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作號는 계속 된다]형관우 형의 호는 소천(素泉)?
여기 전주에 살고 있는, 고향이 임실군 오수면 대명리 국평마을인 한 초로(初老)의 사내가 있다. 작달막한 키에 근육질, 그의 팽팽한 얼굴을 보고 누가 60을 넘었다할 것인가? 잘 해야 50대초로 보인다. 그가 올 여름 한참 더운 8월 중순께 ‘큰 일’을 저질렀다. 재경 전라고6회 연례행사인 천렵(川獵)을 그의 고향집에서 ‘해치웠다’. 40명 가까운 친구들이 그의 집 마당에 모였다. 무엇보다 죄없는 그의 형수, 너무 고생했다. 한여름 손님은 마마보다 더 무섭다했거늘. ‘전라여고생의 힘’은 눈부셨다. 천렵의 메인이벤트는 피라미 1마리로 끝났지만, 동네 어른들을 초대한 초저녁 콘서트는 인근에 소문날만했다. 외부에서 출연을 자원한 ‘비비추’공연단의 3인조 판소리 민요-가야금병창이라니? 눈과 귀가 호사(豪奢)했다. 어디 그뿐인가? 멀리 서울에서 공수(空輸)해 온 ‘윤중현밴드’의 음향기기. 조용한 시골마을에 밤이 이슥토록(10시 반) 딴따라판이라니? 들고양이들이 놀랐다. 신바람이 났다.
아무튼, 그 주인공 형관우 형은 나의 고향과 2km 남짓한데, 3년 동안 같은 반이 아니었기에 동향인데도 졸업때까지 알지 못했다. 그가 쌍육절 행사에 거개 참가하고부터 통성명을 했다. 알고 보니 ‘멋과 낭만’이 충만했다. 따님 결혼때 혼주인 그가 ‘가시버시 사랑’을 직접 부르며 축하해 주었다던가. 어느 친구 주택개량사업에 자주 와 격려를 해줬다던가. 7년 후엔 완전 은퇴하여 고향에 살겠다며 미리미리 준비를 철저히 하고 있다던가(집 뒤에 150여평의 웅덩이를 파 미꾸라지와 붕어 치어를 방생했다고 한다. 머지않아 낚시대 드리우는 재미로 살겠다는 일념으로). 그의 호를 지어주려고 머리를 한참 굴리다, 마침내 오늘 선보인다.
소천(素泉). 어쩐지 그다운 호일 거라는 생각이 언제부터 들었다. ‘흰 소(素)’자는 ‘논어’ ‘팔일’편의 자하와 공자가 나누는 대화에서 나오는 ‘회사후소(繪事後素)’에서 연유하지만, ‘바탕 소’ ‘본디(本) 소’ ‘원래(元) 소’ ‘질박할 소’ ‘순색(無色) 소’ 등의 훈음 가운데 아무거나 취해도 좋겠다. ‘회사후소’는 ‘회화후소’로도 일컫는데, 해석을 두고 몇 천 년 동안 논란이 많은 성어(成語)이다. ‘그림 그리는 일은 흰 바탕이 먼저이다’를 취한 까닭은 진심에서 우러난 마음씀씀이와 사람됨됨이가 더 소중하다는 뜻을 택했기 때문이다. ‘흰 바탕’은 사심(私心)이 없다. 그가 십 수년 동안 친구들에게 보여주거나 베푼 우정(友情)의 깊이를 볼 때 ‘마음의 바탕자리’가 ‘본디’ ‘원래’ ‘질박하기’ 때문일 거라 생각하기 때문이었다. ‘샘 천(泉)’자는 그가 태어난 고향을 잊지 않고 노후를 그곳에서 보낼 생각이라 하여 택했다. ‘원천(源泉)’을 잊지 않는 것은 살아가는데 아주 중요한 덕목(德目)이다. 음수사원(飮水思源)이라는 성어가 있다. 물을 마시면서도 그 근원(이 물이 어디에서 왔을까?)을 생각한다는 뜻이다.
그가 늘 해맑은 미소와 함께(언제나 웃는 낯꽃이 좋다) 건강한 심신(心身)으로 고향에서 노후를 풍요하게 지내기를 바라는 뜻을 담아 이 호를 바친다. 그가 좋아하고, 친구들이 즐겨 불러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