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주출판도시의 '도서출판 열화당'에서 운영하는 '열화당책박물관'을 방문했다. 1971년 인문 및 예술 위주의 도서 출판을 시작된 동 출판사는 2004년 파주에 안착했다.
열화당 책발물관의 입구가 특이했다. 단순한 문이 아니라 문 앞에 건물이 하나 더 있는 모양새였기 때문이다. 파주 열화당 사옥은 2004년 플로리언 베이겔, 필립 크리스토, 그리고 김종규의 공동 설계로 이루어졌다.
코로나 시대의 가이드에 따라, 인터넷으로 사전 예약 youlhwadang.co.kr 을 하고 방문했다. 아래 사진은 입장하는 문을 들어서자마자의 모습니다. 평일 낮 시간대에 입장하니 밖도 고요하고, 안도 고요하다. 고지도가 벽에 걸려 있지만, 건축물 자체는 모던하고 세련되었다.
아래 사진은 입장하여 쭉 앞으로 걸어가서 1층 홀 끝에서 입구를 촬영한 장면이다. 밖에 한 쌍의 남녀가 망설이다가 문들 두드리고 물어본다. "잠깐만 들어가서 봐도 돼나요?" 카운터에 계신 분이 "들어오세요."한다. 우연히 지나가다 들어온 듯한데, 어색한지 몇 초 둘러보고 그냥 나간다.
1층 왼쪽 벽에 '기억의 공간'이라고 이름붙여진 곳이다. 강릉 선교장의 조상들을 비롯하여 문화의 선조들을 기리는 작은 기도실이다. 1815년 강릉 고택인 선교장에서 태어난 출판사 발행인이 모태가 된 출판사 열화당이다. '열화당'은 '선교장'의 사랑채 이름이다. 과거 옛 서화, 전적들이 수장 보존되어 있는 그곳은 문인과 학자들이 모임을 이루던 사랑방이었다.
김구, 안중근부터 노벨문학상 수장자인 르 클레지오 등등 다양한 사람들의 사진들이 전시되어 있다.
2021년 12월 말까지 <평화를 꿈꾸는 우리 국토와 자연/한국의 자연 문헌전>(2020.11.23~2021.12.30) 전시가 진행된다. 1층은 '한국의 자연 문헌전'으로 아래의 지도와 고서적들이 전시되어 있다. 당연지사이지만, 땅을 제대로 알려면 역사지리와 자연지리를 함께 탐구해야 한다. 그런데 양이 너무 많다. 그래서 선택적으로 탐구할 수 밖에 없다^^
좌 <여지도>(1750년대) 중 도성도, 우 <해좌전도>(1857~1859) 작자미상 '해좌'는 우리나라의 별칭이라고 한다.
아래는 숙종4년에 제작된 '목장지도'로 목장이 있는 곳을 지도에 그려 넣고 소와 말, 그리고 관리하는 사람의 통계와 목장 면적을 기재한 것이라고 한다.
<목장지도>(1678) 보물 제1595-1호, 국립중앙도서관 소장
아래는 서양식의 세계지도를 받아들인 17세기초, 중국 중심적 세계관으로 그려진 지도이다. 그래서 중국이 가운데 자리한다. 고대 중국의 지리서인 <산해경>에 등장하는 상상 속의 나라들도 포함되어 있다고 한다. 사실 지구는 둥글어 누구나 가운데 놓일 수 있다.
<천하지도>(19세기경)
1층의 제1전시실과 제2전시실에 전시되어 있는 자료는 한반도의 산, 토지, 강, 바다, 생명에 대한 기록들이 담겨 있는 책과 지도들이다. 조선 고지도, 지리학 도서, 영토 역사 연구서, 동식물 도감, 풍경 사진집과 기행산문 등 372종 390여권의 문헌이 주제별로 전시되어 있다.
아래 사진은 제1전시실의 모습이다.
아래 사진은 1층의 제2전시실로 가는 칸막이 부분 및 2층 전시실로 올라가는 계단이다.
1층의 제1전시실에서 제2전시실로 가는 복도에 걸려 있는 아래의 지도는 <한양도>(1865이전), 일본 쓰쿠바대학 소장 이다. 서울 도성도 중 조정 관청과 한성부의 관아, 사부학당을 위주로 표기하여 제작한 회화식 지도라고 한다. 위에 삼각산과 아래쪽에 한강이 배산임수의 전형을 보여준다.
