靑松 건강칼럼 (365)... 커피ㆍ설탕 中毒
박명윤(보건학박사, 한국보건영양연구소 이사장)
커피ㆍ설탕 중독의 위험성
한국소비자원(韓國消費者院)이 국내에서 구매율이 높은 커피믹스(mixed coffee) 12개 제품을 대상으로 성분검사를 실시한 결과 한 봉지(약 12g) 당 평균 5.7g의 설탕이 들어있다고 지난 7월 10일 밝혔다.
이들 커피믹스 중 당류 함량이 가장 높은 제품은 동서식품의 ‘맥스월하우스 오리지날 커피믹스’(7g)였으며, 가장 낮은 제품은 ‘이마트 스타믹스 모카골드 커피믹스’(4.9g)였다. 나머지 10개 제품의 당류 함량은 5.1〜6.6g으로 나타났다.
카페인 함량은 평균 52.2mg로, 가장 높은 제품은 ‘이마트 스타믹스 모카골드 커피믹스’(77.2mg) 그리고 가장 낮은 제품은 ‘맥심 화이트골드 커피믹스’(40.9mg)로 조사됐다. 한편 열량은 봉지 당 평균 53kcal, 총지방 함량은 1.5g, 포화지방(飽和脂肪) 함량은 1.4g으로 조사됐다.
식품의약품안전처(食品醫藥品安全處)가 2008년부터 2010년까지 한국인의 당분(糖分) 섭취 경로를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커피가 33%로 가장 큰 비중(比重)을 차지했다. 이 조사에서 말하는 커피(coffee)는 인스턴트 커피, 자판기 커피, 캔 커피 등을 포함한다. 즉 우리나라 사람이 섭취하는 당분 중 약 3분의 1이 커피에 탄 설탕이라는 의미이다. 커피에 이어 주스 등 음료(21%), 과자ㆍ빵(16%), 콜라ㆍ사이다 등 탄산음료(14%), 유제품(8%) 등이 뒤를 이었다.
우리나라 성인들은 커피를 통한 당류 섭취가 높은 만큼 커피믹스 섭취량의 조절이 필요하다. 커피믹스는 포장 단위가 소량이기는 하지만 그 중 절반이 설탕이기 때문에 비스켓, 아이스크림 등 다른 가공식품보다도 중량대비 당류(糖類) 함유량이 훨씬 높다. 우리 국민이 마시는 커피의 90% 이상이 커피믹스나 캔커피이며, 이들 제품에 든 설탕, 프림 등으로 인하여 비만(肥滿)의 위험성이 있다.
세계보건기구(WHO)가 권장하는 성인의 하루 당류 섭취량은 50g이다. 한국인의 하루 평균 당류 섭취량은 2010년 61.4g으로, 2008년보다 23% 늘어났다. 즉 밥 등 주식을 통한 당 섭취량은 3년간 4%밖에 늘지 않았는데, 가공식품을 통한 당 섭취량이 41% 증가했다.
식약처(食藥處)는 당류 섭취량 조사 결과 초ㆍ중ㆍ고등학생의 섭취량이 초등학생(저학년: 60.0g, 고학년: 63.4g), 중학생 70.2g, 고등학생 71.5g으로 전 연령 평균(61.4g)보다 높아 어린이와 청소년의 당류 섭취량을 줄이기 위해 ‘건강이와 함께하는 단맛이야기’ 교재와 교사용 지침서를 발간ㆍ배포하였다.
또한, 교재와 함께 평소 달게 먹는 정도를 판별할 수 있는 ‘단맛 미각(味覺)판정도구’도 제작하여 교육 시 활용할 수 있도록 제공했다. 단맛미각판정도구란 5단계의 단맛 용액과 웹 프로그램으로 구성되어 평소에 달게 먹는 정도를 평가할 수 있도록 고안된 프로그램이다. 당류의 과잉 섭취는 비만, 당뇨병, 심혈관계 질환 등을 일으킬 우려가 있어 어릴 때부터 사전예방차원에서 당류의 적정 섭취를 위한 교육이 필요하다.
흔히 담배나 술만 중독(中毒)된다고 생각하지만 설탕도 중독된다. 우리 몸의 에너지원인 당(糖)으로 이뤄진 설탕을 무분별하게 섭취하면 마약(痲藥)중독보다 치명적인 설탕 중독에 빠지게 된다. 즉 설탕을 많이 먹으면 혈당(血糖) 수치를 떨어뜨리기 위해 인슐린(insulin) 분비가 늘어난다. 혈당 수치가 떨어지면 단 음식이 다시 먹고 싶어져 당에 중독된다. 인슐린이 지나치게 많이 분비되면 노화를 촉진하고, 암이나 뇌졸중에 걸릴 확률이 높아진다.
프랑스 대혁명기에 활약했던 외교관 겸 정치가 탈레랑 페리고르(Talleyrand-Perigordㆍ1754〜1838)은 현대인의 기호식품 ‘커피’를 “진한 향기는 와인보다 달콤하고, 부드러운 맛은 키스보다 황홀하다. 악마처럼 검고, 지옥처럼 뜨거우며, 천사처럼 순수하고, 사랑처럼 달콤하다.”고 표현했다. 이제 커피는 현대인의 삶에서 빼놓을 수 없는 기호품이 되었으며, 예술적 영감의 동반자로서 으뜸으로 꼽힌다.
