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투밥, 머슴밥을 아시나요?
<밥심으로 사는 한국인! 무엇이든 밥먹고 합시다!>
“한국인은 밥심으로 산다.” “밥심은 국력” 이는 우리 민족에게 있어서 “밥”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일컫는 말입니다. 이렇게 한국인에게 밥이 중요하기에 밥과 관련된 굉장히 많은 단어들이 있답니다. 그런데 그 ‘밥’에 대해 얼마나 잘 아시나요?
밥이란 쌀·보리 등의 곡물을 솥에 안친 뒤 물을 부어 낟알이 풀어지지 않게 끓여 익힌 음식을 일컫습니다. 벼농사를 지어온 우리 민족에게 밥은 주식이며, 한국인의 체질에 가장 적합한 음식인 것입니다. 우리나라 일상식의 특징은 주로 주식과 부식이 분리된 식사형식으로 반찬이 없으면 밥만 냉수에 말아 먹어도 되고, 간장이나 고추장으로 한 사발의 밥을 먹을 수도 있습니다. ‘시장이 반찬이다.’라는 말이 있듯이 반찬 없이 밥만 먹을 수 있어도 밥은 있어야 했죠. 이와 같이 밥을 부식보다 훨씬 중히 여기는 풍습은 지금까지도 변함없이 계속되는 식생활의 한 풍속입니다. 최근 젊은 사람들은 서구 식습관의 영향으로 많이 달라졌지만 저희 어머니도 보면 아무리 맛있는 피자, 햄버거에 샐러드 등 갖은 음식을 다 드려도 밥을 먹지 않으면 한 끼 식사를 하지 않은 것으로 여겼습니다.
밥과 관련된 우리 전통
밥을 부르는 말들이 어떤 게 있는지 아시나요? 진지, 수라 정도 아시죠? 밥은 한자어로 반(飯)이라 합니다. 어른들에게는 ‘진지 드셨어요?’라고 하듯이 진지도 밥을 일컫습니다. 왕이나 왕비 등 왕실의 어른에게 드리는 상을 ‘수라상’이라고 하듯이 수라도 밥을 일컫고요. 제사에는 메 또는 젯메라 합니다. 이를 먹는 표현도 수라는 ‘진어하신다.’, 진지는 ‘잡수신다.’, 밥은 ‘먹는다.’ 라고 합니다. 밥이 그만큼 중요하고 생활의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하기에 대상에 따라 예의를 갖춰 다양한 용어가 존재하는 것입니다.
일본에도 전파된 우리의 밥 짓기 기술!
예전에 사회시간에 배웠듯이 신석기 시대부터 다양한 토기들이 발견되었습니다. 이 토기는 음식을 저장하는데도 사용하였지만 곡물을 익히는 데도 사용되었습니다. 토기에 곡물과 물을 넣고 가열하는 것에서 밥이 탄생한 것이죠. 그 후 조선시대 및 근현대까지 이어진 가마솥은 바로 삼국시대부터 있던 것입니다. ≪삼국사기≫ 고구려본기 대무신왕 4년조에는 정(鼎 : 솥)과 취(炊 : 밥을 지음.)의 두 자가 기록되어 있다고 합니다. 이것이 바로 우리가 가마솥에 밥을 지어먹었다는 증거입니다. 또, 신라의 고분에서도 쇠로 만든 가마솥이 많이 출토되어 가맛밥이 나왔음을 뜻합니다. 더욱 멋진 사실은! 이렇게 발달된 밥 짓기는 일본에도 전해졌다는 것입니다. 또, 중국에도 우리의 밥이 맛있게 지어지는 것으로 유명했다고 하는데요, 청나라 때의 장영(張英)은 ≪반유십이합설 飯有十二合說≫에서 “조선사람들은 밥 짓기를 잘한다. 밥알에 윤기가 있고 부드러우며 향긋하고 또 솥 속의 밥이 고루 익어 기름지다. 밥 짓는 불은 약한 것이 좋고 물은 적어야 한다는 것이 이치에 맞는다. 아무렇게나 밥을 짓는다는 것은 하늘이 내려주신 물건을 낭비하는 결과가 된다.”고 했다고 할 정도입니다. 우리나라의 밥 짓는 법을 칭찬하고 있다.
