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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시, 산문 스크랩 우리詩 8월호와 더덕꽃
남호순 추천 0 조회 51 12.08.14 07:59 댓글 8
게시글 본문내용

 

  우리詩 8월호가 나왔다. 통권 290호로 칼럼은 나병춘의 ‘말이 멈추는 마을’, 신작시 30인선은 김석규 홍해리 이혜선 김정화 염창권 주경림 이진숙 노현숙 최상호 황원교 조수옥 박정원 김윤하 천외자 마경덕 조용숙 김봉식 김철이 박영민 김명은 김완 나문석 정지윤 전홍규 정훈교 한문수 이혜영 정문석 이돈형 정선희의 시를, 기획 특집 신인시각(1)은 장수철과 박승출의 시 각각 4편씩을 싣고 신현락이 작품론을 썼다.

 

  서평은 임보 시집 ‘아내의 전성시대’를 홍예영이, 김금용 시인의 중역시(3)는 홍해리 시 ‘봄, 벼락치다’외 2편을, 내가 읽은 시 한 편은 조병기 이명수 류시화 양애경 김화순의 문제작들을 박승류 손현숙 방인자 황정산 박연숙이 차례로 썼다. 신작 소시집으로는 정순옥의 시를 조연향의 해설로, 임미리는 시와 시인의 말을, 영미시 산책은 찰스 부코스키의 ‘도스토예프스키’를 백정국 교수의 번역으로 실었다.

 

 우선 신작시 30인선에서 임의로 8편을 골라

 향긋한 더덕 꽃과 함께 올린다.   

 

 

♧ 만공滿空 - 홍해리

 

눈을 버리면서

나는 세상을 보지 않기로 했다.

 

귀도 주면서

아무 것도 듣지 않기로 했다.

 

마음을 내 마음대로 다 버리니

텅 빈 내 마음이 가득했다.

 

아무것도 아닌 것을

내 것이라고,

 

바보처럼

바보처럼 안고 살았다.  

 

 

♧ 강, 소리만 들어도 - 염창권

 

강, 소리만 들어도 가슴에 물기 어린다

수직의 하늘 향해 너울대는 나무의 강

그 소릴 듣고 있으면 점차 눈빛 뜨겁다.

 

빨래터의 어머니는 여전히 맨발인 채

봄 강물을 헹구어 햇살 끝에 널어둔다

 

바람이 생애를 벗고

농울 치는 날이다.  

 

 

♧ 매미 - 황원교

 

까닭 없이 운 적도 있다

누군가 못 견디게 그리워서 운 적도 있다

 

고백하건대

사는 게 힘겨워 운 날이 가장 많았다

 

부끄럽지만

아직도 너처럼 목 놓아 울고 싶을 때가 있다 

 

 

♧ 오지奧地 - 조수옥

 

  산 첩첩 눈 끝을 향해 달려오는 산맥 허리마다 누군가 휘갈긴 비백飛白 사이로 뽀쪽 내민 산의 이마에 적막이 깊다 내 등뼈를 타고 몰아치던 그해 겨울 눈보라 비칠거리는 능선 한가운데서 적설은 내 허벅지까지 칭칭 붕대를 감아댔다 흔적은 흔적을 지우고 그 아스라한 경계에서 나는 산이었다가 나무였다가 아무것도 아니었다가 사방은 온통 눈 첩첩 거대한 북극곰들이 으르릉거리며 진을 치고 가쁜 숨을 내쉬었다 더는 갈 수 없는 내 몸의 오지 등뼈 그 골짜기 거제수나무 껍질에서 저문 바람소리가 들렸다 웅성거리는 곳에 귀 기울이면 사무치는 것은 그대를 向해 뛰어가는 발자국만은 아니었다 다만 그곳에 짐승처럼 웅크리고 있을 그대의 거처가 궁금했으므로 아직 봉인되지 않은 그리움이 겨울을 나고 있으리 외진 바람으로

   

 

♧ 빗방울로 사는 법 - 박정원

 

녀를 안아 본 사람은 안다

그녀가 왜 둥근지를

 

지상에 첫발을 내딛는 순간

나뭇가지를 감고 올라가는 사위질빵의 여린 새순처럼 동그랗게 몸을 마는 그녀

웅덩이에서 숨을 고른다

 

발버둥을 쳐봐도 그녀에게서 빠져나오지 못한다

허우적거릴 때마다 그녀의 동그라미는 더욱 견고해진다

 

나는 동그라미를 빠져나오기 위해

간사한 내 혓바닥을 동그랗게 말아 동그라미를 애무한다   

 

 

내가 즐기는 동그라미에 나를 즐기는 동그라미가 침대 위에 겹쳐진다

둥근 바퀴 하나가 산산조각 내놓고 가면 둥근 그녀의 몸이 산산조각 낸 동그라미를 이내 동그랗게 동그라미를 쳐놓아 또 하나의 바퀴자국을 남긴다

그녀의 둥근 몸을 닮아가는 나는

그녀의 달콤한 젖무덤처럼 점점 더 동그랗게 말린다

 

