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구마 농사를 마무리하고 지난주부터 지난 여름에 설치한 컨테이너 박스를 정리하기 시작했습니다. 그 때 급한 대로 대충 책을 옮겨놓기만 해서 순서대로는 아니지만 일단 책을 꽂아 놓는데 까지는 이제 성공을 했습니다. 종류별로 배치하는 것은 좀 천천히 하려고 합니다. 이제 시간을 내서 지붕과 벽을 설치해 보려고 합니다. 그래서 지난주에 먼저 창에 방충망을 설치했습니다. 기사를 불러 틀을 짜서 설치하려면 돈도 돈이지만 창틀에 워낙 틈이 많아서 무용지물 일 것 같아서 무식하게 알루미늄 방충망을 사서 창 전체를 덮어 버렸습니다. 아예 틈을 없애 버린 것입니다. (제가 모르는 빈틈이 있을 수는 있습니다.) 사실 이미 창틀 사이로 많은 벌레들이 들어가서 이미 살림을 차렸습니다. 나오는 대로 제가 정리(?)하고 있습니다. 어떻게 큰 나방들이 들어왔는지 놀랄 뿐입니다. 그것도 여러 마리가요. 제가 들어갈 때마다 새로운 벌레들이 방충망에 있는 것을 보면 많이도 들어왔지 싶습니다. 얼마 전에 전기를 연결해서 불도 들어옵니다. 목요일에 정리를 하면서 제가 고민한 것이 오래 된(20년이 넘은) 인켈 오디오입니다. 한동안 사용하지 않고 방치해 두고 있다가 왼쪽 스피커는 고장이 나서 버렸습니다. 그냥 버릴까 하다가 작동이 되는지 확인해 보았습니다. 오래전에 제 선친과 함께 가서 구입한 것입니다. 오디오에 대해서 전혀 모르는 부자인데 대리점에 가서 그 당시 보급판으로 나온, 카세트뿐 아니라 시디와 엘피가 함께 되는 것을 구입한 것입니다. 처음으로 함께 가서 구입한 제품이란 생각이 났습니다. 지금은 변했지만 대리점까지 걸어가서 구입한 정황이 마치 어제 일처럼 눈에 선해졌습니다. 그래서 버리기 보다는 사용해 보려고 이것저것을 만지작거렸더니 작동이 되는 것입니다. 시디만 되는 것이 아니라 엘피판도 어설프게 작동하는 것입니다. 그래서 계속해서 사용하기로 했습니다. 엘피판은 전에 여동생이 사다 놓은 옛날 가수들의 판이 몇 장이(7장) 있는데 가끔 들어보기로 했습니다. 제가 잘 모르는 가수지만 아 이런 노래도 있었구나 하는 추억을 떠올리게 하는 노래입니다. 지난 금요일에 날이 우중충할 때 들었는데 나름 분위기가 좋았습니다. 다만 흠은 스피커가 하나 없어서 좀 그런데 기꺼이 감수하기로 했습니다. 그런 불편함보다 오디오에 배어 있는 선친의 마음이 더 그립고 소중하기 때문입니다. 오디오를 사기 위해 함께 걸어간 길, 너무 몰라 점원 앞에서 함께 웃었던 그 시간, 배달 온 오디오를 설명을 듣고도 한동안 헤맸던 일들........ 그런 일들이 시간이 흐르고 흘러서 제게 소중한 추억으로 남아 있기 때문에 이제야 비로소 제게 소중한 물건이 되었습니다. 그동안 잘 보관하지 못한 것이 죄스럽습니다. 이제 시디와 엘피판을 통해서 음악만 듣는 것이 아니라 추억도 듣고 봐야지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