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수와 하늘이 경계 없이 잘 어울린다. 나무의 숨소리를 듣고 숲과 놀아준다. 신비로운 녹음의 여름 세상을 만든다. 숲과 물이 뒤엉켜 미지공간을 만든다. 다양한 생태계의 향연을 만들어낸다. '숲으로 다리'가 신비의 세계로 이끈다. 새소리가 어우러진 숲길이 청정하다. 산과 물의 조화로 신비감이 배가된다.
[충북일보] 충북일보클린마운틴이 화천 산소길을 찾았다. 청주에서 화천까지는 대략 3시간 정도 걸린다. 그리 먼 거리는 아니다. 단지 마음의 거리가 멀었을 뿐이다.
오늘도 서둘러 배낭을 싼다. 열대야 물리친 길로 거침없이 나선다. 시간도 쉬었다 가는 곳을 찾아 간다. 강물이 빛나는 공간을 만난다. 한 걸음만 내디뎌도 낭만이 넘칠 것 같다. 자연에 시간을 버무리며 걸어간다.
2018년 8월18일 오전 화천(華川)이 맑다. 물빛과 하늘빛이 어우러진 풍경화다. 맑은 날 쪽빛 물과 하늘이 수채화를 만든다. 하늘이 밝아지니 물속 연꽃도 환해진다. 흐르는 강물의 노래가 길옆에서 이어진다. 물의 유혹이 깊어진다.
오전 10시20분 화천교 아래 폰툰교(부교)를 지난다. 산소길이 내는 소리가 처음부터 시원하다. 화천 도시가 수면에 비친다. 화천의 여름이 싱그러운 감성을 뿌린다. 잔잔한 수면에 바람이 찾아든다. 편안한 마음으로 좋은 길을 이어간다.
호수와 주변 산자락이 맑은 공기를 뿜어낸다. 뜨거운 햇살에도 청량감이 퍼진다. 물 위에 뜬 다리가 이색적이다. 색다른 즐거움을 선물한다. 산자락을 타고 내려온 물이 만든 조화다. 호수에 잉크가 풀어진 듯 아름답다.
산소길을 걷는 내내 물과 함께 한다. 그 덕에 아름다운 풍경의 절반은 물의 몫이다. 화천이 '빛나는(華) 내(川)'인 까닭을 알려준다. '내륙의 바다'란 사실을 고한다. 물 위에 내려앉은 하늘의 잔영은 신비롭다.
데칼코마니의 산 그림자도 쪽빛 강물에 담긴다. 호수에 깃든 짙은 녹음의 산은 신선함 그 자체다. 산소길의 모습을 달리 보여준다. 세속의 욕망으로 흐려진 눈을 맑게 한다. 잠시 잊어버린 참 모습을 돌아보게 한다. 본래면목의 깨달음을 준다.
오전 11시를 지나 뙤약볕의 강둑길을 버린다. 마침내 녹음이 우거진 숲으로 든다. 원시림을 걷는 숲속 산소길(1.2㎞)이다. 여름 숲엔 온통 초록 냄새가 진동한다. 떼쓰듯 우는 매미의 외침이 초록의 강렬함을 더한다.
숲길이 소박한 비경을 자랑한다. 산소길의 진미를 보여준다. 숲 자체가 원시림의 진수를 그대로 간직하고 있다. 자연 그대로의 모습을 유지하고 있다. 신선한 미지의 시선을 느끼면서 걷는다. 파란 호수가 초록 숲을 얼싸안는다.
길 폭은 나란히 걷기가 힘들 만큼 좁다. 원시림을 통과하는 동굴과 같다. 두 발짝 멀리엔 머루와 두릅, 다래, 개암나무 등이 진을 친다. 자연의 냄새가 온몸에 밴다. 발아래서 찰랑찰랑 강물이 산 아래를 때린다. 부딪는 물소리가 정겹기 그지없다.
여름 숲은 울창하고 우거졌다. 오르내림이 거의 없다. 그저 발을 내딛기만 하면 앞으로 나간다. 어느덧 숲길이 끝나간다. 물위에 떠 있는 폰툰교가 보인다. 더 깊은 미지의 세계로 인도하는 것 같다. 신비의 세계로 이끄는 다리 같다.
오전 11시30분 호수에 뜬 다리에 닿는다. 드디어 산소길의 명물, '숲으로 다리'를 만난다. 유명 소설가 김훈 선생이 붙여준 이름이라고 한다. 원시림이 끝난 자리에서 미지의 세계를 잇는 멋진 다리다.
강물을 사뿐히 지르밟고 걸을 수 있다. 물 위의 다리를 걸어도 흔들림이 별로 없다. 보드랍고 촉촉한 강물 위에 떠 있는 듯하다. 강물의 푹신함을 온몸으로 받아들일 수 있다. 신기하면서도 색다른 묘미를 느낄 수 있다.
