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나 선한 눈빛
강상윤
미군 극동사령부와 연락장교를 하던 에버트 소령이 육군 무관의 라이카 카메라로 찍었고, 무관 사무실 요원에 의해 현상, 인화된 사진
한 장이 가슴을 찢어지게 하네
초등학교 운동회 날 친구들과 나란히 엎드려 덤블링 놀이를 하는 것도 아니고, 아무렇게나 널브러진 시신들 가득한 골짜기에서 어떻게 저렇게 천진난만한 얼굴로 쳐다볼 수 있을까
머리를 빡빡 깎은 모습이 잘해야 중학생이나
고등학생 정도 나이로밖에 보이지 않네
뒤에는 군인들이 총을 겨누고 있고, 앞에는
이미 총을 맞아 널브러진 주검들이 켜켜이 쌓여
있는 데도, 두려움 하나 없이, 신기한 듯이
사진 찍는 미군을 쳐다보고 있네
눈빛이 너무나 선해서 더욱 가슴을 찢어지게 하네 우리들에게 걱정 말라고 괜찮다는 듯이 쳐다보는 것 같네
*1950년 7월 첫째 주 3일간 대전 산내 골령골에서 4.3관련자 302명을 포함한 민간인 1800여 명을 학살한 현장 사진
* Pictures of execution of approximately 1,800 political prisoners in TAEJON
대전지역 정치범 약 1,800여명의 사형 집행사진 18장
---강상윤, {너무나 선한 눈빛- 제주 4.3증언시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