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해안으로 직행하는 30km 이상의 하천은 모두 끝나고
금강권으로 흐르는 정안천과 미호천 1 지류인 조치원으로 흐르는 조천을 남겨두고 있는 가운데 남한강 아래로는 모두 끝난다.
그동안 지난 하천은 모두 130여개 길이는 8천900 km가 넘으니 수박 겉핧기라도 참 많이 다녔으며
백두대간과 9정맥에서 이어지는 산들을 이해하고 마을과 마을을 이어주는 곳에서 함깨한 역사를 배우는데 많은 도움이 되었다.
오늘 지나게 될 정안천은 공주시 정안면을 두루 돌아 백제의 마지막을 지켜본 공산성 아래 공주시까지 흐르는 32 km의 짧은 하천이다.
동대구에서 대전 복합터미널로 다시 공주 버스 터미널에 내려 택시로 공주시 정안면과 유구면의 경계인 문안달 고개로
이동하며 이곳 문안달 고개는 지난날 서해에서 동해로 직선거리 476km를 걸을 때 지나던 그 길이며 지맥 길이기도 하다.
정안천 발원지는 지맥 길 따라 조금만 올라가면 바로 발원지가 있는 곳이 나타나기에 조금 편안하게 올라가서 내려올 수 있는 곳이다.
지나간 경로
문안달 고개에서 20분 가량 오르면 곧바로 440봉이 나오는데 이곳이 정안천 최장 발원지가 있는 곳이다.
낮아도 정상에 서면 그나마 조망이라도 나올 줄 알았더니 참나무가 많아 특별한 조망이나 별다른 특징이 없어
곧바로 계곡으로 들어선다.
지난해 벌목을 해두었나 물이라고는 한 방울도 없으며 소 잔등 같은 언덕과 계곡이 펼쳐지니 눈이 다 시원하다.
저기에 무엇이 있고 무엇이 나는가
산에 들면 탁 트인 조망과 첩첩이 이어지는 산들이 그저 마음속으로 들어와 빼곡하게 자리하니
멀리 금북정맥 길에서 갈라져 나온 무성지맥길이 춤추듯 출렁이며 밀려올 듯하기도 하고,
너울 거리며 밀려갈 듯한 산들이 그저 못 견디게 좋다.
싱그런 바람이 불 때마다 산이 움직이는 것 같다
일렁이는 파도에도 높낮이가 있으며, 끊임없이 이어져 오는 산에도 높낮이가 있으니
대자연의 희로애락이라 표현할만하다
처 삼촌 벌초하듯 벌목을 해 두었으니 먼길 가지 마라며 붙잡는 잡목이 없으니 진행하기 편안하고
아무것도 없을 것 같은 계곡길에 물이 쪼금 흘러나오는 곳을 지나는데 가만 보니 맥없이 흘러나오는 것 같기도 하지만
이 물이 흘러 흘러 정안천을 이루고 700년 역사를 간직하고 사라진 백제의 마지막을 지켜본 공산성이 내려다 보이는
비단 금강에 든다.
평소 같았으면 아직도 계곡의 빼곡한 잡목 속에서 허우덕 대며
붙잡고 늘어지는 칡덩굴과 옹알이하고 있을 시간인데
잡목이 없으니 좋다.
내려온 곳
멀리 금북정맥에서 벗어난 광덕산으로 보이며
문안달 고개로 오르는 도로가 보인다.
내려온 계곡길
문안달 고개로 오르는 도로
공주는 대부분 밤나무가 많죠 대표적으로 공주 밤막걸리가 있고
토실토실한 밤 하나 땅에 심으면 이듬해에 새싹이 나고 몇 년 뒤부터 밤이 열리는데
수령이 오래된 밤나무라도 땅 아래 뿌리에는 썩은 껍질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는 걸 볼 수 있으니
밤은 삼정승을 의미하기도 하지만 조상을 잊지 말라는 의미를 가르치는 과일이기도 하다.
