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천구곡
이원조(李源祚, 1792~1872)
조선 후기의 문신(1792∼1872). 자는 주현(周賢). 본관은 성산(星山). 호: 응와(凝窩). 시호: 정헌(定憲). 1809년(순조 9) 별시 문과에 을과로 급제한 뒤 정언·경주부윤·공조판서 등을 역임하였다. 사족들의 사치를 비판하고 백성들의 거듭된 흉년에 의한 어려움을 극간하였다.
포천구곡(布川九曲)은 경상북도 성주군 가천면 신계리 일대의 가야산 포천계곡(布川溪谷)에 설정된 구곡이다. 조선 후기 학자 응와 이원조(凝窩 李源祚, 1792~1872)가 이 계곡의 아홉 경승을 구곡으로 설정하고 「布川九曲次武夷櫂歌」를 지었다.
지리적으로는 가야산 동북쪽 골짜기에서 흘러내리는 물길을 따라 형성되어 있으며, 현재의 성주군 가천면 신계리 포천계곡이 그 중심이다. 포천구곡의 계곡물은 한강 정구 선생이 경영한 무흘구곡이 이어지는 대가천과 합류한다. ‘布川(포천)’이라는 이름은 계곡물이 바위 사이로 흐르며 베를 펼쳐 놓은 듯하다는 데서 유래한 것으로 설명된다.
만귀정(晩歸亭)이 포천계곡에 자리하고 있어 포천구곡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따라서 포천구곡을 답사한다면 ‘성주 포천계곡–만귀정–가야산 동쪽 계곡’을 중심축으로 보면 좋을 듯 하다.
이 작품은 보통 「포천구곡차무이도가(布川九曲次武夷櫂歌)」라고 부른다. 주희의 「무이도가」 운을 차운하여 지은 서시 1수 + 구곡 9수, 모두 10수의 칠언절구이다.
포천구곡은 법림교 → 조연 → 구로동 → 포천 → 당폭 → 사연 → 석탑동 → 반선대 → 홍개동의 순서이며, 물길을 따라 약 5.4km 이어진다.
布川九曲次武夷櫂歌(포천구곡차무이도가)- 序詩
伽倻山上有仙靈 가야산상유선령
山自幽深水自清 산자유심수자청
山外遊笻曾未到 산외유공증미도
月明笙鶴但聞聲 월명생학단문성
가야산 위에는 신령한 기운이 서려 있고,
산은 절로 그윽하고 깊으며 물은 절로 맑구나.
산 밖의 유람객 지팡이는 일찍이 이곳에 이르지 못했으니,
달 밝은 밤, 신선의 생황과 학 울음 같은 소리만 들려오네.
伽倻山(가야산): 경상북도 성주와 경상남도 합천에 걸쳐 있는 명산.
幽深(유심): 그윽하고 깊음. 산세가 속세와 멀리 떨어져 깊숙하고 고요한 모습.
自(자): 스스로, 절로. 인위적인 꾸밈 없이 본래 그러하다.
遊笻(유공): 유람할 때 짚는 지팡이. 笻(공)은 대나무 지팡이라는 뜻, 지팡이를 짚고 유람하는 사람. 曾未到(증미도): 일찍이 이르지 못하였다.
笙鶴(생학): 생황 소리와 학. 但聞聲(단문성): 다만 소리만 들릴 뿐임.
이 서시는 포천구곡 전체로 들어가는 입구이자 서곡에 해당한다. 첫 두 구에서는 가야산의 깊고 맑은 산수를 ‘仙靈·幽深·清’으로 표현하여 포천계곡을 단순한 명승지가 아니라 속세와 구별되는 청정한 공간으로 제시한다.
특히 3구의 「山外遊笻曾未到」는 세속의 유람객조차 쉽게 찾아오지 못한 깊은 산중임을 강조한다. 이어 마지막 구에서는 사람이 보이지 않는 달밤에 생황과 학을 연상시키는 신선의 소리만 들린다고 하여 현실의 가야산을 신선 세계처럼 승화시킨다.
따라서 이 작품은 “가야산 포천구곡은 세속의 번잡함이 미치지 않는 깊고 맑은 별천지”라는 인상을 먼저 제시한 뒤, 이어지는 제1곡부터 제9곡까지의 유람으로 독자를 이끄는 서시라고 할 수 있다. 특히 「山自幽深 水自清」의 두 ‘自’가 산과 물의 자연 그대로의 청정함을 매우 간결하게 살려낸 점이 돋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