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부에 글을 올리면서 저의 한국합기도 입문과정을 간략하게 적었습니다. 그 이유는 저와 같은 성장과정을 거친 합기도인들이 상당수를 차지하기 때문입니다.
1부에서부터 적는 내용들은 저의 주관적이고 개인적인 생각과 편견을 버릴 수밖에 없었습니다. 타당성과 신뢰도가 있는 연구자료들만을 기초로 하였습니다. 또한 지난 1부의 한국합기도 현황은 문화체육관광부(2009년)에서 발표한 자료와 각 합기도단체의 자료를 정리한 내용입니다. 이번 시간에는 좀더 구체적으로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정체성(正體性)이란?
정체성은 “변하지 아니하는 존재의 본질을 깨닫는 성질 또는 그 성질을 가진 독립적 존재” 이며 일반적으로 'identity'라는 영어단어의 국문번역으로도 많이 활용됩니다. 또한 정체성의 확인 척도로서 일관성이라는 개념을 사용할 수 있습니다. 그러므로 본 연구에서 한국합기도의 정체성은 성립시기부터 현재까지의 역사를 기준으로 존재의 본질을 찾는 것에 의미를 더하고 싶습니다.
먼저 한국합기도의 정체성 부재에 대한 문제점입니다. 한국 합기도의 문제점들은 정체성 부재의 현상을 만들어내고 있습니다. 한국합기도의 형성시기부터 현시대에 이르기까지 정체성의 문제점들을 자세히 살펴보면 여러 분야에 관련하여 많은 문제점들을 제시할 수 있으나 대표적이고 중요한 분야를 네 가지로 정리한다면 다음과 같습니다.
첫째, 한국합기도의 단체 난립입니다. 한국합기도가 안고 있는 많은 문제점 중에서 가장 심각한 부분이 바로 합기도 단체의 난립입니다. 이러한 합기도단체의 난립은 어제 오늘의 문제가 아닙니다. 이미 어느 정도 예견된 일입니다. 우선 합기도를 둘러싼 요인들을 분석해 보겠습니다. 과거의 독과점적인 단체승인 정책에서부터 본격적인 지방자치제가 실시된 1990년 후반기까지 우후죽순으로 단체설립이 인가되었다는 점입니다.
그 결과 현재 합기도라는 고유명사를 사용하고 있는 법인체만 무려 54개 단체에 달합니다. 비공식적인 통계자료에 의하면 약 70여개의 단체가 합기도라는 명목으로 활동하고 있다고 합니다. 즉, 합기도의 난립은 다른 측면에서는 다양성과 다원화를 의미하기 때문에 긍정적일 수 있다는 일부 견해를 가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단체의 난립은 합기도 스스로를 지엽적으로 축소시키는 우를 범하고 말았습니다. 단체 간의 헤게모니 쟁탈로 인해 서로간의 냉소적 시각을 초래하게 된 것이죠.
둘째, 한국합기도의 기술체계입니다. 한국합기도의 가장 큰 문제점이라고도 생각됩니다. 한국합기도의 통합된 기술 및 용어가 정립되어 있지 않아 커뮤니케이션에 따른 많은 문제점을 내포하고 있습니다. 특히 이 문제점은 대학을 비롯한 합기도전공 학생을 선발하는 과정에서 심각하게 문제화 되고 있습니다. 합기도가 국가기관으로부터 공인을 받기 힘든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것이바로 이 부분이죠. 이에 따른 한국합기도의 초창기(1950년대) 부터 합기도의 경쟁력으로 내세운 술기의 다양성에 대한 새로운 비판이 가해져야 할 시기입니다.
최용술 선생은 일본의 한 일간지와의 인터뷰에서 자신은 다케다 소오가쿠로부터 3,080여개의 술기를 전수받았다고 말했습니다. 이러한 술기의 다양성은 과거의 여타무도와 비교하였을 때 합기도 술기의 우수성을 강조하기 위한 커다란 홍보물이었습니다.
그러나 이를 자세히 살펴보면, 합기도가 세련되지 않고 정제되지 않아 술기의 실전성과 합목성이 배제된 백화점식 나열 수련체계라는 것입니다. 한국합기도는 보다 합리적이고 정확한 술기 정리가 이루어져야 하며, 이에 따른 용어의 정립도 중요한 작업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그리고 수련체계도 주체적이며 감각적인 수련방법이 되어야 합니다, 끊임없는 반복을 통한 체득의 의미로 합기도 기술체계가 변화되어야 합니다.
세 번째로 한국합기도의 역사성 및 철학성 부재입니다. 한국합기도의 역사왜곡을 비롯한 철학성의 부재입니다. 국내에 재 유입된 한국합기도는 그 시초가 합기도라는 고유명사가 아니었습니다. 야와라와 유권술, 그리고 유술이라는 명칭이었습니다. 그후 주지하다시피 지한재 선생이 최초로 “합기도”라는 용어를 사용하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지한재 선생의 강력한 주장에도 불구하고 “합기”라는 고유명사는 일본합기도의 어원을 표절하게 이르렀습니다. 이후 국내 한국합기도의 역사왜곡은 일본합기도의 문헌을 무단으로 인용하여 한국합기도의 사상적 토대를 만들기 시작하였을 뿐만 아니라, 무의미한 무도성만을 강조하여 엉성한 무도 합기도의 전통 아닌 ‘정통’을 고착화 시키게 된 것입니다.
네 번째로 한국합기도의 공식적 용어입니다. ‘합기’라는 용어가 공식적으로 등장한 것은 일본의 대일본무덕회가 창립된 이후입니다. 이후 정보가 차단된 상태에서 일본의 학술자료 및 용어, 심지어는 사상마저도 표절 내지는 무조건적 수용으로 오늘날의 왜곡된 합기도를 창출하게 되었습니다. 특히 이 부분은 지금까지 아무런 비판 없이 수용되고 있습니다. 이것이 다시 고착화되어 왜곡된 사실이 정의가 되고 마는 어이없는 사태를 초래하게 되었습니다. 이즈음에 한국합기도의 용어적으로 정확한 정의와 정체성이 확립되어야 한다고 봅니다. 이를 재삼 강조하건데 한국합기도의 역사는 다시 재정립되어야만 일본합기도와 차별화 되어 독립된 종목으로 세계 속에 우뚝 설수가 있을 것입니다.
따라서 이와 같은 한국합기도의 정체성 부재에 대하여 살펴보듯이 한국합기도의 통합은 경기화와 명확한 승단체계의 확립에 관한 필요성이 요구된다고 볼 수 있습니다. 경기화의 특성이라고 할 수 있는 표준화된 규칙과 공식적인 용어의 사용 등으로 여러 단체들의 지도자들과 선수들이 참여가 가능하게 함으로 난립된 단체의 통합을 이룰 수 있는 기초 구조를 만들어야 합니다. 이러한 환경의 변화를 통해 기술의 체계화를 마련 할 수 있게 됩니다. 조직적이고 전문성이 필요한 교육과 체계적 학습이 이루어짐에 따라 한국합기도의 통합은 기존의 관 중심의 신비주의적이고 왜곡된 역사관을 정립할 수 있을 것이라 판단됩니다. (다음 편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