비 올 것 같고 흐린 날 달달한 공주 밤막걸리라도 허리춤에 차고 다녀야 하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아직은 도랑 수준의 정안천 문안달리 골에는 몇몇 집들이 있고 집 앞은 이렇게 실 계천을 이룬다
눈으로 보는 깨끗함
산 아래로는 밤나무가 많아 6월 초 무렵 무논에 모내기가 끝나고 지천으로 밤나무 향기가 퍼져 나올 것 같다
밤꽃 향기는 좀 특별한 비릿한 향이 나는데 유아를 기르는 어머니 품속 같은 향기라고 하고
또 다른 향기도 있긴 하지만... 그건 다들 아실 것 같아 생략
임도길 좌, 우로 7년생쯤으로 되어 보이는 밤나무 아래에 노랗게 핀 애기 똥풀이 곱게 자라고
빗님이 오시려나
조용하던 하늘에서 빗방울이 떨어지고
지방 하천
발원지에서 몇몇 마을을 이어 왔지만 아직까지는 맑게 흐른다
점심 무렵을 지났으나, 마치 이른 아침과 비슷한 분위기 속의 공주시 정안면을 지나며
식당이 보이지만 시간이 아까워 그대로 통과한다.
정안면 소재지를 지나와서
비 오면 서로 키높이 할 만한 낮은 다리를 하나 건너면서 본 정안천
물은 처음보다 많이 흐려져 있으며 고운 자갈이 있어야 할 바닥에는 찌꺼기가 많이 달라붙어있는 모습이다
저 물이 맑은 모습 그대로 간직하고 있다면 강바닥의 자갈이나 모래는 얼마나 깨끗하게 보일지
몇십 년 전만 하더라도 전국의 하천은 청류(淸流)라 불렀을 것이나,
그때는 지극히 깨끗하다 보니 그렇게 청류라 느끼지 못하고 그저 흔하디 흔한 물로만 보았을 수도 있겠다
바닥에는 비닐도 있고 찌꺼기도 많이 보이고
예전처럼 깨끗한 물이 그대로 흘렀다면 흐르는 물에 세수하며 머리라도 감았을 테지만...
전국의 수 많은 하천을 지나며 발원지의 물맛을 보고 손을 씻거나 세수하고 지나지만
그 외 마을을 지나는 물길에는 손을 씻거나 하지 않는다.
강물을 오염시키고 폐수에 가까운 오수를 흘러 보내는 주범이 어디서부터 시작되는지
하류로 내려갈수록 물은 더러우며
상류로 거슬러 올라갈수록 물은 맑게는 보이지만 막상 세수라도 하려고 생각한다면 고개가 절래 절래 돌아간다.
굽이 굽이 돌아가며 흐르는 물길을 보며 어디서부터 잘못된 건지...
물속에 있어야 할 물고기는 어디 딴 세상을 이사를 간 건지 잠시 앉아 물속 풍경을 보고 있지만
작은 피라미 한 마리 안 보인다.
이순신 장군 백의종군길 670km 중
1597년 장군께서 정탁의 신구차상소문으로 의금부에서 출옥하시고 합천군 율곡면 낙민리까지 고된 몸을 이끌고 이 길을 지나가셨는 것 같다.
체육진흥회와 해군의 고증 그리고 지방 자치단체와 향토 사학자들의 고증으로 만들어진 길
경로를 보면 서울 의금부 수원, 오산, 평택, 아산 현충사, 공주시, 논산시, 익산시, 여산, 전주시, 임실, 남원, 운봉, 구례,
순천-구례-하동, 산청 , 합천 율곡면 낙민리까지다
꼭 한번 걸어 보고 싶은 길이니 마음속에 깊이 두고
산이나 강가에 사는 뭇 짐승 들은 지나가도 흔적이 없는데
인간이 지나가는 곳은 어떤 형태로던 넓은 길이 생기니
사람 발자국처럼 독한 것이 또 있을까 싶다
수랫길처럼 생긴 임도길에 흙먼지 풀풀 날릴 것 같지만
비가 오니 그런 염려는 안 해도 되겠는데 질척이나 않을지...
지나온 하천길에
멀리 금북정맥의 차령고개쯤 되는 곳이 보이고
부처님 오신 날이라며 인근 봉화산 아래 봉화산에서 봉축 현수막을 붙여 두셔서 절집 앞을 지나
공주시 의당면 하천가에 경비행장이 길게 자리하며
조그만 비행기들이 줄지어 서있다.
빗방울이 간간히 떨어지니 모든 사물은 쥐 죽은 듯 고요하며
깊고 깊은 산속처럼 적막강산처럼 보인다.
정안천 생태 공원의 연꽃단지를 지나며
연꽃이 보이는 곳은 깨끗하지만 미루나무 옆 하천의 물은 강바닥에 보이지 않을 정도로 더럽다.
