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전적 요인, 환경 요인 치매에 복합 작용
영화 ‘내 머릿속의 지우개’에서 여자 주인공은 점차 기억을 잃어 사랑하는 남편의
얼굴조차 구분하지 못한다.
신경세포가 파괴돼 기억 능력이 상실하는 알츠하이머병 ‘치매’에 걸렸기 때문이다.
로널드 레이건(Ronald Reagan) 전 미국 대통령은 퇴임 후 5년이 지난 1994년 11월
알츠하이머병 진단을 받았다. 이후 2004년 6월 93세의 일기로 타계하기까지
거의 10년간 질병과 투병해온 그의 모습이 공개되면서 미국 전역에 큰 충격을 줬다.
알츠하이머병은 독일의 정신과의사 알로이스 알츠하이머(Alois Alzheimer)가
20세기 초 자신의 환자에게서 초로기성 치매(presenile dementia)를 발견한 이후
그의 이름을 따 알츠하이머병으로 명명됐다.
▲ APOE ⓒWikimediaCommons
APOE, 치매 설명 한계 봉착
알츠하이머병 원인에 대해서는 현재까지도 정확히 규명돼지 않았지만 90년대 19번 염색체
상에 존재하는 특정 유전자가 알츠하이머에 매우 밀접한 관련이 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이 유전자는 아포리포단백질(apolipoprotein E, APOE)이라는 유전자로 알츠하이머병의
유전적 징표로 간주됐다.
그러나 뇌에 대한 연구가 점점 진행되면서 유전적 요인만으로는 알츠하이머병을 모두
설명할 수 없다는 점을 과학자들은 인식했다.
과학자들은 뇌의 이상이 유전자와 우리를 둘러싼 환경과의 복잡한 상호작용으로 야기된
것이라고 추론했다.
마가렛 페리칵 반스(Margaret Pericak-Vance) 연구팀은 90년대 초 림프원구로부터 DNA를 추출해 19번째 염색체 상의
APOE 유전자의 변이가 알츠하이머와 연관성이 있다는 점을
규명했다. 비슷한 시기 브렌다 플라스만(Brenda Plassman) 연구팀은 유전적 요인이 아닌
다른 인자가 알츠하이머에 관련이 있는지에 대한 연구를 계획했다.
실험은 일란성 쌍둥이를 대상으로 진행됐다. 만약 알츠하이머병이 오로지 유전적 요인으로만 야기된다면 한명의 쌍둥이가
알츠하이머병을 발병했을 때 또 다른 쌍둥이 역시
알츠하이머병이 발병해야 한다.
2000년 2월 플라스만 연구팀은 “유전자가 알츠하이머병 발병의 주요한 요인으로 작용하지만
유전적 요인이 모든 것을 설명할 수 없다”고 보고했다. 연구팀은 분명히 다른 인자가 작용할 것이라고 간주했다. 이를테면 미묘한 의학적 여건의 차이, 직업, 육체적 활동의 정도 등이다.
▲ 스트레스는 치매와 어떤 연관이 있을까?
마크 투진스키(Mark Tuszynski) 연구팀은 환경의 차이가 어떻게 알츠하이머병의 진행에
영향을 미치는지를 알아보기 위한 일련의 실험을 수행했다.
이들은 동물들이 작은 우리에서 자라면서 이에 따른 스트레스가 향후 이들 동물들이 노화했을 때
뇌의 크기가 줄어드는 것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Neurobiology of Aging’ 2011년 1월호에 보고했다.
연구팀은 원숭이를 대상으로 실험을 진행했다. 일군의 원숭이들은 정상적인 크기의 우리에서 길러진 반면,
다른 그룹의 원숭이들은 동물들이 적절한 운동을 할 수조차 없을 정도로 작은 크기의 우리에서 길러졌다.
