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자유주의에 대한 학습이 필요한 이유
“대한민국의 핵심가치는 자유주의다.”라는 명제가 참이라고 한다면 대부분의 한국인은 자유주의를 알고 있어야 할텐데 사실은 전혀 그러하지 못합니다. 왜냐하면 자유주의는 한국의 전통적 가치가 아니기 때문입니다. 자유주의는 한국인의 일상적 삶 속에는 녹아있지 아니 하므로 그것이 무엇인지를 알려면 체계적인 학습을 거쳐야 합니다.
자유주의는 세계사가 중세에서 근대로 넘어오면서 형성된 하나의 거대한 물결이라고 보아야 하는데, 그것을 한국인은 조선말기에 비로소 초보적인 학습을 하다가 바로 나라를 잃어 버리면서 더 깊이있는 학습을 할 기회를 갖지 못하였던 것입니다. 3.1운동 이후의 독립운동은 이념적 정체성을 다질 여유도 없이 좌우의 이념대립으로 치달았고 해방 이후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이승만, 박정희, 전두환 세분의 위대한 지도자들도 좌파와의 이념전쟁의 선두에서 반공에 매진할 수밖에 없었으므로 자유주의에 대한 국민교육을 시킬 여유를 가질 수 없었고 그에 따라 한국인 대다수 특히 우파라 자처하는 분들마저 자유주의라는 용어조차 생소한 지경에 이르고 있는 것입니다.
윤석열대통령은 자유를 최고의 가치로 삼는 자유주의자임을 천명하고 있으므로 지금이 자유주의에 대한 국민교육을 시킬 좋은 기회라 생각합니다. 그 교육을 가장 앞장서서 행해야 할 책임자가 바로 교육감이라 할 것입니다.
2. 고전적 자유주의와 신자유주의
자유주의는 통상 고전적 자유주의(classical liberalism)와 신자유주의(neo liberalism)로 구분합니다. 그런데 신자유주의는 학자와 학파를 어느 정도 정리할 수 있지만 고전적 자유주의는 그렇게 하기가 어렵습니다. 왜냐 하면 고전적 자유주의를 어떻게 정의할 것인가에 대한 통설이 없기 때문입니다.
본인은 고전적 자유주의를 협의와 광의로 구분하고자 합니다. 이런 구분은 기존에 누군가 한 것이 아니라 본인의 생각을 정리한 것임을 밝힙니다.
3. 협의의 고전적 자유주의
협의의 고전적 자유주의란 개인의 자유와 사유재산권의 보장을 기초로 시장경제를 옹호한 초기자본주의 이데올로기를 의미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이를 이론적으로 뒷받침한 학자로는 아담 스미스, 세이, 맬더스, 리카르도 등을 들 수 있습니다.
4. 광의의 고전적 자유주의
광의의 고전적 자유주의는 “억압으로부터의 해방”을 추구한 근대시민사회건설의 정신적 기반으로서 이는 자본주의만이 아니라 사회주의 공산주의의 원천이라 할 것이며 오늘날 좌우 양진영의 이념적 뿌리라 할 것입니다.
그러므로 광의의 고전적 자유주의는 중세를 넘어 근대를 형성한 세계사의 흐름 그 자체라 할 수 있습니다. 이는 이론적으로는 “상태로서의 자유”와 “행동으로서의 해방”을 포함하며, 보다 구체적으로는 3R, 3대혁명, 사회계약설 등을 모두 포함하는 개념이라 할 수 있습니다.
5. “상태로서의 자유”와 “행동으로서의 해방”
(1) 상태로서의 자유(liberty)
“상태로서의 자유”는 소극적 자유 또는 우파의 자유라 할 것입니다. 이는 “∼로부터의 자유(liberty from)”이며 강제가 없는 상태를 의미합니다. 누군가로부터 어떻게 행동하라는 강제와 억압이 없는 상태이므로 이는 자유방임 또는 노자의 무위자연과도 통하는 개념이라 할 수 있으며 자유지상주의(libertarianism) 및 무정부주의(anarchism)의 정신적 뿌리를 형성한다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이는 아무 행동도 하지 않고 무위도식하여도 누구도 관여하지 않는 상태를 의미합니다. 그러한 상태에서 어느 정도 시간이 경과하면 결국 무언가를 할 수밖에 없는 상태에 도달하게 되고 그러한 행동의 방향과 선택은 오롯이 개인의 책임하에 이루어 집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평범한 선택을 할 것이지만 특별한 소수는 창조적 방향으로 움직일 것이고 그것이 사회를 다양하게 변화시키고 발전시킬 것입니다.
(2) 행동으로서의 해방(liberation)
해방이란 억압으로부터 탈출하여 어딘가로 향하는(liberate) 것을 의미합니다. 억압의 주체에 대한 저항과 목적지가 있는 구체성을 내포합니다. 이는 적극적 자유 또는 좌파의 자유라 할 것입니다. 시대적 상황에 따라 타도하여야 할 억압의 주체가 있고 달성하여야 할 목표가 있습니다.