공주에 사시는 팔 개님이 마중을 나오셨습니다.
그동안 몇 번 만난 친구지만 오늘은 공주 밤막걸리 한잔 하자며 이렇게 나와주셨는데
팔 개님은 ** 고등학교에서 국어를 가르치는 선생님이시며
한문학에 대해서는 최고의 권위를 가지신 분입니다.
금강이 흐르는 백제 큰 다리와 정안천이 금강에 안기는 곳에서 오늘 짧은 하루를 보내며
정안천은 공주시 정안면을 돌아 흐르는 하천이며 상류에서 보던 맑은 물은 정안면을 지나면서 흐려지기 시작하더니
공주시에 도착할 무렵부터 강바닥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더러워져 있었다.
비는 내리고 이제 친구님 차 타고 친구님 집으로 초대되어
친구가 달달한 공주 밤막걸리와 맛있는 산나물 밥을 해두셨다니
나물은 모두 집에서 키운 것들이라 아주 특별한 맛이더군요
음식 솜씨 좋은 사모님의 따뜻한 마음씨와 함께 공주 밤 막걸리 한잔 하다가
늦지 않은 시간에 친구님이 이부자리를 봐주셔서 일찍 잠자리에 듭니다.
친구님 집에서 자고 이른 아침에 조치원으로 흐르는 조천을 걷기 위해 비암사가 있는
세종시 전의면 다방리로 갑니다.
친구님 감사했습니다.
두 분 행복하시고요 늘 건강하시기 바래봅니다.
첫댓글 저처럼 문약한 사람을 이와 같은 위업의 말미에 끌어다 붙이신 것도 방장님의 능력이십니다. ㅎ 지나는 길에 또 오셔요. 하천의 원류를 찾아 걸어오신 방장님의 위업에 위로와 찬사를 보냅니다.
지난날도 앞으로도 공주 방향으로 다시 찾는다면 꼭 연락하고 지나가고 싶습니다.
달달한 막걸리 한잔 너무 좋았구요
두분의 성성스런 마음과 집밥은 잊지 못할것 같습니다.
아버님과 어머님의 건강을 기원드리며
늘 행복한 시간되시기 바래봅니다.
아직도 걸을 천이 남아 있는게 신기합니다ㅎㅎ
수고하셨습니다.
전 한라산 보름달 아래서
유유자적 하고 있네요 ㅎㅎ
너무 밝아서 랜턴도 필요없다는~~
남한강 아래로는 다 끝나고 잠시 힐링할겸 산으로 들고자 합니다.
그동안 퍼즐 같았던 한국의 산하가 조금 그려지는군요
글 감사드립니다.
유붕이 자원방래면 막걸리 접대라...
좋은 벗이 곳곳에 있어 이 또한 방장님의 福이요 德이어라 ^^
이제 몇개 남지않은 동네 또랑川, 잘 걸음하세요^^
하천은 이제 마무리 단계지만 잠시
어디 다녀올곳이 있어 준비해봅니다.
해안길 잘 이어 가시구요
정안천...
깨끗할 때는 깨끗한 줄 모르다가
더러워지고 나서야 알게 되는 아이러니...
건강도 나이도... 비슷하겠지요!!
강길 130여개를 지나며
얼마나 더 깊어지셨을지...
대단하신 걸음에 절로 고개가 숙여집니다.
팔개님 마중^^ 흐뭇하네요.
서로 챙겨가며 함께 사는 어여쁜 세상
조금씩 찾아본 하천도 이제 마무리 해야할것 같습니다.
좀 더 젊은 나이에 찾아봤더라면 하는 생각이 들었구요
훗날 몇몇 곳 정해서 다시 한번 더 가보고 싶어지는 건 하천이 너무 오염되어서 그런것 같습니다.
해안길 화이팅 하시구요
내고향 함양도 밤의고장인데 아직도 정안밤을 알아주는것 같습니다
얼마전에 마셔본 정안 밤막걸리가 생각나네요 동내마다 막걸리맛은 다른데 주당이 아니라 그런지 전부다 비슷한거 같아요
사진으로 보는 정안천 잘보고갑니다.
공주 밤막걸리는 달달하여 참 좋죠
이맘때 밤 꽃향이 지천일텐데
6월에 이어지는 국토종주길에 노란 금계가 가득할것 같고
그속으로 곱게 걸음 하시기 바래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