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개의 문>에서는 망루 속 철거민의 심정 대신 당시 투입된 경찰특공대의 공포를 담아냈다. 자료가 없기도 했겠지만 오히려 그게 더 나은 듯. 철거민들이 이 작품 내내 거의 부재할 수밖에 없단 아이러니가 슬프다. 자신들의 다큐에조차 말 한마디 낼 수 없었던 이들..” (트위터 @minsk_im 님)용산참사를 다룬 대부분의 다큐멘터리들이 철거민이 주인공이거나, 355일간 지속된 유가족들의 장례투쟁이 주된 이야기거리였다면 <두 개의 문>은 다른 관점으로 용산참사에 접근한다. 철거민들의 목소리가 하나 없고, 유가족들의 목소리도 하나도 없다. 또한 재개발의 문제라든가, 투쟁을 말하고 있지도 않다.
이명박 취임 1년. 뉴타운을 꿈꿨던 이명박 임기에 재개발 현장에서 철거민 다섯 명과 경찰특공대 한 명이 사망하는 사건이 일어나고 말았다. 그것도 농성 25시간 만에 경찰특공대를 투입하는 성급한 진압으로, 서울 도심 한복판에서 국민 여섯 명이 목숨을 잃었다.
사건 즉시 검경 100여명이 붙어 특별조사단까지 꾸려졌지만 모든 책임을 철거민들에게만 물었고 그날의 지휘자나 경찰들에게는 그 어떤 책임도 묻지 않았다. 극적으로 살아서 내려온, 참사 생존자인 철거민들은 하루아침에 살인자가 되어 버렸다.
재판에 나온 특공대들은 마치 교육을 받고 나온 듯 하나같이 똑같은 말들을 반복하곤 했다. 그러면서도 불이 왜 났는지? 철거민들이 불을 냈는지 물어보는 검사 질문에는 대답하지 못했다. 그냥 그랬을 거라는 짐작만을 대신했다. 그 후 망루 안에서 화염병을 보지 못했다는 증언이 나오기 시작했고 망루 안을 생지옥이라 표현하는 특공대원들이 있었다. 적개심 때문에 (철거민들에게 불리하게) 증언했다는 고백까지 나왔다. 그렇게 미묘한 떨림과 머뭇거림, 그날의 공포를 끄집어내야하는 고통의 표정들만은 숨기지 못했다.
<두 개의 문>은 재판에 나온 경찰특공대들의 증언과 그들의 자필 진술조서, 경찰의 채증영상들을 토대로 그날의 사건을 재구성한 다큐멘터리다.
처음엔 철거민이나 유가족, 재발현장에서의 폭력문제가 나오지 않고 오로지 경찰특공대들을 대변하는 것 같아 보이기도 했다. 유가족이면서 당사자인 나에게 섭섭하지 않냐는 질문들도 많았다. 솔직히 처음엔 섭섭하기도 하고 두렵기도 했다. 경찰들에게만 시선이 가는건 아닌지, 그 안에서 공포에 떨었을 철거민들을 잊는건 아닌지... 경찰들이 그 당시의 철거민을 적개심으로 표현했듯이 우리에게도 아직 경찰은 적개심이 들 수밖에 없는 이들 이기에 그들을 이해하고 싶지 않았다.
그날을 기억해야하는 고통을 참아가며 몇 번이고 다시보고 다시봤다. 그러면서 영화 속에 나오는 그들이 또 다른 당사자로 보이기 시작했다.
농성하는 남일당 건물옥상에 올라가면 두 개의 문이 있다. 한쪽은 망루로 통하는 문이고, 다른쪽은 망루 반대편 건물로 통하는 문이다. 그러나 그곳에 들어간 특공대 누구도 어느 문이 망루로 들어가는 문인지 알지 못해 두 개의 문 앞에서 혼란스러워 했다. 문을 열면 어디로 통하는지, 어떤 상황이 벌어지고 있는지 아무것도 모른 체 명령만을 받고 죽음의 문으로 들어가는 그들이 새삼 이 영화를 통해 보이기 시작했다.
