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를 이끌어온 천년의 고도...
그곳에 잔류하는 건 끝없는 비명과 쇳소리 뿐.
검붉은 핏빛으로 충만한 성의 수로와
능욕과 살육만이 남아있는 거리.
신의 전당마저 약탈되는 이 도시엔
과거의 영광은 어디서도 찾을 수 없었다.
세상의 혼탁한 모든 것이 마녀의 가마솥처럼 뒤섞여 버린
그 곳에선 성스러운 전쟁에서 엿볼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었다.
단지, 그곳은 지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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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력 1111년 - 왕국력 45년 [여름]
충격적인 소식이 동방에서 들려왔다.
고대 대 제국의 후예인 비잔틴 제국의 수도, 콘스탄티노플이 함락된 것이다.
지하드의 최종적인 목표는 콘스탄티노플이었다.
1여 년간의 치열한 공방전으로 아름다운 골든혼엔 군선의 파편들만이 남았고
웅장한 자태를 뽐내던 3중 성벽은 전장의 먼지로 산화했다.
그 어떤 손실도 이만큼 깊은 흉터를 만들지 못했다.
심지어 몇 년 전 있었던 제국의 주요 요새도시인 카파도키아의 카에사리아[Caesarea]와
아나톨라이의 이코니움[Iconium]의 함락조차 이번 대사건에 비하면 미미한 손실에 지나지 않았다.
로마 가톨릭 또한 서로 파문을 선고 했던 입장이었지만 어디까지나 그들은 형제였기에,
큰 혼란과 충격에서 벗어날 수 없었다.
심지어 강경파들은 비잔틴 제국의 보복을 위해 교황성하께 제 2 차 십자군의 제창을 주장했다.
그 와중에도 아나톨리아를 무사히 통과한 폴란드의 십자군은
안티오크[Antioch]를 거쳐, 아크레[Acre]언저리의 레바논 산맥에 도착했고
잉글랜드의 십자군은 이오니아 해의 끝자락에 있는 코린토스[Corinth]에 도착해
아시아로 떠날 원정준비의 미흡한 점을 보완하기 위해 분주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었다.
세계는 짙은 안개가 깔린 늪처럼 예측할 수 없는 상태가 되어가고 있었다.
서력 1112년 - 왕국력 46년 [초봄]
'헨리 왕자의 처리를 완료했습니다. 다음 지시를 내려주시길 바랍니다.'
탁상위의 양초 하나만이 어둡고 넓은 서재를 밝히고 있었다.
파리에서 도착한 급사가 가져온 서신을 열어본 남성은
거침없이 답장을 써내려가기 시작했다.
'지금처럼 암살에 전념하도록. 왕가의 일원과 장군, 추기경이나 신부들
혹은 외교관등의 영향력 있는 인물의 제거를 속행하라.'
답장을 전해 받은 급사는 들어왔을 때와같이 바람처럼 서재에서 사라졌다.
"흠... 때가 무르익어가는군. 슬슬 더러운 프랑스 찌꺼기들의 처리를 시작해볼까?"
소조를 담은듯한 낮게 깔린 그의 목소리가 서재에 울려 퍼졌다.
서력 1112년 - 왕국력 46년 [여름]
큰 전쟁이 벌어졌다. 적과 청의 전쟁, 황금 사자와 새하얀 백합의 사투가 시작된 것이다.
프랑스 파리를 기점으로 변방을 시찰하던 국왕 필립은 잉글랜드에 의해 불시의 기습을 받았다.
본래 잉글랜드와 프랑스는 사이가 좋지 않았고 자주 마찰이 빚어졌지만,
결혼동맹으로 잉글랜드과 근본적인 부분이 이어져있다며 크게 경계심을 품지 않고있던
필립의 태도가 큰 화를 부른 것이다.
필립의 곁엔 친위 기마대[General's Bodyguard] 90여기외에 다른 호위 병력이 없었다.
숲속에서 갑작스레 잉글랜드군이 튀어 나왔고 프랑스군은 삽시간에 포위되었다.
사면에서 밀어닥치는 민병대[Spear Militia]를 상대로 그들은 선전했지만,
워낙 갑작스러운 공격이었기에 그들은 당황했고, 기병이 달릴 수 없는 비 좁은 공간에서는
말과 기수는 그저 창으로 찌르기 용이한 큰 표적과 다르지 않았다.
필립은 좋은 품질의 갑옷을 착용했기에 다른 병사보다는 안전했지만,
화려한 갑옷이 너무 눈에 띄어 쉽게 전장을 이탈할 수 있는 처지가 못됐다.