타도하여야 할 대상이 있으므로 그에 저항할 아군을 조직하기 위하여 통일전선을 형성하여야 하고 달성하여야 할 목표가 있어야 하므로 유토피아가 설정되어야 합니다.
최초에 설정한 타도대상을 무너뜨리면 그 다음 무너뜨려야 할 대상이 나타납니다. 통일전선의 핵심세력이 지배세력이 될 때까지 투쟁은 계속되며 마침내 그때가 오면 투쟁은 종식되고 평화가 찾아온다고 설파합니다. 유토피아가 도래될 것이며 그동안의 희생은 그 때 보상받게 될 것입니다.
6. 3R
중세를 넘어 근대를 형성한 것은 3R로 요약할 수 있습니다. 그것은 renaissance, reformation, revolution입니다.
(1) 르네상스(renaissance)
르네상스는 천년의 중세암흑시대를 깨뜨리고 고대 그리스 로마의 문화를 되살리는 14세기에서 17세기에 이르는 동안 유럽에서 일어난 문예부흥운동을 일컫습니다. 인본주의(humanism)를 바탕으로 회화, 건축, 조각 등의 예술활동을 통하여 자유로운 정신을 일깨우는 운동으로서 중세에서 근대로 넘어가는 과도기적 성격을 띠고 있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르네상스시대의 3대 예술가로 레오나르도 다 빈치, 미켈란젤로, 라파엘로를 꼽고 사상가로는 에라스무스, 토마스 모어, 프란시스 베이컨, 데카르트, 스피노자 등을 꼽습니다.
(2) 종교개혁(reformation)
중세를 지배하였던 카톨릭이 교회와 신부의 매개적 역할을 강조하면서 일반 교인들은 교회와 신부가 인도하는 방식으로만 하나님과 만날 수 있고 구원을 얻을 수 있다고 하면서 면죄부를 판매하기에 이르러자 이를 비판한 루터에 이르러 종교개혁이 폭발하였습니다. 루터 이전에도 위클리프와 후스가 있었으나 루터에 이르러 본격화되었습니다. 루터와 동시대인이라 할 수 있는 츠빙글리와 칼뱅도 종교개혁을 이끈 인물들이었습니다.
종교개혁은 교회와 신부의 매개적 권위를 앞세운 카톨릭을 비판 항의(protest)하면서 교인과 하나님과의 직접 소통을 강조하고 신 앞에 홀로 선 단독자라는 개인의 역할을 일깨운 진정한 정신혁명이라 할 수 있습니다.
(3) 혁명(revolution)
혁명은 근본적으로 바꾸는 것입니다. 근대의 3대혁명으로는 영국의 명예혁명(1688), 미국독립혁명(1776년), 프랑스혁명(1789년)을 꼽습니다.
가. 영국의 명예혁명 : 1688년 카톨릭교도였던 제임스2세를 폐위하고 개신교도였던 메리2세와 윌리엄3세가 공동왕위에 오르고 1689년 의회의 권력을 강화한 권리장전이 채택되면서 입헌군주제가 시행된 혁명이었습니다. 절대왕정에서 입헌군주제로 바뀌는 것은 혁명이라 할 것인데 그것을 피흘림없이 이루어내었기 때문에 명예혁명이라 부른 것입니다. 왕실은 유지하되 실권은 없는 그 전통이 오늘날까지 이어져 왔습니다.
나. 미국독립혁명 : 콜럼버스가 1492년 아메리카대륙을 발견한 이후 영국인들은 동부 해안지역에 13개주의 식민지를 건설하였습니다. 식민지들은 상당기간동안 자치권을 인정받다가 1760년 조지3세가 조세를 강화하는 정책을 펼치자 그에 반발하여 독립전쟁을 전개하였고 1776년 토머스 제퍼슨 등에 의하여 작성한 독립선언서를 발표하고 1783년 파리조약으로 미국의 독립이 승인되었습니다. 미국독립선언서는 영국의 존 로크 등에 의한 천부인권설, 자연법설, 사회계약설, 저항권 등의 사상이 기초가 되어 인권과 자유를 바탕으로 하는 세계사상 최초의 공화정이 수립되는 토대가 되었습니다.
다. 프랑스혁명 : 미국독립전쟁 참여 등으로 재정이 궁핍해진 루이16세가 새로운 세금 부과를 목적으로 175년만에 소집한 삼부회에서 의결방법에 관한 대립으로 제3신분인 평민들에 의해 구성된 국민의회에 대한 왕당파의 무력탄압을 저지하기 위하여 1789년 7월 14일 민중들이 바스티유감옥을 습격하면서 혁명이 발생하였습니다. 혁명은 왕정을 폐지하자는 급진 자코뱅당이 실권을 장악하면서 왕을 비롯한 반대파를 단두대로 처형하는 유혈사태를 일으키는 양상으로 전개되었습니다. 프랑스혁명은 앙시앵 레짐이라는 구체제의 모든 것을 파괴하고 완전히 새로운 형태의 제도를 도입하는 과정에서 많은 시행착오를 거쳤으나 세계사의 대변혁을 일으킨 중대한 사건이었다는 점은 인정될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7. 사회계약설
왕권은 신이 부여한 것이므로 신성불가침한 것이라는 왕권신수설을 부정하고 그 권력은 일반 민중들의 계약에 의하여 부여받은 것이라는 사회계약설은 “억압으로부터의 해방”이라는 고전적 자유주의가 싹틀 수 있는 이론적 토대를 형성하였습니다. 사회계약설을 주장한 대표적인 이론가로는 홉스, 로크, 루소의 3인을 듭니다.