그들은 그문으로 들어가면서 무슨생각을 했을까? 아니 생각을 할 겨를이나 있었을까? 그들이 느꼈을 공포와 철거민들의 공포가 같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영화보는 내내 가슴을 때렸다. 왜 이들이 그 공간에서 서로에게 적개심을 품어야 했고, 무엇을 위해 서로에게 칼날을 들어야 했는지... 철거민과 진압경찰, 어쩌면 그들이 서로 다르지 않았다는 것을 처음으로 느끼게 되었다.
적어도 들어가는 사람과 안에 있는 사람들의 안전을 생각했다면 최소한의 정보는 알려주고 사지로 몰아넣었어야 할 텐데 그러지 않았던 것이다. 농성자들을 사람으로 보지 않았고, 진압하는 특공대원들의 안전조차 생각하지 않은 것이다.
그렇게 무고한 사람 여섯 명이 죽임을 당했는데도 불구하고 경찰지휘부들에게는 책임을 묻지 않았다. 기소조차 되지 않았다. 당시 경찰청장이었던 김석기는 단 한번도 법정에 서질 않았다. 오히려 총선에 출마하며, 오열하는 유가족들 앞에서 ‘국가와 국민을 지켰다’며 진압작전을 자랑삼았다. 재판부는 모든 책임을 철거민들에게만 물었고 중형을 선고했다. 그리고 그 재판장 양승태는 대법원장이 되었다. 3년이 지나도록 성급한 개발로 참사를 부른 용산 4구역은 빈 공 터로 남아 주차장으로 사용되고 있고, 생존자들만이 감옥에 있다.
<두 개의 문> 개봉을 앞두고 초조한 마음으로 하루하루를 보낸다. 25시간동안 망루를 지켜볼수밖에 없었던 나... 눈물조차 나오지않았던 그 순간, 보고싶지 않은 그 순간들... 이젠 당당히 맞서려 한다. 그리고 이 영화를 통해 묻고 싶다. 과연 당신들이 말했던 국민의 안전이 무엇인가?
시민들의 안전을 위해서 진압을 할 수밖에 없었다며 변명을 들어놓았는데 그렇다면 그 안에 있었던 경찰과 철거민들을 이 나라 국민이 아니었는지, 왜 그토록 성급하고 무리한 과잉진압을 해야만 했는지 묻고 싶다. 아니 대답을 듣고 싶다.
그날의 책임자인 김석기와 이명박은 이 물음에 대해 반드시 법정에 나와 답을 해야 할 것이다. 또한 본인들이 지시했던 그날의 진압이 얼마나 무모했는지 김석기와 이명박은 꼭 이 영화를 보고 느끼길 바래 본다. 원한다면 직접 예매 해 주겠다. 김석기, 이명박, 당신들에게 <두 개의 문>을 추천한다.
덧붙이는 글 |
<두 개의 문>이, 6월 21일 부터 극장에서 개봉합니다. 현재 전국 18개관에서 개봉하지만, 개봉 첫주 주말(21,목~24,일)동안 매진이 이어지면, 상영관이 더욱 늘어날 수 있습니다.
용산다큐 <두 개의 문>만큼은 용산CGV에서도 상영할 수 있게 해야 합니다! 개봉 첫주 주말, 극장을 점령합시다! 10만 명의 관객이 보면, 살인진압 책임자 김석기를 법정에 세울 수 있습니다!
<두 개의 문>으로 재점화될 진상규명의 목소리로, 김석기를 반드시 법정에 세웁시다! 법정에선 김석기의 증언을 통해 이명박의 용산학살 지시를 밝혀냅시다!
두 개의문 개봉일정 및 개봉관 자세히 보기 http://blog.naver.com/2_doors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