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점에는 큰 창이 있다. 구경만으로 한두 시간쯤은 훌쩍 보낼 만큼 각양각색의 풍경이 담긴다. 노부부가 다정히 지나가고, 달리는 아기 뒤를 엄마가 쫓는다. 비가 오고 날이 개고 눈이 쏟아진다. 이따금 아는 사람이 나를 향해 손을 흔든다.
매일 반복되는 모습도 있다. 정오에 도착하는 책 배달 트럭, 요구르트 판매원의 살구색 카트. 그리고 같은 구간을 산책하는 사람. 그는 몸의 반쪽을 잘 쓰지 못한다. 한 팔은 안으로 굽어 있고 한 다리는 뻣뻣하다. 말이 산책이지, 재활인 것이다. 처음에는 안쓰러웠다. 한창 왕성하게 활동할 나이로 보였기 때문이다. 창 너머로 그가 보이면 시선을 피했다. 내 어설픈 동정이 들킬까 두려웠다. 그런 마음이 일종의 존경심으로 바뀌기까지는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비가 오거나 눈이 와도, 춥거나 더워도 매일 서점 앞길을 걷는 그에게 감동하지 않기란 어려웠다. 이제 그가 나타나면 응원하는 마음이 되는 것이다.
며칠 전, 그와 함께 걷는 여성의 존재를 깨달았다. 아마 그의 어머니일 테지. 그는 아들의 마음이 다치지 않을 만큼 한 발짝 떨어져서, 하지만 잔뜩 긴장한 채 아들의 뒤를 따라 걷고 있었다. 생각해보면 그의 노력 뒤에는 언제나 그녀가 있었다. 있는 듯 없는 듯 가만히 끈기 있게 아들의 두 번째 삶을 지켜보고 기대하면서. 울컥하여 나는 그들이 사라질 때까지 지켜보았다. 그러면서 내 곁에 있는 조용한 조력자들을 떠올려보게 되는 거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