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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차저차해서 도회지 생활을 하다 보니
또 이차저차해서 두어번 이사를 하게되었다
언젠가 다시 떠나게 될지도 모르지만 현상은
아이들 학업 핑게를 빌어도 거주지를 옮길 수 있는 상황은 아니다
기왕지사 궁디짝 내린 곳이고 생업은 챙겨야 해서 기웃거리다가 하게 된 것이 농사꾼.
우연한 기회에 얻어진 산물이 현상을 유지하는
직업이 될지는 몰랐으나 이렁저렁 하고 보니
나름 생활고 탈출구가 되었다
버섯 키우기
다른 작물에 비해 각종 약품처리를 하지 않으니
건강에 좋고 팔아도 굿이 포장할 필요 없으니
마음 상하지 않고 떠떳하게 팔 수 있어서 좋았다
무엇보다도 지랄 맞은 성격탓에 시시비비가 생기면 5분을 넘기지 못하고 핏대를 세우다 보니
거스르는 일은 죽어도 못하는 탓에 걍 여여하게
혼자 일하는 것이 적성에 맞아서 선택한 일이기도 하다
상놈은 나이가 벼슬이고 무식한 놈은 세월이
약이라고 검불같은 세간살이 다 털리고 나서야
요령도 생기고 하니 경매보다는 고되고 힘들어도
직판까지 틈틈히 하면서 하우스를 꾸리고 있지만 여간 일손이 많이 가는 것이 아니다
고향에서 이렇게만 일을 하고 살았다면 아마
어르신들께서 저 놈 돈 될 놈일세,
라는 소리를 들었을테지만 일을 안하고 버티는
곳은 신통하게도 잘 찾아 다녀서 동네분들 만나면
어?
언제 집에 왔냐?
라고 묻는 것이 예사였다
각설하고
처가댁 때문에 청주살이를 시작했지만
도대체 정 붙히기가 힘든 도시였다
물론 걸림을 싫어하는 성격탓도 있었겠지만
마지 못해서 발 내려둔 객지다 보니
소통의 경계가 뚜렸하고 생계 유지때문에
어울렁 더울렁 지낼 조건도 못되어서 더욱
일에 몰입했는지도 모르겠다
간간히 약초 카페나 기웃거리고 문학카페나
들락거리며 짬 시간을 보내는 것이 전부이고
틈틈히 산천이나 기웃거리고 카페에서 어느산에
뭐 있더라 하면 찾아가 헤메이다 오고.
어찌 보면 참 단조로운 이방인의 삶이었는데
카페 회원들과 소통을하다 뜻밖에도
고향 사람이 가까운 증평에 살고 있다며
뎃글로 만났으면 했다
여성분이라서 반가우면서도 한편으로는 굳이
봐야 할까 싶었으나 향의 핏줄 땡기는 맛에
약속을 하고 만났다
나이로 보면 십여년 가까운 연차가 있었지만
성격도 활발하고 사투리의 친근감 때문에
편한 마음으로 고향 소식도 나누고 살고 있는
모양세도 주고 받으며 첫 만남의 어색함을 전혀
느끼지 못하는 자리. 굳이 밥먹자 해서 식사하고
차도 나누고 헤어졌다.
그 친구도 산을 좋아하고 약초나 버섯에
관심이 많아 다니던 산도 알려주고
정보도 교환하며 소통 나눈지 한달 되었나?
편해진 탓인지 남편 직업이 군인이라는것과
무료한 시간 때우려고 운동도 하고 있지만
놀고 먹는것 같아 미안하다며 뭐 일거리나
작은 샾 같은거 해보고 싶다
아이템없을까요 라고 묻길레 농사로 성공하신
분의 발효 식초도 샘플링 작업해서 전해주고
아이템 선정 차원에서 두어가지 더 권했더니
전화 왈.
