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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면도(충남태안군 태안해안국립공원)
안면도는 길이 24㎞, 해안선 연장
232.5㎞의 남북으로 길게 뻗은 제법 큰 섬으로 안면교를 통해 육지와 연결되어 있다.
백사장, 삼봉, 방포 등이 대표적인 해안으로 꼽힌다. 백사장(모래밭이라는 뜻이 아니라
지명임) 해수욕장은 모래가 단단해서 자동차가 질주하는 데도 무리가 없을 정도다.
해수욕장 북쪽에는 포구가 자리잡고 있는데 이곳이 바로 대하(큰새우)와 꽃게의 집산지다.
백사장 해수욕장의 남쪽 끝에는 돌산이
솟아 있는데, 이 봉우리 남쪽에서 보면 흡사 세 봉우리가 연이어 있는 듯하다. 그래서
이름이 삼봉(三峰)이다. 삼봉 남쪽 해안에 펼쳐지는 삼봉 해수욕장은 모래가 매우
부드러운 것이 특징이다.
방포 해수욕장은 안면도의 중심지인
안면읍 승언리에서 가까운 해안이다. `젖개'라는 향토색 짙은 마을 이름을 갖고 있으며
해삼으로 이름 난 포구도 품고 있다. 방포 해안은 천연기념물 138호인 모감주나무로도
이름이 높다. 방포의 모감주나무는 중국 산동반도에서 종자가 떠내려와 자연 발아된
것으로 여겨지며 현재 약 500여 그루가 우거져 있다.
드라이브 메모
안면도 삼봉해수욕장 근처,백사장해수욕장
등에는 크고 작은 횟집이 즐비하다. 안면도의 읍사무소 앞에 있는 「나드리회관」에서는
각종 싱싱한 횟감을 다양하게 만날 수 있다. 노래미·도다리·광어·우럭 등
생선회를 시키면 해물탕과 함께 해초무침 등 밑반찬이 푸짐하게 나온다. 특히
생굴로 담근 어리굴젓, 바지락조개젓, 멸치젓, 박대젓, 꼴뚜기젓 등 젓갈류가
다양하다.
영목항은 안면도 최남단 작은 포구. 부두에
인접해 있는 「영목식당」은 싱싱한 횟감과 함께 멍게·해삼·소라
등을 비교적 싸게 먹을 수 있다. 낚시터도 안내해 준다. 모항의 오성회관은
붕장어를 굵은 소금만 뿌려 구워주는 아나고통구이가 유명하다.
대천해수욕장의
「용하장횟집」은 역사가 오래되고 깨끗한 숙박시설도 갖췄다.
새벽에 귀항하는 어선에서 고른 신선한 횟감을 쓴다. 각종 찜·탕·구이·젓갈·해초·채소
등도 풍성하다. 보령 등대횟집은 가자미회 전문점. 보령시 천북면의
굴구이와 굴밥은 최근들어 유명해진 특산물. 20여개가 넘는 비닐하우스에서 손님을
맞는다.
서산읍내 축협 앞 길가에 있는
「삼기수족관」은 각종 횟감과 함께 어리굴젓, 꽃게장으로 유명하다.
서산군 대산면에 있는 「동원관광농장」은 대단위 리조트로 꿩요리가
유명하다. 예약을 하면 가족단위의 숙박도 가능하다. 「태안수협전시장」에서도
이 지역의 각종 특산물을 구할 수 있다.
변산해수욕장의 계화식당은
백합전문. 죽과 생합, 구이, 탕이 주메뉴다.
울창한 송림에
기구한 세월로 쉬어가는....... 꽃지해수욕장
최근에 개발된
해수욕장으로 방포항구 남쪽에 자리잡은 이 해수욕장은 수심이 얕고 모래질이
좋으며 물이 따뜻하고 백사장 길이 6km로 거의 끝이 안보일 정도이다. 부대시설도
아주 잘 되있어 가족피서지로 각광을 받을 소지가 다분하며, 주변景觀 역시 휴양림이라든가
부근에 저수지.수로에서의 낚시, 바다낚시 등 놀거리가 풍부한 해수욕장으로
태안군에서 직접 개발하였다한다.
안면도는 섬이 아니었다.
[조선조 중기 감찰사 김육이 세곡선의
천수만 통행을 쉽게 하기 위하여 인공적으로 물길을 텄다]
---안면도 향토사학자 진태구(50)씨의
말 충청도 세곡선들이 쌀을 싣고 천수만을 떠나 해안을 돌아 나가려면 풍랑이
심하 고 노략질의 피해가 커 지금의 암면교가 있는 길목을 터서 물길을 냈다.
