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여전사亡女奠詞
참척慘慽한 딸을 위한 제문
ㅡ백호 임제
(참척: 자손이 부모보다 먼저 죽음)
爾貌秀於人 爾德出於天
너의 외모는 남들보다 빼어났고 너의 덕은 천부적으로 태어났네.
膝下十五歲 于歸今六年
슬하에서 있은 지 15살이고 시집간 지 이제 6년이네.
事親我所知 事姑姑曰賢
어버이 섬긴 건 내가 아는 것이고 시부모 섬긴 건 시부모가 ‘어질다’ 말했네.
天乎鬼神乎 此女何咎愆
하늘이여, 귀신이여, 내 딸이 무슨 허물 있나요?
一病遽玉折 玆事豈其然
한 번 병들자 갑자기 죽었으니 이 일이 어째서 그러한가?
我病不能去 呼慟氣欲塡
나도 병들어 가볼 수 없으니 애통하며 기가 막히려 한다.
爾今入長夜 見爾知無緣
너는 이제 저승에 들어갔으니 너를 보고자해도 인연이 안됨을 알겠구나.
爾母在漢北 爾外祖母前
네 어미는 한양에 있어 네 외조모가 돌보고 있으니
若使聞爾死 殘命恐難全
만약 네가 죽었다는 걸 듣게 된다면 네 어미는 중병에 남은 목숨 아마 보전키 어려우리라.
聞訃第四日 望奠錦水邊
부고를 들은 지 사흘째에 금수 가에 望奠을 차리고
薄以酒果設 滿盂汲新泉
술과 과일은 조금 진설하고 술잔을 채워 신천에 붓노라.
母遠父在此 魂兮歸來焉
어미는 멀고 아비는 여기에 있으니 혼이여 돌아오라.
泉以濯爾熱 酒果沃爾咽
샘물로 너의 열기 씻어내고 술과 과일로 너의 목구멍을 기름지게 하거라.
哭罷一長慟 爾死重可憐
통곡 그치고 또 오래 애통하나니 너의 죽음 더욱 가련하구나.
秋空莽九萬 此恨終綿綿
가을하늘 아득한 구만 리라 이 슬픔 끝없이 끝없이 이어지네.
일본 작가 ‘나까이 겐지’가 ‘이 슬픔 끝없이 끝없이’라는 제호로 일본어로도 출판한 애끓는 슬픔의 명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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