"이라고 주장했다.
검찰도 일단은 구원파 신도들이 유 전회장의 도피를 돕고 있는 것에는 신앙심이 상당히 작용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유 전회장과 구원파 신도들 사이의 경제적 예속 관계의 고리에 대해 검찰의 한 관계자는 "(도피를 도운 신도들이) 유 전회장 측으로부터 금품을 받은 정황은 없다"고만 밝혔다.
일부에서는 구원파가 '검찰에 대한 반발'을 일으켜 신도들을 결집시키고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검찰이 부당하게 구원파에 대해 수사한다는 점을 부각해 내부의 결속을 꾀한다는 의견이다.
이와 관련해 전직 신도 C씨는 "유 전회장과 구원파는 죄가 없는데 검찰이 공격한다는 이미지를 만든다"며 "이를 통해 신도들에게 유 전회장은 가족이자 지도자인데 이방인인 세상 사람들이 단죄하려 든다는 점을 강조한다. 이를 바탕으로 신도들을 결집시키는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