물 위로 만들어진 정갈한 데크길이 한참 이어진다. 너무 안전해서 좀 아쉽긴 하다. 그래도 숲길에서는 보고 느낄 수 없는 매력이다. 산과 숲의 외경을 보는 재미는 특별하다. 산소길만이 갖고 있는 매력이다.
호수에 부는 늦여름 바람이 싱그럽다. 물의 맑은 기운이 한 가득이다. 상쾌함에 번쩍 오감이 열린다. 최대한 자유를 만끽한다. 굴레에서 나와 자유인으로 돌아가 본다. 호수가 티끌 하나 없이 푸른 하늘을 담는다.
오후 1시 미륵바위 쪽 폰툰교를 다시 건넌다. 벌써 세 번째 물위로 길을 걷는다. 호수가 바람을 만나 일렁인다. 맑은 호수가 파란 하늘을 배경으로 춤춘다. 길 끝이 강둑에 닿아 자전거길이 된다. 숲과 물의 정령이 만나 웃는다.
산과 강의 아름다운 여유를 덧없이 즐긴 하루다. 산 빛은 여전히 녹음으로 짙은 초록이다. 하늘엔 뭉게구름이 떠간다. 호수엔 하늘이 낮게 가라앉는다. 숲길 따라 물길 따라 산소 같은 시간을 담은 하루다. 기쁨도, 행복도 두 배다.
클마 회원들의 만족감이 시원한 웃음소리로 퍼진다.
취재후기 - 화천의 숨은 명소 동구래 마을
동구래마을을 찾아간다. 호수 길을 따라 바람과 나무가 어울려 청량감을 준다. 숲속 공기가 맑고 햇빛이 찬란하다. 꽃의 영롱함이 내주는 느낌이 색다르다. 작은 마을 곳곳에 작은 쉼터가 눈에 띈다.
능소화가 여름 날 존재 가치를 확연히 드러낸다. 폭염을 견디고 활짝 펴 하늘로 솟는다. 초록 나뭇잎에 얹혀 자기자랑에 열중이다. 정원 뒤 소나무 숲엔 피톤치드가 쏟아진다. 머잖아 필 산국향도 코끝에 잔향으로 남는 듯하다.
동구래는 동그란의 어원에서 유래한다. 모든 사물의 시작인 씨앗과 꽃을 상징한다. 꽃과 나무, 자연이 주인인 마을이다. 입구부터 여름 꽃들이 눈에 띈다. 하지만 기나긴 폭염에 지친 듯 스러져 있다. 꽃도 벌써 지우고 없다.
정원 징검다리 사이로 조그만 개울이 흐른다. 손을 담글 정도의 물이 흐른다. 그늘이 시원한 정자도 보인다. 잔디 위 맷돌길을 따라 안으로 들어간다. 여기저기 눈 돌리는 대로 조형물들이 눈에 띈다. 마치 비밀의 화원처럼 아름답다.
토우로 만들어진 개구리와 물고기가 인사한다. 아기자기한 생활 소품들이 그대로 작품이 된다. 아름다운 길을 따라 자꾸 안으로 빨려 들어간다. 아담한 작은 연못 주위에 붓꽃이 무리를 이룬다. 나비 한 마리가 주위를 돌며 반긴다.
전시실에도 들려본다. 여러 종류의 분재가 눈에 띈다. 폭염에 지쳐 있는 풍란을 한참동안 바라본다. 밖으로 나오니 패랭이꽃이 반긴다. 꽃말처럼 순결하게 피어 있다. 꿀풀도 무리로 피어 인사한다. 매발톱은 꽃을 떨군지 지 오래돼 잎만 무성하다.
전시실 뒤쪽 산책길이 예쁘다. 짧지만 물길 따라 꽃길 따라 걷는 재미가 있다. 꽃밭에만 꽃이 피어 있는 게 아니다. 가을이면 마을 사잇길 농로에도 산국이 한 가득이라고 한다. 한 마디로 마을 전체가 꽃밭이다.
동구래의 어원은 '동그란'이다. 마을 이름도 주민들끼리 '동그랗게' 어울려 살아가자는 뜻을 담고 있다. 동구래마을에선 천천히 하나하나 음미하듯 보는 게 좋다. 씨앗과 꽃의 의미까지 되새겨봐야 한다. 그래야 원천과 모태를 찾아 떠나는 아름다운 꽃 여행을 할 수 있다.
첫댓글 물과 숲의 향연에 풍덩 빠진 모습을 글로 리얼하게 그대로 잘 묘사되었네요..
후기가 감동을 동그랗게 만듭니다.
용예선생, 애쓰셨어요. 클마 사랑해주는 마음에 고마움을 전합니다.
헤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