조선조 때는 섬 전체가 왕실림이어서 많은 뗏목선이 한강까지 오르곤 했다. 대원군이
경복궁을 중창할 때도 안면도 소나무를 썼다고 한다. 안면도 소나무는 붉은 몸집을
한 적송으로서 홍송이라고도 부른다. 육지가 아닌 섬에서 한국 소나무의 진면목을
감상할 수 있다는 것이 퍽 이색적이다. 6.25전까지 는 무서우리 만큼 송림이
우거져 아름드리 소나무 숲속으로 다닐 정도였는데, 국군 이 들어와 남벌, 많이
줄었다하나, 지금도 보호 숲으로 지정되어 있다.
‘내 인생의 종착역’안면도의 일몰
무인도. 20여년 전 들렀던 안면도의 첫 느낌이다.
임권택 감독의 영화 「상록수」(심훈 원작)의 마지막 촬영을 안동에서 마친 후 열차를 타고
올라오던 길에 서산에서 내렸다. 고교 시절부터 무작정 떠나는 여행을 즐긴
나는 그곳 촌로들에게 소개받은 안면도로 들어갔다.
연륙교가
놓이지 않았던 그 시절. 통통배를 타고 들어간 안면도는 멋대로 자랐지만
울창한 송림과 발자국 하나 없는 백사장 등 도무지 사람이 살지 않는 듯했다.
군데군데 펼쳐진 크고 작은 해수욕장을 둘러보고 깨끗한 바닷물에 발도 적시고
풋풋한 공기를 맘껏 마시며 그간의 피로를 한꺼번에 풀었다.
해지는 저녁.
꽃지해수욕장에서 본 이루 말로 표현 못할 장관의 일몰. 지상에서 만날 수
있는 가장 아름다운 곳에 서 있는 듯했다. 내게 돈만 있다면 이 섬 전체를
사고 싶다는 욕심도 불끈 일었다.
그후 시간이
날 때마다 들르게 된 안면도. 잊을 수 없는 일몰의 광경을 가슴에 안겨준
꽃지해수욕장 부근에 3년 전 작은 땅을 샀다. 그때 그 일몰을 바라볼 수
있는 곳은 아니었지만 도로 주변의 고추밭은 매우 흡족했다. 세월이 흘러
불러주지 않는 영화배우가 되었을 때 이곳에서 남은 삶을 보낼 예정이다.
-‘자비로운 백제의 미소’서산 마애삼존불-
10년간의 해직교사 생활을 청산하고 엊그제 학교로 돌아왔다. 내 곁에서 웃고 떠드는
아이들은 예나 지금이나 순박하기 그지없다. 청주에 집이 있는 나는 마음이
울적할 때마다 하루코스로 충분한 서산의 마애삼존불, 예산의 수덕사 대웅전,
합덕의 추사 김정희 고택을 즐겨 찾았다.
마애삼존불은 아침 저녁으로 비치는 햇살 방향에 따라 그 미소가 달리 보여 서산 문화유적
중 으뜸. 아침이면 밝은 가운데 평화로운 미소, 저녁이면 은은한 가운데
자비로운 미소를 띤다는 마애삼존불. 「성원스님」이라 불리며 30여년 가까이
마애삼존불을 관리하는 정장옥씨. 길다란 장대 끝에 단 삿갓등으로 이곳저곳
비추며 덧붙이는 감칠맛나는 설명에 마애삼존불은 더욱 생동감 넘치는 「백제인의
미소」를 보여준다. 예산 수덕사 대웅전은 유홍준 교수의 말마따나 보면
볼수록 「화장 안한 40대 중년여인의 얼굴」같은 인자함과 온화함, 평화로움을
건네준다. 예산 합덕의 추사 고택은 김정희 가문의 종가. 9년여 동안 귀향살이
후 추사체를 완성했다는 추사의 고택은 길고 지루한 고행의 시간 속에서
어떻게 겸손해지고 어떻게 깊어져야 하는가를 생각하게 한다. 끝없이 밀려들며 부서지는 파도. 머리카락 속까지 파고드는 짭짤한 바람. 저녁나절 서해 안면도에
가면 그 넓은 바다를 혼자 다 가질 수 있다. 낙조의 황홀한 아름다움을 가슴
가득 채울 수 있다.