아랍에서 유행하던 커피는 17세기 들어서야 유럽에 본격 소개됐다. 커피를 독(毒)이라고 믿었던 스웨덴 국왕 구스타프 3세는 사형수 두 사람을 놓고 이색 ‘실험’을 했다. 각각 커피와 차를 매일 마시면 누가 먼저 죽나 지켜보도록 의사에게 지시를 했다고 한다. 이 기나긴 실험 중 먼저 죽은 사람은 지켜보던 의사였으며, 이어 1972년 국왕이 암살됐다. 수년 뒤 사형수 중 한 명이 83세로 죽었는데 차(茶)를 마셔 온 사형수였다. 이것은 ‘믿거나 말거나’식 진문기담을 모은 ‘세계상식백과’에 실린 일화(逸話)이다.
몇 년 전에 한 패스트푸드 업체에서 2000원이라는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의 커피를 선보이며, 같은 커피를 ‘2000원’ ‘4000원’이라고 적혀 있는 두 개의 컵에 담아 손님들에게 맛보게 하였다. 두 컵의 커피는 화학적으로 동일했고, 혀에 느껴지는 맛도 당연히 같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4000원짜리 커피가 2000원짜리보다 더 맛있다고 답했다. 왜 사람들은 동일한 커피를 가지고 맛이 다르다고 느끼는 것일까? 현대인은 ‘비싼 게 더 좋다’는 믿음을 가지고 있기에 같은 맛으로 느껴지는 두 개의 커피 중 비싼 4000원짜리를 선호하는 것이다.
커피와 설탕, 프림 등을 섞어서 일 회분씩 포장하여 물에 타서 먹을 수 있도록 해 놓은 커피 제품인 ‘커피믹스’는 1976년 12월 우리나라 커피전문기업인 동서식품(주)에서 맥심이라는 브랜드로 세계 최초로 개발했다. 동서식품의 커피믹스가 세계적으로 기술적 우위를 점하게 되면서 1990년대 말에는 그동안 ‘스페셜티 커피’라는 이름으로 분류됐던 커피믹스 제품이 세계시장에서 ‘커피믹스’라는 이름으로 통용되기 시작했다. 현재 동서식품, 남양유업, 롯데칠성음료, 네슬레 등이 커피믹스 시장에서 경쟁을 벌이고 있다.
많은 사람들이 커피믹스를 물에 탈 때 스푼 대용으로 커피믹스 봉지를 이용하는데 이는 인체에 해로운 성분이 용출될 우려가 있으므로 금해야 한다. 즉 커피믹스는 내용물이 눅눅해 지지 않도록 알루미늄을 증착한 폴리프로필렌(polypropyleneㆍPP) 다층 포장재를 봉지로 사용한다. 봉지를 뜯을 때 인쇄 면에 코팅된 합성수지제 필름이 벗겨져 커피 속에 인쇄성분이 용출될 우려가 있다.
일반적으로 종이컵에 뜨거운 커피를 마시는 것은 안전하다. 커피는 섭씨 70도 내외일 때 가장 맛있다. 종이컵에 코팅된 폴리에틸렌(polyethyleneㆍPE)의 녹는 온도는 섭씨 105〜110도로 끓는 물에는 거의 녹지 않는다. 그러나 종이컵에 튀김 등 기름기가 많은 음식을 넣고 전자레인지에 돌리면 식품 내 기름의 온도가 폴리에틸렌의 녹는 온도 이상으로 올라가 종이컵이 녹거나 벗겨질 수 있으므로 특히 주의하여야 한다.
관세청(關稅廳) 발표에 따르면 2011년 우리나라 성인 1인당 커피 소비량은 연간 338잔으로 5년 전보다 44% 급증했다. 거리마다 넘쳐나는 커피숍에는 항상 사람들이 붐빈다. 최근에는 청소년들 사이에 집중력향상과 각성 및 피로회복 효과가 있다고 알겨진 ‘에너지드링크’가 폭발적인 인기를 누리고 있다. 시중에서 팔리는 ‘에너지드링크’ 1캔(250ml)에는 62.5〜80.0mg의 카페인이 들어있다. 이에 커피 외에도 에너지드링크 등이 출시되면서 우리 사회에는 카페인이 넘치고 있다.
식품의약품안전처에서 권고하는 1일 카페인 섭취량은 성인 400mg, 임신부 300mg, 청소년 125mg, 어린이 75mg이다. 한편 우리가 일상에서 소비하는 캔커피에는 74mg, 녹차 15mg, 콜라 23mg, 초콜릿 100g당 10〜30mg 등의 카페인이 들어있다. 이에 하루 섭취 권장량을 쉽게 초과할 수 있으므로 주의하여야 한다.
카페인(caffeine)은 중추신경계에 작용해 각성(覺醒)과 피로해소의 효과가 있지만, 과잉 섭취했을 경우 불면증 등 수면장애, 불안, 두근거림, 메스꺼움 등을 일으킬 수 있다. 특히 장시간 지나치게 섭취하면 내성, 중독, 만성피로 등을 유발한다. 또한 이뇨작용을 활발하게 해 몸 속 수분을 배출하기 때문에 눈물 분비 기능도 저하시켜 안구건조증(眼球乾燥症)이 생길 수 있다.
커피를 통한 당분 섭취를 줄이려면, 커피 자체를 줄이거나 커피에 설탕을 타지 않으면 된다. 또한 물을 많이 섭취하여 당분을 소변으로 배출하는 것이 좋다. 이에 커피는 하루 2〜3잔 정도 마시는 것이 바람직하다.
글/ 靑松 朴明潤(서울대학교 保健學博士會 고문, 대한보건협회 자문위원)
<청송건강칼럼(365). 2014.7.21. www.nandal.net www.ptc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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