맛있는 밥 짓기!
밥이 맛있으면 한 끼의 반 이상이 성공한 것입니다. 사실 쉬운 것 같으면서도 어려운 게 바로 밥 짓기입니다. 잡곡의 종류와 양에 따라 물 양을 조절하는 것부터 뜸 들이는 시간까지 밥 짓는 것도 하나의 기술입니다. 물론 저같이 살림에 능하지 못한 만년 초보 주부는 전기압력밥솥이라는 현대 문명에 의지하지만 같은 도구와 재료를 쓰는데도 저희 어머니가 짓는 밥과는 다른 맛이 나더라고요.
1. 쌀을 잘 씻어 일어서 돌을 없앤다. 2. 적당량의 물을 붓고 끓인다. 3. 이 때 물의 양은 쌀의 건조도에 따라 다르다. 햅쌀은 적게, 묵은쌀은 많이 붓는데, 대개 쌀의 1.1∼1.3배가 적당하다. (묵은쌀은 잠시 물에 담갔다가 밥을 짓기) 4. 처음에는 불을 세게 하여 끓이다가 물을 잦힌 후에 불을 약하게 해서 5∼10분 동안 뜸을 들인다.
쌀알이 속까지 익으면서 밥물이 모두 흡수되어 물기가 남아돌지 않으면 밥이 잘된 것이고, 물기가 남아 있어서 밥알이 터지고 질척질척하면 잘못된 것이라고 하네요.
조선시대 문헌에는 맛있는 밥 짓기의 요령
≪옹희잡지 饔0x9849雜志≫- “우리나라의 밥 짓기는 천하에 이름난 것이다. 밥 짓는 것이란 별다른 것이 아니라 쌀을 정히 씻어 뜨물을 말끔히 따라버리고 솥에 넣고 새 물을 붓되, 물이 쌀 위로 한 손바닥 두께쯤 오르게 붓고 불을 때는데, 무르게 하려면 익을 때쯤 한번 불을 물렸다가 1, 2경(頃) 뒤에 다시 때며, 단단하게 하려면 불을 꺼내지 않고 시종 만화(慢火 : 뭉근한 불)로 땐다.” ≪임원경제지≫- “솥뚜껑이 삐뚤어져 있으면 김이 새어나와 밥맛이 없고 땔감도 많이 들며, 밥이 반은 익고 반은 설게 된다.” ≪지봉유설 芝峯類說≫- “태종 때에 강릉 대령산(大嶺山)에 대나무가 열매를 맺었다. 진맥(眞麥 : 참밀)과 비슷하고 끈기가 있다. 의이(薏苡 : 율무)와 같으며 맛은 수수와 같다. 마을 사람들이 따서 술을 만들기도 하고 밥을 섞어 먹기도 하였다.…… 요즘 남방과 지리산의 대나무에는 열매가 많이 맺는다. 그곳 사람들은 이것으로 죽실반(竹實飯)을 지어 먹는다. 그러나 지금은 대죽이 보이지 않는다.” ≪임원경제지≫- 구황용 밥: 쌀에다 산도(山桃), 줄풀의 열매, 국경(菊莖)·국화(菊花)·연뿌리와 연밥을 섞어 짓는 밥, 죽실(竹實)·건율(乾栗)가루·건시(乾枾)가루를 섞어 짓는 밥
한국인의 체질에 잘 맞는 쌀밥. 종류도 다양
우리나라 사람은 대체로 많이 뚱뚱한 사람이 없습니다. 그것이 바로 ‘밥’ 때문이라고 하는데요. 밥은 수분이 많기 때문에 먹기 쉽고, 소화 흡수도 좋습니다. 또 다른 잡곡이나 채소 ,어패류, 육류 등 다양한 재료와 함께 섞어서 지을 수도 있죠.