전투는 수십분 만에 종결되었고 백합의 전사들과 필립중 누구도 그곳에서 살아 돌아갈 수 없었다.
프랑스의 국왕, 필립은 그렇게 전장같지도 않은 전장에서 허무하게 숨을 거뒀다.
필립이 상대했던 것은 650여명의 민병대 무리가 쳐놓은 포위진.
치밀히 계산된 공격, 프랑스를 대륙에서 도려내기 위한 잉글랜드 공습의 시작이었다.
쓰라린 배신의 소식이 파리에 알려지기도 전에,
황금사자의 깃발은 다른 곳에서도 그 모습을 드러내며 프랑스를 괴롭히고 있었다.
앙제[Angers]는 일찌감치 잉글랜드 군에 의해 포위되어 공성전을 치르고 있었으며,
툴루즈[Toulouse]와 랭스[Rheims]를 향해 일련의 잉글랜드군 무리가 진군하고 있었고,
심지어 수도 파리[Paris]도 잉글랜드의 공격을 받고 있는 실정이었다.
과거 양측의 축복으로 이루어졌던 결혼동맹 따위는 잊혀졌다.
사신의 축복을 받은 피비린내 나는 전투만이 양국 앞에 놓여있을 뿐이었다.
그해 가을, 앙제와 파리엔 황금사자의 깃발이 내걸렸다.
서력 1112년 - 왕국력 46년 [가을]
프랑스의 수도 파리가 함락된 뒤, 잉글랜드는 프랑스와의 선전포고문을 공식적으로 발송했다.
기사도를 신봉한다고 칭송되어 기사왕이라 불렸던 루퍼스는
두려움의 대상이 되어 가고 있었다.
포로들은 큰 이유 없이 무참하게 학살당했으며, 그 어디에서도 기사도를 찾아볼 수 없었다.
개전된지 1년 만에 프랑스의 영토는 절반으로 줄어들었고
1명의 왕, 3명의 왕자, 2명의 장군이 전사했다.
그 외에도 국가의 주요 인사들의 의문사도 점점 늘어가고 있었다.
프랑스는 잉글랜드의 암살 공작설을 바티칸에 전달하고 파문을 요청했으며,
교황께서는 중재자를 자처하시며 5년 내에 휴전하라는 친서를 잉글랜드에 보내셨다.
그 와중, 런던의 왕실에 크나큰 충격을 안겨준 사건이 발생했다.
왕국의 제 2 왕자 로버트가 죽은 것이다.
아니, 죽었다고 할 수도 없었다. 그의 유체는 그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았고
그저 목격자들의 증언을 토대로 예상 가능한 범위의 결말이 죽음뿐이었던 것이다.
크레타의 이라클리온[Iraklion]에서 보급을 끝낸 잉글랜드의 십자군 함대는
알렉산드리아[Alexandria]의 항구에 상륙하여 그대로 도시로 진격,
도시를 십자군의 거점으로 삼을 계획이었다.
그러나 상륙을 위한 준비가 한창인 함대를 맞이한건, 이집트의 대 함대.
약 900여척... 어느 정도의 거품을 거둬낸다고 해도 150여척의 십자군 함대는
상대조차 되지 않을 숫자의 함대.
3번의 교전과 2번의 퇴각이 있었고 생존자들은 마지막 세 번째 전투에서
기함을 비롯한 몇몇 결사대의 분투로 비잔틴 제국령까지 퇴각할 수 있었다고 한다.
후퇴하던 십자군 패잔병이 목격한 것은 불타는 기함의 포위된 모습...
노가 모두 박살이 나버려 꼼짝할 수도 없는 함선에 수십 척의 배가
악귀처럼 들러붙는 모습이었다.
왕국의 첫 번째 대패는 그렇게 2000여명의 십자군 병사들과, 로버트 왕자를 앗아 갔다.
잉글랜드의 십자군은 그렇게 허망하게, 동지중해 연안에서 막을 내렸다.
이런 일련의 사건이 진행되는 와중,
잉글랜드의 각지에서는 한 가지 예언이 유행처럼 퍼져나가고 있었다.
『피의 왕이 스러지고 순결의 응징이 시작될 때
북의 야수가 발톱을 꺼내곤 포효 할 것이다.
백은의 갑주를 검붉게 물들이며 대지위에 군림할 자가 나타나
피의 종막을 향한 비극이 시작되리라.
태고의 상징이 지평선을 메울 때 그곳에 영광이 함께하나,
혼돈과 종막의 진혼곡만이 그들을 맞이할 것이다.