제2전시실은 더 고즈넉하다. 이곳은 아예 옛책들로 전시되어 있어 오래된 종이 냄새가 물씬 풍기는 듯했다.
일연의 <삼국유사>이다. 뭐라 써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어렸을 때 필수로 삼국사기, 삼국유사를 읽었던 기억이 난다. 그때는 그런 사실들이 다 진짜인 줄 알았다. 다 믿었었다. 이제는 아니라는 것을 안다. 세상에 뭐가 진실인지는 그 누구도 모른다. 사실도 바뀌고, 해석도 바뀐다. 알면 재미있다. 그거로 만족한다.
조선시대 작자, 연대 미상의 <박씨전>이다. 한글로 쓰였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한글 소설은 궁중, 양반가, 민가에서 필사본으로 돌려보다가 19세기 들어서면서 목판본 인쇄가 되었다고 한다.
1900년대 초반 김만중의 <구운몽>이다. 우리나라의 환상문학이다. 현실에서 꿈으로 갔다가 다시 현실로 돌아오는.
아래의 책장에는 외국어들로 쓰여 있는 옛날 책들의 모습이다. 자세히 보니 100년보다 더 전에 외국인들이 한국에 대해서 쓴 책들도 있고, 그냥 해외 도서들도 있다. 일명 <서양 고서 Western antique books> 칸이다.
첨부터 끝까지 읽은 사람보다 논문 수가 더 많다는 제임스 조이스의 <율리시즈>, 볼테르의 <캉디드>도 보이고, 회화에서 최초로 원근법을 사용하여 르네상스 시작을 알린 <마사치오 모든 회화들 All the painting of Masaccio>라는 책도 보인다.
2층으로 올라간다. 건축이 모던하고 예사롭지 않다^^
2층으로 올라가는 길에 벽이 뚫어져 설계되어 1층이 내려다 보이게 되어 있다. 그러면서 2층은 가운데는 뻥 뚫려있고 사방은 복도와 책장으로 꾸며져 있다.
그래서 동선이 꼬이지 않는다. 그냥 계속 따라가면서 4각형의 방을 둘러보면 되기 때문이다.
<현대문학>이라는 우리나라 옛 책들도 전시되어 있다. 옛날 책들을 보면 한자들이 너무 많다. 나는 한문을 그리 좋아하지 않는다. 라틴어 계통이 재미있다. 사람마다 관심도는 다르다~
아래의 장소에 본 건물의 설계도와 모형들이 놓여져 있어, 재미있게 살펴볼 수 있다. 벽이 창문처럼 뚫려있어 개방감이 있다.
2층의 음악실이다. 목조로 된 이곳의 쇼파도 디자이너의 작품이 아닐까 할 정도로 센스가 좋다.
2층에서 둘러본 2층 책장들, 작업 공간, 그리고 1층 전경이다.
걸어가면서 책들을 구경하다가 '이슬람 철학사'라는 책을 잠시 펴들었다. 우리는 플라톤, 소크라테스가 나오는 그리스 철학사 + 유럽 철학사만 주구장창 공부하는데, 꼭 그래야만 할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서양 또는 동양 철학사에 비하면 생소하다. 그런데 모든 것이 원래 생소한 것에서 시작한다. 문제는 누가 알아주는가 이다. 그래서 등한시 하는 것이다. 그래서 어떤 연구의 시작이 아무도 인정하지 않지만 그냥 재미로 시작하는 사람의 호기심에서 시작하는 경우도 많다.
수십년 전에 간행된 책들이라서 그런지, '플라톤'을 '푸라톤', '소크라테스'를 '쏘크라테쓰'라고 표기한 것이 눈에 띈다. 사실 쏘크라테쓰와 같이 경음이 더 사실적인 발음이다.
다시 1층으로 내려왔다. 화장실 가는 길에 들른 방인데, 이곳이 코로나 시대 이전에 공부방이자 독서 동아리 방으로 쓰이는 곳 같았다.
관람을 마치고 나오면 아래의 모습의 길가이다. 다시 현실 세상으로 돌아가야지 한다.
다음번에는 강릉 선교장의 열화당을 기약한다. 어떤 책을 읽으면 꼬리에 꼬리를 물고 다른 책으로 연결되는 경험을 자주 한다. 여행지도 마찬가지이다. 그래서 다시 원점으로 돌아오기도 한다. 돌고 돌고 돌고 돌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