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 료 사
제23차 시골사회사업팀(월평팀)
2014년 12월 13일 면접 보던 날. 포옹으로 시작했습니다. 아저씨께서 먼저 면접을 보셨습니다. 아저씨의 질문에 성심성의껏 대답을 합니다. 아저씨의 이야기에 예와 성을 가지고 듣는 모습이 귀했습니다. ‘담’이라는 식당에서 식사하고 터미널까지 배웅했습니다. 아쉬운 포옹으로 인사했습니다. 따뜻했습니다.
5박 6일의 합동 연수는 강원도 평창에서 했습니다. 사회사업 바르게 하려면 근본을 세우고, 근본을 좇아 행하고, 근본으로써 성찰해야 한다고 했습니다. 사회사업 원리와 방법을 배웠습니다. 복지요결을 읽고 나누는 시간이 소중하고 귀했습니다. 자연과 더불어 좋은 동료를 만났습니다. 밥과 김치만으로도 즐거웠습니다. 식사시간마다 웃음이 넘쳤습니다. 마지막 날 아쉬움에 쉬이 떠나지 못했습니다. 각자의 자리에서 잘 할 수 있도록 동료를 응원했습니다.
‘지역사회의 몫을 지역사회로’ 월평팀의 활동비전입니다. 지역사회에 인사하고, 묻고 의논하고 부탁하고, 감사하면 됩니다. 아저씨와 둘레 사람을 만나 인사로 시작했습니다. 그림방 사장님, 송이농산 사장님, 피자스쿨 사장님, 자전거 가게 사장님, 선재불교용품 가게 사장님, 동네 할머니, 한마음 도서관 직원. 하루에 일곱 분을 만났습니다. 아저씨 주위에 이렇게 많은 분이 계시다는 걸 몰랐습니다. 참 소중한 분들입니다. 아저씨께서 자취방 구한다는 이야기를 드렸습니다. 방도 알아봐주시고, 살림살이 살 때 좀 더 싸게 구입할 수 있도록 지인 분들께도 말씀드려 주신다고 하셨습니다. 말씀 한마디 한마디에 힘이 생겼습니다.
자취방 알아보는 건 당신 일로 여기게 도왔습니다. 아저씨의 말과 행동에 자신감이 넘쳤습니다. 얼굴에는 생기가 돌았습니다. 둘레 사람들에게 여쭙고, 길 가던 할머니에게도 여쭈었습니다. 지금까지 보아온 아저씨가 아니었습니다.
거창 지리를 잘 아는 아저씨와 함께 지도도 만들었습니다. 자취방 구하는데 요긴하게 사용했습니다. 줄을 긋고, 동그라미를 그리면서 발바닥 닳도록 다녔습니다. 이것저것 따져보고 마음에 드는 집을 찾았습니다. “계약하지요.” 아저씨께서 지역사회 두루 다니며 발품 팔아서 알아보고 여러 집 둘러보면서 결정하신 집입니다. 그렇게 지은이와 준혁이가 아저씨께서 결정하시도록 도왔습니다.
계약하는 날 아저씨는 중요한 날에만 신는다는 구두를 신으셨습니다. 그 구두에 처음으로 집 구해서 계약하는 마음이 담겨있었습니다. 계약서에 아저씨 이름 석 자를 천천히 적었습니다. “처음이에요.” 계약서 꼬깃꼬깃 접어서 안주머니에 넣어 빌라 선생님과 입주자분들에게 보여 드렸습니다. 아저씨께서 도배지에 풀을 발랐습니다. 도배지가 잘 붙도록 걸레질을 했습니다. 청소도 깨끗하게 했습니다.
이사하는 날. 동국자원 사장님께서 이사를 도와주셨습니다. 사장님 덕분에 수월하게 이사했습니다. 짐을 풀고 정리하는데 며칠이 걸렸습니다. 자주 쓰는 물건과 손이 안 가는 물건을 가려 아저씨께서 정리하셨습니다. 새 집에 쓸 살림살이를 사러 갔습니다. 밥 그릇, 국 그릇, 접시, 수저, 젓가락 등 살 물건들이 한두 가지가 아니었습니다. 이것도 필요하고 저것도 필요하고 살림살이 하나하나 허투루 보지 않았습니다. 꼭 필요한 물건만 샀습니다. 생활하면서 한 개씩 한 개씩 사는 것 또한 아저씨의 즐거움이겠다 싶어 여지를 남겨두었습니다.
이제는 월평빌라로 출근을 합니다. 전날 나온 폐지를 정리하시곤 “나 이제 집에 갑니다.” 합니다. ‘아! 그래 아저씨의 집이 따로 있구나.’ 아직은 실감이 나질 않습니다.
집들이 준비로 아저씨의 손놀림이 바빠졌습니다. 손님 대접하기 위해 장을 보고 청소도 했습니다. 샌드위치를 만들기로 했습니다. 빵은 아저씨께서 직접 구웠습니다. 오시는 손님마다 샌드위치를 권합니다. “내가 빵 구웠어요. 맛있어요.” 피자스쿨 사장님도 오셨습니다. 초대장에 그려진 약도를 보고 어렵게 찾았다고 하시면서 집들이 선물로 휴지를 사오셨습니다. 배달 때문에 방에도 들어오시지 못했습니다. 아저씨께서 샌드위치 한 조각을 챙겨 주셨습니다. 우리 집에 온 손님이니 빈손으로 보낼 수가 없지요. 이것이 사람 사는 정입니다. 아저씨께서 계약하던 날보다 더 기뻐하셨습니다. 감격스러웠습니다. 준혁이와 지은이도 같은 마음이었습니다. 일하는 보람을 느꼈습니다. 힘을 얻었습니다.
“자기 삶을 원하고 자기 삶을 꿈꾸고 자기 삶을 살게 돕습니다.” 아저씨에게 묻고, 의논하고 부탁하고, 감사하게 도왔습니다. 아저씨의 둘레사람들에게 묻고 의논하고 부탁하고, 감사하게 도왔습니다. 준혁이와 지은이가 아저씨의 삶이 되게 도왔습니다.
이른 새벽 감악산에도 올랐습니다. 캄캄한 하늘에 수많은 별이 빛났습니다.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서로를 챙겼습니다. 어두우면 불빛을 비춰주고, 넘어지면 손을 잡아 함께 올랐습니다. 서로를 의지하며 감악산 정상에서 떠오르는 해를 보았습니다. 소중하고 귀한 시간이었습니다. 시간이 지나 꺼내볼 수 있는 추억을 만들었습니다.
기분 좋은 에너지가 넘치는 정지은. 월평빌라가 어떤 곳일까 궁금해서 지원했다고 했지요. 지원사를 쓰는 순간에도 기대감으로 설렜다고 했습니다. 인사하고, 묻고 의논하고 부탁하고, 감사하며 활동하고 싶다고 했습니다. 진심을 담아 예를 다해서 마음으로 인사하며 다녔습니다. 참 잘했습니다. 사회사업가로서 좋은 바탕을 다지고 싶다는 지은이, 4주간의 활동으로 좋은 바탕을 만들었을 거라 생각합니다. 2014년의 마지막과 2015년의 시작을 지은이와 함께 할 수 있어서 고맙고 감사하고 행복했습니다. 시골사회사업팀 월평2기 지은이을 영원히 잊지 못할 것입니다. 응원합니다. 사랑합니다. 당신이 월평입니다.
2015년 1월 27일 월평빌라에서 전은경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