본인은 제품을 파는 그런 일보다 는 직장 생활이나 부업차원에서 혼자 하는 일이 좋겠다고 한다. 해서
인터넷 관련 정보도 애써 케물어
알려 주고는 다음날 통화하자 해서 전화했더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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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일 후 다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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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주일 후 다시 반복되는 전자음.
헛 참
이거 뭐 귀신에 홀린것도 아니고 일언반구
한마디 없이.
삼일 지나고 부터는 혹시나 운전하다 문제 생기지 않았나 걱정도 되고 해서 나름 노심초사
했는데
열흘 쯤 더 지났나?
카페를 들어가 보니 버젓히 다른 회원글에
뎃글 올리고 눈팅하면서 기웃거리고 있질 않은가
노파심이 들어서 혹시나 통화할 때나 문자 또는.
딱 세번 만났지만 그 중 오해 할 실수를 하지 않았나 싶어서 아무리 더듬거려 봐도 기억이 없다
그래도 놓친게 있나 싶어 카페에 글을 남겼지만
여전히 바람처럼 지나다니면서 유령을 만들어
버리네요
그 사람이 유령인가?
가끔 나눈 소통이었지만 여인네의 나이도
지천명에 가까우면 나름 삶을 관조할 만 한
연륜이다 싶어 명징한 낯달 같은 미는 있으려나
했는데 이것 참.
무릇 인연이란 것은 쉬이 오는 것 같아도 연이 있어야 닿는 법인데 이것 또한 인연이다 하기에는 좀 어색하기 그지 없는 만남이 아닌가.
손폰을 뒤적여 전화번호를 찾아서
마지막 인사를 남기고는 지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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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 예의가 아닙니다
건강히 잘지내시고 행복하십시오
뒷게 님.
그 분 성암을 모른다
뭐 굳이 물어 볼 이유도 없었지만 .고향내기,라고
이름대신 입력하고 뒷게는 살던 동네 이름처럼
불리는 명칭이다
만나면 헤어지고 헤어짐은 다시 만남의
잉태의 약속이라고 했던 시어처럼
바람에 날리는 검불이 우연히 내 어께에 내려 앉는 것처럼 사람의 만남은 결코 가볍지 않다
소중하다는 인식이 깊은 사람일수록
철학과 정체성도 수승한 법이다
아니면 말고 안보면 그만이지라는 사고는
더 할 수 없는 가벼움의 극치다
생태 공원
거치른 땅에 인간의 힘으로 강제되어 심어 진
나무들이지만 제법 뿌리를 내리고 녹음 펄럭이며
뙤약볕 그늘이 되어 주었는데
오늘은 이파리가 한닢도 없다
푸른 잎새로 속내 가리고 있을 때는 보이지 않던 초라함을 앙상하게 드러 내고는
초점 없는 눈으로 물끄러미
내 커피잔을 바라 보는데 갑자기
깡마른 가지 위에 가로등 빛이 무심하게 걸터 앉는다
요놈은 봄이 오면 또다시 누군가와 마주서고 있을테지만 삶은 결코 녹녹치 않으니
촉촉한 계절에 뿌리 깊숙히 내렸기를 바란다.
카페 게시글
-★ 소개하고 싶은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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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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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 626
18.11.20 18:13
댓글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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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무탈한 나날이 되기를 기원합니다
오늘도 좋은 날 되세요
뭐 예까지 찾아 오시디니요
보내주신 커피 마시며 혼란스럽던 기억을 지우고 있읍니다 고맙습니다 수림님
세상살이 참 부질없다는 생각도 들겠지만 열정하나 있으면 못할것도 없지요
자신을 무력하게 만드는것은 외부요인이 아니라 자신감 상실이 더 무서우니까요
천안 다녀온 일은 잘 되는지요
직판장 가게 보러 갔었읍니다
중앙시장에 아는 분 계셔서요
그곳도 예전 경기는 다 빠져나가고
명맥만 유지하고 있더군요
예전에 비교해서요
호떡 몇개 사먹고 왔읍니다 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