가을바다에는
사람이 없다. 여름 발자국을 지우기 위해 들락거리는 파도, 바람에 몸을
맡긴 갈매기, 일 마치고 돌아오는 작은 어선들만이 「그 바다의 향연」을
즐기고 있을 뿐이다.
안면도 곳곳엔
하늘을 가릴 정도로 늘씬한 토종 노송(안면송)들이 빼곡이 들어서 있어 다른
곳보다 공기가 더 깨끗하고 시원하게 느껴진다. 바다 위에 옹기종기 뜬 섬
때문에 더욱 아름다운 해안선. 안면도는 백사장·삼봉·방포·꽃지·바람아래
등 듣기만 해도 정겨운 이름의 해수욕장 20여개를 품고 있다.
연륙교를 건너
안면도로 들어가 처음 만나는 곳이 백사장 해수욕장. 모래는 이름처럼 곱고
희다. 소나무숲 또한 울창하다. 백사장포구는 안면도에서 가장 큰 항구.
펄떡이는 서해산 대하(왕새우)는 요즘이 제철. 지난해와 달리 대하축제는
열리지 않는다. 하지만 날 것으로 혹은 프라이팬에 소금을 가득 깔아놓고
익혀 먹는 대하는 항구에 넘쳐난다. 백사장포구 왼편 공터에 늘어선 좌판에서
싸게 살 수 있다. 가을에는 대하 소금구이를 먹어야만 안면도를 갔다 왔다고
할 수 있다.
삼봉은 백사장해수욕장과
하나로 이어져 있는 해변이지만 들어가는 입구가 달라 서로 구별된다. 3개의
봉우리가 우뚝 솟아 있어 「삼봉」. 소나무숲이 백사장보다 1~2m 높은 지대에
자리잡고 있어 아늑하다. 해수욕장 북쪽 끝 「코큰바위」는 특이한 생김새로
눈길을 끈다.
잔잔한 바다에
곱고 깨끗한 모래가 넓게 깔려 있는 밧개해수욕장은 해변의 경사가 완만해
물이 빠지면 멀리까지 모래밭이 드러난다. 여름에도 찾는 사람이 적어 한적한
휴가를 즐길 수 있다. 주변에 산과 논이 많아 바닷가라는 사실을 깜빡 잊게
되는 안면해수욕장은 주변경관이 수려하고 긴 수평선과 갯벌에 비치는 낙조가
아름답다.
굵은 모래와
작은 자갈이 깔려 이색적인 느낌을 주는 방포는 안면도에서 가장 오래된
해수욕장. 해안선의 길이는 비교적 짧지만 아늑한 맛이 있다. 바람이 없는
날에도 동해처럼 파도가 높아 장쾌한 맛을 준다.
아름다운 이름처럼
손꼽히는 경관을 지닌 곳이 「꽃지」. 해변에 해당화와 매화가 많은 꽃지는
끝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큰 해수욕장. 해수욕장 가장자리 전설을 품고 선
「할매·할배바위」 위로 떨어지는 낙조가 가슴을 떨리게 한다. 요즘에는
한결 더 운치가 있다.
바람아래해수욕장은
아직도 한적한 어촌의 모습을 지니고 있다. 영화 「마리아와 여인숙」의
촬영 장소. 가까운 고남리에는 해마다 여름이면 「해변시인학교」가 들어서
많은 시인과 문학지망생들이 이곳에서 밤이 깊도록 문학과 인생을 논하기도
한다.
숱한 해수욕장을
지닌 안면도 가을바다에는 「따뜻한 사랑」이 있다. 가족과 함께라면 잃어버린
동심의 세계로 들어갈 수 있고 연인과 함께라면 더없이 아름다운 추억을
쌓을 수 있기 때문이다. 풋풋한 소금기가 온몸에 밸 정도로 백사장을 거닐다보면
무거웠던 마음마저 가벼워진다.
해질녘 백사장에
앉으면 「황홀경」을 만난다. 한껏 기울어진 햇살이 미련없이 바다로 스며들며
만들어내는 하늘과 바다의 가을저녁 색채를 볼 수 있다. 그 어디서도 볼
수 없을 광경. 잊을 수 없는 한폭의 풍경화가 되어 마음 속으로 들어온다.
그 바다 앞에서는
잠시 정신을 잃어도 좋다.
1998.10.28/안면도(충남)/조현석기자(chsu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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