그녀와 나는 왜 동등하지 않나

왜 수시로 동침하면서 함께 살지 못하나

 

둥근 그녀를 안으려면

둥그런 바퀴로 굴러야 한다

 

모서리에 찧은 멍이 오래 간다

각이 진 빗방울일수록 웅덩이 속을 뒤집어놓는다

바퀴에 눌린 피멍 하나가

웅덩이 속 하늘을 찢어놓고 간다   

 

 

♧ 와운 마을에서 - 김완

 

구름 위에 있다는 와운 마을을 간다

나무는 400년 이상 살기 어렵다는데

천년된 소나무 두 그루 마을을 굽어보고 있다

구름도 누워 지나가는 곳에

15가구 33명의 주민이 살고 있다

마을로 오르는 시멘트 길에

선명하게 찍혀 있는 작은 발자국

나무가 울고 별이 떨어지는 밤

무슨 급한 사연 있어

서둘러 산을 내려갔을까

태풍과 바람의 통로인 계곡

그 밤의 아픈 물이 오늘은 푸르구나

지리산 달궁 계곡 근처에 오르면

머리맡에 미완성인 채로 남아있는

조국이며 전쟁 같은 말들 떠오른다

바위를 가르는 나무의 무서운 집념처럼

빨치산이란 이름의 숨 가쁜 역사를 생각한다

짧은 삶의 격렬함과 슬픔에 대하여

아픈 사람들의 오래된 이야기가 전해오는

와운 마을 사진첩 속에는 다랭이 논이 서 있다  

 

 

♧ 산행山行 - 정문석

 

산 오르다

산을 지고

산 속에 빠진다.

산만한 사람 없어서

산을 찾아 오르던 한 때

 

산의 인장印章이 찍힌 몸으로

가을이 깊어오면

사람도 나무도

산같이 조용하지만

살 떨린다.

 

몇 겁의 몇 겁까지 걷는 일

저자거리의 나를 묻는 일

바람이 나를 맡기는 일

마음자리 찾는 길  

 

 

♧ 송신중 - 이돈형

 

한낮의 졸음을 달게 삼키고 있는 저 여인

도로가에 뻥튀기 과자들을 일렬종대로 세워놓고

분명 흐르는 꿈을 꾸고 있을 것이다

꿈의 역사는 하강의 체위에서 불거져 나왔음으로

꿈은

웃어 보자고 나온 세상을 첫 울음부터 배운 막연한 통증을,

손금 밑으로 실밥처럼 자라나던 자잘한 길들의 녹슨 침묵을,

급브레이크를 밟으며 스키드마크에 남겨진 한 남자의 마지막 꼬리를

속내를 드러내듯 벌어진 입 밖으로 흘려보내고

5월의 나뭇잎처럼

성장통을 앓고 있는 자식들의 굵어지는 성대를

뻥튀기고 또 튀겨가며 꿈을 꾸고 있을 것이다

깔고 앉아 있는 지구의 한 귀퉁이를 들어내고

차곡차곡 쟁여가는 뻥 튀겨진 그림자 없는 꿈들을

괜찮다, 괜찮다 수긍처럼 밀려오는 나무그늘 아래서

속 좁은 뿌리를 밀치며 웃자란 목이 끄덕 끄덕 거릴 때

꿈이 길어질수록 전대 찬 허리는 더 굽어진다고

일렬종대로 세워놓은 뻥튀기 과자들

여인의 꿈속으로 빠르게 송신을 취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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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 12.08.14 15:50

    첫댓글 영상과 함께 올려 주신 좋은 시 잘 감상했습니다 감사합니다 ^^*
    제가 수상가옥으로 퍼 갑니다 ㅎ ㅎ^^*

  • 작성자 12.08.14 16:07

    ㅎㅎㅎ 잘하셨습니다

  • 12.08.15 13:06

    영양식좀 퍼가려 했더니 퍼지지 않아 그냥 뒀어요 ㅎ ㅎ ^^*

  • 12.08.26 11:51

    그림과 일치한 글귀가 참으로절묘합니다. 그려!~ ㅎㅎㅎ

  • 작성자 12.08.27 15:16

    그래요...넣어두면 나중에 기억이 될겁니다..챙겨두십시요^^

  • 12.08.27 00:37

    꽃이 뭘까요..
    노래도 좋고..
    시들도 좋아요.

  • 작성자 12.08.27 15:16

    ㅎㅎㅎ 감샤

  • 12.08.30 19:20

    은주야 위에 더덕꽃이래 노래는 나도 모르겠다 나도 노래가 시보다 먼저 귀를 열어 아직도 음악감상중..시도 좋고 영상도 좋고 모두모두 좋아 좋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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