(1) 홉스는 1651년 ‘리바이어던’에서 “자연상태는 만인에 대한 만인의 전쟁상태이다. 그 상태에서 벗어나서 생명을 보호받기 위하여서는 모든 사람의 의지를 다수결에 의하여 하나의 의지로 결합하여야 하며 그 인격체를 리바이어던이라 부른다. 리바이어던이 가진 권력을 주권이라 하며, 모든 사람은 그에 대하여 절대 복종을 하여야 한다.”고 주장하였습니다.
홉스는 왕의 권력이 신이 아니라 백성들의 합의에 의하여 주어졌다고 하여 왕권신수설의 기원은 부정하였지만, 일반 백성들은 그렇게 형성된 주권자의 뜻에 절대 복종하여야 한다고 하여 왕의 절대권력을 옹호한 것과 동일한 결론을 내렸습니다.
(2) 로크는 1689년 ‘통치론’에서 “자연상태에는 그것을 지배하는 자연법칙이 있는데 누구나 자연법칙을 위배하는 자에 대하여서는 그를 처벌할 자연적 권력을 가지고 있다. 각자가 자연법의 집행권을 포기하고 그것을 개인들의 동의에 의한 공동체에 양도하는 것이 정치사회를 형성하는 원리이다.
그 공동체는 인민의 동의에 기초하고 있으므로 애당초 맡겨진 인민의 뜻에 반하는 행동을 한다면 그것을 폐지하거나 변경할 수 있다.”고 하였습니다.
로크는 통치자의 권한은 모든 인민의 동의에 의하여 주어진 것인데 인민의 뜻에 반하여 행사할 때에는 뒤엎을 수 있다고 하면서 저항권을 정당화하였습니다.
(3) 루소는 1762년 ‘사회계약론’에서 “모든 인간은 평등하고 자유롭게 태어났는데 합의에 의하여 공동체를 형성한다. 그 공동체는 모든 사람들의 의지를 하나로 모은 일반의지를 가지고 있고 그 일반의지가 지휘하는 권력을 주권이라 부르며 주권은 양도될 수도 분할될 수도 없다. 일반의지는 인민들의 의사 그 자체이어서 공익을 위한 것이므로 항상 옳고 거부할 수 없다.”고 주장하였습니다. 프랑스혁명을 이끈 로베스피에르는 루소의 이론을 혁명의 원동력으로 삼아 공포정치를 시행하였습니다.
8. 고전적 자유주의 이후 좌우의 갈라짐
고전적 자유주의라고 하면 통상 시장경제와 작은 정부를 지향하는 초기자본주의 이데올로기를 의미하는데, 본인은 이를 협의의 고전적 자유주의라고 부르면서 보다 광의의 고전적 자유주의를 개념짓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의미에서의 고전적 자유주의는 중세를 넘어서 근대를 형성한 시대정신 그 자체라 할 것입니다. 그 정신은 “억압으로부터의 해방”이라 부를 것으로 그것은 자본주의뿐만 아니라 사회주의 공산주의를 배태한 원형이라 할 것이며 오늘날 좌우 양진영의 이념적 뿌리라 할 것입니다.
시작은 좌파가 한 것으로 보아야 할 것입니다. 해방이 좌파의 용어이기 때문입니다. 인간해방, 노동해방을 부르짖으면서 억압의 주체에 대한 저항과 유토피아를 향한 행진은 사람의 피를 끓게 하는 혁명의 불길로서 그 자체는 좌파적 가치라 할 것입니다. 그런데 그 혁명의 불길이 파괴와 살육을 수반하는 것을 보고 전통적 가치를 보존하고 이성을 찾고자 한 세력이 있었으니 그 세력을 우파라 하였던 것입니다.
좌파의 뿌리는 프랑스혁명기에 루이16세와 마리 앙트아네트 왕비를 처형한 자코뱅당으로 그 이론적 토대를 제공한 이는 루소였습니다. 우파의 뿌리는 영국의 명예혁명과 미국독립혁명에서 찾을 수 있으며 그 이론의 제공자는 로크로 봅니다.
9. 결어
고전적 자유주의는 협의와 광의로 구분할 수 있으며, 협의의 고전적 자유주의는 당연히 우파이지만 광의의 고전적 자유주의는 우파와 좌파 양진영 모두의 원천이라 할 수 있습니다. "억압으로부터의 해방"을 시대정신으로 삼은 광의의 고전적 자유주의는 “상태로서의 자유”와 “행동으로서의 해방”을 모두 내포한 개념으로 그것을 이해하는 것이 오늘날 좌우의 이념전쟁의 근원을 이해하는 길이 될 것입니다.
2025. 2. 9.
글쓴이 : 자유시민연합 대표 최태열. 010-3219-827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