밥이라면 쌀 단일의 밥을 보통 말하지만 사실 이뿐 아니라 밥의 종류는 엄청 많습니다. 어떤 걸아시나요? 잡곡밥, 보리밥, 볶음밥……. 사실 알고 계신 것보다 훨씬 많은 밥이 있다는 사실에 놀라실 것입니다. 밥의 물기 정도에 따라서 된밥과 진밥으로 나뉘는 것도 아시죠?
칭찬 받는 며느리는 된밥과 진밥을 한 솥에 지을 수 있었다는데요. 과거 큰 무쇠 솥에 밥을 지을 때 솥에 쌀을 넣고 손으로 쌀 언덕을 만들어 앞쪽은 높게 하고 뒤쪽은 낮게 했다고 합니다. 그리고 물을 부어 익히면 높이 올렸던 쪽은< 된밥>이 되고 낮은 쪽은 <진밥>이 되었다고 하네요. 이와 같이 식구들의 식성에 맞추어 진밥·된밥을 가려 지으면 매우 현철한 며느리라 칭찬을 받았다고 합니다. 이렇게 지은 밥을 바로 <언덕밥>이라고 했답니다. 언덕밥으로 된밥과 진밥을 만든 것이죠. 만약 진밥과 된밥을 함께 만들려다가 잘 못되거나 불 조절을 잘못해서 아래는 타고, 중간은 되고, 위에는 설익은 밥이 되면 <삼층밥>이 됩니다. 제가 야영 가서 많이 지은 밥이네요.
그 외에도 밥의 종류는 더 많습니다.
<놋 그릇에 담은 밥은 새옹밥이라 한다>
밥을 짓고 담는 용기에 따라서 가마솥에 지은 <가맛밥>, 옹기에 담은 <옹기밥>, <새옹밥>이 있었습니다. 새옹은 놋쇠를 일컫습니다. 속담에 ‘녹밥을 삼 년 먹으면 소원이 다 풀린다.’는 말이 있다고 합니다. 이때의 녹밥은 새옹밥을 말하며 노고할머니라는 신을 위하여 정성을 드리는 밥이라고 합니다. 신으로 상징 된 할머니께 새옹밥을 지을 정도로 정성들여 지어야 하는 밥이 바로 새옹밥이죠.
그 외에도 끊일 때 떨렁떨렁 소리가 나는 밥을 <떨렁밥>이라고 하는데요. 쌀을 안친 그릇을 그대로 가마에 넣고 짓는 밥을 이르는 말입니다. 그 외에도 반찬 없이 먹는 <맨밥>, 아랫부분이 눌러 붙어 누룽지를 만들 수 있는 맛있는 <눌은밥>, 국 없이 반찬만으로 먹는 <마른밥>이 있습니다. 마른밥은 <강밥>이라고도 합니다.
<감투밥>도 있습니다. 무엇이 머릿속에 그려지시나요? 감투밥을 <고봉밥> 또는 <머슴밥>이라고도 합니다. 바로 그릇 위에 대감의 감투처럼 높이 쌓은 가득 담은 밥을 일컫습니다. 과거 다른 먹거리가 적던 시절에 머슴들이 힘을 많이 쓰기 위해 밥을 많이 먹었는데 이에 유래 되서 머슴밥이라도고 하죠.
그 외에도 먹을 만큼 먹은 뒤에 더 먹는 밥을 <덧밥>이라고 합니다. 북한에서는 된장이나 고추장을 담글 때, 메주에 섞는 찐 밥을 덧밥이라고도 하네요. ‘한밥 먹다.’란 말을 아시나요? 때가 지나서 먹는 밥을 <한밥>이라고 합니다. 한밥에는 더 많은 이야기가 있는데요. 조선말에 죄수의 사형을 집행하려면 평소 겨우 끼니를 때우던 망나니에게 먼저 음식을 잘 먹인 다음에 맡은 일을 하도록 하였습니다. 이 때 망나니에게 배불리 밥을 먹이는 것을 일러 '한밥 먹인다.'고 했다고 하네요. 이러한 사실로부터 '한밥 먹다'라는 말이 생겨났습니다. 또, 누에가 마지막으로 먹는 밥을 한밥이라고도 한다고 하네요.
