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3세 어머니 김씨, 15세 박군에게 자유를 줄 방도는 없을까? 러시아 北 영사관 실종자 가족, 한국 망명 쉽지 않아…더 많은 北 엘리트 탈북 러시가 평화통일 지름길 태영호(국회의원) 페이스북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 주재 북한 총영사관 무역대표부 소속 직원의 가족 2명이 지난 4일 실종돼 현지 당국이 수사에 나섰다고 한다. 그들이 북한 총영사관을 빠져나온 그날로 한국행 비행기에 올랐다면 다행이지만 아직도 러시아의 어느 한 곳에 숨어 탈북 루트를 밟고 있다면 한국으로 들어올 가능성은 적어 보인다. 이미 수배령이 떨어져 있어 우리 여권으로 비행기에 탑승하자면 러시아의 협조가 필수적인데 현재 우크라이나 전쟁 상황상 러시아가 어떤 대가를 요구할지 알 수 없다. 그들이 제3국으로 망명할 가능성을 찾고 있다고 해도 성사되기는 힘들어 보인다. 그들이 러시아에서 식당을 경영했다면 북한이 배임이나 횡령죄를 제시하며 북송을 요구할 것이고 러시아도 거절하기 힘들 것이다. 그들에게 북한 여권이 없어 당일 중국이나 제3국으로 이미 빠졌을 가능성도 적어 보인다. 북한은 탈북을 막기 위해 현지에 새로운 인력들이 도착하면 여권을 회수하여 대사관에서 보관한다. 보도에 따르면 이번에 실종된 가족은 어머니와 아들이고 아버지인 박 모씨는 현재 평양에 있다고 한다. 원래는 북한 식당 '고려관'의 지배인으로 외화벌이를 했는데 지난 2019년 검열을 받으러 평양에 들어갔다가 코로나19에 따른 국경봉쇄로 러시아로 다시 나오지 못했다고 한다. 코로나19로 북한에 들어갔다가 다시 해외 근무지로 나가지 못한 인원들이 상당하다고 한다. 북한 해외 공관에서는 코로나 때문에 남편은 평양에, 아내와 아이들은 해외에 떨어져 생활하는 북한판 ‘이별 가족’이 생겼다는 말까지 나돌았다고 한다. 현지에서 식당이나 무역을 하던 남편이 회의차 평양에 들어갔다가 몇 년째 나오지 못하고 있으니 해외에서 생계가 힘든 가족들이 북한으로 소환시켜 달라고 애걸복걸했으나 김정은 당국은 국경을 열지 않았다. 심지어 베이징 주재 북한 대사관에는 유럽이나 동남아에서 임기가 끝나 평양으로 돌아가던 중 국경이 막혀 베이징에 남게 된 대사들과 외교관들이 저축했던 돈을 다 날리고 빈털터리가 되었다고 한다. 그들 모자가 무슨 이유로 탈북을 결심했는지는 잘 모르겠다. 그렇지만 이번에 탈북을 결심한 15세 김모군의 경우 김정은의 딸인 10대의 김주애가 향후 북한의 지도자가 될 거라 생각하면 기가 막혔을 것이다. 김정은이 2009년 김정일의 후계자로 책정되었을 때 북한에서 제일 좌절감을 느꼈던 세대가 바로 김정은과 동년배들인 20대 청년 대학생들이었다. 최근 탈북망명을 타진하는 북한 외교관이나 해외 근무자의 추가 움직임이 이어지고 있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나도 최근 평양에 있는 줄만 알았던 후배들이 그새 한국으로 탈북하여 서울에서 불쑥 내 앞에 나타날 때마다 깜짝 놀라고는 한다. “아니 네가 어떻게 서울에?” 우리 정부는 앞으로 늘어날 수 있는 북한 주민들의 안전한 탈북과 한국행을 위해 주재국과의 외교 교섭은 물론 해외 정보망 가동 등을 통해 각별하게 챙겨야 할 것이다. 최근 윤석열 정부가 지난 문재인 정부 시절 중단됐던 고위 탈북 인사의 국정원 산하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연구위원 임용을 재개한 것은 좋은 출발이다. 내 후배들이었던 이탈리아 주재 북한 대리대사 조성길, 쿠웨이트 대리대사 류현우 등도 문 재인 정부 시절에는 정부에서 챙겨주지 않아 변변한 일자리도 없었다. 더 많은 북한 엘리트층의 ‘탈북 러시’를 만드는 것이 가장 효과적인 평화통일의 지름길이다. |