식탁에는 검붉은 와인과 기름진 빵이 넘치리니
곧, 도끼의 자루를 움켜쥐는 이가 있으리라.』
서력 1113년 - 왕국력 47년 [봄]
1113년은 툴루즈와 랭스의 함락과 함께 시작되었다.
프랑스의 병력들은 밀라노와의 전쟁과 신성로마제국령 부근의 반란군 영지를
공격하기위해 왕국 동쪽에 집중되어 있었기에 서쪽의 마을과 성들이
제대로 된 방어도 펼치지 못하고 함락되는 건 오히려 당연했을지도 모른다.
이미 영토의 6할 이상을 잃어버린 프랑스는 회심의 반격을 위한 준비를 하기 시작했다.
국고를 아끼지 않고 용병들을 고용하기 시작했으며,
병영에서는 병사들의 훈련이 끊이질 않았고 무기의 개량을 위해 대장장이들도 분주히 움직였다.
잉글랜드에 대한 교황청의 정전권고는 그대로 무시되고 있었다.
루퍼스의 일상은 전쟁의 계획과 진행 뿐이었다. 방해요소는 철저하게 제거되었고,
마을의 주민을 학살하는 일은 없었지만, 적국의 포로들은 하나같이 즉결 처형되었으며
병사들은 쉬지도 못하고 다른 마을과 성을 공격하기위해 이동해야했다.
이대로 가다간 잉글랜드에게 파문이 선고될테지만, 국왕은 신경도 쓰지 않는 듯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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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후기.
안녕하세요~ 타나토스 입니다.
이번편은 몇가지 구성상의 수정이 들어가 제목의 양식도 조금 바뀌고,
글시체도 수정해 봤는데... 보시기 좋을지 모르겠습니다.
음, 역시 이번편에서 가장 큰 사건이라면 콘스탄티노플이 떨어진것과
로버트가 죽어버린거군요, 운도없게스리.. 익사를했대요~ 이를 어째..
사실, 저도 플레이하면서 로버트가 죽거나, 지하드가 성공할줄은 몰랐는데..
참 쇼킹하더군요 ㅎㅎ 스토리를 어찌 이끌어가야할지;;
그래도~ 로버트가 죽건, 비잔틴의 수도가 박살이 나건! 기사왕은 계속 됩니다.
차회에도 잉글랜드의 황금사자와 함께 해주시길!
첫댓글 그냥 1번째 퇴각할때 비잔틴 제국령에 내리지.. 쩝;;
컴퓨터턴[이집트]에서 공격해 들어왔기에 퇴각을 반복할수밖에 없었지요 ㅡㅠ...
저도 잉글랜드 빠로서 로버트가 일찍 죽어버리면 참 난감하더군요... 스코틀랜드와는 전쟁을 안하시나봐요 전 항상 스코틀랜드 먼저 밀어버리는데 프랑스랑 싸울때쯤 되면 이미 거대해져 버린 프랑스..ㄷㄷㄷ
ㅎㅎ 왕이 바뀐 지금 뭐가 어찌될지는 제마음[루퍼스마음]이죠 =_=;; ㄷㄷㄷ...
재미있어요 계속 연재 해주세요 ㅎㅎ
엉엉ㅠㅠ... 감사합니다 타나토스는 덧글이 안달리면 제일 착찹하고, 덧글이 달리면 제일 기쁩니다~ ^^
좋군요. 실제로는 루퍼스와 로버트와 헨리의 정치적 다툼이 될 시기군요.
슬슬 안과 밖에서 전쟁이 일어날 시기죠 ㅎㅎ 뭐, 그만큼 국가가 안정되기도 했다는 뜻이고..
넘흐 넘흐 재밌군요~!!! 저도 이렇게 스토리 세워가면서 해봐야겠어요 ㅎㅎ.
^^; 전 '마구잡이 플레이'를 소설처럼 그럴싸~ 하게 꾸민거라 내용이 튼실치가 못해요~
저도 지금 컴퓨터가 지하드 일으켜서 콘스탄티노플 깨러가던데.
ㄷㄷㄷ.... 3중성벽이 한방에 퍽...
-_-ㅋㅋㅋ 미디블2가 있으면서도 아직도 깔지 못하고 있는 나(CD롬밖에 안돌아가는 우리집에 온 미디블 DVD롬.. 낚였구나아아아아~~!!!)... 통탄할 일이로다 ㅡㅡ 지금은 황금사자와 함께하진 못하지만 롬토에서는 브리타니아의 고룡(古龍)과 함께 해주리다..
헉... DVD 롬;;; 안습 ㅠㅠ
에라스팩, 미디블2 한정판을 질러버린 저로선 이미 DVD롬은 필수품이 되어버렸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