그 외에도 보통 때에는 얼마 먹지 아니하다가 갑자기 많이 먹는 밥을 <소나기밥>이라고 하고, 입맛이 당겨 달게 먹는 밥을 <단밥>이라고 합니다. 이에 ‘단밥에 쌀 찐다.’란 말이 있습니다. 또, 과거 가난하던 시절에는 <소금밥>이란 말도 있었습니다. 이는 소금을 반찬으로 차린 밥이라는 뜻으로, 반찬이 변변하지 못한 밥을 뜻합니다. 실제로 소금물을 묻히어 뭉친 주먹밥도 있었고, 농가에서 염증을 풀게 하는 데 고약처럼 쓴 소금밥도 있었습니다.
그 외에도 <눈칫밥>이나 <찬밥>도 있죠. 물론 '찬밥 더운 밥 가릴 때가 아니다. ‘란 말처럼 진짜 밥이 식어서 찬밥이라고도 할 있지만 ’찬밥 신세다. ‘ 중요하지 아니한 하찮은 인물이나 사물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이 되기도 합니다. 또, 찬밥은 점심을 일컫는 평안도 사투리라고 합니다. 평안도에서는 점심 때 찬밥을 주로 먹었나 보네요.
<지역에 따라 다양한 재료를 섞어 다양한 종류의 밥이 존재한다.>
그 외에도 밥을 요리법이나 함께 지은 재료에 따라 종류를 나눌 수 있는데요. 쌀과 다른 잡곡이 섞여 있으면 잡곡밥이라고 하는데요. 그 종류가 어마어마합니다. 현미밥, 보리밥, 수수밥, 조밥, 옥수수밥, 콩밥, 팥밥, 흑미밥, 율무밥 등 다양하죠. 또, 섞인 곡물의 개수에 따라서 대보름에 먹는 오곡밥도 있습니다.
채소나 견과류 등을 섞어서 만든 밥도 있습니다. 곤드레밥, 콩나물밥, 감자밥, 완두콩밥, 무밥, 송이밥, 밤밥, 연근밥, 굴밥도 있고, 겨울에 즐겨 먹는 김치밥 등 다양한 밥이 있습니다.
밥으로 할 수 있는 요리도 다양하죠. 이에 따라서 다양한 밥의 종류가 탄생하게 됩니다. 콩나물밥, 계란밥, 김밥, 짜장밥, 카레밥, 주먹밥, 볶음밥과 약밥(약식)도 있습니다. 또, 한국인의 자랑스러운 음식인 비빔밥도 있죠.
서양 요리에도 밥으로 하는 요리가 있는데요. 일본식의 초밥이나 유부초밥 서양식의 필러프(piluf), 중국식의 차오판[炒飯] 등이 있습니다.
<맛 좋고 건강에 좋은 우리의 밥! 잘 먹었습니다.>
밥의 종류가 정말 많다는 사실 아셨나요? 아마도 찾아보면 더 많은 밥이 있을 것 같습니다. 밥과 관련된 추억을 떠올리면 어릴 때 맛있는 밥을 위해 조리로 돌을 건져 냈던 기억이 있습니다. 또, 쌀벌레가 잘 생겨서 벌레를 골라냈던 기억도 있습니다. 하지만 힘이 들어도 맛있는 밥을 위해서라면 그 시간이 아깝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맨밥에 물 말아 먹어도 한껏 웃으며 동생하고 한입 두입 나눠 먹었던 우리의 밥. 지금 아무리 음식의 종류가 많아지고, 넘쳐나도 밥 없이는 살 수 없는 것이 바로 우리 한국인이라는 사실! 잊지 마세요.
한국농어촌공사 4기 블로그 기자 김정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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