스트레스 원숭이 그룹, 아밀로이드 플라크 밀도 높아
비좁은 공간에서 길러진 원숭이들은 공간의 협소함으로 스트레스를 받았으며
글루코코티코이드(glucocorticoid)라는
호르몬의 수치가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스트레스 관련 글루코코티코이드인 영장류의 코티졸(cortisol)과 설치류의 코티코스테론(corticosterone)은
신경세포 시냅스의 수를 줄이는 것으로 보고된 바 있다.
시냅스는 신경세포와 신경세포를 연결하는 부위로 신경세포는 시냅스를 통해 신경세포 상호간 신경신호를 전달한다.
연구팀은 뇌의 특정한 구조에 달라붙는 특별한 단백질을 사용해 시냅스의 상대적인 수를
측정했다. 이와 함께 각각의 원숭이들의 뇌 속에 형성된 아밀로이드 플라크를 측정했다.
시냅스 수와 아밀로이드 플라크는 인지기능의 강력한 징표이며 알츠하이머를 구별하기
위해서도 사용된다. 알츠하이머병 환자들은 아밀로이드 플라크가 축적돼있다.
작은 우리에서 자란 원숭이들은 평균적으로 높은 밀도의 아밀로이드 플라크가 발견됐으며
적은 수의 시냅스가 관찰됐다. 이는 알츠하이머 환자들의 시체에서도 동일하게 나타나는
병리현상이다.
정상 크기의 우리에서 자란 원숭이 그룹은 거의 동일한 양의 플라크가
발견됐지만 비좁은 우리의 원숭이들은 원숭이별로 플라크 양에 있어 현격한 차이를 보였다.
좁은 공간에서 자란 원숭이들이 개개별로 아밀로이드 플라크 양의 차이를 보인 것에 대해
연구팀은 개개에 따른 스트레스 정도의 차이가 있는 것으로 간주했다.
2010년 3월 카림 알카디(Karim Alkadhi) 연구팀은 생쥐를 모델로 스트레스와 알츠하이머병, 파킨슨씨병 등
퇴행성 뇌질환의 상관관계에 대한 연구를 수행했다.
이들은 알츠하이머 환자들에게서 형성되는 아밀로이드 플라크와 똑같은 아밀로이드
펩타이드를 생쥐에게 주사했다.
주사한 양은 어떠한 징후도 일으키지 않을 정도로 적은 양이었다.
이후 연구팀은 생쥐들에게 일련의 스트레스를 유발했다.
예를 들어 침입자 생쥐를 그들의 집에 놓아두는 방법이다.
이 방법을 통한 스트레스 유발은 생쥐의 코티코스테론의 양을 상당히 높이는 것으로
이미 증명된 바 있다.
연구팀은 아밀로이드 펩타이드와 스트레스 유발이 개별적으로 또는 공동으로 생쥐의
인지기능을 악화시키는지 여부를 4개의 그룹으로 나눠 관찰했다. 생쥐들의 학습과
기억능력을 알아보기 위해 생쥐 수영장 플랫폼 숨기기 방법을 이용했다.
아밀로이드, 스트레스 동시 생쥐 그룹, 기억능력 퇴화
보통의 경우 몇 번의 시행착오를 거치면 생쥐들은 플랫폼의 위치를 기억하고 이후
며칠 동안 수영을 하는데 별다른 지장을 받지 않는다.
연구팀의 실험에서 오직 한 그룹의 생쥐들만이 학습에 어려움을 느꼈으며 플랫폼의 위치를
기억하지 못했다.
이들 그룹은 아밀로이드 펩타이드와 스트레스를 동시에 처방한 그룹이다.
이는 지속적인 스트레스 자체만으로는 장기간 기억기능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점을
의미한다. 비슷하게 아밀로이드 펩타이드만을 주사한 그룹의 경우에도 학습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다만 지속적인 스트레스는 동물들이 학습과
기억을 덜 좋아하게끔 만드는 것으로 보인다고 보고했다.
출처-ScienceTime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