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 별로 잘생기진 않았지만 착하며 돈이 있는 남자는 우리가 그
들의 돈에만 관심이 있다고 생각한다.
7. 잘생기고 돈이 없는 남자는 우리의 돈에만 관심이 있다.
8. 잘생기고, 별로 착하지 않으며 이성애자인 남자는 우리가 별
로 예쁘지 않다고 생각한다.
9. 우리를 예쁘다고 생각하고, 이성애자이며, 약간 착하고, 돈
이 있는 남자는 겁쟁이다.
10. 약간 잘생기고, 약간 착하며, 약간 돈도 있고,
고맙게도 이성애자인 남자는, 수줍음이 많아서 "절대로 먼저 접
근하지 않는다!!!!"
11. 절대로 먼저 접근하지 않는 남자는 우리가 먼저 접근할 때
자동으로 우리에게 흥미를 잃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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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들의 복수
저녁 노을이 질 무렵,
찬 공기를 가르며 쉭~쉭~ 소리와 함께 4명의 괴한이 나타났다.
면도칼, 식칼, 사시미칼, 그리고 정체를 알 수 없는 칼.
사시미칼 : 오늘은 여러분들도 알다시피 일생일대 최대의 결전이 있소.
그동안 우리 칼들은 원래의 용도에 쓰이지도 못한 채 온갖
양아취들의 노리개로 전락해 버렸소.
그리하여 나는 지금까지 제대로된 생선한번 잘라보지 못했소.
면도칼 : 사시미칼의 말씀이 맞소. 나역시 면도한번 제대로 못 해보고
코흘리개들 삥뜯을 때만 간신히 얼굴을 드리밀었을 뿐이오.
식칼 : 나도 마찬가지오.
정체를 알 수 없는 칼 : ......
사시미칼 : 그동안 우리는 숱한 수모를 겪으면서 뼈를 깎는 수련을
해왔소. 드디어 오늘 저녁 6시를 기해 우리를 우습게 여긴
양아취들에게 복수를 할 것이오! 모두들 준비가 되어있소?
면도칼 : 그렇소!!!
식칼 : 만에 하나 실패한다면 내 이자리에서 목숨을 끊고 자결하겠소!!!
정체를 알 수 없는 칼 : ......
그때 멀리서 거사를 알리는 종소리가 여섯번 울렸다.
땡~! 땡~! 땡~! 땡~! 땡~!
사시미칼 : 자! 시작합시다!!
면도칼, 식칼 : 우와아아!!
정체를 알 수 없는 칼 : 잠깐!!!!!!!!!!!!!!!!
사시미칼 : 무슨 일이오?
정체를 알 수 없는 칼 : 나...나는 이만 가봐야겠소.
면도칼 : 아니 여기서 그만둔다는 말이오?
그동안 우리가 얼마나 이 날만을 기다려왔소?
이제와서 당신이 빠진다면 우리는 어떻게 한단 말이오!!
정체를 알 수 없는 칼 : 미안하오.
식칼 : 도...도대체 당신은 누구시오?
정체를 알 수 없는 칼 : ................
내 이름은.......
칼퇴근이라 하오 ..
그는 저녁 6시를 알리는 종소리와 함께 유유히 사라져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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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점 헤는 밤
계절학기를 수강하는 여름에는
재수강으로 가득 차 있습니다.
나는 아무 걱정도 없이
성적표뒤 학점들을 다 헤일 듯합니다.
성적표에 하나 둘 새겨지는 학점을
이제 다 못헤는 것은
학점수가 너무도 다양한 까닭이요,
플러스, 마이너스가 너무 복잡한 까닭이요,
헤아려봐야 밑의 평균과 다를 이유가 없는 까닭입니다.
A 하나에 기쁨과
B 하나에 안도와
C 하나에 씁쓸함과
D 하나에 괴로움과
F 하나에 어머니, 어머니!
어머님, 나는 학점 하나에 아름다운 말 한 마디씩 불러봅니다.
언어실습 수업에 대출을 해줬던 아이들의 이름과
포트리스 ,프리첼, 스타크래프트
이런 이국단어들의 이름과, 벌써 폐인이 된 자취방넘들의 이름과,
가난한 동기, 선배들의 이름을 불러봅니다.
이네들은 현실과 너무나 멀리 있습니다
A학점이 아스라이 멀듯이,
어머님,
그리고 당신은 멀리 계십니다.
나는 무엇인지 궁금해
이 복잡한 학점이 내린 성적표 위에
내 이름자를 쓱 보고,
얼른 봉투 속으로 집어넣어버렸습니다.
딴은 밤을 새워 마시는 넘들은
부끄러운 학점을 슬퍼하는 까닭입니다.
그러나 계절이 지나고 나의 학점에도 족보가 먹히면
버들골에 파란 잔디가 피어나듯이
내 이름자 적힌 성적표에도
자랑처럼 A+이 무성할 게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